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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ㅣ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평점 :
국내 문학계에서 추리 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은 대체로 충무로에서 심형래 감독과 같은 처지인 3류 취급을 흔히 받는다.그러다 보니 국내에 번역된 추리 소설도 예전에는 극히 드물어 70년대에 나온 세로 일기 동서 추리문고를 찾아 헌책방을 전전하던 매니어들이 2003년 동서DMB가 재간 때 까지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2천년대 들어 추리 소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좋아져서인지 상당히 많은 양의 추리 소설들이 번역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대체로 일본 추리 소설의 번역이 많은 편이다.
이와 같은 국내 출판계의 상황속에서 한 추리 소설작가의 전집이 나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현재까지 추리 소설 작가의 전집이 번역된 것은 명탐정의 대명사라고 불리우는 셜록 홈즈 전집-아마도 홈즈 시리즈는 상당히 오래전에 이미 다 번역된 바 있다-과 자칭 홈즈의 라이벌이라고 자청했던 뤼팽-그러첨 유명한 뤼팽도 2003년인가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권이 다 번역되었다-,그리고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뿐이다.
앞서 말한 작가들의 작품은 추리 소설의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명탐정들이 나오므로 수긍이 가지만 이 외에도 드물게 전권이 다 번역된 작가의 작품이 있으니 바로 G.K 체스타톤이 창조한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시리즈가 전 5권으로 다 번역된 것이다.솔직히 브라운 신부가 추리 소설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일 터인데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전집을 출판하려고 했는지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물론 추리 소설 애독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브라운 신부는 영국의 작가 G.K 체스타톤이 창조한 인물로 특이하게 성직자인 카톨릭 신부인 아마츄어 탐정으로 단편 추리 소설이 주를 이르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홈스의 라이벌로서 매우 중요한 탐정중의 한 사람이다.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성직자라고 하면 브라운 신부 말고도 몇 몇 유명한 인물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윌리엄신부와 <캐드펠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그들로 이들 세 명은 모두 영국인이고,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다니면서 뛰어난 통찰력으로 사건의 전모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한다.비록 <장미의 이름>과 <캐드펠 시리즈>는 모두 중세를 배경이고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모두 20세기 초반이 무대지만 1910년에 처음 나온 브라운 신부가 성직자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원형 모델로 윌리엄신부나 캐드펠 신부의 직계 선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아마추어 탐정이자 성직자이고 철학자면서 사색가인 사람으로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끔은 어리버리해 보이기까지 하는 신부님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놀라운 통찰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데 흔히 브라운 신부의 캐릭터는 '외적 단순함과 내적 섬세함'이라고 정의되는데, 작품의 전체 분위기도 이와 유사하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약 50편이 넘지만 단편소설 이다 보니 브라운 신부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은 작품에서 이외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브라운 신부의 외모는 상당히 평범한데 책속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이 몸집이 작은 신부님은 동부 지방의 전형적인 멍청이철머 생겼고 그 얼굴은 노포크의 명물인 경단처럼 둥글 동굴하고 얼빠져 보이며 눈은 북해처럼텅 흐리멍텅 했다.(브라운 신부의 동심-푸른 십자가중에서)
이처럼 넓은 모자에 함박 웃음을 짓는 땅달막한 성직자로 둥근 얼굴에 둥근 코와 회색의 눈,작은 몸에 신부복을 입고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크고 꾸불꾸불한 검은 모자를 쓰고 고물스러운 낡고 큰 검은 우산을 언제나 떨어뜨리거나 잊거나 하는 등 외관상은 어디를 보나 서투르고 몹시 느린 궁상스러운 성직자로 밖에 안보이는 이가 바로 브라운 신부로 순진하고 마음씨 좋은 신부님 같은 인상의 브라운 신부지만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하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타고난 관찰력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진상을 간파해서 그 즉시 수수께끼 풀기를 해 보인다.
브라운 신부는 푸른 십자가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이때 브라운 신부가 갖고 있던 푸른 십자십자 노리던 것이 바로 시리즈 내내 브라운 신부의 조력자도 등장하게 되는 괴도 프랑보우이다.첫 단편에서 브라운 신부는 괴이한 행동을 함으로써 프랑보우를 쫒던 탐정의 호기심을 끌게 되고 결국에는 이 어리버리한 신부가 십자가를 지키게 되는데 괴도 프랭보우는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로 강도, 사기, 절도 등의 범죄로 유명한 사람인데 전성기 때는 독일황제만큼 유명했던 인물로 그려지면서 브라운 신부의 초기 작품들에서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로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브라운 신부는 플랑보에게 관대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결국 플랑보는 범죄에서 손을 씻고 브라운 신부의 친구로 변하게 된다.
브라운 신부의 라이벌인 셜록 홈스는 돋보기를 들고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물적 증거를 수집했고 파일로 반스는 사건현장을 분석해서 범인의 기질과 심리적 특징을 간파하고 앨러리 퀸은 소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브라운 신부의 추리법은 여타의 탐정들과는 다소 차이가 많은 편이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흥분해서 감정에 치우고 당장 눈에 확 들어오는 이상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반면 브라운 신부는 차분하게 그 사건의 일상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가장 당연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셜록 홈즈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의 명탐정들과 달리 브라운 신부는 놀라운 사건을 독자들에게 차분하게 쉽게 설명하는데 뭔가 신기하고 기이한 사건들의 진상을 알고 보면 일상의 진실을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은 우리의 무지때문이라고 찬찬히 아르켜 주고 있다.사건의 핵심은 우리들이 생각지 못한,아주 뻔히 보이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단편에서 이런 내용들이 발견되지만 이 책에서는 아마도 이상한 발걸음 소리가 가장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그외에도 브라운 신부는 여타 다른 추리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른 탐정들-라이벌인 셜록 홈즈나 20세기 초반에 활약했던 기타의 명탐정들-과 다른 면을 보여주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제나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다는 탐정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에 억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래선지 가끔은 본 업인 신부라는 직업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격언처럼 가끔은 범인을 일부러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점이 이 책을 즐겁에 읽을 수 있는 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작품은 모두 단편이어서 장편과 같이 교묘한 복선이 깔려 있지 않아 독자가 그것을 간파하고 범인 혹은 트릭을 맞히거나 수수께끼 풀기를 즐기는 형태의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인 체스터튼이 저명한 종교가인 점을 감안하다면 그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서 단지 추리소설 독자와 수수께끼 풀기 제안하는 것에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통해서 종교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단순한 기계적인 수수께끼 풀이가 아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같은 이런 패턴은 이후 본격 추리 소설 황금 시대에 들어가고 나서는 추리 소설의 한 주체가 되게 된다.
그래선지 국내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귀에 익숙하지 않는 브라운 신부지만 추리 소설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앨러리 퀸은 '가장 뛰어난 탐정 3인'의 명단에 브라운 신부를 포함시킬 정도였고 존 딕슨 카아는 자신이 만든 탐정 기드온 펠 박사를 체스터튼과 유사한 인물로 설정했으며 E.C 벤틀리는 자신의 작품인 <트렌트 최후의 사건>에서 이 작품을 체스터튼에게 바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외에도 후대의 대표적인 문인들, 가령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레이엄 그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셜 맥루한, 애거서 크리스티 등은 체스터튼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을 정도니 체스터튼과 브라운 신부가 추리소설역사외에 일반 문학계에도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21세기인 현재에 들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데 매 단편마다 아직도 읽는 이를 감탄시키는 다수의 트릭을 창안하여 그 결말에 대해 읽는이를 감탄케 해 주기 때문이다.이런 시리즈가 전집으로 다 출간되었다는 점은 추리 소설 애독자로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 소설을 처음 읽는 분들이나 일본 추리 소설만 읽었던 분들이라면 필히 읽어야될 추리 소설의 고전이 아닌가 싶다.
Good:셜록 홈즈와 쌍벽을 이루는 라이벌의 등장
Bad:신부라서 범인을 일부러 안 잡는 경우도 있다
Me:브라운 신부 전집 5권 모두 구매완료^^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