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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인의 역사
앨버트 후라니 지음, 김정명.홍미정 옮김 / 심산 / 2010년 3월
평점 :
아랍인의 역사는 까치 글방에서 나온 역사 서설-아랍,이슬람,문명을 본 이후 오랜만에 다시 보는 아랍과 관련된 책이다.
아랍인의 역사와 같은 800페이지가 넘으면서 가격도 비싼 책은 암만 인문 사회과학 계통의 책에 흥미를 가지면서 자주 보려고 노력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상당히 버거운 책 값이기에 가능한한 도서관에서 읽거나 대출받으면서 읽게 되는 책이다.
아랍인의 역사는 레바논계 영국인 앨버트 후라니가 지은 두터운 아랍 역사책으로 이슬람 세계 가운데 아랍어가 통용되는 지역이었던 스페인(스페인도 한때 이슬람권으 통치를 받았다), 터어키, 아프리카 상단을 포함하여 이란지역까지 포함한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지역을 7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망라한 아랍 역사 개론서로 왕조, 도시와 농촌, 사상, 신앙, 문화와 예술, 민중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아랍인과 이슬람교는 테러,지하드(성전),차도르등 매우 부정적인 서양 세계의 편협한 가치관과 종교관이 국내에서도 아무런 필터링 없이 들어와서 아랍권과 직접적인 마찰이 없는 국내에서도 아랍과 이슬람에 대한 아무런 역사적 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참 부정적인 선입관을 가지고 있느덧 사실이다.
우리는 아랍과 이슬람이 세계 문화 발전에 기여한 사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지금은스스로 문명국임을 자부하는 서유럽이 아직도 중세 암흑 시기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탄생한 이슬람은 광활한 제국을 형성하며 인류의 지식과 기술에 상당한 기여를 했는데 수학(아라비아 숫자와 0의 개념, 대수학, 삼각법), 천문학(천체 관측, 지구 구형설, 역법), 화학, 의학, 약학의 발달과 중국에서 건너온 나침반,화약,제지법은 십자군 전쟁이후 유럽으로 전파되어 유럽 근대 과학 발달의 기초가 되었으며 로마제국 멸망이후 잊혀진 그리스 철학을 다시 유럽에 전달함으로써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서유럽의 발흥과 이슬람의 맹주였던 오스만-터키 제국의 몰락과 더불어 이슬람과 아랍은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면서 3류 민족과 종교로 폄훼받게 된다.이처럼 인류 역사에서 큰 기여를 한 이슬람 문명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온갖 수난과 고초를 겪게 되는데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 세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마치 ‘이슬람과 서방’의 충돌 ― 이른바 ‘문명의 충돌’ ― 처럼 얘기되고 있으며 서구 국가의 신문과 종교는 마치 이슬람이 모든 악의 근원이며 테러리스트 양성도 이슬람에서 기원한 듯 몰아붙이는 잘못을 저질르고 있다.
특히 아랍과 이슬람과 유럽과 기독교의 오랜 문명 충돌에 대한 역사적 지시이 없는 서구인들은 이슬람 문화에 접근할 때 급진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의 과격한 활동에 대한 선입견에서 출발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그것은 유럽 국가가 아랍 식민지 통치와 2천년간 아랍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유태인들을 위한 이스라엘을 뜬금없이 만들어 아랍 민족와 이슬람 세계의 불행의 씨앗을 만들어 주었다는 잘못을 도외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아랍인의 역사는 그런 서구의 편향된 시각으로 덫칠된 아랍과 이슬람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데 그것은 저자가 레바논 출신 영국인이며 기독교인인 저자가 이슬람 역사를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 보고 있어서라고 생각된다.
전체 5부 중에서 3부까지는 이슬람 문명 출현 시기인 7세기부터 유럽 제국들이 본격적으로 침공하기 직전인 18세기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아라비아 반도의 주민들이 이슬람이라는 연대의식으로 군사원정을 감행해 신흥제국을 건설하고 나아가 그리스 문명과 페르시아 문명을 점령하면서 아라비아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거대한 아랍-이슬람 문명을 건설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4부와 5부는 서구가 지배 세력이 된 19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오스만제국 멸망과 유럽제국의 패권 확립으로 수세에 몰린 아랍-이슬람 문명이 근대유럽의 사상과 제도 등을 수용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이 책은 이슬람이 처음 탄생하게 된 시점부터 오늘의 아랍세계에 이르는 1400년의 역사를 논리정연한 지적인 문체와 사회,문화, 종교,문학,정치,국제관계를 일반인들도 알기 쉽고 통찰력 있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 책은 서구의 중동학자들이 자주 오류를 범하는 근대 중동문화나 사회의 쇠퇴 원인을 이슬람과 중동 사회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돌리거나 몽환적이고 신비스런 중동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묘사하고 있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다른 문명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왕조가 외부 세력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흥망 성쇠를 거듭해 왔으며 새로운 권력자들의 등장으로 평범한 도시와 백성의 삶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면서 1400년 동안의 격변의 역사 속에서도 알라의 계시라고 말해지는 꾸란과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의 언행을 적은 하디스로 연결되는 같은 신앙(이슬람교)과 언어(아랍어)를 통해 아랍인으로서 정체성을 지켜온 이슬람 민족들의 모습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랍과 서구의 대결은 19세기 서구의 침략으로 본격화되었으며 2차 대전이후 이스라엘의 건국 과정에 내쫓긴 팔레스타인 문제와 서구의 이스라엘에 대한 일방적 지원으로 인해 세 차례의 전쟁에서 패한 이후 아랍은 서구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과 서구의 편파적 자세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랍과 서구의 대립과 갈등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서구의 아랍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국내에도 이슬람을 믿는 많은 나라의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단일 민족이던 한국도 이제는 어쩔수 없는 다문화 국가 될수 밖에는 없는 시점에 와있다.우리 주변에 있는 무슬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와 종교에 대해서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책은 아마 그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