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7~8년까지만 해도 사진은 찍는다는 것 혹은 카메라 그중에서도 SLR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취미였다.그 당시 사진이라면 학교 소풍시 단체사진 혹은 어디 여행가서의 사진등이 대다수였고 사람에 따라서는 사진 찍자면 손사레를 치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대다수 였다.실제 카메라값도 비싼편이었고 대부분 사진기를 들고 나디던 젊은 사람들은 대게는 아버지가 오래전에 사온 장롱표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떄였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흔히 말해서 디카가 세상을 지배하는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이면 다 한대 혹은 두대이상 가지고 다니고 있게 도었고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자신의 블로그에 그 사진을 게시하는 시대가 되었다.게다가 예전처럼 카메라만 보면 도망가는 시대가 아니 하루라도 셀카를 찍지않으면 가시가 돋히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된다.
디카의 장점은 언제 어느때라도 자유롭게 사진을 무한정(이라가 보다는 필카보다는 많이)찍을수 있고 인화비 걱정없이 저장이 가능하며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필름 카메라 시절은 정말 사진 한장 한장 찍기가 매우 힘들었다.지금처럼 AF카메라가 아닌 수동 필카의 경우 직접 초점링을 돌려야 되었고,지금 같은 노출계가 없는 수동카메라
(노출계는 있지만 장롱표 카메라여서 노출장치가 고장난 것이 꽤 많았다)의 경우 당시 날씨등을 판단해 달달 외우던 노출표를 이용해서 조리개와 셔터값을 정해야 되었고,24방짜리 필름이다 보니 구도를 잘 잡아서 신중히 한장씩 찍어야 되었다.그리고 플래쉬를 쓸테는 더욱더 힘들었으니….그 당시 아버지가 계시던 완전 수동카메라 니코메타를 쓰고 있던 나는 그당시 나오던 최신 AF카메라(캐논의 EOS시리즈나,니콘의 F90,F100이 넘 부러웠다.지금이야 거의 똥값이지만 당시에는 거의 100만원을 넘었던 가격)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물론 이때에도 디카가 있었지만 초창기시절이다 보니 100만화소도 거의 2~3백만원 하던 시절이었다)그러면서도 인화를 한 것을 받아보면 실패한 사진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하지만 현재 최신 디카들을 보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촬영자가 고민한 필요없이 셔터만 누르면 디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찍어준다.게다가 이젠 포샵이라고 불리우는 비장의 도구가 있으니 웬만한 촬영 실수는 이게 다 알아서 처리해준다.게다가 변신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훌륭한 툴들이 많아서 특히 많은 여성들이 애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카메라혹은 사진과 관련된 책들도 매우 많이 변화게 되었다.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본 책이 까치의 카메라 핸드포토북이였다.카메라의 종류와 여러 장비들에 대한 설명부터 카메라 촬영 기법등등이 있던 아주 알찬 책이었는데 이 책에서 사진에 대한 흥미를 더 가지게 되고 동 출판사의 세계 사진사등을 섭렵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카가 만연한 지금은 이런 책보다는 주로 포샵과 관련된 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사진 촬영에 관한 것은 거의 디카가 알아서 해서 촬영자들은 이젠 촬영 기법에 대해서는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좋을 호시절이 된것이다.그리고 예전에는 아주 힘들게 배운후 암실에서 수정을 해야했던 기법들이 이제는 컴퓨터의 포토샵안에서 클릭 몇번이면 아주 금방 변화가 되기에 포토샵의 기법을 소개하는 책들이 유행할 수밖에 없다.

사진을 찍다보면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서 찍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찍어온 사진을 모니터에서 보다 보면(이게 디카의 좋은점이다.인화할 필요없이 바로 확인할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축복이다),기대로 시작했다가 실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찍는 순간에는 의미 있어 보였던 이미지가 왜 찍었는지 의미불명이 되어버리는 알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면 그런 사진들은 어느샌가 하드의 저장공간이 아까워 쓰레기통 속으로 직행하게 되버린다.

그렇게 아무 고민없이 어떠면에서 보면 무의하게 셔터질을 하던 어느날 서점의 포토샵속에 둘러싸인 서가에서 이 책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처럼 공책을 연상시키는 판형과 두께에다 150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얇은책이었는데 또 어떤 포토샵 기법을 보여주는 책일까 생각이 들어(워낙 포토샵에 관련된 책들이 두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쉬운 얇은 책이 간절했다)서 들여다 보니 부제가 “사진과 삶에 대한 단상”이다.음 이거 일반적인 포토샵 책은 아닌 것 같군!

사실 이책은 일반적인 카메라 촬영 기법을 설명한 책이 아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로 사진을 찍으며, 40여 년이 넘게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사진가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 노트로 어떻게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어떻게 경험하고 느껴야 되는지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단순한 사진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보다는 사진을 찍는 행위에 대한 그간의 성찰을 전하는 데 중점을 두었는데 그렇다고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너무 어려운 말투가 아니라 아주 세심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책을 보는 독자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다.
저자 자신도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입장을 옹호하거나 사진개념을 완벽하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생각과 논쟁을 불러오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 생각과 경험이 사진 초보자들과 이제 막 사진을 가르치기 시작한 선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30여개의 짤막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연습 1 / 바라보기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단상 1 / 아이디어
사진과 시
숙제
사진, 서구문명 몰락의 원인
연습 2 / 압핀
연습 3 / 보는 방법
크기
연습 4 / 의도
사진과 예술
헥토르 가르시아
텔레비전
연습 5 / 첫번째 과제
흑백사진과 컬러 사진의 명암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연습 6 / 빛을 지켜보기
존 시스템
연습 7 / 빛을 찍어 보기
필름 현상하기
단상 2 / 대형 인화
흑백사진의 편집과 인화
디지털 혁명
비평
인물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연습 8 / 셀프 포트레이트 찍어 보기
풍경
단상 3 / 순수사진
디지털 사진에 대한 재고
단상 4 / 게토
내용-맥락-영향
니오타니
옮긴이 해설

사물을 보기, 빛을 보기, 자화상 찍어보기 등 <연습>의 장과 순수사진에 대한 고찰, 사진의 아이디어에 대한 숙고 등을 담은 <단상>의 장 등이 본문 글 사이사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데 독립적인 듯한 각 글들은 자세히 읽어보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것이다. 또한 각 장 사이사이 필립 퍼키스의 흑백사진 15장이 함께 편집되어서,실제 저자의 사진에 대해 생각을 해 볼수 있고 글을 읽는 사이, 생각을 정리할수 있는 작은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처럼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마치 걸음마를 처음 시작한 아기를 엄마의 심정으로 길러서 자기 스스로 주관을 가지고 통찰력 있게 세상을 바라보기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이끌어 주고 있는 부모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명색이 사진과 관련되 책이다 보니 카메라나 사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사진에 대해 조금이나 아는 사람이 좀더 읽고 이해하기 쉽다고 말해야 할것이다.

이 책은 첫장부터 일반 독자의 생각을 벗어나 버린다.
우리는 요즘 흔히 쉽게 찍고 쉽게 보고 쉽게 버리는 편이다.자신의 사진뿐 아니라 남의 사진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사진 역시 하나의 예술이다.한장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내가 찍은 경험과 비교해서 그 사진이 찍힌 상황을 느끼고 사진이 색감과 구도,더 나아가서는 사진의 밝기와 시간(즉 셔터속도와 조리개 값)을 파악하고 작가의 느낌을 느끼려면 단 몇초의 시간으로는 매우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전시장에 간다.눈길을 끄는 사진앞에 선다.그것을 5분동안 바로본다.사진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름을 주지도,상표를 붙이지도,재 보지도,좋아하지도,증오하지도,기억하지도,탐하지도 마라,그저 바라만 보아라.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그러나 그저 보이는 것이 찍힐 뿐이다.카메라는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그것이 전부다.
요즘 디카족들은 찍은 사진을 포샵으로 포장하기에 바쁘다.하지만 저자는 사진은 단순히 사물의 기록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저자는 우리에게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하가 전에 무엇을 왜 찍을것인가를 진정으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현재의 디지털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낚시꾼이 죽었다. 깨어나자 눈앞엔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었다. 두 손에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낚싯대가 들려 있었다. 들뜬 마음에 곧장 낚시 바늘에 고기밥을 꿰어 강물에 던졌다. 순식간에 길이 20인치의 완벽한 갈색 송어를 낚아 올렸다. 그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천국에 와 있구나! 그는 다시 낚싯대를 강물에 던졌다. 똑같은 갈색 송어가 잡혔다. 던질 때마다 완벽한 최상의 고기가 걸려들었다. 우리들의 낚시꾼은 결국 그가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디지탈 카메라는 찍는이가 누군가인지 동일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즉 개개인의 감성적 사진이 아니라 카메라에 따른 동일한 사진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대세이다.필름 카메라의 시절은 코닥이 이제 고성능 슬라이드 필름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에 알수 있듯이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되버린지 오래다.요즘 20대에겐 필름 카메라란 아버지 세대의 흘러간 유물일 뿐이다.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진을 위한 도구일 뿐이므로 디지털 기술에 매몰되지 말라' 충고하고 있다.즉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되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주는 만능 기계,최선의 선택이라는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결국 사진은 기계의 성능이 아나리 사람의 마음으로 찍는다는 것으로 요즘처럼 무의미하게 셔터만 날리는 디지털에 '중독된' 사진가들이 새겨들을 이야기다.

이 책에는 요즘과는 거이 관련이 없은 이야기도 있는데 바로 흑백사진의 편집과 인화
라는 부분이다.사실 이젠 흑백 필름을 거의 구할 수가 없다.작품용으로 일포드가 유일하고 학생들의 인화 실습용으로 충무로등지에 파는 벌크 필름정도만 있을 뿐이다(이것도 매우 불편해서 암실해서 적당히 잘라서 카메라에 끼어넣어야 하기에 일반일이 쓰기는 불가능하다)
사진관에서도 이젠 대형 기계에서 사진 인화를 하기에 충무로 몇몇 스튜디어에서만 암실에서 흑백 인화가 가능한 지금 저자는 뜬금없이 흑백 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일까?
물론 서구에선 아직 암실 작업을 하는 아마튜어 사진작가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한국에선 뽀샵이 아닌 암실이란 단어는 아마도 정말 생소할 것이다.아마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독자역시 흑백필림,암실이란 단어와 전혀 인연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느껴야 되는 것은 바로 현상과 인화에 대한 자세일 것이다.
저자가 필름을 현상을 하고나서 시험 인화를 한 사진들을 벽에 붙여놓고 며칠에 걸쳐서 천천히 분류하여 의미 있는 컷이 남게 되면 최종인화를 하고 최종인화를 하면서도 사진가의 의도가 들어날 수 있도록 편집을 하는등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모든 과정이 끝나야만 작가 스스로 원하는 결과물이 완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상과 인화는 사진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작업이라는 것이다.구도와 노출을 잡고 공들여 찍은 사진도 현상과 인화를 잘 못하면 실패한 사진이 될수도 있다.
이것은 뽀샵으로 사진을 마구 떡칠하는 우리의 잘못된 습관에 일침을 가하고 있는데 후보정 작업 역시 사진의 완성도를 결정할 큰 의미가 있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단순한 테크닉이 아니라 본질을 이야기를 하고 있다.따라서 자연히 주제가 넓고 다루는 내용이 방대하지만 생각외로 페이지 수가 적다보니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본문에서 이야기 하는 사진이나 작가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독자라면 아마도 책을 읽기가 쉽지 않고 그 내용도 얼른 마음에 와닿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뒤쪽에 정리 되어 있는 옮긴이의 해설이 차라리 해당 페이지 아래에 주석 형태로 있는 것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사진 테크닉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사진과 관련되서 독자들에게 오래 동안 생각을 하고 고민케 하는 책일 것이다.

그럼 사진을 찍는 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의 말로써 마무리를 하겠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 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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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2009-12-11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
정성들여 쓰신 글 잘 보고 갑니다.

이책을 참 좋아라 하죠... ^^

카스피 2009-12-11 23:11   좋아요 0 | URL
재경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