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자료는 몇 년전에 <으뜸과 버금>지에 연재했던 것입니다.
박상준
세계 SF 영화사
** SF영화의 역사를 연대기 식으로 연재합니다. 자료적인 성격에 중점을 두
어 가급적 객관적인 사실들 위주로 서술할 예정입니다.
<1895년-1899년>
기록에 따르면 영화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오귀스트/루이 뤼미에
르(Auguste/Louis Lumi re) 형제가 시네마토그래프의 특허를 얻은 것은 1895
년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이 장치를 이용하여 상영시간이 1분 정도 되는 아주
짧은 영화들을 다수 제작, 일반에게 유료로 공개하였는데, 이 중에 <도살기계
(Charcuterie M chanique:1895)>라는 작품이 있었다. <도살기계>는 사람이 필
요없는 자동화 무인공장의 출현을 예언하여 세계 최초의 SF영화로 꼽힌다.
이 활동사진은 소시지 그라인더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장치가 등장하면서 시
작된다. 그 다음에 살아있는 돼지 한 마리가 이 기계의 한쪽 끝으로 강제로
떠밀려 들어가고, 잠시 뒤에 반대쪽에서 햄, 베이컨, 소시지 두름 따위가 줄
줄이 가공되어 나온다.
당시 이 작품은 희극적인 내용의 영화로 소개되었지만, 자동기계의 아이디
어는 그 뒤 미국과 영국에 많은 아류작들을 낳았다. 예를 들면 영국 최초의
SF영화로 꼽을 수 있는 <소시지 만들기(Making Sausages:1897)>나 미국 최초
의 SF영화인 <소시지 기계(The Sausage Machine:1897)는 제목에서 쉽게 짐작
할 수 있듯이 <도살기계>처럼 자동으로 가축을 도살하여 소시지를 만드는 기
계가 주인공이다.
영국의 조지 A.스미스(George A. Smith)가 제작한 <소시지 만들기>에선 살
아있는 개와 고양이가 소시지 원료로 등장하며, '양념'으로 오리 한 마리와
낡아빠진 장화 한 짝이 첨가된다. 한편 미국의 <소시지 기계>는 제작자가 누
구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당시 사람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끌어서 몇
년 동안이나 필름이 돌아다녔다. 이 작품의 소시지 원료 역시 살아있는 개인
데, 당
이 작품은 단순히 자동기계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당시 미국의 공장들에 설
치되기 시작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풍자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상의 세 '소시지기계' 영화들은 모두 길이가 1분에 지나지 않는 작품들이
다.
1902년에 <달여행>을 발표하여 SF영화의 실질적인 원조로 일컬어지는 프랑
스의 조르쥬 멜리에스(Georges M li s)는 이미 1897년에 <아메리카의 의사
(Chirurgien Americain)>라는 SF영화를 만들었다. 이 2분짜리 필름은 우스꽝
스런 내용이지만 현대에 와서야 가능하게 된 신체 기관의 이식수술을 예견했
다는 점이 돋보인다. 주인공 의사에게 두 다리가 없는 걸인이 찾아온다. 그는
걸인에게 싱싱한(?) 다리를 달아주고는, 이왕이면 좀 더 좋은 일을 해주기 위
해 흉하게 생긴 머리와 몸통도 차례차례 잘라낸 뒤 멋진 인물의 것으로 바꿔
달아준다.
멜리에스는 또 같은 1897년에 <어릿광대와 꼭둑각시(Gugusse et
l'Automate)> 및 <뢴트겐 광선(Les Rayons Roentgen)>이라는 작품도 만들었
다. 앞의 것은 일종의 로봇을 묘사한 것이고 -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펙에 의해
'로봇'이란 말이 처음으로 탄생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 뒤의 일이다 - 뒤의
작품은 당시에 발견된 지 얼마 안 되었던 X선을 풍자한 것이다. 의사가 환자
의 요청에 따라 X선을 비춰주자 골격만이 드러나는데, 그 뼈대가 몸 밖으로
걸어나와 버리고 만다. 뼈없이 육체만 남은 환자는 힘없이 쓰러져버려서 치료
비 지불을 거절한다. 의사는 환자와 옥신각신 하다가 그만 X선 발생기가 폭발
하는 바람에 온 몸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신비스런 X선에
대해서 두려운 느낌을 떨치지 못했던 당시 사람들의 심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
다.
한편 <소시지 만들기>를 만들었던 영국의 조지 A.스미스도 1897년에 멜리에
스의 <뢴트겐 광선>보다 석 달 앞서서 1분짜리 란 작품을 만들었다.
1898년에는 멜리에스가 <달로 가는 여행(La Lune un M tre)>을 만들었다.
이 2분짜리 필름은 영화사상 최초로 우주여행을 암시하는 제목이 붙은 작품이
다.
멜리에스는 1899년에도 2편의 SF영화를 만들었다. <자정의 에피소드(Un Bon
Lit)>와 <현자의 돌(La Pierre Philosophale)>이 그것인데, 둘 다 길이는 1분
이다. <자정의 에피소드>는 영어판 제목으로서, 이 작품에는 영화사상 최초로
비정상적으로 커진 괴물곤충이 등장한다. <현자의 돌>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발견하려 애썼던 신비의 돌을 의미한다. 이 돌은 비금속을 황금으로 변화시킨
다고 여겨졌던 물질이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직접 연금술사 역을 맡아서
연기를 했다.
한편 1899년에 미국에서는 2분 길이의 이
발표되었다.
<1900-1901년>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897년의 <어릿광대와 꼭둑각시>에 이어 다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자동인형 코펠리아(Copp lia ou la Poup e Anim e)>를 1900년에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발명왕' 에디슨이 제작한 <푸줏간의 소동(Fun in a Butcher
Shop)>이 소개되었는데, 1897년에 나왔던 <소시지 기계>의 성공적인 반응에
고무되어 비슷한 아이디어를 1분짜리 필름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영국의 제임스 A.윌리엄슨(James A. Williamson)은 <불로장수약(The Elixir
of Life)>을 감독했다. 당시의 희극배우였던 샘 달튼(Sam Dalton)이 주연한
이 1분 길이의 영화는 늙은 노인이 불로장수약을 마시고 젊은이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제임스 윌리엄슨은 또한 <놀라운 발모제(The Marvellous Hair Restorer)>라
는 작품도 만들었다. <불로장수약>과 마찬가지로 샘 달튼이 주연했고 길이도
1분이었다.
영국에서는 또한 월터 R.부스(Walter R. Booth)가 <과성숙(過成熟)된 아이
(An Over-Incubated Baby)>를 발표했다. 어떤 여인이 쇠약한 조산아를 안고
한 교수를 찾아온다. 이 교수는 2년 동안의 성장과정을 단 2분 만에 이루게
해 주는 인큐베이터를 갖고 있다고 선전하는 사람이다. 이윽고 아이가 인큐베
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교수가 조작을 하는데, 그만 기계가 이상을 일으켜서
아이가 늙은 노인이 되어 나온다는 이야기다.
1900년에는 이상의 작품들 밖에도 미국과 프랑스에서 SF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들이 한두편씩 발표되었으나, 길이는 한결같이 2분을 넘어가는 것이 없었
다.
<1902년>
토마스 에디슨은 <20세기의 방랑아(The Twentieth Century Tramp)>라는 1분
짜리 필름을 만들었다. 1900년의 <푸줏간의 소동>과 마찬가지로 에드윈 S.포
터(Edwin S. Porter)가 감독을 했는데, 이즈음 포터는 에디슨의 회사에서 영
화 부문을 사실상 혼자 맡다시피 하고 있었다.
세계 SF영화사상 실질적으로 원년으로 꼽히는 해는 1902년이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멜리에스가 <달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이라는, 자그마치 21
분 길이의 대작(?)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비단 SF영화사적으로서만
커다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시까지의 세계영화사상 신기원을 이룩한
최대 걸작이었다. 기껏해야 2분을 넘지 못했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21분이
라는 기념비적인 러닝타임만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충분히 안고 있었지만,
내용이나 촬영기법 역시 여타의 필름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수준을 훨신 뛰어
넘었다. 멜리에스는 이미 그때까지 발표했던 소품들을 통해 '트릭 영화'의 대
가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자신의 모든 경험과 인력을 총동원하여 이 대작을
만들었다.
이 영화가 탄생된 배경은 SF문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는 문학 분야
에서도 SF장르가 초창기에 해당하던 시기로서, 프랑스의 주울 베르느와 영국
의 H.G.웰즈가 각각 이 분야의 대표적인 초기 걸작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멜
리에스의 <달여행>에 직접적인 모티브를 제공한 것은 1865년에 베르느가 발표
한 소설 <지구에서 달로>와 웰즈가 1901년에 발표한 <달세계 최초의 인간>이
었다. 지금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있지만, <달여행>에서 묘사된 우주여행 방법
은 거대한 대포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안에 사람들이 타고 있는 포탄이 박혀
서 달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영화사상 길이 전해지고 있는 유명한 장면이
다. 아무튼 이러한 방법으로 달에 도착한 사람들은 분화구 안으로 내려갔다가
달에 거주하는 종족에게 붙잡혀 그들의 왕에게 끌려가는데, 우여곡절끝에 탈
출에 성공하여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 1903년 >
1903년에 이루어진 SF영화의 대표적인 업적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10분 길이
의 <북극호(北極號) 항해기(The Voyage of the Arctic)>를 들 수 있다. 월터
R. 부스(Walter R. Booth)가 감독한 이 작품은 원래 C.J.컷클리페-하인
(C.J.Cutcliffe-Hyne)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그 작품에 등장하
는 케틀 선장(Captain Kettle)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케틀 선장역은 프레
드 파렌(Fred Farren)이 맡았는데, 그는 이미 같은 내용의 연극에서 케틀 선
장역을 연기했으며 그 때의 분장과 의상을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채택했다.
북극호의 선장실에 있던 케틀 선장 앞에 북극의 여왕 모습이 나타나더니 구
원을 요청하며 길을 알려준다. 그래서 그는 선원들을 이끌고 탐험길에 나섰다
가 도중에 거대한 바다뱀과 마주치지만, 케틀 선장은 권총으로 간단히 물리쳐
버린다. 마침내 그들은 북극의 빙원에서 얼음상(像)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악당 천재에 의해 꽁꽁 얼어버린 북극의 여왕이었다. 케틀 선장
이 그녀를 녹여주자, 하늘에 오로라가 펼쳐지더니 거대한 악당 천재의 모습으
로 변하면서 입김을 내뿜어 케틀 선장 일행을 꽁꽁 얼려버린다. 그들은 여왕
의 도움으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며, 그 뒤 계속해서 악당 천재와 대결을 벌
인 끝에 마침내 북극점을 정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는 '케틀 선장은 어떻게 북극점을 발견하게 되었나'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북극점이 실제로 정복된 것은 1909년 미국의 피어리가 최초라고
알려져 있다.
1903년에는 이 밖에도 프랑스와 영국에서 각각 1-2분 길이의 SF적인 영화가
제작되었다.
< 1904년 >
에디슨은 1901년에 만들었던 <푸줏간의 소동>을 좀 더 발전시켜서 4분 길이
의 <개 공장(Dog Factory)>을 발표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개를 집어
넣으면 소시지 두름이 되어나오는 기계가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에선 그 반대
의 과정도 가능한 것으로 묘사하였다. 피아노 크기의 기계에 '개 변환기'라는
큼직한 딱지가 붙어있고, 그 뒤엔 각각 '불독','세파트' 등등의 꼬리표가 붙
은 갖가지 크기의 소시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그 중에 하나를 기계에
집어넣자 반대편에서 살아있는 개가 나온다는 황당(?)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에디슨의 회사에서 영화 부문을 맡고 있던 에드윈 S.포터가 감독
했다.
프랑스에서는 <달여행>의 조르쥬 멜리에스가 각각 13분 및 25분 길이의, 당
시로서는 장편에 해당되는 영화를 두 편 선보였다. 앞의 것은 장거리 여행수
단으로 각광받게 될 자동차의 미래상을 예견한 <파리에서 몬테카를로까지 (Le
Raid Paris Monte Carlo en Deux Heures)>이고, 뒤의 것은 <달여행>만큼이
나 환상적인 모험극인 <불가능을 넘어선 모험(Voyage Travers
l'Impossible)>이다.
앞 영화의 주인공은 파리에 도착하여 매력적인 그곳 사람들과 사귀지만, 다
시 몬테카를로의 도박장으로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기차를 타고가면 17시간
이나 걸리기 때문에 그는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마침 그
때에 자동차 제조업자 한 사람이 나타나서, 자신이 만든 새로운 차를 타고 가
면 단지 세 시간 만에 몬테카를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제목에는 두
시간이라고 되어 있다.)
그들이 탄 차는 알프스의 산봉우리를 넘어가고 하늘을 날고 사람들을 치고
가기도 하면서 갖가지 소동을 일으킨 끝에 마침내 몬테카를로에 도착한다는
줄거리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시 벨기에의 레오폴드 국왕을 묘사한 것으
로 전해지고 있다.
<불가능을 넘어선 모험>은 처음에 발표되면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환상적
인 영화'라는 슬로건을 달고 등장했다. 또 이 영화를 수입한 영국의 흥행업자
는 마땅한 제목을 붙이지못해서 고민하다가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했는데, 나중에 당선된 제목은 <세상 휘젓기(Whirling the Worlds)>였다.
이 영화에서 멜리에스는 직접 주연배우로 연기했다. 기술자인 주인공은 기
차,자동차,비행선,잠수함 등으로 변환시켜 쓸 수 있는 전천후 탐험차량을 만
들어 길을 떠난다. 도중에 사고를 당해 몇 주 동안이나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는 등 험난한 여정을 이어나가다가 알프스의 융프라우 산에서 하늘로 날아
오른다. 그들은 그렇게해서 우주공간까지 계속 비행하다가 그만 태양과 충돌
해버리고 만다. <달여행>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태양 역시 익살스
런 표정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데, 이번에는 눈이 아니라 입에 착륙하게 된다.
그들은 태양의 열기를 피해서 풍비박산이 나버린 탐험차량 안의 얼음상자로
피했다가, 잠수함 부분을 우주로 발사시켜 간신히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
야기이다.
당시 이 영화는 대단한 인기를 끌어 관객들의 열화같은 성원이 쏟아졌으며,
그 결과 뒷 부분에 몇 장면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상영 시간이
30분으로 늘어났는데, 당시로서는 기념비적인 길이였다.
이상의 두 영화는 이전의 <달여행>도 마찬가지지만, 환상적인 배경 장면은
모두 그림이었다. 멜리에스는 이처럼 환상적인 배경 그림을 천재적으로 구사
하는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던 것이다.
< 1905년 >
1905년에는 스페인에서 SF적인 내용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전기 호텔(El
Hotel Electrico)>이 바로 그것인데, 미래의 호텔을 묘사한 이 영화의 최초
제작에 얽힌 이야기에는 약간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원래 제작년도는 1905년
으로 알려져있지만, 영어권 언론매체들에서는 1908년 이후부터 소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자료에서는 미국 사람이 미국에서 감독한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전기 호텔>은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세군도 데
초몬(Segundo de Chomon:1871-1929)이 만든 것으로서, 그는 1907년에 파리에
서도 비슷한 영화를 만든 적이 있기 때문에 이 두 작품에 대한 자료가 나중에
혼선을 빚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호텔, 투숙객은 단추만 누르면 어떤 서비스든지 원하는대로 받을 수
있다. 목욕이나 면도까지도 단추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척척 해준다. 그러
나 나중에는 중앙통제장치에 고장이 나서 한바탕 우스꽝스런 법석이 벌어진다
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의 길이는 8분 정도이며, '누구든 반드시 진보(進步)의 대가는 치러
야만 한다'는 교훈을 담은 것으로 평해진다.
1905년에는 또한 너무나도 유명한 주울 베르느의 걸작 <해저 2만리(Twenty
Thousand Leagues Under the Sea)>가 최초로 영화화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
영화는 현재까지 일종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는데, 프랑스 배급업자에 의해 영
국에서 최초로 공개되었지만 제작은 미국회사인 <바이오그래프(Biograph)>가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오그래프사의 기록에는 이 작품이 올라가 있지
않다고 한다.
이 영화의 내용은 베르느의 원작과는 꽤 달라서 주인공의 이름은 네모가 아
니라 샘 웰러 선장이며, 거대한 바다 괴물이나 바다의 신 넵튠이 나오는 등
과학적 논리에 충실하기보다는 환상에 가까운 작품이다. 18분 길이이며, 감독
이나 주연배우 등이 누구였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 1906년 >
1906년에 발표된 영화들 중에서 SF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6편 정도이며 그 밖에 프랑스에서도 2편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3분 길이의 <환상의 비행선(Le Dirigeable
Fantastique)>을 만들었다.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여행까지 가능한 비행
선을 묘사한 작품이다.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긴 것은 <인형제작자의 딸(The Doll Maker's
Daughter)>로서 길이가 10분이다. 1900년에 프랑스의 멜리에스가 <자동인형
코펠리아>를 발표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자, 그와 비슷하게 일종의 로봇을
등장시킨 내용이다. 자동인형 제작자의 딸은 어느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
과 마주치는데, 물론 그건 그녀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인
형과 똑같은 옷을 입고는 몰래 인형을 보관해두었던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인형 대신 왕궁으로 팔려갔다가 나중에 진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
져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는 줄거리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로봇과 인간이 혼
동을 일으킨다는 발상은 그 뒤로도 수 십 년에 걸쳐 여러번 채택되었던 아이
디어이다.
이 밖에도 영국에서 제작된 영화로는, 시계바늘을 빨리 돌아가게 해서 시간
이 흐르는 속도를 높인다는 내용의 <시간이 빨리 가게 하는 방법(How to Make
Time Fly)>, 전천후 만능 자동차를 묘사한 <현대의 해적(The Modern Pirate
s)>,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려 하늘을 나는 비행선을 등장시킨 <공중 탈출
(Rescued in Mid-Air)>등이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SF영화사상 아마도 가장 환상적(?)인 우주여행 수단을
등장시킨 작품이 발표되었다. <별나라 여행(Voyage Autour d'une Etoile)>에
서는 늙은 천문학자가 평생동안 동경하던 어떤 별로 여행하기위해 달밤에 거
대한 비누거품을 타고 우주공간으로 날아간다.
< 1907년 >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907년에도 두 편의 SF영화를 선보였다. 주울 베르느
의 <해저 2만리>를 각색한 <바다의 악몽(Deux Cent Milles Lieues sous les
Mers ou le Cauchemar d'un P cheur)>과 영국까지 해저터널을 뚫는다는 내용
의 <영불해저터널(Le Tunnel sous La Manche)>이 그것이다. 각각 18분 및 20
분 길이였다.
미국에서는 인간의 신체 개량을 묘사한 <스키넘 박사(Dr Skinum)>, <발모제
(Hair Restorer)> 등의 작품이 제작되었으며, 그 밖에 당시 재능있는 만화가
였던 J.스튜어트 블랙튼(J.Stuart Blackton)이 뉴욕에서 공동설립한 합작회사
<바이타그래프(Vitagraph)>에서도 SF적인 영화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액체
전기(Liquid Electricity)>는 바이타그래프에서 제작한 최초의 SF로서, 사람
에게 뿌리면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액체를 묘사한 것이다. 또 미국 영화 최초
로 로봇을 등장시킨 <기계인형(The Mechanical Statue and the Ingenious
Servant)>, 자기력을 이용해 힘든 노동을 편하게 한다는 <손쉬운 노동(Work
Made Easy)> 역시 바이타그래프의 J.스튜어트 블랙튼이 제작,감독한 것이다.
당시의 대중들에겐 여전히 신비로운 대상이었던 전기(電氣)를 다룬 <전기
벨트(La Ceinture Electrique)>, 이미 단골 메뉴로 자리잡은 대머리 치료 발
모제 이야기인 <기적의 로션(La Lotion Miraculeuse)> 등은 프랑스에서 제작
된 작품이다.
< 1908년 >
만화가 J.스튜어트 블랙튼이 있는 미국의 바이타그래프사는 트릭을 이용한
특수효과와 환상적인 배경 그림들을 이용해 SF영화들을 전문적으로 제작해나
가기 시작했다. '다가올 세기(世紀)에 새로이 등장할 비행수단을 예측'하여
<비행선(The Airship)>이라는 7분 길이의 작품도 발표했고, 1907년에 이어 역
시 액체 전기를 묘사한 영화 <갈바니 전기액체(Galvanic Fluid)>도 만들었다.
갈바니는 개구리를 해부하다가 생체 전기를 발견했던 18세기 이태리의 과학자
이다.
1905년에 스페인에서 <전기 호텔>을 만들었던 세군도 데 초몬은 프랑스로
와서 자기력을 제재로 삼은 <자기요리(磁氣料理)(La Cuisine Magn tique)>와
<목성 여행 (Voyage la Plan te Jupiter)>을 만들었다.
한편 1908년은 이중인격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걸작 <지킬 박사
와 하이드씨(Dr Jekyll and Mr Hyde)>가 최초로 영화화된 해이다. 원작이
1886년에 발표되어 대중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은 뒤 연극으로는 수없이 많
이 공연되었지만, 영화는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윌리엄 N.셀릭
(William N. Selig)이 제작한 이 작품은 16분 길이였으며 원래 연극으로 각색
된 대본 하나를 바탕삼아 4막으로 구성되었다. 실제로 연극무대 장면이 촬영
되었고 막이 바뀔때마다 커튼이 오르락내리락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10년 전 H.G.웰즈가 출간한 <투명인간>에서 영감을 받은
<투명 액체(The Invisible Fluid)>도 발표되었다. 물체에다 뿌리면 10분 동안
모습이 사라져버리는 신비의 액체를 발견한 과학자가 등장한다.
영국에서는 <월인(月人), 신부감을 구하다(When the Man in the Moon Seeks
a Wife)>라는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국의 영화들 중에서 최초로 외
계인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일컬어진다. 또 반중력(反重力)을 다룬 <교수의 반
중력 액체(The Professor's Anti-Gravitational Fluid)>도 영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영화에는 제목과는 달리 반중력을 일으키는 가루약이 나온다. 교
수가 자신의 발명품을 식탁의 달걀에다 뿌리자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데, 그
광경을 훔쳐 본 어떤 소년이 그 가루를 훔쳐간다.
프랑스에서는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풍자한 영화도
만들어졌다. <박사의 실험(The Doctor's Experiment)>에서는 진화가 거꾸로
일어나 사람이 원숭이로 퇴화된다. 또 멜리에스는 일종의 TV를 예견한 <전기
사진기(La Photographie Electrique Distance)>를 제작,감독했다.
이상의 작품들 밖에도 로봇을 묘사한 <살아 움직이는 인형(An Animated
Doll)>이 - '로봇'이란 말이 탄생하려면 아직 10년 이상 남아있던 시대이다 -
미국에서, 비행기를 연구하던 어느 학자가 낮잠자다가 꾸는 꿈을 그린 <나르
는 법을 배운 사나이(The Man Who Learned to Fly)>가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 1909년 >
1909년에 각국에서 발표된 영화들 중 SF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30편이
훨씬 넘는데, 그 대부분이 프랑스와 영국에서 발표된 것이다. 이 즈음엔 이미
SF영화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몇 가지 제재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투명
인간, 비행선, 로봇, 불로불사약, 미래의 전쟁 등이 주요 테마로 채택되고 있
었다.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은 7분 길이의 <놀라운 전자석(The Wonderful
Electro-Magnet)>을 만들었다. 금속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끌어당기는 전자
석이 등장한다.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비만증의 새로운 치료법을 묘사한 <환상의 수치료(水
治療)(Hydroth rapie Fantastique)>를 제작,감독,주연했다. 또 프랑스에서 계
속 활동하고 있던 스페인 출신의 세군도 데 초몬도 <달여행(Voyage dans la
Lune)>과 <지저여행(Voyage au Centre de la Terre)>을 만들었다. 뒤의 작품
은 지저여행을 다룬 최초의 영화이다.
미래의 일상생활을 묘사하려고 시도했던 최초의 영화 <다음 세기의 생활
(Life in the Next Century)>도 프랑스 작품이다. 100년 뒤인 서기 2010년의
미래상이 5분 동안 펼쳐지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난 미래의 인간은 단추
만 눌러댄다. 그러면 식사부터 출근까지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다. 그러나 작품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모든 자동화 기구들을 집어던져 버린
다. 모든 것이 자동화된 생활에는 더 이상 낙이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메시
지였다.
미국의 셀릭은 1908년에 이어 또 하나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영화인 <현
대의 지킬박사(A Modern Dr Jekyll)>를 만들었다.
영국에서는 당시의 불안한 국제 정세가 반영된 미래 전쟁 영화가 여러 편
제작되었다. <침략받은 영국(England Invaded)>,<침입자(The Invaders)>,<침
략의 가능성들(Invasion:Its Possibilities)>등이 그것이다.
독일에서는 지진이 엄습하기 5분 전에 경보를 울려주는 장치가 등장하는
<지진경보기(The Earthquake Alarum)>가 만들어졌고, 덴마크에서도 대머리를
치료하는 발모제 이야기인 <놀라운 발모제(Den Vidunderlige Haarelixir)>가
제작되었다.
< 1910년 >
SF영화의 계보는 SF문학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영화와 마찬가지
로 문학에서도 'SF'가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로서 구체화된 것은 1920년대 이
후의 일이다. 그러나 SF문학의 경우는 초창기에 메리 셸리나 H.G.웰즈, 에드
가 알란 포우 등 탁월한 작가들이 문학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걸작들을 남긴
반면, 초기의 SF영화는 트릭이나 특수효과, 분장 등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
는 눈요기거리로서 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물론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아직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10년도에는 많은 평론가들이 '최초의 SF소설'로 꼽기도 하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이 처음으로 영화로 제작되었다. 제작자는 '발
명왕'에디슨이었다. 1818년에 원작소설이 처음 발표된 뒤 90여년만의 일로서,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켄슈타인>은 그 이후 수많은 영화들의 직접적인 소
재로 채택되었다.
이 최초의 <프랑켄슈타인> 영화는 16분 길이였는데, 원작을 요약했다기보다
는 나름대로 독특한 재해석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프랑
켄슈타인은 죽은 시체를 되살린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합성된 괴물이다.
멜리에스의 <달여행> 이후 주목할만한 SF영화를 꾸준히 제작해온 프랑스에
서는 1910년도에도 7편 가량의 새 작품을 선보였는데, 다음에 그 중의 몇 편
을 간단히 소개한다.
<비행기 기술자의 비밀(The Aeroplanist's Secret)>은 획기적인 고성능 비
행기를 발명한 어떤 기술자의 이야기다. 그는 동료기술자가 개발한 초경량엔
진을 얻으려다 거절당하자, 그 동료의 아내를 협박하여 엔진 설계도를 훔쳐오
도록 한다. 그러나 그녀는 설계도를 건네주기 직전 도면의 일부를 고쳐놓고,
그 결과 기술자는 성공적으로 비행기를 이륙시켰다가 갑자기 추락하여 죽어버
리고 만다는 이야기다.
<비행기를 탄 도둑(Burglary by Airship)>은 당시의 최첨단 도둑 이야기다.
주인공은 밑바닥에 커다란 자석을 단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여자가 자고 있
는 철제 침대나 금고, 길 가는 자전거등을 마구 끌어당기며, 심지어는 철물점
하나를 통째로 잡아올리기도 한다.
<스미스 박사의 자동인형(Dr Smith's automaton)>은 로봇이 주제이다. 물론
아직은 '로봇'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이므로 '로봇'이라는 말은 원작의 어디
에도 나오지 않는다. 당시의 평자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에다 '빳빳한 삼베와
용수철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스미스 박사가 만든 자동인형을
그의 아들이 부주의하게 작동을 시켜버리고 마는데, 그 인형은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을 볼링핀처럼 마구 넘어뜨리며 거침없이 전진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그것을 멈추게 한 것은 높다란 벽이었다.
<미래의 경찰(The Police of the Future)>은 미래의 경찰들이 공중에서 치
안 감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펴고 있다. 경찰 비행기는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적발된 범죄자들을 모두 집어 올린 뒤(그 중에는 소시지
를 훔치던 개도 들어 있다), 하루동안 잡아들인 범죄자 보따리를 경찰서 지붕
에 있는 거대한 깔때기로 쏟아붓는다는 내용이다.
이상의 작품들은 현재 제작자나 감독이 누구였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편 덴마크에서는 이미 각국에서 여러차례 영화로 만들었던 스티븐슨의 원
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en Skaebnesv Angre Opfindelse)>가 제작되었
다. 1908년에 미국에서 만들어졌던 최초 영화판은 대부분 당시 공연되던 연극
의 구성을 차용한 반면, 이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다는 평을 들었다.
지킬 박사 이야기는 영국에서도 만들어졌다. <인간의 이중성(The Duality
of Man)>이 그것으로, 당시 H.B.어빙(H.B.Irving)에 의해 연극무대에 올려지
던 로맨틱한 내용을 9분 길이의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지킬
박사는 흉폭한 하이드씨로 변신한 상태에서 장차 장인이 될 사람을 애인의 눈
앞에서 죽여버린 뒤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1910년은 76년을 주기로 지구에 접근하는 핼리혜성이 나타난 해였다. 당시
서구에 인류 멸망의 종말론을 광범위하게 퍼뜨리기도 했던 이 장대한 천문학
적 이벤트는 물론 영화제작자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소재였다. 미국에서 11분
길이의 <혜성(The Comet)>이라는 작품이 발표된 것이다. 이 작품은 핼리 혜성
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충돌한다는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를 다루었는데, 아
닌게아니라 지구는 1910년에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을 실제로 통과하였다. 그
러나 우주공간은 절대진공상태라서 상대적으로 물질의 밀도가 높은 핼리 혜성
의 꼬리 부분이 흐릿하게 드러난 것일 뿐이며, 지구가 그 속으로 통과하더라
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핼리 혜성의 꼬리 부분에 들어가
면 독가스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한편 이태리 최초의 우주여행 영화도 이 해에 발표되었다. 15분 길이의 <월
면 결혼식(Un Matrimonio Interplanetario)>은 SF와 로맨스가 멋지게 결합된
한 편의 환상극으로서, 엔리코 노벨리(Enrico Novelli)가 각본 및 감독을 맡
았다. 주인공 알도비노는 사랑에 굶주린 천문학자인데,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
찰하다가 화성의 천문학자 딸인 얄라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무선통신으
로 밀어를 주고 받은 끝에 결혼하기로 약속하며, 얄라의 아버지도 1년 뒤 달
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조건으로 두 사람의 결합을 허락해준다. 그리하여 그들
은 마침내 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글자 그대로 '허니문(honeymoon)'을 즐긴
다는 내용이다.
< 1911년 >
영국의 월터 R.부스(Walter R. Booth)는 비행(飛行)을 다룬 작품을 세 편
연작으로 발표했는데, 1909년에 만든 <비행선 파괴자(The Airship
Destroyer)>와 1910년의 <공중 잠수함(The Aerial Submarine)>, 그리고 1911
년의 <공중의 무정부주의자(The Aerial Anarchists)>가 그것이다. 세 편 모두
월터 부스가 각본 및 감독을 맡았으며, 제작자는 찰스 어반(Charles Urban)이
다.
<공중의 무정부주의자>는 외딴 오두막에서 무정부주의자들이 비행기를 만들
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다음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여 목표 지
점인 런던으로 향한다. 런던의 군사 요새와 철교, 성 바오로 대성당 등이 그
들이 투하한 폭탄에 의해 박살이 나고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한다. 어떤 교회
가 그들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자, 결혼식을 올리던 신랑은 차에 올라타 피
신한 다음 자신의 비행기를 이륙시켜 공중의 무정부주의자들과 한바탕 공중전
을 벌인다. 11분 길이이다.
월터 부스는 이 밖에 일종의 로봇을 등장시킨 <자동 운전사(The Automatic
Motorist)>도 1911년에 발표했다. <공중 잠수함>,<공중의 무정부주의자>와 마
찬가지로 찰스 어반 제작에 해롤드 바스틱(Harold Bastick)이 촬영을 맡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에서는 오펜바하의 오페라 일부를 각색한 <호프만의 이야
기(Hoffmanns Erzaehlungen)>가 만들어졌는데, 출연배우들은 당시 빈의 연극
무대에서 공연되던 같은 작품의 오페라 출연진들이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
야기>는 원래 환상과 괴기가 어우러진 작풍을 지녔던 다재다능한 독일 소설가
호프만의 원작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영화의 제작/각본/감독자인
안톤 콜름(Anton Kolm)을 비롯한 감독들은(4인이 공동으로 감독한 작품이었
다) 중산층의 예술적 관심을 영화로 끌어모으기 위해 아트필름 운동을 전개하
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 헝가리는 독립국으로
존재하지 않았고 오스트리아와 공동제국(共同帝國)을 이루고 있었다.)
1915년에 <국가의 탄생(Birth of a Nation)을 발표하여 세계영화사상 지대
한 영향을 끼쳤던 미국의 D.W.그리피스(D.W.Griffith)는 1911년에 <발명가의
비밀(The Inventor's Secret)>이라는 8분 길이의 SF영화를 발표한 바 있다.
원래 그는 떠돌이 유랑극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에디슨 영화회사에 들어가서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감독이 된 인물로, 1920년대가 되기도 전에 이
미 450편 가까운 작품을 감독하여 영화산업 초창기의 대표적인 다작 감독중
하나로 꼽힌다. <발명가의 비밀>은 로봇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서, 소녀 로봇
이 실종된 인간 소녀와 혼동된다는 내용이다.
1911년에는 이 밖에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SF적인 내용의 영화들이 여러편
만들어졌다.
< 1912년 >
프랑스의 멜리에스는 1912년에 또다시 33분 길이의 대작을 발표했다. <극지
정복(A la Conqu te du p le)>은 멜리에스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긴 환상모험
극으로서 제작,각본,감독,세트설계,연기 등을 혼자서 떠맡곤 하던 그의 성격
이 그대로 반영된 대표적인 작품들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 즈음 영화관객들
은 이미 이런 류의 작품에 더이상 신선한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 수입된 카우보이와 인디언 액션영화를 더 선호하고 있었다. 또 그가
장기로 삼던 거대한 세트와 트릭 촬영도 미국의 그린피스가 발전시킨 연출 및
편집 기법의 효과에 맞서기에는 뒤떨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개인적인 기술자
기질을 계속 고집했던 그는 결국 점점 명성을 잃어갔고, 말년에는 빈곤에 시
달리다 1938년에 77세로 작고했다.
<극지정복>은 영국,미국,독일,스페인,중국,일본 등 6개국에서 온 과학자들
이 국제탐사대를 이루어 북극을 정복한다는 내용이다.
에디슨 영화회사에서는 <브럼튼-와트 박사의 연령(年齡)조절기 (Dr
Brompton-Watts' Age-Adjuster)>, <아줌마 얼리기(Freezing Auntie)>, <패트
릭은 어떻게 해서 천리안이 되었나 (How Patrick's Eyes Were Opened)> 등 세
편의 SF영화를 선보였다.
<브럼튼-와트 박사의 연령조절기>는 당시에 이미 많은 영화제작자들이 즐겨
채택하던 회춘(回春) 이야기다. 노부부가 브럼튼 박사를 찾아와 젊어지는 약
을 원한다. 먼저 남편이 약을 마시는데 양이 과다해서 그만 갓난아이로 변해
버리고 만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장면으로, 갓난아이가 남은 약을 마저
마셔버리자 원숭이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다윈의 진화론이 옳다는 증
거가 나타난 장면으로 묘사되고 있다. 박사가 원숭이에게 다른 약을 먹여서
마침내 그는 원래의 노인 모습으로 돌아오며,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
켜보았던 부인은 그냥 노인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이다.
<아줌마 얼리기>는 첨단 냉동기술로 벌어지는 소동을 영화로 구성한 것이
다. 육류(肉類) 등을 냉동시켜서 장거리 수송하는 방법은 19세기 말부터 널리
사용되었으며, 오늘날과 같은 급속냉동법은 2차 대전때에 개발된 것이다. <아
줌마 얼리기>는 지독한 공처가 남편이 호주에서 새로운 냉동기술법을 배워 온
조카와 작당해서 마누라를 꽁꽁 얼려버린다는 줄거리다. 두 남자는 성공적으
로 일을 마친 뒤 희희낙낙해서 축배를 들지만, 그 사이에 위기를 넘긴 여자가
다시 나타나 유령인 것처럼 위협하자 무릎을 꿇고 싹싹 빈다.
<패트릭은 어떻게 해서 천리안이 되었나>는 화상(畵像) 전화의 개념이 등장
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어떤 부자가 새로 개발된 기구의 광고를 보고 견본
을 요청한다. 그 장치는 전화기에 부착시키면 통화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여
주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부자는 이 장치로 댄스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숙녀
에게 전화를 했다가, 그녀가 트럼프 사기꾼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곤 당장 그
장치를 구입하여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다.
이상의 세 작품은 모두 길이가 5-1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다.
한편 영국에서는 H.V.로레이(H.V.Lawley)가 제작하고 퍼시 스토우(Percy
Stow)가 감독한 <전기의족(電氣義足)>이라는 8분 길이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또 미국에서는 루시어스 헨더슨(Lucius Henderson) 감독의 <지킬 박사와 하이
드씨(Dr Jekyll and Mr Hyde)>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15분 길이이다.
< 1913년 >
1913년에 제작된 SF영화는 단지 두 편만이 기록에 남아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각각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국에서 제작된 60분 길이의 <화성에서 온 메시지(A Message from Mars)>
는 원래 연극으로 공연되던 작품인데, 이것은 근현대에 들어서 극장 무대에
올려진 사실상 최초의 SF연극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 <화성에서 온 메시지>
에는 원작 연극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했으며, 줄거리도 연극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 화성인이 지구에 와서 못된 심성을 지닌 사나이를 교화시킨다는, 종
교적인 분위기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각본 및 감독은 J.월렛 월러(J. Wallet
Waller), 제작자는 니콜슨 옴스비-스콧(Nicholson Ormsby-Scott)이다. 이 작
품은 1921년에 미국에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허버트 브레논(Herbert Brenon) 감독에 의해 30분 길이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r Jekyll and Mr Hyde)>가 만들어졌다. 이 즈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이야기는 이미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테마가 되어 새삼스레 줄거리
를 광고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에 이 작품은 주연배우 킹 바곳(King
Baggott)의 탁월한 이중연기가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선한 의사와 악
마의 심성을 지닌 괴한의 연기를 적절하게 소화해내었다. (1912년에 제작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두 사람의 배우가 각각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연기했다.)
이 작품은 원작소설의 줄거리를 충실하게 따랐지만, 몇몇 장면은 독창적으
로 삽입되었다. 시작 부분에서는 런던 빈민가에서 무료로 의술을 베푸는 지킬
박사의 모습이 등장하며, 나중에 하이드씨가 죽는 과정도 원작과 좀 다르다.
< 1914년 >
1914년에 접어들면 40분 이상의 길이를 가진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며, 심지
어는 70분 길이의 장편까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0분 미만의
소품들도 여전히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영국의 로렌스 코웬(Laurence Cowen)이 각본, 감독을 맡고 버트램 벌리
(Bertram Burleigh)가 주연한 <깨어나라!(Wake Up!)>는, 당시 영국사회에 팽
배해있던 유럽 제국(諸國)으로부터의 침략 위협을 일깨운 수많은 영화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제 1 차 세계대전은 발발
하고 말았다.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를 다룬 내용이며 70분 길이이다.
<영국의 골치거리(England's Menace)> 역시 임박한 전쟁의 위험을 다룬 40
분 길이의 작품이며, <만약 영국이 침략당한다면(If England Were Invaded)>
도 제목 그대로 미래의 전쟁을 그린 45분 길이의 영화이다. 물론 이 두 편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독일에서는 유태인들 사이에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살아있는 진흙인형
골렘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영화가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프랑켄슈타인>이
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골렘도 이후 수많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
게 된다. <골렘(Der Golem)>은 1580년대에 프라하에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는
진흙인형을 타이틀로 삼은 55분 길이의 장편영화로서, 하인리히 갈레엔
(Heinrich Galeen)이 감독을 맡았다. 공사장 인부들이 어느 유태교회의 폐허
에서 커다란 진흙인형을 발굴해낸다. 그들은 그것을 골동품 업자에게 팔아넘
기고, 그 골동품상은 인형을 되살려내어 하인으로 부린다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정확히 100년 뒤의 세상을 예언한 <서기 2014년(In the Year
2014)>이 제작되었다. 10분 길이의 소품이었는데, 이미 1911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바 있는 <1백년 뒤(One Hundred Years After)>와 매우 유사하여 이
작품의 리메이크로 간주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여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사업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
다는 묘사이다. 참고로, 민주적인 선거제도 발전의 모델로 꼽히는 영국에서도
결혼한 여자가 남성과 동등한 보통선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1928년부터의
일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당시로부터 36년 뒤인 1950년대의 미래상을 그린 영화 <바
람둥이 퍼시 핌퍼니켈(Percy Pimpernickel, Soubrette)>도 만들어졌다. 이 영
화에서 펼쳐지는 미래상의 특징은 여권(女權)의 신장(伸張) 정도가 아니라 오
히려 남녀의 위상이 역전된 듯한 사회 모습인데, 이는 당시에 일기 시작한 여
성참정권의 인정 경향을 비꼬았던 것으로 평해지고 있다.
< 1915-1919년 >
1915년에 미국에서 제작된 <영혼이 없는 생명(Life Without Soul)>은 메리
셸리의 유명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최초로 본격적인 장편영화로 만든 것이
다. 이 작품은 70분 길이로서, 1910년에 에디슨이 만들었던 최초의 <프랑켄슈
타인> 영화가 단지 16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이 영화는 플로리다, 조지아, 아리조나 및 뉴욕, 대서양 등지를 옮겨다니며
촬영하는 등 스펙타클한 영상이 많이 삽입되었으며, 타이틀롤도 분장에 의한
눈요기거리이기보다는 섬세한 연기에 중심을 둔 수작이었다.
<모리스 도넬리의 생환(The Return of Maurice Donnelly)>은 사형제도를 반
대하는 선전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한 사나이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기의자에서 처형되지만, 때마침 발명된 특수한 기계에 의해 생명이 저
장되었다가 되살아나 누명도 벗고 아내와 행복한 재회를 한다는 내용이다. 40
분 길이의 이 영화는 당시 상업적인 흥행도 되었지만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사
람들에 의해 홍보영화로 널리 이용되었다.
이 영화를 만들었던 <브로드웨이 스타(Broadway Star)>회사는 그 밖에 1차
대전에서의 군비 경쟁을 풍자한 40분 길이의 <화성의 앞잡이(Pawns of Mars)>
라는 작품도 제작했다. 둘 다 1915년에 발표된 것이다.
<국가의 탄생>으로 세계영화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미국의 D.W.그리피스
감독은 1916년에 75분 길이의 본격 장편영화 <나르는 어뢰(The Flying
Torpedo)>를 제작했다. 적의 비행기를 격추하는 유도미사일은 1909년에 만들
어진 월터 부스의 영화 <비행선 파괴자>에서 처음으로 예언되었는데, 그리피
스는 이 개념에다 그동안 발달한 영화제작기술을 총동원하여 걸작 장편으로
재창조했다. 소설가인 에머슨은 친구의 무선 유도미사일 발명작업을 재정적으
로 후원해주지만, 첫 시제품이 완성되자마자 적국의 스파이에게 강탈당하고
만다. 에머슨은 하녀 러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 추적 끝에 미사일을 되찾
는데 성공한다. 곧이어 아시아의 '황인종 군대'가 미국 서해안을 침공해오지
만, 이 미사일 덕분에 격퇴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예측은 나중에 2차 대
전이 발발하면서 실제로 들어맞고 말았다. 독일군이 V-2 로켓을 만들어 영국
본토를 공습했으며,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했던 것이다.
1917년에 덴마크에서 만들어진 97분 길이의 <우주선(Himmelskibet)>은 SF영
화사상 최초의 우주모험활극, 또는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일컬어
진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SF의 하위 장르중 하나로서, 글자 그대로 광활한 우
주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며 신나는 모험과 사랑과 낭만을 펼치는 내용의 오
락 활극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스타 워즈(Star Wars)>는 가장 대표적인 스페
이스 오페라로 꼽을 수 있다.
헝가리에선 1918년에 <마음을 읽는 기계(Leleklato Sugar)>가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는 이 영화를 끝으로 1969년이 될 때까지 SF영화가
제작되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프리츠 랑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1919년에 제작된 <거미(Die
Spinnen)>는, 1981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를 발표할 때까지 영화사상 가장 탁월한 모험극으로 꼽히기도 했던 걸작
이다. 원래는 4부작으로 계획되었으나 실제로는 제 1부와 2부만 제작되었다.
각각 80분과 97분 길이이다. 스펙타클한 장관과 예측을 불허하는 돌발상황들
로 가득찬 이 작품은 당시 흥행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으나 3,4부는 각본
만 완성된 채 촬영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 1920-1929년 >
1920년대는 영화사에서 SF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뚜렷하게 자리매김된
시기로 간주된다. 그리고 SF영화안에서 유럽과 미국의 차이점이 어느정도 드
러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등 유럽 각국
의 작품들은 SF의 풍부한 가능성을 다양한 형태로 구현시킨 반면에, 미국은
물론 예외는 있었지만 대체로 액션과 멜로드라마로서의 SF를 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전 시대부터 꾸준히 영화로 제작되었던 단골 테마들은 1920년대에도 변함
없이 채택되었다. 1920년엔 미국에서만도 두 편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제작되었으며, 유태인들에게서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살아있는 인형 <골렘:
그것은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Der Golem:Wie Er in die Welt Kam)>도 독일에
서 다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숱한 <골렘>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빼어난 수
작으로 꼽히는데, 파울 베게너가 각본과 감독, 주연을 맡았다. 그는 1914년에
만들어진 <골렘>에서도 주연을 맡은 바 있다.
<메트로폴리스>로 SF는 물론 세계영화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독일의 프리
츠 랑 감독은 역시 그의 유명한 연작물인 <마부제 박사(Dr Mabuse)> 시리즈의
첫 작품을 1922년에 처음 선보였다. <도박사 마부제 박사(Dr Mabuse,der
Spieler)>가 바로 그것이다. 이 연작물은 1930년대를 거쳐 1960년대까지 이어
졌다. 이 작품은 당시의 혼란스런 사상적,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일종의 어두운
유토피아를 묘사한 것으로 평가되며, 천재 악당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마부제
박사는 영화의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하나의 '문화적 개념'의 지위까지 획득했
다. 이를테면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1924년에 러시아에서는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앨리타:
로봇들의 반란(Aelita:The Revolt of the Robots)>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무성영화시대의 SF중에서는 최고 걸작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특히 미래를 묘
사한 세트 디자인은 이후의 SF영화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1920년대의 업적이 프리츠 랑(Fritz Lang)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라
는데에는 평자들간에도 거의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26년에 발표된 오리지날
러닝타임 182분의 이 대작은 1968년에 스탠리 큐브릭이 <2001:우주의 오디세
이>를 발표할 때까지는 SF로서 비견할만한 작품이 없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우선 제작규모면에서 전례없는 초대작이었다. 세 시간이 넘는 러
닝타임은 물론이고, 촬영 작업도 당시 대부분의 영화들이 몇 주만에 끝냈던
것에 비해 무려 16개월간이나 소요되었다. 출연자가 37,383명에 달했고 제작
비는 7백만 마르크를 상회했다. 이 때문에 제작사인 UFA는 파산 위기에 몰렸
다가 나중에 다른 회사에 합병되고 말았을 정도였다.
자본가와 노동계급의 갈등을 '사랑'이라는 매개물로 해소한다는, 다소 나이
브한 결말로 맺어지는 흠 때문에 H.G.웰즈 같은 사람들은 이 작품에 '가장 바
보같은 영화'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프리츠 랑 자신도 1959년에 '나는 <메
트로폴리스>를 싫어한다. 결말이 그렇게 된 것은 잘못이었다. 만든 당시부터
그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메트로폴리스>는 1984년에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한 조르지오 모로더
가 판권을 사들여 색채와 음악을 입히고 83분 길이로 재편집하여 새롭게 내놓
았다. 이 편집판은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미국의 컬럼비아사가 1928년에 제작한 <배상금(Ransom)>은 과학기술 발전의
부정적인 영향, 특히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의 파국적인 결과에 대해
고찰한 초창기의 얼마 안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는 치명적인
신경가스의 발명자를 등장시켜 화학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73분 길이
이다.
한편 1929년에 영국에서는 <메트로폴리스>를 본딴 <대역죄(High Treason)>
를 내놓았으나, 여러 면에서 졸작이라는 평을 받았을 뿐이다.
< 1930-1939년 >
1930년대는 SF문학이나 SF영화 모두 혼란스런 시기였다. SF문학은 통속적인
오락활극이거나 아니면 계몽적인 미래 예측의 내용 위주로 '펄프 매거진(pulp
magazine)'이라 불리던 싸구려 잡지들에 소개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
데에도 질적으로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어 사회 의식의 반영 등 예술미학적인
성취를 다져나간 반면, SF영화는 별다른 조짐이 없이 그저 오락물로서의 성격
이 강조되던 때였다. 그런 까닭인지 1930년대의 SF영화는 광기에 찬 천재 과
학자나 만화의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1930년에 <폭스>사가 제작한 <그냥 상상해보라(Just Imagine)>는 원래 뮤지
컬로 만들어졌던 영화인데, 이 작품은 25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1980년대의
뉴욕 모형이 유명하다. <메트로폴리스>의 세트에 비견되곤 하는 이 모형은 매
우 정교하고 사실적이라 현대 뉴욕의 모습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톰 소여의 모험 >등을 발표하여 미국의 국민 작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
은, 시간여행을 다룬 SF소설의 효시으로 꼽히는 장편 <아더 왕궁의 코네티컷
양키>를 남긴 바 있다. 이 소설은 H.G.웰즈의 <타임머신(1895)>보다 몇 년 앞
선 1889년에 발표된 것이다. 19세기말의 미국 기술자가 어느날 갑자기 고대
영국의 아더왕 시대에 떨어져 온갖 모험을 겪는다는 이야기인데, 원래는 날카
로운 사회 비판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31년에 <코네티
컷 양키(A Connecticut Yankee)>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앞서 1921
년에도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1931년 판은 97분의 길이에 소리도
녹음이 된 본격 장편영화이다.
1930년대를 풍미한 SF영화의 주인공들중에 미친 과학자가 많다는 사실은
<프랑켄슈타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투명인간> 등, 그러한 내용의 원
작들이 대거 영화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니버
설>사는 1931년에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1935년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The Bride of Frankenstein)>, 그리고 1939년에는 <프랑켄슈타인의 아들
(Son of Frankenstein)> 등 3부작을 만들었고, <파라마운트>사는 1932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octor Jekyll and Mr Hyde)> 및 <잃어버린 영혼의 섬
(Island of Lost Souls)>을 발표했다. <잃어버린 영혼의 섬>은 외딴 섬에서
동물들을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연구에 몰두한 과학자의 이야기다. 또 1933년
의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마부제 박사의 유언(Das Testament des
Dr Mabuse)>, 1935년의 <하늘의 강탈자(Air Hawks)>, 1936년의 <투명 광선
(The Invisible Ray)> 등등에도 광기에 찬 과학자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
다. 그 밖에 과학자가 아닌 마법사가 나오는 영화도 적지 않다.
1936년의 <플래쉬 고든(Flash Gordon)>, 1937년의 <딕 트레이시(Dick
Tracy)>, 그리고 1939년의 <벅 로저스(Buck Rogers)>는 인기있던 만화 주인공
을 영화의 타이틀롤로 삼아 성공시킨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각각 13부,15
부,12부로 제작되어 당시 흥행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이 작품들은, 후대
에까지 지속적인 영향력을 남겨 1970년대 이후에 다시 영화나 TV시리즈로 만
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플래쉬 고든>은 1930-40년대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SF시리즈로 꼽히며 1938년에 <플래쉬 고든의 화성여행(Flash Gordon's Trip
to Mars)>, 그리고 1940년에는 <플래쉬 고든, 우주를 정복하다(Flash Gordon
Conquers the Universe)>라는 후속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1936년에 영국에서 제작된 <다가올 세상(Things to Come)>은 SF영화사를 통
틀어 최고 걸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비록 당시 흥행에는 실패했지
만, 윌리엄 카메론 멘지스(William Cameron Menzies)감독은 당대의 어떤 감독
들보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들었다. H.G.웰즈의 원작소설 <다가
올 세상의 모습(The Shape of Things to Come)>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
은 원작의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재구성한 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줄거리는 제작 시점에서 몇 년 앞인 1940년,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1970년대의 어느 황폐한 마을의 모습이 등장하
고 그 마을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이 묘사된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서기
2036년, 앞에서 등장했던 마을이 평화롭고 풍요롭고 과학기술이 발달된 유토
피아로 탈바꿈하여 나타난다. 그러나 그들은 통치자의 오만함과 사람들의 상
상력 결핍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 장면은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좀
더 희망적인 사회를 건설하리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우주로 떠난다는 결
말로 맺어지고 있다.
< 1940년 - 1949년 >
193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SF문학과 SF영화의 질적 불균형은 1940년대
에 접어들어 더욱 심화되기 시작했다. SF문학은 여러 잡지들을 통해 기법과
내용의 성숙도를 더해갔지만, SF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낭만적인 영웅
담, 아니면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물을 기본 줄기로 삼는 기획의 수준에서 그
다지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필 하디(Phil Hardy)같은 평론가는
1940년대를 SF영화의 암흑기로 보기도 한다.
1940년대의 SF영화에서 눈에 뜨이는 점은, 1930년대와 마찬가지로 전시대부
터 즐겨 채택되었던 몇몇 연작물들이 계속 이어졌다는 것과 인기있는 SF만화
주인공들이 은막에 데뷔했다는 점 정도이다.
1940년에 천연색으로 제작된 <애꾸눈 박사(Dr. Cyclops)>는 광기에 찬 과학
자가 등장하는 작품들 중에서 비교적 수작으로 꼽힌다. 페루의 정글 깊숙한
곳에서 비밀 실험에 열중하던 애꾸눈 박사는 인간의 신체 크기를 1/5로 줄이
는 기술을 발명해낸다.
이 작품은 1933년에 걸작 <킹콩(King Kong)>을 공동으로 감독했던 어네스트
스코드색(Ernest B. Schoedsack)의 지휘로 만들어진 것이며, 당시로서는 드물
었던 색채 촬영과 특수효과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인기있는 주제들의 연작물은 1940년 한해에만도 쏟아지듯 선을 보였다. <플
래쉬 고든, 우주를 정복하다(Flash Gordon Conquers the Universe)>,<돌아온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Returns)>,<투명여인(The Invisible Woman)>등은
SF영화의 단골 메뉴들을 재탕한 것이다. 모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1941년에는 또 하나의 만화주인공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캡틴 마블의 모험
(The Adventures of Captain Marvel)>은 모두 12부로 제작된 흑백 활극 영화
이다. 또한 <딕 트레이시 대 범죄회사(Dick Tracy versus Crime Inc.)>의 주
인공 딕 트레이시 역시 이미 1930년대에 영화로 선을 보였던 영웅이다.
1939년에 대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와 <오즈의 마
법사(The Wizard of Oz)>를 동시에 선보였던 빅터 플레밍(Victor Fleming)은
1941년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Dr. Jekyll and Mr. Hyde)>를 감독했다.
앞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그의 최고걸작 중 하나로 꼽히며,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등장하는 숱한 영화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몇 안
되는 작품에 속한다. 유명한 여자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 1961년도에 수입,개봉되었다.
1942년에는 미국 <유니버설(Universal)>사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유령(The
Ghost of Frankenstein)>과 <투명간첩(Invisible Agent)>을 제작했다.
1943년에 이르러 또 하나의 유명한 만화주인공이 스크린에 등장한다. 미국
<콜럼비아(Columbia)>사에서 <배트맨(Batman>을 15부작 흑백영화로 만든 것이
다. 잘 알려지다시피 <배트맨>시리즈는 1980년대 후반들어 전혀 새로운 성격
으로 다시 선보인 바 있다. 1949년에는 이 영화의 후속편인 <배트맨과 로빈
(Batman and Robin)>이 만들어졌다.
한편 <유니버설>사는 1942년에 이어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을 만나다
(Frankenstein Meets the Wolf Man)>를 제작했다. 이 영화의 각본은 SF작가로
도 활동하던 커트 시오드맥(Curt Siodmak)이 썼다.
1944년에 제작된 <프랑켄슈타인의 집(House of Frankenstein)>과 <투명인간
의 복수(The Invisible Man's Revenge)>등은 전시대부터 계속 이어져 내려오
는 주제들의 변함없는 인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SF영화사상 가장 인기있는 만화주인공 중의 하나인 <슈퍼맨(Superman)>이
극영화로 처음 제작된 것은 1948년이다. <콜롬비아>사가 15부작 흑백 영화로
만들었다. '슈퍼맨'은 그 뒤 1950년대 초, 1970년대 말, 그리고 1980년대에
들어서도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1949년에 영국에서는 <완전한 여인(The Perfect Woman)>이라는 작품이 발표
되었다. 일종의 코미디로 제작된 이 영화는 어떤 과학자가 자신의 조카딸을
모델로 삼아 완벽한 여성 로봇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 1950년 - 1954년 >
1950년대에 SF문학은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서 질적인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이처럼 문학분야에서 축적된 역량은 영화 부문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끼쳐,
1950년대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평가받는 SF영화들이 상당수 제작되
기에 이른다.
1951년에 발표된 <지구가 멈춘 날(The Day the Earth Stood Still)>은 미국
의 <20세기폭스>사에서 만든 92분 길이의 흑백 영화이다. 명장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가 감독했으며 1950년대 미국 SF영화의 최고걸작 중 하나로 꼽
힌다.
어느날 우주에서 비행접시가 날아와 워싱턴 DC에 착륙하더니(이 비행접시를
제작하는데 10만 달러 가까이 들였다고 한다), 그 안에서 우주인과 로봇이 나
와 지구인들에게 핵무기 실험을 중단하라고 경고한다.
원래 이 작품은 SF작가 해리 베이츠(Harry Bates)의 단편소설 <지배자에게
고하는 작별(Farewell to the Master)>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예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환생을 은유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괴물(The Thing)> 역시 SF작가이자 잡지편집자였던 존 캠벨(John
W.Campbell)의 원작단편 <거기 누구냐?(Who Goes There?)>를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크리스천 니비(Christian Nyby)가 감독하고 <윈체스터 영화사
(Winchster Pictures)>의 하워드 혹스(Howard Hawks)가 흑백으로 제작하여
1951년에 발표하였다. 특히 이 작품은 제작자인 하워드 혹스가 사실상 감독
노릇까지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과학자와 군인들로 구성된 일단의 탐험대가 남극으로 파견되어, 빙하속에서
꽁꽁 얼어붙은채로 발견된 정체불명의 외계우주선을 조사한다. 시간이 경과하
면서 탐사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괴물체로 탈바꿈한다.
이 작품은 SF공포영화중에서 수작 중의 수작으로 꼽히며, <쥬라기공원>의
작가이자 그 자신 영화감독이기도 한 마이클 크라이튼은 일찌기 이 작품을 일
컬어 'SF영화사상 최고의 작품'이란 찬사를 보낸 바도 있다. 또한 이 작품은
1982년에 존 카펜터(John Carpenter)감독에 의해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
도 했다.
1953년에 발표된 <로봇 괴물(Robot Monster)>은 'SF영화사상 최고의 졸작'
이라는 흥미로운 꼬리표가 붙어다니는 작품이다. 고릴라의 몸체에다 로봇의
머리가 달린 괴물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당시 SF영화로서 갖게되는 모든 케
케묵은 상투성들을 골고루 지닌 '가장 유명한 엉터리영화'로 전해지고있다.
미국의 필 터커(Phil Tucker)가 제작과 감독을 겸하면서 흑백으로 만들었다.
H.G.웰즈(Herbert George Wells)의 유명한 SF소설인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1938년 10월 30일에 오손 웰즈(Orson Welles)가 라디오방송을
하면서 청취자들로 하여금 실제상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커다란 소동을 일으
켰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1953년에 미국의 조지 팰(George Pal)
이 바이런 해스킨(Byron Haskin)감독에게 메가폰을 잡도록 하고 천연색으로
제작한 것이다. 조지 팰은 원작의 무대인 1890년의 런던을 1953년의 캘리포니
아로 바꾸었으며 그 밖에도 원작의 몇몇 부분을 손질했다. 극적인 구성도 뛰
어났던 이 작품은 탁월한 특수효과로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monster)영화 시리즈인 <고질라(Godzilla)>가
처음 제작된 것은 1954년의 일이다. <고질라>는 적어도 15차례 이상 영화주인
공으로 등장한, 영화사상 가장 인기있는 괴물로 꼽힌다.
거대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할 경우 대개 서양에서는 인형이나 기
계장치를 쓰지만, 일본에서는 사람이 <고질라>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연기했
다. 특히 이 첫번째 <고질라>를 직접 연기한 사람은 다름아닌 제작자 토모유
끼 다나까이다. 원자폭탄의 폭발로 잠을 깬 400피트 키의 거대한 공룡 고질라
가 일본에 상륙하여 난동을 부리자, 정부는 온갖 무기들을 총동원하여 대항하
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다가 마침내 과학자들의 힘을 빌려 퇴치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고질라> 시리즈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으
며 현재까지도 일본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놈들이다!(Them!)>는 '1950년대 미국 최고의 SF영화' 반열에 올라있는 수
작이다. 거대한 개미떼가 타이틀롤로 등장하며 1954년에 미국의 <워너브라더
스(Warner Brothers)>사에서 고든 더글라스(Gorden Douglas)에게 감독을 맡겨
흑백으로 제작했다. 당시 제작사는 이 영화의 흥행성공을 확신하고 촬영도중
에 내용을 극비에 붙였다고 하며, 심지어 포스터에조차 뚜렷한 암시를 넣지
않았다. 세미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편집된 색다른 구성이었으며, 이 영화의
성공 이후 1950년대 후반까지 여러편의 아류작,모방작들이 뒤따랐다. 우리나
라에는 <방사능 X>라는 제목으로 1958년도에 수입,개봉되었다.
1954년에 <월트디즈니(Walt Disney)>사는 프랑스 SF의 선구자 주울 베르느
(Jules Verne)의 <해저 2만 마일(20,000 Leagues Under the Sea)>을 2시간이
넘는 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극영화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오스카상의 특수효
과와 미술감독 부문을 수상했으며, 월트디즈니가 자체적으로 설립한 배급회사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로 배급된 첫번째 영화였다. 월트디즈니가 제작
한 여러 모험영화들 중에서 최고로 꼽히기도 한다. 1958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었다.
< 1955년 - 1959년 >
1956년의 <이 지구라는 섬 This Island Earth>은 당시 SF영화의 주류나 마
찬가지던 괴물외계인 일색에서 탈피하여 진지하고 사색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
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는 1950년대들어 질적 성숙기에 접어든 SF문학
의 영향에 힘입은 바가 큰데, 이 작품에는 지구인 과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
는 우호적인 외계인이라든가,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가능성 등이 등장한다.
조셉 뉴만(Joseph Newman)이 감독했고 유니버설사가 천연색으로 제작했다. SF
작가 레이먼드 존스(Raymond F. Jones)가 1952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소설
을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우주수폭전(宇宙水爆戰)>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해
에 우리나라에도 수입,개봉되었다.
1956년에 미국의 메트로-골드윈-마이어(MGM:Metro-Goldwyn-Mayer)사가 제작
한 <금지된 행성 Forbidden Planet>은 SF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
힌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폭풍우 The Tempest>를 SF로 각색한 것으로 알려지
는 이 작품은, 외딴 행성에 자기만의 왕국을 구축한 어느 과학자를 등장시켜
변태적인 인간 심리가 가져온 가공할만한 결과를 묘사하고 있다. 프레드 윌콕
스(Fred M. Wilcox)가 감독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 '로비(Robby)'는
SF영화사상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로봇이며, 나중에 다른 작품에도 출
연(?)하기에 이른다. 천연색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었으며, 현재 국내에도 비
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잭 피니(Jack Finney)의 장편소설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는 이제
껏 세 차례에 걸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세 편 모두다 비범한 수작들로 평가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작품이 1956년도에 돈 시겔(Don
Siegel)감독에 의해 흑백 시네마스코프로 처음 만들어진 <신체강탈자들의 침
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이다. 우주에서 날아 온 정체불명의 씨앗
이 사람들을 하나 둘 변화시키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나간다는 내용인데, 당시
미국에서 맹목적인 빨갱이 사냥으로 문화예술인들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매카시즘을 풍자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조지 오웰의 원작소설로 유명한 <1984>도 1956년에 마이클 앤더슨
(Michael Anderson)감독에 의해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다.
1957년에 유니버설사에서 제작한 <놀랍도록 줄어든 사나이 The Incredible
Shrinking Man>는 단순한 특수효과들의 모음 이상의 평가를 받는 수작이다.
제목 그대로 어떤 사나이가 한없이 작아진다는 내용인데, 냉전 시대에 영웅으
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역할을 풍자했다는 평도 있다. 잭 아놀드(Jack Arnold)
가 감독한 81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다.
과학실험 도중에 발생한 돌발사고로 끔찍한 모습의 파리인간이 되어버린 과
학자를 묘사한 <파리 The Fly>는 1958년에 20세기폭스사에서 천연색 시네마스
코프로 제작되었다. 제작자인 커트 노이만(Kurt Neumann)이 감독도 겸했는데,
그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액수의 제작비를 투자했고 각본도 특별히 제임스 클
라벨(James Clavell)을 고용해서 쓰도록 맡겼다. 클라벨은 1970년대 후반에
베스트셀러 소설 <쇼군 Shogun>을 쓴 사람이다. 이 최초의 <파리>는 1986년에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가 리메이크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
을 받고 있다.
1959년에는 주울 베르느의 걸작소설 중 하나인 <지저여행 Journey to the
Centre of the Earth>이 처음 영화로 제작되었다. 20세기폭스사에서 제작하고
헨리 레빈(Henry Levin)이 감독을 맡았으며,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다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이지만 특수효과는 좀 엉성한 편이다.
1950년대 최고의 반전(反戰)영화로 꼽히는 <해변에서 On the Beach(1959)>
는 스탠리 크래머(Stanley Kramer)가 제작과 감독을 맡았다.
서기 1964년에 핵전쟁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나라가 멸망하고 오로지 호
주만이 온전하게 살아남는다. 그러나 호주에도 죽음의 방사능 바람이 점점 밀
려들고 있었다. 홀로 남은 잠수함의 선장과 선원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신되
는 구조전파신호를 포착하고 생존자를 발견하는 희망에 차서 찾아가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손잡이가 전신기 키에 걸려있는 것을 발견할 뿐이다.
그레고리 펙과 에바 가드너, 앤소니 퍼킨스 등의 잘 알려진 유명배우가 출
연한 흑백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2년에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에 수입,개봉되었다.
< 1960년 - 1965년 >
1950년대가 SF영화의 '부활기'였다면, 1960년대는 '질적 성숙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60년대엔 유럽에서 예술적 가치가 돋보이는
수작들이 비중있는 감독들에 의해 여러 편 제작되었고, 미국에서도 SF영화사
에서는 물론, 세계영화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대작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SF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70년대 후반에
서야 비로소 터져나온 것이긴 하지만, 그 이후 1980년대부터 SF가 흥행을 보
장하는 달러박스로 각광받게 된 토대는 이미 1960년대에 착실하게 다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1959년의 <해변에서>가 거둔 성공은 비중있는 감독이나
배우들로 하여금 SF라는 장르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1960년 한 해 동안에 세계 각국에서는 수많은 SF영화들이 제작,발표되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서독,프랑스,멕시코,일본,스웨덴,유고슬라비아,폴란드,
동독,이태리 등지에서 수십 편의 SF영화가 쏟아졌다. 특히 일본과 멕시코에서
는 연작물 형태로 한 해 동안에 3-6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공포의 소상점(小商店) The Little Shop of
Horrors(1960)>은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단 이
틀만에 촬영을 끝마친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처럼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영
화중에서는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SF공포영화사상 가장 웃기는 영
화'라는 찬사도 아울러 받는 블랙코미디이다. 감독 겸 배우이기도 한 로저 코
먼(Roger Corman)의 작품이며, 그가 감독한 작품들 중에서는 최고중의 하나로
꼽힌다. 잭 니콜슨이 메조키스트로 출연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원래 70분 길이의 흑백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근년에 들어 컴퓨터로 색상을
입힌 필름도 나왔다. 또한 이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원작이 뮤지컬로 각색되
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기 시작했고, 1986년에는 다시 그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1986년판은 우리나라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메트로폴리스>를 만들었던 거장 프리츠 랑은 1960년에 서독,프랑스,이태리
합작으로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 Die Tausend Augen des Dr Mabuse>을 만
들었다. 그동안 독일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프리츠 랑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1920-30년대에 두 편을 만들고 중단했던 <마부제 박사> 시리즈를 이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196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다.
또한 H.G.웰즈의 소설로 너무나도 유명한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이
영화로 제작된 것도 1960년의 일이다. 이미 탁월한 SF영화를 여러 편 발표하
여 명성을 날리고있던 미국의 조지 팰이 제작,감독했다.
현재까지도 끊어지지않고 계속 제작되고있는 <007:제임스 본드 James Bond>
시리즈의 첫 작품은 1962년에 흑백영화로 처음 발표되었다. 테렌스 영이 감독
하여 영국에서 제작된 <닥터 노 Doctor No>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영화
화 한 것으로, 션 코네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
행 성공을 거두어 숱한 모방작이나 아류작들이 뒤따랐으며, 잘 알려져 있다시
피 영화사상 가장 생명이 긴 시리즈물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007>시리즈
는 '테크노-드릴러 Techno-Thriller'의 한 전형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1963년에는 알프레드 히치코크 감독의 그 유명한 <새 The Birds>가 발표되
었다. 이 영화를 SF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론의 여지가 많지
만, 그 이후의 SF영화들에 끼친 엄청난 영향을 고려해보면 SF영화사에서 반드
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새떼들이 인간을
습격한다는 설정이며, 이후 새떼가 아닌 벌떼의 습격 등으로 변용되어 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다. 미국 유니버설사에서 제작했으며 119분 길이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스트레인지러브 박사, 혹은 나는 어떻게해서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나 Doctor Strangelove, or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the Bomb>는 1964년에 발표되었다. 원래
큐브릭 감독은 이 작품을 진지한 드라마로 구성할 생각이었지만, '돌발적인
핵전쟁'이란 상황은 결국 블랙코미디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이 영화는 반전반핵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들 중에서는 SF영화사상 최고작의 반열에 올라있다. 광신적인 군인에 의해 미
-소 간에 예기치않았던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내용이며, 피터 셀러스가 1인 3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94분 길이의 흑백영화이며 영국
에서 제작되었다.
1965년에 프랑스의 장 뤽 고다르는 프랑스-이태리 합작으로 제작된 <알파빌
Alphaville>의 감독을 맡았다. 고다르는 프랑스 전위영화의 한 갈래인 이른바
'누벨바그'의 기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래를 배경으로 어느 경찰관이 컴
퓨터와 대결한다는 줄거리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다. 원래는
<타잔 대 IBM Tarzan versus IBM>이라는 제목이었으며, 뛰어난 독창성 등으로
SF영화사상 고전 중의 하나로 꼽힌다.
< 1966년 - 1970년 >
미국의 래이 브래드버리 Ray Bradbury는 환상과 SF가 기묘하게 어우러진 독
특한 작품세계로 SF문학계에서 매우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그
는 특히 중장편보다 단편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발표한 <화성연대기 The Martian Chronicles>나 <무언가 불길한 것이
이리로 오고 있다 Something Wicked This Way Comes>등 몇 안되는 장편소설들
은 거의 모두가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그의 첫 장편소설인 <화씨 451 Fahrenheit 451>은 1953년에 발표된 것으로,
책을 모두 불태워 없애버리는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를 묘사하여 정보 통제와
대중우민화(大衆愚民化)의 불길한 가능성을 섬뜩하게 예견한 고전이다. 프랑
스 누벨 바그의 기수 중 하나인 프랑소와 트뤼포 Francois Truffaut가 1966년
에 발표한 자신의 첫 칼라영화가 바로 <화씨 451>이다. 제목은 종이가 불타오
르기 시작하는 온도를 의미한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하게 개진되는데, 원작의 뉘앙스
를 살리지 못했다는 중평이 많은 편이다. 112분의 길이이며 제작은 영국에서
했다.
SF하면 흔히 우주여행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1966년에 미국의 20세기 폭
스사가 제작한 <환상 여행 Fantastic Voyage>은 인간의 몸 속을 우주여행하듯
탐험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일단의 사람들이 탐사선을 탄 채 아주 조그
맣게 축소되어 어떤 과학자의 몸 속으로 들어가 질병을 치료하려 한다. 그러
나 환자의 신체는 그들을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로 인식하여 면역 체계를
총동원하여 그들을 제거하려 한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는 <마이크로 결사대>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으며 비
디오로도 나와 있다. 스티븐 보이드와 라랴 웰치 등이 주연했으며, 당시로서
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의 특수효과가 동원되었다. 각본은 나중에 저명한 SF작
가 아이작 아시모프가 손질하여 소설로 발표하기도 했다. 아시모프는 1987년
에 두뇌 속을 여행하는 내용인 속편 소설도 발표했으나, 이것은 아직 영화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1967년에 프랑스와 이태리 합작으로 제작된 로저 바딤 Roger Vadim 감독의
<바바렐라 Barbarella>는 주연인 제인 폰다의 섹스 어필로 유명한 작품이다.
41세기의 미래가 배경으로 등장하며 원래 1960년대 전반을 풍미했던 프랑스의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성인들을 위한 환타지로 흔히 언급되곤 하는
작품이다.
한국 최초의 본격 SF영화라 할 수 있는 <대괴수 용가리>와 <왕마귀>가 개봉
된 것이 1967년의 일이다. <대괴수 용가리>는 극동 필림에서 김기덕 감독의
지휘로 제작하였으며 내용은 사실상 반공선전물이었다. 판문점 부근에서 나타
난 용가리가 '자유의 집'을 박살내고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
든다. 주연(?)인 용가리의 모습은 당시 일본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던 영화의
괴물 '고질라'와 상당히 흡사하며, 단지 꼬리가 좀 더 길다. 이 작품은 촬영
을 비롯한 몇 부분에서 일본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왕마귀>는 100%
한국의 기술로만 제작된 SF영화이다. 권혁진 감독의 <왕마귀>에는 남궁원, 김
희갑 등 당시 국내의 저명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1968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찰리 Charly>는 정박아가 수술 실험의 대상이
되어 천재로 변했다가 다시 정박아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의 매우 감동적인 작
품이다. 영화의 원작인 다니엘 키이즈 Daniel Keyes의 소설 <알제논에게 바치
는 꽃다발 Flowers for Algernon> 역시 미국의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수작
이며 이웃 일본에서는 번역소설 중에서 손꼽히는 스테디셀러이다.
주인공인 <찰리>역은 클리프 로버트슨 Cliff Robertson이 맡았으며, 그는
이 타이틀롤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피츠버그의 소규모 독립 제작사에서 1968년에 흑백으로 만든 <살아있
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은 SF공포영화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좀비'라고 불리는 일종의 강시들이 등장하며 나중에 이 작품
의 아류작,모방작들이 셀 수도 없을만큼 쏟아져나왔다. 조지 로메로 George
Romero가 감독과 촬영을 겸했으며, 나중에는 색채를 입힌 필름도 나왔다.
국내에 <행성탈출>이란 제목으로 TV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되었던 <원숭이
행성 Planet of the Apes>은 1968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원작소설은 프
랑스의 피에르 불르 Pierre Boulle가 집필한 것이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이 영화는 당시 흥행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어 속편이 4부까지 이어졌고 TV
연속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우주선이 조난하여 우주를 떠돈 끝에 원숭이들이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행성에 불시착하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지구였다
라는 내용이다. 분장과 구성 등이 탁월하며 문명 비판의 메시지까지 담고 있
는 걸작이다.
1960년대에 발표된 SF영화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하나를 고른다면, 아
마 절대다수의 평론가들이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 2001-A Space Odyssey>를
꼽을 것이다. 제작,감독,각본을 스탠리 큐브릭이 맡았으며, 특히 각본은 세계
적인 SF작가 아서 클라크 Arthur C.Clarke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이 영화의
원작인 단편 <파수 The Sentinel>의 작가이며 나중에 영화의 소설판도 내었
다.
이 영화에 쏟아지는 찬사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지금 보아도 전혀 어색
하지 않은 특수효과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월리 비버스 Wally Veevers
와 더글러스 트럼볼 Douglas Trumball이 담당했던 특수효과는 무중력상태를
과학적 논리에서 어긋남이 없이 화면에 고스란히 실현시켰다. 더구나 이 작품
이 아직 인간이 달에 도달하기도 전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영화에
서 느껴지는 리얼리티는 대단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기존의 SF영화들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심오하고 웅장한 주
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원시 인간이 최초로 도구를 사
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우주로 진출한 미래까지, 인류의 문명진화사를 어떤
외계 지성의 개입에 의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진지한 SF적 감성을 지닌 독자
라면 깊숙히 공감할 수 있도록 장엄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 클래식 고전
들을 배경음악으로 채택한 것 역시 돋보이는 부분이다.
오늘날 이 작품은 SF영화의 테두리를 넘어서 세계 영화사상 10대 명작 중의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사 Gladiatorerna>는 1969년에 스웨덴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감독은 피
터 와트킨스 Peter Watkins인데 그는 1965년에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빈 <전쟁 게임 The War Game>이란 TV극을 만들어 커다란 주목을 받은 바 있
다. 당시 그 작품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하여 BBC에서 방송을 금지해버렸다.
<투사>에서는 전쟁이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연례 '평화 게임'으로 대체된 미
래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사랑스런 꼬마자동차 The Love Bug>는 월트디즈니가 제작하여 커다란 성공
을 거둔 가족영화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폭스바겐 자동차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후속편이 여럿 제작되었으며 독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영화 시리즈가 생겨나는 등 숱한 아류작들을 낳았다. 로버트 스티븐슨 Robert
Stevenson이 감독했다.
소설 <쥬라기공원> 등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있는 마이클 크라이튼
의 원작소설 <안드로메다 균주(菌株) The Andromeda Strain>는 1969년 출간
당시 대단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듬해인 1970년에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가 제작, 감독하여 영화로도 선을 보였다. 인공위성이 지구에 추
락하면서 정체불명의 외계물질이 묻어와 무서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내용이
다.
독일 SF영화사상 손꼽히는 수작중의 하나인 <대혼란 Der Grosse Verhau>은
서기 2034년의 미래를 그린 희극으로서, 일곱 번의 은하혁명이 실패로 돌아가
고 부질없는 여섯 번의 전쟁을 치른 미래의 은하계가 대혼란에 빠진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알렉산더 클루게 Alexander Kluge가 제작과 감독을 맡고 볼프
강 마이 Wolfgang Mai와 함께 각본도 썼다.
<스타 워즈>를 낳은 헐리우드의 귀재 조지 루카스 George Lucas는 UCLA 영
화학과 재학시절 <THX 2238 4EB>라는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작
품을 1970년에 <THX 1138>이라는 장편으로 재제작하여 자신의 첫 데뷰작품으
로 발표했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담은 내용이며, 로버트 듀발이 타이
틀롤을 맡아 연기했다. 오늘날엔 컬트 SF영화의 하나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 1971년 - 1974년 >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은 1971년에 <시계장치의 오렌지 A Clock
Orange>를 발표했다. 노벨상 후보로 여러차례 거론되곤 하는 영국의 작가 안
소니 버제스 Anthony Burgess의 원작소설을 영화화 한 이 작품은, 상상을 초
월하는 충격적인 묘사와 강렬한 문제제기로 인해 오늘날 달리 설명이 필요없
을만큼 유명한 걸작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행,강간,가택침입,살인 등을 일삼는 주인공은 경찰에 체포된 뒤 정부에
의해 '인간성 순화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악행의 시도
->심리적 고통'이라는 일종의 강제적인 조건반사작용을 심는 것일뿐, 주인공
스스로가 '사회규범 준수의 당위성'을 이성적으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석방된 뒤 주인공은 이전에 자신이 피해를 입혔던 사람들에게 갖가지 보복
을 당하지만 속수무책일 뿐이고, 결국은 고층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다
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한편 그에게 가해진 비인간적인 조치는 정
치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결국 그는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 작품은 강렬하게 대비되는 묘사로 '조직이나 정치권력에 의한 인간성
말살은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를 매우 심도깊게 펼치고 있으며, 감독인 스탠
리 큐브릭이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서 보여준 SF적 감수성 못지않게 사
회를 보는 시각에서도 근원적인 통찰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영화
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말콤 맥도웰 Malcolm McDowell의 연기가 인상적인 이 작
품은 잔혹한 묘사로 인해 제작국인 영국에서조차 상영이 금지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 극장이나 기타 매체를 통한 공식적인 감상의 기회가
없었다. 다만 원작소설은 <조직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소개되어 있다.
음악은 신디사이저를 사용한 전자음악의 초창기 대가 중 하나로 꼽히는 월
터 카를로스 Walter Carlos가 맡았는데, 그는 그 뒤 성전환수술을 하여 오늘
날 웬디 카를로스 Wendy Carlo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 TV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되었던 <오메가맨 The Omega Man>은 SF의 주
요장르 중 하나인 이른바 '재앙이후 post-catastrophe'를 다룬 내용이다. 찰
턴 헤스턴 Charlton Heston이 타이틀롤을 맡아, 치명적인 질병으로 온 인류가
멸망한 뒤 소수의 생존자들과 함께 돌연변이인간들과 맞서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인다.
이 작품은 SF작가 리차드 매터슨 Richard Matheson의 원작소설 <나는 전설
이다 I Am Legend>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보리스 사갈 Boris Sagal감독에
의해 98분 길이로 제작되어 1971년에 발표했다. 전반적인 작품 수준이 원작소
설에 못미친다는 중평이다.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더글라스 트럼벌
Douglas Trumbull은 1971년에 <침묵의 질주 Silent Running>라는 걸작 SF영화
를 감독,발표했다. 핵전쟁 뒤 인류에게 남겨진 유일한 식물 표본은 토성 궤도
의 우주정거장에 있는 것 뿐이다. 주인공은 지구로부터 날아온 명령을 거부하
고 인류를 위한 제 2의 기회를 기대하며 자신의 우주농장을 아득한 우주공간
으로 쏘아보낸다.
<솔라리스 Solaris(1971)>는 흔히 서방의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와 비견
되어 소련 SF영화의 걸작으로 꼽히기도 하는 작품이다. '거장' 안드레이 타르
코프스키 Andrei Tarkovsky가 감독한 167분 길이의 긴 영화로서, 원작은 폴란
드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Stanislaw Lem이 1961년에 발표한 같은 제목의 장
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국내에도 번역,소개되어 있다.
우주 저편의 행성 솔라리스로 파견된 주인공은 기지 안에서 계속 수수께끼
같은 일들을 접하게된다. 특히 자신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과거의 인물들이
실체로 나타나 함께 생활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심리적 혼돈이 극에 달하고
만다. 마침내는 솔라리스 자체가 이방인들의 의식세계를 탐색하여 반응한 결
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주인공은 자신의 삶의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에 깊숙히 침잠하게 된 뒤이다.
1960년대를 풍미한 '반문화 counter-culture'의 기수 중 하나인 미국소설가
커트 보네거트 2세 Kurt Vonnegut, Jr.의 대표작인 <제 5 도살장
Slaughterhouse-Five(1969)>은 1972년에 영화로 발표되었다. 조지 로이 힐
George Roy Hill이 감독했으며, 평균적인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블랙
코미디의 기법으로 완곡하게 풀어나간 반전 메시지의 작품이다.
원작소설의 작가인 보네거트는 2차대전 당시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드레
스덴에 수용되어 있다가 연합군 측의 엄청난 폭격과 대학살을 직접 경험한 바
있는데, 이 작품에는 그러한 작가의 체험이 투영되어 있다. 주인공은 '트랄파
마도어'라는 별에서 온 외계인들에게 잡혀가 동물원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1973년에 발표되어 전 일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일본출판사상 유
례없는 해프닝을 일으켰던 고마쓰 사쿄 小松左京의 장편소설 <일본침몰 日本
沈沒>은 수백만 부의 판매실적을 올리면서 즉각 영화제작에 착수, 같은 해에
극장에서도 선을 보였다. 그러나 원작이 파국적 재난에 대한 개인 및 집단의
심리묘사는 물론, 지진학이나 지구물리학 이론의 구사에도 탁월한 솜씨를 보
여주는 반면 영화는 실망스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작소설의 한국어번역판
은 1970년대 이래 4-5종 이상이 나온 바 있다.
우디 알렌 Woody Allen이 감독하고 출연한 88분 길이의 <슬리퍼
Sleeper(1973)>는 그의 독특한 미래관을 담고있는 희극이다. 서기 2173년의
경찰국가를 배경으로 알렌이 무능한 로봇역을 연기한다.
국내에 <최후의 수호자>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나와있는 <소일렌트 그린
Soylent Green>은 인구폭발의 불길한 가능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SF작가 해리
해리슨 Harry Harrison의 소설 <좁다,좁아 Make Room,Make Room(1966)>를 바
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리차드 플레이처 Richard Fleischer가 감독했고 찰턴
헤스턴이 주연을 맡아 1973년에 발표되었다.
서기 2022년의 뉴욕, 넘쳐나는 인구로 사람들은 집이 없어 건물의 계단에서
숙식하며 과일같은 고급음식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주인공은 어떤 살인사건
을 수사하다가 그 즈음 새롭게 각광받게 된 대체식량 '소일렌트 그린'에 의혹
을 갖게 되고, 갖가지 방해를 무릅쓰고 외롭게 추적을 계속한 결과 끔찍한 사
실에 직면하게 된다.
율 브린너 Yul Brynner가 로봇으로 등장하는 <웨스트월드 Westworld(1973)>
는 오늘날 베스트셀러 작가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 Michael
Crichton이 각본을 쓰고 직접 감독한 작품이다. 미래의 세계, 친구와 함께 휴
양지로 놀러간 주인공은 옛 서부와 똑같이 꾸며진 '웨스트월드'에서 안전하게
프로그램된 로봇 총잡이들과 결투를 벌인다. 그러나 돌발적으로 발생한 기계
이상으로 인해 그들의 휴가는 순식간에 악몽으로 바뀌고만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감독 데뷰작인 이 영화는 오늘날 SF장르에선 수작 중 하
나로 꼽히기도 하며, 그의 대중작가적 역량이 영화 부문에서도 발휘될 수 있
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엑스칼리버 Excalibur(1981)>의 존 부어맨 John Boorman이 각본을 쓰고 감
독,제작하여 1973년에 발표한 <자도즈 Zardoz>는 션 코네리 Sean Connery가
주연한 미래 배경의 영화이다. 서기 2293년, 일단의 지능인 집단이 문명과 기
술의 발전을 통제하면서 영원한 젊음을 구가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무사안일과
권태의 딜레마에 빠진다. '야만인' 코네리가 그들의 사회에 들어가 파문을 일
으킨다.
독특한 구성과 묘사가 눈에 뜨이지만 작품평은 사람에 따라 엇갈리는 편이
다. 이 영화는 국내에도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오늘날 B급 SF및 공포영화의 대가로 꼽히는 존 카펜터 John Carpenter감독
은 1974년에 발표한 <어두운 별 Dark Star>로 데뷰했다. 이 영화는 단돈(?) 6
만불의 제작비만을 들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 때문에 탁월한 작품성이 더
돋보이는 영화이다. 우주여행의 고독함을 희극적으로 묘사하여 컬트영화의 반
열에 올라 있다.
수많은 '프랑켄슈타인'영화들 중에서 비교적 수작으로 꼽히는 <젊은 프랑켄
슈타인 Young Frankenstein>은 1974년에 멜 브룩스 Mel Brooks감독에 의해 만
들어졌다. 108분 길이의 흑백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진 와일더 Gene Wilder,
피터 보일 Peter Boyle, 진 해크만 Gene Hackman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의 일부 세트는 1931년에 제작된 제임스 웨일 James Whale감독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에서 사용되었던 것을 썼으며, 그 밖의 세트디자
인도 최대한 초창기 작품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원작
의 패로디(parody)라기보다는 혼성모방(pastiche)에 가깝다는 평이다.
< 1975년 - 1978년 >
<소년과 개 A Boy and His Dog>는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은 장
르의 걸작 중 하나이다. 미국의 저명한 SF작가 할란 엘리슨 Harlan Ellison의
동명 중편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졌으며, 핵전쟁 이후의 페허를 배경으
로 삼는 이른바 '재앙이후 post-catastrophe' 주제의 영화이다. 단편소설 부
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아올린 할란 엘리슨은 1960년대 이후를 풍미했던 '뉴
웨이브 SF'의 기수 중 하나이다.
떠돌이 소년과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개가 주인공이며, L.Q.존스 L.Q.Jones
의 감독 데뷰작이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영화는 탁월한 작품성과 독특한 구
성으로 오늘날 컬트영화의 반열에 올라 있다.
<록키 호러 픽처 쇼 The Rocky Horror Picture Show>는 흔히 말하는 '컬트
영화'의 대표적인 본보기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처음 극장 개봉에서
는 신통찮은 반응을 얻었으나 곧이어 미국 각 지방의 심야극장들에서 서서히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일어나기 시작, 마침내 '가장 성공한 컬트영화'로 일
컬어지기에 이른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않고 자
신이 좋아하는 등장인물과 같은 복장을 하고 극장에 들어오며, 영화장면과 같
은 상황을 객석에서도 연출하곤 한다. 이를테면 비가 오는 장면에서는 물을
뿌리고,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때도 따라서 하는 식이다. 이처럼 영화
관람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꾸미는 것이 이 영화에서 특징적으로 비롯
된 대표적인 '컬트현상'중 하나이다.
결혼을 약속한 두 남녀가 밤길을 여행하던 중 차가 고장나서 어떤 기괴한
성에 들어가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러나 그 성에는 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
종의 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두 남녀는 성의 주인인 성도착자(性倒錯者)에게
밤새 농락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끝에 아침을 맞으면서 겨우 빠져나온다는 줄
거리이다. 원래 런던에서 공연하던 뮤지컬이며, 그 당시부터 주연을 맡았던
팀 커리 Tim Curry의 연기가 매우 돋보인다. 제작(영국),발표된 것이 1975년
이지만 외국에서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몇년 전 일본
의 극장에서 이 영화의 상영을 종결하기로 결정하자 펑크족들이 반대 시위를
벌였던 장면은 국내 외신란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짐 샤만 Jim Sharman이 감
독했다.
<도망자 로간 Rogan's Run(1976)>은 윌리엄 F.놀란 William F.Nolan과 조지
클레이튼 존슨 George Clayton Johnson이 1967년에 발표한 동명 SF소설을 바
탕으로 만든 영화이며, 영화에 이어 TV연속극으로도 만들어져 1977-78년에 방
송되었다. 이 연속극은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되어 한때 인기를 끈 바 있다.
서기 2274년, 모두들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듯 하지만 나이가 서른에 이르
면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시말해서 모두 죽음을 당한다는 뜻이다. 로간은 이
에 반발하여 탈출한 뒤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마이클 앤더슨 Michael
Anderson이 감독했고 마이클 요크 Michael York가 주연했다.
유명한 팝 가수 데이빗 보위 David Bowie가 타이틀롤을 맡아 훌륭한 외계인
연기를 보여준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The Man Who Fell to Earth>도 1976년
작품이다. 미국작가 월터 테비스 Walter Tevis의 같은 제목의 원작소설을 영
국에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어느 외계인(화성인으로 암시된다) 한 명이 지구
에 온다. 그는 처음에는 안식처를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지구인들에
의해 자아를 상실하고 만다. 자신의 고향별보다 무거운 지구의 중력에 고통스
러워하듯 지구인들의 감정의 중력에도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매우 독특한 개성을 지닌 데이빗 보위의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더할나위없
는 적역으로 등장하며, 그의 연기와 각본 및 감독의 편집 등 3박자가 훌륭하
게 어우러진 걸작으로 꼽힌다. 니콜라스 로그 Nicolas Roeg가 감독했고 폴 메
이어스버그 Paul Mayersberg가 각본을 썼다. 138분 길이이다.
<카프리콘 1호 Capricorn One(1977)>는 좀 색다른 작품이다. 인류 최초의
화성행 유인우주선이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이 방송을 통
해 널리 보도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속임수였고, 우주비행사들은 미항공우
주국(NASA)에서 감금되어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과
긴박감 넘치는 구성, 그리고 '가짜 화성착륙'장면 등 흥미로운 요소가 적잖은
수작으로 꼽힌다. 피터 하이엄스는 1984년에 <2010:우주의 오디세이II>의 감
독도 맡았다.
1977년에 발표되어 오늘날 'SF팬들을 위한 꿈의 영화'로 불리는 <미지와의
접촉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은 아마도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감독의 최고 걸작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그가 직접 각본도 쓴 이
영화의 제목은 원래 UFO와의 직접 접촉을 의미하는 전문용어로서, 실제로는
공식 확인된 사례가 전무하다.
주인공은 UFO가 출몰하는 사건을 겪은 뒤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암시에 시달려 기행을 거듭한 끝에 가정이 파탄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억
제할 수 없는 충동은 계속되어 결국 '미지의 목적지'로 길을 떠나지만, 그곳
에서 다른 방법으로 UFO와의 접촉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 당국에 붙잡혀 강제
로 격리될 지경에 처한다.
다큐멘터리식으로 편집된 전개와 후반부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UFO의
눈부신 빛의 잔치, 탄탄한 구성 및 설정과 설득력있는 묘사 등등이 이 작품을
움직일 수 없는 고전의 지위에 올려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흥행에도 크게 성
공하여 역대 SF영화흥행사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으나, 1980년대 초 국내 극장
개봉에서는 반응이 매우 저조했다. 현재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다.
<악마의 씨앗 Demon Seed(1977)>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 있
는 미국의 작가 딘 쿤츠 Dean R.Koontz가 1973년에 발표했던 같은 제목의 소
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오늘날엔 SF영화의 전형적인 제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괴물 컴퓨터' 이야기로서, 천재 과학자가 만든 전지전능의 컴퓨터가 인
간 여성을 취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얻는다는 줄거리이다. 과학적인 논리성이
좀 결여되어 있는 결말이지만 섬세한 연출로 비교적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
다. 국내에도 비디오 및 원작소설이 나와 있다.
세계 SF영화사, 아니 세계영화사는 1977년에 이르러 확연한 질적 변화를 겪
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단 한 편의 영화, <스타 워즈 Star Wars>로 인하
여. 오늘날 이미 전설이 된 이 작품은 헐리우드 자본들로 하여금 그전까지는
결코 본격 흥행장르로 대접하지 않았던 SF를 새롭게 재인식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고, 또한 엄청난 제작비와 현란한 특수효과를 흥행의 필수 내지는 기본조
건으로 삼지않을 수 없게 된 사실상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달리 설명이 필요없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걸작이다. 조지 루카
스 George Lucas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국내에도 방영되었던 TV연속극 시리즈를 영화로 만든 <우주전함 갈락티카
Battlestar Galactica>는 1978년에 발표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애초에 이 작
품의 제목이 '스타 월즈 Star Worlds'였다는 사실이다. 이 작품은 원작 TV시
리즈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괄목할 만한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리차드 A.콜라
Richard A.Colla가 감독했는데, 그는 1974년에 TV용 SF영화인 <전자인간 퀘스
터 The Questor Tapes>라는 상당히 뛰어난 작품을 감독한 바 있다.
<코마 Coma(1978)>는 '메디칼 드릴러'의 귀재인 로빈 쿡 Robin Cook의 소설
을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이 감독한 영화이다. 크라이튼이
감독데뷰작으로 성공했던 <웨스트월드 Westworld(1973)>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출한 작품이며, 각본도 직접 썼다. 원작소설과 영화비디오 둘 다 국내에 나와
있다.
1956년에 발표되었던 고전 명작인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은 1978년에 필립 카우프만 Philip Kaufman 감독이 리메이크
하여 발표했다. 끔찍하고 혐오스런 장면들을 별로 구사하지 않고도 공포의 극
단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며, 특히 라스트신의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이
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도달하여 한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심신을 바꾸어나간다
는 줄거리이다. 내용에 함축되어 있는 깊고 다양한 은유를 1956년 작품에 못
지않게 잘 소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국내에 비디오로 출시되어 있으며 원작
소설(잭 피니 Jack Finney가 1955년에 발표한 <신체강탈자 The Body
Snatchers>)도 번역되어 나와 있다.
1930-50년대에 만화,만화영화,TV연속극 및 영화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던 <슈
퍼맨 Superman-The Movie>은 1978년에 다시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졌다. 고전
적인 감각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어서, 이후에
후속편이 몇 편 더 제작되었다. <오멘 The Omen(1976)>을 감독했던 리차드 도
너 Richard Donner가 감독을 맡았으며, 타이틀롤의 크리스토퍼 리브
Christopher Reeve 외에 진 해크만 Gene Hackman, 말론 브란도 Marlon Brando
등 중량급 헐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출연했다.
< 1979년 - 1980년 >
1979년에 발표된 영화들중에는 대중들의 호응에 힘입어 나중에 연작물로 계
속 이어지는 작품들이 유난히 많다. <에일리언 Alien>을 비롯하여 <매드 맥스
Mad Max>, <스타 트렉 Star Trek - The Motion Picture> 등이 연작영화 시리
즈의 제 1 편으로 이 해에 선보인 작품들이다.
SF영화사상 아마도 가장 끔찍한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일리언>은 오늘날 이
미 공포SF의 고전이 되어버린 탁월한 작품이다. 1930년대 말에 미국의 SF작가
A.E.반 보그트 A.E.Van Vogt가 발표했던 중편 <주홍빛의 불협화음 Discord in
Scarlet>에 등장하는 악마같은 외계인에다 20세기 초반에 이른바 '코스믹호러
cosmic-horror'로 필명을 떨쳤던 공포소설가 H.P.러브크래프트 H.P.Lovecraft
의 분위기를 섞어 스위스 출신의 화가 H.R.기거 H.R.Giger가 창조해 낸 괴물
'에일리언'은, 거의 완숙한 단계에 이른 헐리우드의 특수효과에 힘입어 놀라
우리만치 생생하고 독창적인 괴물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또한 <에일리언>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 Sigourney Weaver의 강
렬한 인상은 '에일리언'의 상징성과 더불어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
나중에 이 영화가 페미니즘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계기를 제공하
기도 했다.
호주의 조지 밀러 George Miller 감독은 <매드 맥스>로 혜성처럼 나타나 놀
라운 스타일리스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까운 미래에 폭주족들과 전쟁을
벌이는 한 경찰출신 사나이를 타이틀롤로 삼은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
한 구성과 철저한 묘사로 영화미학의 독특한 진수를 선보였다. 또한 나중에
이어지는 후속편들도 탁월한 연출 솜씨를 담고 있다.
<스타 트렉>은 원래 1966년부터 미국 NBC-TV에서 방영되기 시작한 TV연속극
이다. 이 연속극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고정팬들을 생성해내면서 마침내
영어사전에 '트레키 Trekkie'라는 단어를 새로 올리도록 만들었다. '트레키'
란 다름아닌 '광적인 스타트렉 팬'을 의미하는 말이다.
TV연속극 <스타 트렉>은 팬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제작비를 감당
못해 종영되었으나, 1970년대 후반에 이르자 영화기획자들은 '트레키'들의 수
가 만만치않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77년에 발표되어 공
전의 성공을 거둔 <스타 워즈>는 <스타 트렉>의 판권소유자인 파라마운트사를
적잖게 고무시켰다. 그리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1965)>,<웨스트사이드 스토
리(1961)>등의 명작은 물론, <안드로메다 균주(1970)>,<지구가 멈춘 날(195
1)>등의 걸작 SF영화들도 감독한 바 있는 거장 로버트 와이즈 Robert Wise가
메가폰을 잡고, 옛날의 <스타 트렉> 배역들이 그대로 출연한 영화 <스타 트
렉>이 발표된 것이다.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습격자가 우주의 방어선들을 무차
별 파괴하며 지구로 접근한다. 커크선장 일행이 출동하여 조사한 결과 그것은
놀랍게도 먼 옛날 지구에서 쏘아보낸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임이 밝혀진다. 그
탐사선은 고도의 기계지성과 조우했다가 스스로 진화하여 다시 제 주인을 찾
아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먼 옛날의 구식 전파신호에만 반응하려 할 뿐
다른 모든 자극을 적대적으로만 받아들인다.
'트레키'들의 반응은 역시 성공적이어서 이후 <스타 트렉> 영화시리즈는 6
편이 넘도록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TV시리즈도 만들어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편도 극장개봉이 되지 않고 라이선스 비디오로만 나와있다.
<스타 워즈>의 천문학적인 성공에 고무받은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월
트 디즈니도 그 중에 하나여서, 1979년에 내놓은 <블랙홀 The Black Hole>이
바로 그들의 야심에 찬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나름대로 특수효과
등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전반적인 작품성은 <스타 워즈>에 비길 수준이 못
되었고, 결국 흥행도 실패로 돌아갔다. 미친 과학자가 로봇 친위대를 거느리
고 거대한 우주선을 장악한 채 블랙홀로 돌진한다는 내용이며, 개리 넬슨
Gary Nelson이 감독했다.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를 묘사하여 반핵 메시지를 담은 <차이나 신드롬
The China Syndrome(1979)>은 발표 몇 주일 뒤에 미국 펜실베니아 주의 스리
마일 섬에서 실제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SF영화에서 곧장 사실
(史實)영화로 바뀌어버린 경우이다. 제임스 브리지스 James Bridges가 감독했
고 제인 폰다 Jane Fonda, 잭 레먼 Jack Lemmon, 마이클 더글라스 Michael
Douglas등이 출연했다. 우리나라에는 '대륙의 폭풍'이라는 기묘(?)한 제목으
로 80년대 말에 TV에서 방영되었다.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코스로 곧장 날아온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즐겨 채택되던 고전적인 제재이다. <미티어 Meteor(1979)>는 이러한 배경설정
아래 미-소 간의 냉전 분위기를 협력으로 유도하는 내용이며, 션 코네리 Sean
Connery, 나탈리 우드 Natalie Wood, 칼 말덴 Karl Malden, 헨리 폰다 Henry
Fonda등이 출연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영화감독을 하며 1972년에 <포세이돈
어드벤쳐 The Poseidon Adventure>를 감독하기도 했던 로널드 니임 Ronald
Neame 감독의 작품이다.
인류를 말살시킨 뒤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려는 악당이 우주공간에서 미국우
주군과 광선총으로 '우주전쟁'을 벌인다. '007'시리즈의 하나로 1979년에 발
표된 <문레이커 Moonraker>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사실 '007'시리즈는 SF로
분류되기는 해도 엄밀히 따지면 '테크노드릴러 techno-thriller'에 속하는데,
<문레이커>에는 우주왕복선이나 우주전쟁 장면이 나와서 제법 SF적인 분위기
를 풍기고 있다. 제임스 본드 역은 로저 무어 Roger Moore가 연기했고, 감독
은 '007'시리즈의 단골인 루이스 길버트 Lewis Gilbert가 맡았다.
소련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 감독은 <솔라리스
(1971)>에 이어 다시 <스토커 Stalker(1979)>라는 SF영화를 발표했다. 소련의
대표적인 SF작가인 보리스 Boris, 아르까지 Arkady 스뜨루가츠끼 Strugatsky
형제의 소설 <노변의 피크닉 Roadside Picnic>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시나
리오도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직접 썼다. 신비스런 금지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작가와 과학자와 그들의 안내자인 사냥꾼을 등장시켜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철학적 사색이 영상으로 펼쳐진다.
월트 디즈니사에서 1979년에 발표한 <우주인과 아아더왕 The Spaceman and
King Arthur>은 미국의 '국민 작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아아더 왕궁의 코네
티컷 양키 A Connecticut Yankee in King Arthur's Court>를 각색한 것으로,
글자 그대로 우주비행사가 고대 영국의 아아더왕 시대에 떨어진다는 내용이
다. 마크 트웨인의 원작은 19세기 말의 미국 기술자가 아아더왕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러스 메이베리 Russ Mayberry가 감독했으며, <미
확인비행괴짜 Unidentified Flying Oddball>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있다.
<변신 상태 Altered States(1980)>는 국내에 TV로만 소개(1988년1월)되었으
나 과학자의 학문적 열정과 휴머니즘을 심도깊고 균형잡히게 묘사한 수작이
다. 5년 뒤인 1985년에 <거미여인의 키스 Kiss of the Spider Woman>로 아카
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는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가 주연했는데,
<변신 상태>는 그의 본격적인 데뷰작이다. 켄 러셀 Ken Russell이 감독했다.
1980년에 발표된 <제국의 역습 The Empire Strikes Back(1980)>은 <스타 워
즈>의 2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아 1편 못지않은 탁월한 작품성으로 흥행에서
도 크게 성공, 1983년에 발표된 3부 <제다이의 귀환 Return of the Jedi>과
함께 영화사상 가장 성공한 연작물을 이루었다. 어빈 케쉬너 Irvin Kershner
가 감독했으며, <제다이의 귀환>은 리차드 마퀀드 Richard Marquand가 감독했
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 <마지막 카운트다운 The Final Countdown(1980)>은
시간여행의 파라독스를 다룬 흥미로운 작품이다. 태평양을 순항중이던 거대한
항공모함이 갑자기 2차대전 발발 직전의 시간대로 날아간다. 주로 TV극을 많
이 연출했고 그 밖에 <다미엔-오멘 II Damien-Omen II(1978)>를 감독했던 돈
테일러 Don Taylor 감독의 작품이며, 커크 더글러스 Kirk Douglas, 마틴 쉰
Martin Sheen등이 출연했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초능력자 집단을 등장시킨 <스캐너즈 Scanners(1980)>는 캐나다 출신의 감
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의 작품으로, 전편에 넘쳐나는 아이디
어가 영화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고전은 못 되지만 썩 괜찮은 영화'라는 평
을 받는 작품이다.
<플래쉬 고든 Flash Gordon(1980)>은 1930년대의 고전을 리메이크한 것으
로, 특히 인기높은 팝그룹 <퀸>이 맡은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마이클 호지스
Michael Hodges가 감독했다.
스탠리 도넨 Stanley Donen 감독의 <새턴 3 Saturn 3(1980)>는 고립된 우주
정거장에서 미친 과학자가 로봇을 통해 동료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
리고 있다. 커크 더글러스 Kirk Douglas, 파라 파셋 Farrah Fawcett, 하비 케
이텔 Harvey Keitel이 주연했다. 도넨 감독은 <싱잉 인더 레인(1952)>,<샤레
이드 Charade(1963)>등의 명작을 감독한 바 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출
력은 다소 미흡한 편이다.
< 1981년 - 1983년 >
컬트영화로 꼽히는 <다크스타 Dark Star(1974)>를 통해 SF장르의 재능있는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던 존 카펜터 John Carpenter는 1981년에 <뉴욕탈출
Escape from New York>을 발표했다. 1997년의 뉴욕시, 중심가인 맨하탄은 무
법천지가 되어 정부에서도 손을 못 대고 있는데, 그만 요인이 납치되어 그곳
에 갇히고 만다. 커트 러셀 Kurt Russell이 주연한 이 근미래 배경의 활극은
<커트 러셀의 코브라 22시>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있다.
<1광년 밖 Light Years Away(1981)>은 프랑스-스위스 합작으로서 알랭 태너
Alain Tanner가 감독한 수작이다. 그는 1976년에 <서기 2000년에 스물다섯이
될 요나 Jonas Qui Aura 25 ans en l'An 2000>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1광년 밖>은 서기 2000년을 배경으로 요나인 듯한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등장
시켜 이 작품과의 어떤 연계성을 암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서기 2000년에
스물다섯이 될 요나>는 1960년대의 급진적인 젊은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1광
년 밖>은 스스로 날 수 있는 이카루스가 되고자 연구에 몰두하는 노인과 그곳
에 떠돌이로 흘러들어와 함께 일하게 되는 젊은이가 주인공이며, 시적인 환상
과 유머로 가득 찬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TV로 방영된 바 있
다.
'재앙 이후 Post-catastrophe'를 다룬 탁월한 작품 <매드 맥스 II Mad Max
II>도 1981년에 발표되었다. 1편 <매드 맥스>에 이어 멜 깁슨 Mel Gibson이
타이틀롤을 맡아 황폐한 미래 세계의 고독한 영웅을 연기한다. <매드 맥스>
시리즈는 단순히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다는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서 매우
탁월한 독창적 스타일 창조의 좋은 본보기이다. 1편에 이어 조지 밀러 George
Miller가 감독하고 호주에서 제작했으며, <도로의 전사 The Road Warrior>라
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저명한 작가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의 장편소설 <생존자들의 비망록
Memoirs of a Survivor>이 영화로 제작되어 발표된 것은 1981년의 일이다. 가
까운 미래에 붕괴되어가는 도시를 한 여성의 시점에서 묘사한 것인데, 영화로
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줄리 크리스티 Julie Christie가 주연했
고 데이빗 글래드웰 David Gladwell이 감독한 영국 영화이다. 1974년에 영국
에서 처음 발표된 원작소설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다.
서부극의 고전 <하이눈 High Noon(1952)>을 SF로 리메이크했다는 평이 늘
따라다니는 영화 <아웃랜드 Outland(1981)>는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 감
독의 작품이다.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친숙한 션 코네리 Sean
Connery가 우주정거장의 보안관 역을 맡아 악당들과 대결을 벌인다. 하이엄스
감독은 <카프리콘 1호(1977)> 등의 작품으로 SF물에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으
며, <아웃랜드>에서도 돋보이는 특수효과와 촬영 등으로 SF적 분위기를 충실
하게 연출해냈다.
독특한 작품세계로 오늘날 적잖은 찬미자들을 거느리고 있는 테리 길리엄
Terry Gilliam 감독의 <타임 밴디트 Time Bandits(1981)> 는 비록 한 소년과
난쟁이 무리들이 이끌어가는 모험 이야기지만 결코 아동물은 아니다.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과 모험, 유머로 가득찬 이 작품은 영국의 저명한 작가 C.S.루
이스 C.S.Lewis의 연작소설 <나르니아 Narnia 연대기>의 일부를 원용한 것으
로도 알려져 있다. 비디오로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있다.
1982년에는 SF영화사상 주요하게 언급되는 걸작들이 대거 발표되었다. <블
레이드 런너 Blade Runner>와 <ET>, 그리고 <비디오드롬 Videodrome>,<트론
Tron>,<괴물 The Thing> 등이 모두 이 해에 나온 영화들이다.
<안드로이드 Android(1982)>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만든 수작으로 꼽힌
다. 우주정거장에서 광기에 찬 과학자가 완벽한 인조인간을 만드려고 애쓰는
데, 악당들이 그 곳에 도착하면서 일이 복잡하게 틀어지기 시작한다. 클라우
스 킨스키 Klaus Kinski가 광기에 찬 과학자 역을 맡아 호연했으며, 아론 립
스타트 Aaron Lipstadt가 감독했다.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 Blade Runner>는 오늘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 미국의 SF작가 필립 K.딕 Philip K.Dick
의 장편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1968)>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발표하던 해에 딕이 작
고하면서 그에게 바치는 영화로 헌정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탈출한 안드로이
드들을 찾아 처분하는 임무를 맡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인조인간 로이 역을
맡은 러트거 하우어 Rutger Hauer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블레이드 런
너>는 포스트모던 SF영화로서, 또 '사이버펑크 cyberpunk' 영화의 전형적인
예로서 많은 평론가들이 중요하게 언급하는 걸작이다. 1982년 발표당시엔 흥
행을 의식한 제작자의 영향으로 해피엔딩식 결말로 편집되었는데, 10년 뒤인
1992년에 스콧 감독이 '감독편집판 director's cut'을 다시 내놓았다. 영화와
원작소설 모두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다.
<E.T.The Extra-Terrestrial(1982)>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
명한 작품이다.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이 엄청난 흥행
작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미국잡지 버라
이어티 Variety에서 평한대로 '디즈니가 만들지 않은 최고의 디즈니 영화'라
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구에 홀로 남은 외계인이 어린이들과 친구가 되어
감동적인 우정을 맺는 내용이다. <ET>는 1990년에 버라이어티 지가 집계한 역
대 SF영화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2위는 <스타워즈(1977)> 였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가 제작,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은 <파이
어폭스 Firefox(1982)>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소련에서 최첨단 신무기를 탈
취해오는 내용의 스릴러이다. 생각만으로 조종되는 전투기가 등장하여 긴박감
넘치는 공중전을 연출한다.
<액체 하늘 Liquid Sky(1982)>은 외계인의 시각으로 뉴욕의 전위예술가 사
회를 묘사한 이색 수작이다. 사람들이 섹스를 하는 동안에 생성되는 특수한
종류의 화학물질을 외계인이 필요로 한다는 설정 아래, SF적인 정서보다는 섹
스,약물,펑크,록뮤직 등이 혼합된 뉴웨이브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내용이 펼
쳐진다. 러시아 이민 출신인 슬라바 추커만 Slava Tsukerman이 제작,감독하고
시나리오도 공동 집필했다.
1951년의 고전 걸작을 리메이크한 <괴물 The Thing(1982)>은 <뉴욕 탈출
(1981)>과 마찬가지로 존 카펜터가 감독하고 커트 러셀이 주연했다. 저명한
SF편집자이자 작가였던 존 W.캠벨 John W.Campbell의 원작 <거기 누구냐? Who
Goes There?>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1951년판보다 원작소설에 더 가깝다. 얼
음 속에서 발견된 외계 생물이 고립된 극지방의 관측기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이 작품은 공포SF영화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축에 속하는, 매
우 극한적인 묘사와 상황설정을 담고 있다.
<트론 Tron(1982)>은 컴퓨터 그래픽이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다. PC가 대
중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 초에 발표되어 적절한 시의성을 지니면서
컴퓨터 대중사회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주인공은 컴퓨터 내부의 기
하학적 세계에 들어가 색다른 모험을 벌인다. 스티븐 리스버거 Steven
Lisberger가 감독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 감독의 대표적 중 하나로 꼽히는 <비
디오드롬 Videodrome(1982)>은 영상매체의 중독성을 공포스럽게 묘사한 걸작
이다. 유선방송 회사의 사장인 주인공은 좀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찾다가
어떤 음모에 말려들게 되고, 현실과 환상이 뒤범벅된 가운데 고통스런 대결을
벌여 승리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비디오에 중독되어 불행한 종말을 맞는
다.
최근 국내에서도 개봉한 <레온>과 <그랑 블루>,<아틀란티스>,<니키타> 등으
로 오늘날 프랑스의 1급 흥행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뤽 베송 Luc
Besson의 데뷰작 <마지막 전투 Le Dernier Combat(1983)>는 폐허가 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이기적인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사나이들을 묘사하고 있다.
흑백필름에 대사가 없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존 배드햄 John Badham감독은 1983년에 <블루 선더 Blue Thunder>와 <전쟁
게임 War Games> 두 편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둘 다 테크노스릴러의 수작으로
꼽힌다. <블루 선더>에서는 최첨단 헬리콥터가 등장하고, <전쟁 게임>에서는
한 소년이 컴퓨터와 전 세계의 운명이 걸린 게임을 벌인다. 깔끔하고 탄탄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브레인스톰 Brainstorm(1983)>은 SF영화의 특수효과 담당자로 명성을 날리
던 더글라스 트럼벌 Douglas Trumbull이 <침묵의 질주(1971)>에 이어 오랫만
에 감독한 작품이다. 명여우 나탈리 우드 Natalie Wood가 출연하다가 제작기
간중에 사망하는 바람에 뒷부분 편집이 일부 바뀌었다. 주인공은 인간의 주관
적인 시각정보를 기록,전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후
세계까지 관찰하고자 시도한다. 이 작품은 브루스 조엘 루빈 Bruce Joel
Rubin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사후세계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보여 나중에 <사랑과 영혼 Ghost(1990)> 및 <야곱의 사다리 Jacob's
Ladder(1990)>의 각본을 쓰기도 했다.
서구에서 인기높은 공포소설 작가 스티븐 킹 Stephen King의 원작소설을 영
화로 만든 <데드존 The Dead Zone(1983)>은 사고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있다
가 께어난 주인공의 이야기다. 그는 미래와 과거를 투시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니게 되지만, 악당 정치인의 음모를 막기위해 살신성인하고 만다.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감독했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 <브레인스톰><과 <데드존>은
모두 크리스토퍼 워큰 Christopher Walken이 주연했다.
< 1984년 - 1985년 >
<8차원 세계로의 모험 The Adventure of Buckaroo Banzai Across the 8th
Dimension(1984)>은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으나 서구에서는 '컬트'현상
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이다. 신경외과 의사이자 물리학자이자 록 뮤지션이기
도 한 주인공이 지구에 침입한 외계인을 무찌른다는 내용으로, 전개가 산만하
고 연출과 촬영도 어설프다는 평을 들었지만 SF영화팬들에게서는 열광적인 컬
트 붐을 일으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87년에 <로보캅 Robo Cop>으로 명
성을 얻게 되는 피터 웰러 Peter Weller가 주연했으며, W.D.리히터
W.D.Richter가 감독했다.
흑인을 외계인으로 등장시켜 독특한 알레고리를 제공한 존 세일즈 John
Sayles 감독의 <외계에서 온 형제 The Brother from Another Planet>는 20만
불 이하의 적은 예산으로 완성시킨 수작이다. 조 모튼 Joe Morton이 타이틀롤
을 맡아 뉴욕에 흑인의 모습으로 떨어진 외계인 연기를 했다. 그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전에 역시 흑인의 모습으로 미
국에 왔다가 노예가 되었던 외계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세일즈 감독은 이
영화에 주인공을 쫓는 외계인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로
서도 유명하며, 또한 자신이 감독하는 작품에는 반드시 출연하는 것으로도 알
려져 있다.
프랭크 허버트 Frank Herbert의 대하장편소설 <듄 Dune>이 마침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1984년의 일이다. 원래 이 소설은 20여년 동안에 걸쳐 전부 6
권으로 발표된 방대한 저작이며, SF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작품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영화 <듄>의 결과는 한 마디로 실망스런 것이었다. 물론 <이레이저헤
드 Eraserhead(1978)>와 <엘레판트맨The Elephant Man(1980)>으로 주목받은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감독의 작품이고 캐스트도 화려했던만큼 형편없는
졸작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SF영화팬들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 린치 감독이 제작자인 로렌
티스 Raffaella De Laurentiis로부터 이 작품의 감독 제의를 받았을때, '쥰
(June)'이라고 잘못 알아들었노라고 밝혔던 점이다. 린치 감독은 SF에 대해서
는 그다지 이해가 깊지 못했던 것이다.
사막으로 뒤덮인 행성 '듄'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대서사시를 담은 이 영화
는, 중세와 아라비아풍의 분위기가 교묘하게 뒤섞인 원작의 분위기는 어느 정
도 재현시켰으나 '신토불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작의 생태학적 메시지는
살리지 못했다. <듄>에는 린치 감독의 작품에 단골로 등장하는 카일 맥라클렌
Kyle MacLachlan을 비롯하여 스팅 Sting, 션 영 Sean Young, 막스 폰 시도
Max Von Sydow, 딘 스톡웰 Dean Stockwell등이 출연했다. 브라이언 이노
Brian Eno와 그룹 토토가 맡은 음악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듄>은 원작소설의 1권과 2권의 일부 내용만을 담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구(砂丘)>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 및 LD가 나와있으며, 원작소설도
1-4권까지는 번역, 출판되었다.
국내에 TV로 소개된 바 있는 <아이스맨 Iceman(1984)>은 빙하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이 다시 살아난다는 내용이다. 존 론 John Lone이 타이틀롤을 맡
아 연구 대상으로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 죽음으로 자유를 찾는 원시인 역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프레드 셰피시 Fred Schepisi 감독의 작품이며,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감동적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작이다.
<최후의 우주전사 The Last Starfighter(1984)>는 청소년용이란 딱지가 붙
긴 하지만 깔끔하게 잘 만든 오락물로 평가받는다. 비디오게임에 능한 주인공
소년이 외계인의 초청을 받아 우주전쟁 한 복판으로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닉
캐슬 Nick Castle이 감독했고 랜스 게스트 Lance Guest, 댄 오헐리 Dan
O'Herlihy, 로버트 프레스톤 Robert Preston이 주연했다.
<1984>는 1956년에 이어 1984년에 다시 만들어졌다. 둘 다 영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현대문학의 고전인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놓
은 것으로서, 존 허트 John Hurt가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 Winston Smith역을
맡았다. 헐리우드의 이름난 배우였던 리차드 버튼 Richard Burton이 주인공을
재교육시키는 '빅 브라더 The Big Brother'의 하수인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
는 그의 마지막 출연작이기도 하다. 마이클 래드포드 Michael Radford가 각본
을 쓰고 감독했다.
난해한 컬트영화로 꼽히는 알렉스 콕스 Alex Cox감독의 <리포 맨 Repo Man>
은 삭막한 대도시(LA)의 젊은 펑크족이 겪는 초현실적인 환상극이다. 제목은
납부금이 밀린 보험가입자의 자동차를 차압하는 사람을 뜻한다. 주인공(에밀
리오 에스테베스 Emilio Estevez가 연기)은 리포맨이 되는 과정에서 온갖 기
이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난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전달하기 곤란한 복합적
이미지를 담고있는 걸작이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스타맨 Starman(1984)>은 지구에 왔다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가는 외계인을 묘사한 작품이다. SF영화에 일가
견이 있는 존 카펜터 John Carpenter가 감독했으며, 그가 1982년에 발표했던
끔찍한 외계인 영화 <괴물 The Thing>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우
주로 날아간 보이저 2호의 '초청'으로 외계인이 지구에 온 뒤, 죽은 젊은 남
자의 몸을 빌어 나타난다. 그는 남자의 아내였던 여인과 함께 정부의 추격대
에 쫓기면서도 분노하거나 발달된 문명의 힘을 과시하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동료들과의 약속지점에 도달하여 여인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고향별로 돌아
간다. 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와 카렌 알렌 Karen Allen이 주연했다.
1986년에는 이 영화로부터 11년이 흐른 뒤를 묘사한 TV연속극이 제작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되었다.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1984)>는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강렬한 메시지
가 어우러진, 흔치않은 걸작이다. 오늘날엔 이 영화의 후편인 <터미네이터 2
The Terminator 2:Judgment Day(1991)>가 훨씬 더 유명하지만, 사실 <터미네
이터>에 비하면 오히려 허술한 구석이 없지 않다. <터미네이터>는 또한 아놀
드 슈워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가 저돌적인 액션배우로서의 이미지를
굳힌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미래에서 파견된 무자비
한 살인로봇으로 나와, 더 이상의 적역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딱 들어맞는
이미지를 형상화시켰다. 슈워제네거와 함께 린다 해밀턴 Linda Hamilton, 마
이클 빈 Michael Biehn이 주연했으며, 이 작품과 후편 모두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이 감독한 것이다.
1984년에는 피터 하이엄스 Peter Hyams가 각본,감독,촬영,제작을 도맡은
<2010>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비교적 잘 만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편인 스탠리 큐브릭 Stanley Kubrick감독의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
2001:A Space Odyssey(1968)>의 후광이 너무나 컸던 탓에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두 작품 다 영국의 세계적인 SF작가 아서 C.클라크 Arthur
C.Clarke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것이나, <2001>의 경우 원작은 단편이
었고 소설 <2001>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클라크가 소설로 각색한 것이다. 반
면에 <2010>은 클라크가 198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2010:오디세이 II>를 영
화로 만들었다.
흥행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3편까지 제작이 이어졌고,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엔 아들과 어머니의 키스 장면때문에 심의 과정에서 말도 많았던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는 1985년에 처음 발표되었다. 구성 자체는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거로 날아간다는 단순한 설정이다. 로
버트 제메키스 Robert Zemeckis가 감독했고 마이클 J.폭스 Michael J.Fox와
크리스토퍼 로이드 Christopher Lloyd가 주연했다.
테리 길리엄 Terry Gilliam 감독의 <브라질 Brazil(1985)>은 오늘날 최고의
SF컬트영화중 하나로 꼽힌다. <1984>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 국가를 배경으로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몸부림치는 가련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꿈에서 보았던 여인을 만나 낭만적인 구원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조나단 프라이스 Jonathan Pyrce가 주연을 맡아 희극적인 캐릭터를 훌륭하
게 소화했으며, 비록 조연이긴 하지만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가 출연한 본격 SF영화라는 점도 흥미롭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충격적이
다. 우리나라에는 <여인의 음모>라는 불가사의한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 있다.
외계인 덕에 회춘의 기쁨을 누리는 노인들이 등장하는 <코쿤Cocoon(1985)>
은 <E.T.>나 <스타맨>처럼 1980년대 들어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우호적인 외
계인'주제의 영화이다. 이러한 현상은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된 국제정세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70년대 후반에 발표된 <스타워즈>만 해도 악의 무리
들은 공산국가의 인민복을 연상시키는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1980년대 초에
<E.T.>가 발표되어 천문학적인 흥행수입을 올린 뒤, 영화에서 묘사되는 외계
인의 모습도 급속도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흥행을 노리고 만든 대
중용 영화들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코쿤>은 론 하워드 Ron Howard감독의 작품이며, 돈 아미치 Don Ameche,제
시카 탠디 Jessica Tandy 등의 노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외계인들이 먼 옛
날에 지구에 왔다가 동료들을 고치 안에 넣어 남겨두고 떠났는데, 그들이 다
시 돌아와 고치를 거두어들이다가 지구인에게 들킨다.
평론서 <아웃사이더>로 유명한 영국의 저술가 콜린 윌슨 Colin Wilson은 SF
소설도 여럿 발표했는데, 그 중에 하나인 <우주흡혈귀 The Space
Vampires(1976)>가 토브 후퍼 Tobe Hooper감독에 의해 1985년에 <라이프포스
Lifeforce>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후퍼 감독은 공포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컬트의 고전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 The Texas Chainsaw Massacre(1974)>
로 유명해진 인물인데, <라이프포스>에도 그 특유의 끔찍한 분위기가 잘 나타
나 있다. 내용은 원작과 영화제목을 합친 그대로이다.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흡혈귀처럼 인간의 혼을 빨아먹고, 이러한 현상은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계속 전염된다.
< 1985년 - 1990년 >
<매드 맥스 선더돔 Mad Max Beyond Thunderdome(1985)>은 1,2부에 이어 일
관되게 이어지는 어두운 미래의 삽화이다. 조지 밀러 George Miller감독의 오
락성을 중시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의 품격을 지키는 깔끔한 연출력은 변함이
없다. 시리즈의 고독한 영웅 멜 깁슨과 함께 <선더돔>에는 미국의 인기 팝가
수 티나 터너가 주제가도 부르고 주연으로 출연도 했다. <매드 맥스> 시리즈
는 매우 통렬한 현대 문명 비판이지만, 1,2,3부로 계속 이어지면서 희미하게
나마 재건, 또는 부활이 암시된다.
<스타체이서:오린의 전설 Starchaser:The Legend of Orin(1985)>은 재미교
포 스티븐 한 Steven Han이 제작,감독한 3차원 입체 만화영화이다. 오린이라
는 젊은 주인공이 스타워즈식의 모험과 낭만을 펼친다는 100분 길이의 스페이
스 오페라이다.
1970년대의 끄트머리에 SF영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에일리
언 Alien(1979)>은 1986년에 2부 <Aliens>가 만들어졌다. 1편의 감독은 리들
리 스콧이었지만, 2편은 상대적으로 흥행성을 강조하는 제임스 카메론 James
Cameron 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자는 게일 앤 허드 Gale Anne Hurd였는데,
이 두 사람은 부부사이로 2년 전인 1984년에 역시 각각 감독,제작을 맡고 각
본은 같이 써서 <터미네이터>를 크게 성공시킨 바 있다. 당시 그들의 나이는
약관의 20대 후반이었다. 그들이 <에일리언 2>에 발탁된 것은 이처럼 <터미네
이터>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1958년 작품의 리메이크인 <파리 The Fly(1986)>는 독특한 개성파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David Cronenberg가 감독했다. 실험 도중에 파리의 몸체와 합성이
되어버린 가련한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제프 골
드블럼 Jeff Goldblum 은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솔라리스 Solaris(1971)>와 <스토커 Stalker(197
9)> 등의 SF물도 만들었던 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Andrei
Tarkovsky는 서방으로 이주한 뒤 1986년에 스웨덴에서 <희생 The Sacrifice>
을 만들었다. 가상의 제 3 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설정하여 인류 구원의 메
시지를 담은 이 작품은, 최근에 국내에서도 극장 개봉되어 당초의 예상을 깨
고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바 있다. 앞의 두 작품에 비하면 SF물로서의 성격은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에 <No.5 파괴작전>이라는 제목으로 라이선스 비디오가 나와있는
<쇼트 서킷 Short Circuit>은 과학적인 논리성은 떨어지지만 재미있고 사랑스
러운 로봇이 등장하여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쇠덩어리 로봇이 벼락을 맞은
뒤 놀라운 만능로봇으로 변신한다. 1977년의 인기작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
기 Saturday Night Fever>와 테크노드릴러 <블루 선더 Blue Thunder(1983)>를
감독했던 존 배드햄 John Badham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그는 '가장 웃기
는 경찰드릴러'라는 평을 듣는 걸작 <스테이크아웃 Stakeout(1987)>을 감독하
기도 했다.
귀엽고 깜찍한 우주선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 <건전지 없음 Batteries Not
Included>은 1987년에 발표되었다. 미국 도시 서민들의 애환에 장난감같은 외
계인 우주선이 개입한다. 감독은 매튜 로빈스 Matthew Robbins이다.
<이너스페이스 InnerSpace(1987)>는 1966년에 제작되었던 <환상여행
Fantastic Voyage>처럼 인간이 조그맣게 축소되어서 다른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다룬 것이다. 조 단테 Joe Dante가 감독했으며, 80년대 후
반에 만들어진 헐리우드영화답게 SFX나 유머 등이 현대 감각에 맞는 오락성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을 <환상여행>의 리메이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같은
구성을 다룬 영화가 20년의 차이로 어떻게 달리 표현되었는가를 여러모로 비
교해보면 흥미롭다. (참고로 <환상여행>은 <바디캡슐>이란 제목으로 라이선스
판 비디오가 나와있다.) <이너스페이스>의 감독 조 단테는 <그렘린 Gremlins>
1,2편(1984,1990)을 감독하기도 한 사람이다.
근육질의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역시 강인한 완력을 지닌 외계인과 자
존심을 건 한판을 벌이는 <프레데터 Predator(1987)>는 배우 아놀드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외계인의 위장술이 돋보
이고, 그 외에는 정글의 게릴라전이나 다름없는 내용이지만 연출은 비교적 탄
탄하다. 존 맥티어난 John McTiernan은 <프레데터> 이후에 <다이 하드 Die
Hard(1988)>,<붉은 10월호 The Hunt for Red October(1990)>,<라스트 액션 히
어로 The Last Action Hero(1993)>를 감독했다.
<프로젝트 X Project X(1987)>는 소년티가 채 가시지 않은 매튜 브로드릭
Matthew Broderick이 주연으로 나와 군사실험용 소모품의 운명을 맞은 침팬지
를 구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감독인 조나단 카플란 Jonathan Kaplan은
1988년에 성폭력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수작 <피고인 The Accused>을 감독
하게 되는데, <프로젝트 X> 역시 강렬한 반전 의식이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담
고 있다.
SF액션물의 수작 중 하나로 꼽히는 <로보캅 RoboCop(1987)>은 나중에 시리
즈로 이어지면서 지나친 폭력을 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던 작품이다. 범
법자들에게 사살되었던 경찰이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 눈부신 활약을 보이지만
차츰 자신의 원래 모습이 무언지 고민하게 된다. 감독인 폴 베호벤 Paul
Verhoeven은 원래 네덜란드 출신으로서, <로보캅>이 출세작이 되어 헐리우드
에 자리를 잡고 나중에 <토탈 리콜 ToTal Recall(1990)> 등의 대작을 감독하
게 된다.
<스페이스볼스 Spaceballs(1987)>는 희극에 일가견이 있는 멜 브룩스 Mel
Brooks가 제작,감독하고 각본도 공동으로 썼으며 출연도 했다. 이 영화는 <스
타워즈>를 노골적으로 패로디한 코미디로서, 끊임없이 황당한 장면 연출을 시
도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펑크 cyberpunk'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아키라 Akira>는
1988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만화영화로서, 우리나라 청소년층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인 오토모 가츠히로는 원래 만화가로서 자신
이 그렸던 원작을 탁월한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제 3 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미래의 동경을 배경으로 일단의 젊은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주인공으로 나오
며, 인간의 잠재적인 초능력을 제재로 삼고 있다. 음향 및 음악의 입체녹음이
매우 뛰어나다.
1988년에는 시리즈물의 2탄, 또는 2부가 되는 작품들이 다수 발표되었다.
<코쿤 II Cocoon:The Return>,<플라이 II The Fly II>,<쇼트 서킷 II Short
circuit 2>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대부분 1편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1988-1989년 사이에 발표된 몇몇 영화들은 이른바 '해양 SF물' 붐을 일으켰
는데, 1988년에 발표된 <씜식스 Deepstar Six>와 1989년에 만들어진 <어비스
The Abyss>및 <레비아탄 Leviathan>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어비스>가 그 중
에서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씜식스>는 졸작이란 딱지가 붙어있
다. <어비스>는 <터미네이터>,<에일리언 2>의 제임스 카메론(감독)-게일 앤
허드(제작) 커플이 만든 또 하나의 대작이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팀 버튼 Tim Burton감독의 <배트맨 Batman>은 독특한 연출과 엄청난 흥행으
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1940년대의 인기 만화 및 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감독의 창조적인 재해석이 수많은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어 텍스트로
즐겨 인용되고 있다. 배트맨 역의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과 조커 Joker
역의 잭 니콜슨 Jack Nicholson의 훌륭한 연기도 돋보인다.
의미심장한 메타포어가 담겨있는 샘 레이미 Sam Raimi감독의 <다크맨
Darkman(1990)>은 지적인 오락물로 손색이 없는 깔끔한 수작이다. 악당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과학자가 마침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얼굴
을 잃어버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나중에 <쉰들러 리스트(1993)>
의 쉰들러 역으로 성가를 높이게 되는 리암 니슨 Liam Neeson이 주연했다.
프랑스의 중견 명감독인 끌로드 샤브롤 Claude Chabrol은 1990년에 서독,이
태리,프랑스 합작으로 <닥터 M Dr.M>을 만들었다. 독일의 프리츠 랑 감독이
만들었던 <마부제 박사 Dr.Mabuse(1922,1961,1964)>의 현대판을 시도한 것으
로서, 알란 베이츠 Alan Bates가 광기에 찬 마르스펠트 박사 Dr.Marsfeldt역
을 맡고 제니퍼 빌스 Jennifer Beals가 죽음을 몰고 다니는 의문의 여인 역을
연기했다.
캐나다의 저명한 소설가인 마가렛 애트우드 Margaret Atwood의 동명 SF소설
을 영상으로 옮긴 <하녀이야기 The Handmaid's Tale(1990)>는 암울한 미래상
을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환경오염으로 임신능력을 지닌 여성들이 급격
히 줄어들고, 미국은 전체주의 통제사회가 된 가운데 가임여성들은 국가의 관
리와 통제하에 놓인다. 감독인 폴커 슐렌도르프 Volker Schl ndorff는 1979년
에 독일의 작가 귄터 그라스 G nter Grass의 소설 <양철북 The Tin Drum>을
영화로 만들기도 한 사람이다.
서독에서 만든 <문 44 Moon 44>는 헐리우드 못지않은 박진감과 탄탄한 연출
력을 보여준다. 범죄인들이 수용된 외계 광산에 경찰이 위장 전입하여 수사를
벌인다는 내용으로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추격장면이 일품이다. 롤랜드 에머
리히 Roland Emmerich가 감독했다.
<토탈 리콜 Total Recall(1990)>은 과학적 논리성은 엉성하지만 뛰어난 오
락활극적 요소와 그에 못지않은 메시지로 관객과 평론가들에게서 공히 적잖은
관심을 끈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주연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액션과 모험, 그리고 컴퓨터그래픽
이 제공하는 SFX가 눈요기거리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 identity을 찾아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자신도 모르게 획일적 삶에 매몰되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원래 이 작품은 미국의 SF작가 필립 K.딕 Philip
K.Dick이 1966년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를 원작으로 삼아 만든 것이다.
감독인 폴 베호벤은 <로보캅>으로 명성을 얻은 뒤 이 작품으로 일약 주가를
올렸고, 역시 이 작품에 아놀드의 가짜 아내로 출연한 샤론 스톤 Sharon
Stone을 <원초적 본능 Basic Instinct(1992)>에 다시 출연시켜 요염한 악녀의
이미지를 가진 스타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