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작가 필립 K.딕은 천사에게 홀렸는가?
Collin Wilson
세계 불가사의 백과 II 에서
제공: 박광규
1982년 3월을 일기로 죽기까지는 필립 K.딕은 아마도 가장 존경받은 현대 공상과학 소설가였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브라이언 스테이블포드는 딕에 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도 과학소설적인 분석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데 보다 많은 공헌을 했다."
H.P.러브크래프트를 제외한다면 그는 또한 인간이 비현실적인 올가미에 사로잡혀 있다는 강박관념을 지닌 주요한 과학소설가들 중 가장 신경과민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피해망상은 자기가 분명히 편집적인 정신분열 환자라고 설명할 정도까지 발전되었다. 그러나 생애를 끝마칠 무렵의 딕은, 자기가 자기의 인생을 재구성해 줄 일종의 초이방인에 의해 '사로잡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록 로렌스 서틴이 딕의 전생애에 관한 전기 <신의 침범>에서 딕의 몇 가지 주장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 일은 단순히 자기 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필립 킨드레드 딕의 소년시절은 쾌활하고 낙천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신경과민의 소년이었다. 그의 쌍둥이 누이들은 그가 태어난 직후에 죽었는데, 그는 훗날 이것이 어머니의 태만에 의한 결과라고 확신했다. 그는 고독한 아이였고, 어머니는 냉정했다. 서틴의 말을 빌리면, 그녀는 '정신적으로 경직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주 아파 오랫동안 몸져 누워 있었다 - 그녀는 신장염 환자였다. 딕 자신은 천식을 앓았으며, 먹고 삼키는 것에 대한 공포증을 가졌다. 그는 목동을 꿈꾸는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는 스포츠에 흥미를 갖게 하려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그가 다섯 살 때 이혼했다. 아홉 살 때 그와 어머니는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로 이사를 갔고, 거기서 딕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가냘프고 예쁜 어머니와의 관계는 고전적인 프로이트식 모자관계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10대였을 때 그는 어머니와 함께 자는 꿈을 꾸기도 했다. 마침내 19세 때 집을 떠나 - 어머니는 경찰을 불러 그를 막으려 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 동성연애 화가들을 수용하는 자유분방한 하숙집으로 옮겨갔다. 15세 때부터 그는 지방의 텔레비전 방송국과 레코드 가게에서 일을 해 자립할 수 있었다.
19세의 딕은 아직 키스도 해본 적이 없는 순수한 총각이었다. 그때 고객의 한 사람 - 자넷이라는 이름의 키가 작고 지나치게 뚱뚱한 열 살 연상의 여자 - 이 지하실 창고에서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딕은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녀가 다섯 아내의 첫 번째였다. 결혼한 지 2개월이 되자 자넷은, 자신에겐 다른 남자들과 접촉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그에게 했다. 그는 그녀의 물건들을 아파트 밖으로 내던지고, 자물쇠를 바꾸어 버렸다, 그의 애정생활은 산발적이고 특별히 만족스런 것은 아니었다. 그가 사랑에 빠진 한 여자는 오히려 가게의 동료를 택했고, 다른 여자는 동성연애 상대와 도주했다. 그와 관계를 맺은 또 다른 여자는 그가 사회적으로 부적당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버렸다. 신경쇠약 - 광장(廣場) 공포증까지 뒤따른 - 은 부득이 캘리포니아 대학을 일 년 만에 그만두게 했다. "나는 어찌된 셈인지 가는 곳마다, 누구에게나 멸시를 받게 되었다."라고 그는 훗날 어느 인터뷰에서 술회했다. 이것이,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허약한 사람과 동일시하게 하고 작품에 나온 주인공을 허약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딕은 고통과 불행의 강박관념예 사로잡혔다. 네 살 때, 제1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마른 강 전투에 참가했던 그의 아버지는 가스 공격과 창자가 파열된 군인들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그는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그는 뉴스영화에서 화염방사기에 습격당한 한 일본인 병사가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 속에서 '불에 타면서 달리고, 또 불에 타면서 달리는' 광경을 보았다. 딕은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공포로 정신이 아찔했다......?그리고 무언가 몹시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서전적인 글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고통은 나를 미치게 한다. 내가 기르는 고양이들이 죽을 때마다 나는 신을 저주해 왔고, 이는 나의 진솔한 마음이다. 나는 신에게 분노를 느낀다. 나는 캐물을 수 있는 곳에서 신을 붙들고, 인간은 죄를 지어서 파멸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도록 강요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 방에서 덫에 걸린 쥐를 죽여야만 했기 때문에 그는 평생 동안 그 비명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어렸을 때 딕은 잔인함에 대한 충동을 가졌으나, 소년시절 딱정벌레를 괴롭힌 이후 그 충동은 갑자기 사라졌고, 대신 생명의 동일성 의식이 그를 지배했다. 이것을 그는 깨달음, 즉 '인간 무상'이라 불렀다.
딕의 잔인함에 대한 강박관념은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그것과 흡사했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이반 카라마조프는 이 세계의 잔인성과 야만성은, 그로 하여금 그런 세계에의 '입장표를 신에게 돌려주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따라서 딕의 첫번째 과학소설 <저 너머에 우브가 있다>가, 우주의 한 행성에서 우브라고 불리는 돼지와 같은 동물을 구입하는 우주 탐험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브라는 동물은 우주 탐험가들과 철학을 논하는 것을 즐거워하지만, 탐험가들의 유일한 욕망은 우브를 잡아먹는 일이다. 그뒤의 우브 이야기는, 비록 우브의 털은 본문을 고치게 하기는 하지만 지동적으로 고쳐지기 때문에, 그 털이 어떻게 책을 장정하는데 이용되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토머스 페인의 <이성의 시대>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데, 이것은 인간이 자기들은 이성적 동물이라 믿는 것은 불합리한 오만의 형태라고 딕이 느끼고 있는 하나의 표현이다.
그로부터 대부분의 딕의 작품은 편집병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병적인 경향을 띠게 되었다. <제2의 변종>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복제인간을 만들어 내 진짜 인간을 괴롭게 한다. <사기꾼>은 자신이 로봇 폭탄이라 의심받는 악몽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인간에 관한 작품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우여곡절 끝에 그것이 사실임이 판명된다(딕의 초기 소설은 자주 그런 테마를 택하는 선배 과학소설가 A.E. 반 보크트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즉 기본적인 관념은 낙천적이지만 주인공이 정신 이상의 오해가 분명히 있는 악몽의 세계에 빠져 있는 테마이다).
딕의 작품에는 카프카적인 특성이 있어서 흔히 목적이 있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를 좌절시키는, 끝없는 분규 속에 휘말린 개인을 부각시킨다. 여러 현대 작가들처럼 - 특히 아서 C. 클라크처럼 - 딕은 컴퓨터가 자체의 지능을 개발하여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는 테마를 무척 좋아한다. 그는 또한 '진실'이라는 용어는 무의미한 것이며, 대신 '진실'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만큼 많이 존재하며, 따라서 '진실'이란 순전히 주관적이라는 개념을 실험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견해는 쉽사리 유아론(唯我論),다시 말해 우주 내에 자기 하나밖에 없다는 믿음으로 흐르기 일쑤이다. 결국 우리 주위에 있는 진실이 '상대적'이고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면, 아마도 다른 사람이란 우리의 고독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내는 환영이다.
딕의 초기 소설 중 하나인 <하늘에 있는 눈>(1957)은 '진실'에 대한 자기 견해를 옹호하고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자신의 긴실처럼 다른 사람의 믿음도 '진실'이 될 수 있는 '양자 택일의 진실'속에 있음을 안다. 종교적인 예배는 자체의 견해를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강요한다. 그리 하여 그들은 자기 자신이 집단 중 한 사람이 가진 비정상적인 진실의 덫에 걸린 것을 깨닫는다. 그들이 이 환영에서 도망갈 때, 즉시 다른 환영의 덫에 걸린 것을 안다. 그들이 '진실'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개개인의 진실'로서 도피해야만 하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그러나 이 초기 작품에서 딕은 적어도 '진실에의 복귀'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 후에 있었던 그의 작품은 보다 어둡고 비관적이 되어, '진실'은 없고 우리 개인의 환영만이 있을 뿐이라는 확신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이것은 아마도 쇼펜하우어와 불타의 비관주의 철학의 극적인 변형이라고도 쓸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딕은 마침내 <높은 성 속의 사나이>라는 소설로 비교적 광범위한 인정을 받아, 이 작품으로 그 해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하는 '휴고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여, 미국이 독일과 일본의 관할구역으로 분리된 세계에 관한 '선택할 수 있는 진실'의 또 다른 소설이다. 타고미라는 이름의 한 인물이 연합국의 승리를 선택할 수 있는 진실의 착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딕은 분명히 중국의 예언서인 <역경>의 도움으로 이 소설을 구상했다. 그후에 나온 <앤드로이드는 전기 양들의 꿈을 꾸는가>라는 소설은, 지구를 지배하려는 로봇 인간을 근절시키고자 하는 '진짜 인간들'의 시도를 그린 작품이다(이것은 <블레이드 러너>라는 성공적인 영화로 각색되었다). 딕의 모든 작품은 현실에 대한 매우 불안정한 그의 인식과 삶에 대처하는 그의 무능을 표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에게는......?어떤 제도도 있을 수 없다. 아마도 모든 제도는… ......편집병의 명시일 것이다. 우리는 무의미한 것, 모순된 것, 적의를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해야만 할 것이다."
한편 딕의 생활은 위기의 틈바구니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신경쇠약, 자살미수, 이혼, 빚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도한 속도의 집필과 편집적 망상 - 어느 때는 동전구멍의 눈을 한 커다란 금속의 얼굴이 하늘에서 자기를 내려다본다는 착각까지 일으켰다. 그의 성 관계는 스웨덴의 극작가 스트린드베리의 그것을 상기시켰고, 몇 번이고 이 외롭고 공포에 질린 작가는 어떤 매력적인 여인이 그가 필요로 하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마음의 평화를 찾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의 근본적인 불안정한 성질은 모든 관계를 망가뜨렸다. 그리하여 그의 고독감과 편집증은 작가로서의 장애가 되었다, 그의 전기 집필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60년대 후반의 그의 소설에는 하나의 지배적 풍조가 있는데, 영혼의 어두운 밤이 그것이다." 그의 소설 자체에는 보통 숨막히는 답답한 분위기가 감돌아, 톨스토이나 헤밍웨이의 걸작에서 불고 있는 듯한 진실의 바람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가 동료 과학소설 작가 핼런 엘리슨과 벌였던 설전은 딕의 결함을 여지없이 보여 주는 것 같다. 프랑스 메스에서 있었던 과학소설 작가대회에서 딕은, '이 세계가 나쁜 것을 안다면 다른 세계를 찾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흔히 말하는 두서없는 연설을 함으로써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지루하게 했다. 청중들은 그가 술에 취했거나 마약을 먹지 않았나 하고 의심했다(사실 그는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제에 중독되어 있었다). 딕과 엘리슨은, 엘리슨이 그가 믿을 수 없고 '정신이상일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전에 절교한 상태였다. 그들은 법정에서 만났을 때 싸움에 가 까운 신랄한 철학적 논쟁을 벌였다. 당시의 딕의 여자친구는 그들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필은 핼런과 매우 대조적이었다. 핼런은 매우 오만하고 입심 좋고 냉정한 데 비해 필은 철두철미하게 얼간이 노릇만 하고 있었다. 필은 매우 공손하거나 자신감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코에서는 코담배가 굴러떨어지고, 물방울 무늬가 아흔 두 개나 되는 넥타이를 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핼런은 필이 정도에서 이탈하여 길을 잃고, 자기 자신의 행동을 자기가 책임지기보다 남이 자기를 받들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사람을 잘못 다룬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들은 심한 논쟁을 벌였다. 필은 이런 상황에서는 행동이 매우 차분하다. 핼런은 가슴을 치고 있었지만, 필은 냉철했다. 필은 정말 위대했다 - 내가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더 다이내믹하고 섹시한 사람이었다. 분명히 딕은 원기를 되찾아 자기 생각을 정리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엘리슨도 깨달은 바와 같이, 그는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기보다는 남이 자기를 받들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1974년 3월 2일, 딕은 자기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하나의 '환상'을 경험했다. 그는 훗날 대담자 찰스 플래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 사악하지 않고 자비로운 어떤 신성한 힘이 나타나, 내 정신을 되찾아 주고 몸을 치유해 주어, 나에게 심미감과 기쁨과 온전한 정신세계의 감각을 주었다."
1974년 2월, 딕은 자기가 미국과 소련 당국에 의해 박해를 받고 있다고 확신했고, 또한 다음달에 죽을 운명에 있다는 확신을 했다.
어느 날 밤, 잠을 못 이루고 '두려움과 우울'과 씨름하고 있을 때 그는 현기증 나는 불빛을 보기 시작했다. 1주일 후 그는 다시 환상을 보았으며, 이번에는 '완전한 형태를 갖춘 현대의 추상화'였는데 수십 만의 그림이 눈부신 속도로 잇달아 나타나는 환상이었다. 다음으로 그는 '바르도소돌 여행'(<티베트 사자의 책>에 나오는 사후의 여행)을 하여 여신 아프로디테와 대면했다. 이어 그는 잠이 들기 직전의 최면상태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3월 16일에는 "그것이 나타나 - 빛나는 색깔과 균형 잡힌 무늬의 뚜렷한 불의 형태로 - 내부와 외부의 모든 속박에서 나를 해방시켰다." 이틀 후에 "그것은 나의 내부에서 밖을 보았다." 바꾸어 말해 딕은 이제 자신의 내부에 또 다른 존재가 있음을 느꼈다. 그는 무엇인가에 홀린 것이다. 그러나 그 실재는 자애로운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이 세계의 진실성과 힘과 신빙성을 부정하고, '이것은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할 리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틀 후 "그것은 나를 완전히 사로잡고, 나를 시공 연속체의 모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게 했다. 동시에 그것은 나를 정복하여, 나는 내 주위의 세계가 판지에 불과한 하나의 가짜임을 알았다. 그 힘을 통해 나는 갑자기 사실 그대로의 우주를 보았고, 그것의 지각을 통해 진실의 존재를 보았으며, 또한 사고력 없는 결정을 통해 나는 내 자신을 해방시키는 행동을 취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정신병 환자의 전형적인 잠꼬대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사실은 결코 환상의 영역에 속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딕은 자기를 죽음으로 이끌 편지를 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내 테사는 어느 날 아침 그가 우편물의 큰 묶음에서 한 통의 편지를 골라, 뜯지 않고 그녀에게 건네주며 이것이 그가 예상했던 바로 그 편지라고 말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사실 그것은 미국 자본주의 쇠퇴에 관한 서평의 복사였고, 거기에 쓰여 있는 죽음, 쇠퇴, 부패, 그리고 붕괴라는 부정적인 어휘에는 밑줄이 그어 있었다. 편집증 환자이든 아니든, 딕에게는 편지를 열어 보지 않고도 내용을 알아볼 수 있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는 듯했다.
이제 딕은 자기가 '지력'에 의해 지배되었다고 말한다. "목요일과 토요일에는 나는 그것이 신이라고 생각했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그것이 지구 밖의 것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은 나를 육체적으로 치유해 주었고, 또한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직 진단도 받지 않은 치명적인 선천적 결손증에 걸린 네 살 난 아들을 치유해 주었다."
딕이 발리스라 부르는 '지력'은 핑크색의 불빛에 의해 그의 머릿속에 지식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그에게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가 치명적인 서혜부의 헤르니아를 앓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딕의 가족은 의사의 진단을 받아 그 통보가 사실임을 알았다. 헤르니아는 수술에 의해 치유되었다.
딕은 찰스 플래트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지력은 어마어마한 전문적 지식 - 공학, 의학, 우주학, 철학에 관한 지식 - 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 2천 년 전의 기억도 갖고 있으며, 그리스어, 혜브라이어, 산스크리트를 말할 수 있어 모르는 것이 없는 듯이 보였다.
그것은 즉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그것은 나의 대리인과 출판업자를 파면시켰다. 그것은 매우 실용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아파트를 진공 청소기로 청소하지 말 것을 결정했고, 체내 침전물 때문에 포도주를 끊도록 결정하여 -사실 내 체내에는 요산이 과도하게 있는 것으로 밝혀 졌다-나에게 맥주를 마시도록 했다. 그것은 또한 개를 '그', 고양이를 '그녀'라고 불러, 아내를 당황하게 하는 기본적인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아내를 늘 '부인'이라 부르곤 했다.
그의 아내 테사는 딕의 전기작가 로렌스 수틴에게 이런 '신비로운' 경험의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 또한 남편의 편집증에 대해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도 했다. 딕은 한 인기가수가 그를 욕하고 가치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며, 그에게 죽음을 권하는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정신분열적인 망상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테사 자신은 새벽 2시에도 음악을 내보내는 방송국이 있음을 확언했다(그녀는 사람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상한 점은 라디오의 플러그가 꽂혀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딕은 이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 아내는 이 지력이 나의 사업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끼친 엄청난 압력 때문에 내가 급속히 돈을 많이 번 사실에 감명을 받았다. 내가 빚진 수천 달러 금액의 수표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의사에게 가게 해 내가 앓고 있는 여러 가지 병의 진단을 확인케 했다...... 그것은 아파트에 벽지를 바르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하게 했다. 그것은 또한 수호신으로 계속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나는 '수호'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찾아보아야만 했다. 수틴은 딕이 한때 자기가 파면한 대리인에게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에이스 출판사에서 밀린 인세를 챙기게 하여, 그가 3천 달러의 수표를 딕에게 보낼 수 있게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테사는 또한 딕이 보통은 의사에게 가는 것을 무척 싫어했는데, 수호신의 주장에 순응하여 즉시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병원에서 나왔다. 그의 아내는 이렇게 썼다. "필과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즐거워졌다. 매일매일이 모험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의 경험은 이 통찰력에 의해 최고조에 달했다. "이것은 사악한 세계는 아니다...... 사악 밑에 좋은 세계가 있다. 사악은 그 위에 덮여 있을 뿐이고...... 일단 그것이 벗겨지면 본래의 선명한 창조물이 눈에 보인다."
딕의 생활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언제나 가난했었다. 1974년에 그는 1만 9천 달러를 벌었으며, 이듬해에는 3만 5천 달러를 벌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면담신청도 늘었으며, 보다 많은 그의 소설이 외국어로 번역되었다. 몇 권이 할리우드에 의해 선택되어, 그 중의 하나인 <블레이드 러너>는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고전적인 영화가 되었다. 심장병 발작으로 1982년에 죽었을 때, 딕은 수천 명의 과학소설 팬들의 우상의 지위에 올라 있었으며,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사로잡힌' 경험에 대한 딕 자신의 판단을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전기작가 로렌스 수틴은 분명히 그 문제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쓴 <신의 침범>이란 책의 표제는, 그 경험이 딕의 인생에서 가당 중요한 것이라고 느끼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양면적인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딕의 말은 편집증의 정신병자처럼 들리고, 편집증의 정신병자들은 '환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딕에게는, 어찌되었든 망상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충분한 사실적 증거가 있다.
문제는 물론 이성적인 인간이 정신의학의 레테르를 쓰고 있지 않는 경우에 '사로잡힘'을 믿는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의 26장은 그런 태도가 사실상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불합리하다는 것은 육체에서 이탈한 '혼'은 존재할 수 없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며, 비록 이것이 이성적이고 실제적인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이 분별 있는 가정이라는 것에는 누구도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그 이유 때문에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가 혼백의 논리적인 가능성까지도 인정하려 한다면, 우리는 또한 '혼백에 사로잡힘'이 논리적 가능성도 인정하는 셈이 되고 만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윌슨 반 두센은 캘리포니아의 멘도시노 주립병원에 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연구 결과로 이런 입장을 지니게 되었다. <인간의 천성적 깊이>(1972)라는 책에서 반 두센은, 광기를 '최고의 잠재력을 잃게 하는 수축된 무능 인간을 만드는 내향적 고립화에의 변화'라는 정의를 내렸다. 바꾸어 말하면, 광기는 인간의 천성적 잠재력의 제한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필연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의 천성적 잠재력이란 무엇인가? 반 두센의 결론은, 모든 인간이란 '신비적인' 경험을 갖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의식은 정상적인 한계 너머로 확대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미쳤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어떻게 그가 자기 환자 한 사람의 유령과 접할 수 있었는가를 설명했다. 그 소녀에게는 유령 애인이 있어서, 반 두센은 '그 애인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충실히 알려 주도록' 그녀에게 요청했다. 이렇게 하여 반 두센은 그 소녀 환자를 중개인으로 하여 유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놀랍게도 그의 환자들과 그들의 유령에게 별도로 심리적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다음으로 놀랍고도 얼떨떨한 발견을 했는데, 유령이 환자보다 더 심한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령이 환자였다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유령으로부터 밝혀진 것은, 혼백에 사로잡혔다는 옛날의 이야기와 아주 흡사했다는 것이다. '유령이 실제 인간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자기의 말에 실제로 대답을 했다'고 하는 반 두센의 생각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를테면, 반 두센이 말을 하는 동안 유령이 이따금 말참견을 할 때 환자가 번득이는 곁눈질을 했다는 것 등이다.
환자들은 흔히 유령을 만나게 된 사연을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한 여인이 정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아무도 보지 않을 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한 알코올 중독자가 호텔 라이트웰을 통해 여러 목소리를 들었다. 또 다른 사나이는 우주선이 착륙하여 녹색의 인간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이 경험은 소위 비행접시 피접촉자를 고려하면 명심해야 할 가치가 있다. 반 두센의 말이 옳다면, 녹색의 인간들은 유령이 아닐지도 모른다.) "환자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자기만의 경험을 인식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유령'이 전적으로 주관적이고 비현실적이 아니라는 확증이 있었다. 환자 중 한 명은 '아주 쓸모 없는 남편을 살해'한 여인이었다. 성모 마리아가 병원에 있는 그녀에게 와서, 그 주의 남부까지 차를 타고 가서 살인죄의 재판을 받도록 충고했다. 마리아는 그녀가 남부로 떠나는 날에 지진이 일어나고, 그녀가 도착하는 날 또 한 번의 지진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실제로 두 번의 지진이 바로 그때 발생했다.
반 두센은 곧 '높은 차원'과 '낮은 차원'이라 부르는 두 종류의 유령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낮은 차원의 유령은 환자보다 더 어리석었다. 그런 유령들은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배반하고 위협을 주곤 했다. 그들은 며칠 동안 계속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들은 그가 쓸모없고 어리석기 때문에 죽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반 두센에 의하면 '바의 주정뱅이 망나니' 같은 행동을 했다.
한편 '차원이 높은 유령들'은 환자보다 더 총명하고 재능이 있어, 그를 공격하기는커녕 그의 자유를 존중했다. 그들은 '협조자'였다. 어느 때 반 두센은 그의 환자-그다지 재능이 있지 않은 가스 설비자-로부터 자칭 신의 여인상의 화신이며, 종교적 상징물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듯한 한 '아름다운 여인'을 소개를 받았다. "환자나 내가 아주 올바른 말을 했을 때 이 '유령 여인'은 우리에게 나타나 그녀의 팬티를 건네주곤 했다." 어느 날 반 두센은 집에서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며 저녁을 보냈다. 다음날 그는 그 '유령'에게 좀 애매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녀는 그 신화를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도 인간사에 관한 여러 가지를 더 잘 꿰뚫어보고 있었다. 질문을 받자 그녀는 놀리듯 사방에 그리스 알파벳을 마구 갈겨썼다. 환자는 그 글자의 뜻조차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를 위해 그것을 베낄 수는 있었다." 가스 설비자가 방에서 나갈 때 그는 반 두센을 돌아보며 그 대화가 무엇에 관한 것이었는지 귀띔해 주도록 요청했다.
팬티를 건네준다는 세부적인 일은, 반 두센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 유령은 가스 설비자가 주술로 불러낸 것이며, 그가 이 여인에게 '부도덕한' 제안을 하여 거절된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들리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신의 여인상의 화신'이라 묘사한 것은 하나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녀는 자신을 괴테의 '영원한 여인상'인 원형적인 상징적 여인이라 묘사했다. 남성에게는, 여성의 놀라운 본질은 스스로를 기꺼이 바치는 데에 있다. 팬티를 건네준다는 것은 이 본질에 대한 적절한 상징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 두센은 스웨덴의 신비론자 에마뉴엘 스웨덴보르그(l688-1722)가 아주 정확하게 하위와 상위의 등급에 대해 설명한 것을 알고 매우 흥미를 느꼈다. 스웨덴보르그에 의하면 혼백에는 두 가지 등급이 있는데, 하위에 속한 혼백은 악의와 권태에 이끌린 세속적인 것이다. 이런 혼백들은 고위에 속한 혼백보다 그 수효가 4배나 많다. 카덱(26장 참조)과 마찬가지로 스웨덴보르그 역시 혼백은 약간의 유사점이 있는 사람에게 '침입'해 들어간다고 말하고, 이것이 아마도 하위의 혼백이 상위의 혼백보다 수효가 많은 이유가 될 것이라 했다. 스웨덴보르그는 '상위의 혼백'을 천사라 간주하여, 그 목적은 도움을 주는 데 있다고 했다. 이어 하위의 혼백은 악마라 생각되지만, 그 기능이 흔히 -자기도 모르게 -도움을 주는 것은 그것이 환자의 죄와 단점을 지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웨덴보르그는 미쳤을까?"라고 반 두센은 묻고, 스스로 그것에 대한 확증은 없다고 답한다. 이상한 것은 그가 생각하는 상위와 하위의 혼백은 모두 그리스도교의 정신병원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적인 장애를 초월하여 흔히 회교나 힌두 정신병자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 두센은 '영의 세계는 스웨덴보르그가 묘사하는 것과 거의 같으며, 무의식적'이라는 흥미 있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의 말이 옳다면 '혼백의 세계'는 우리 내부에 있으며, 또 다른 유명한 신비론자 루돌프 스타이너가 주장하듯이, 그러기에 정신병 환자가 유령을 경험하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신의 심연에, 그곳에 있는 이상한 존재들에 '노출'했을지도 모른다. 필립 K. 딕의 이상한 경험을 이런 논점에서 비추어 볼 때, 그를 편집증의 정신분열자라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우리는 적어도 윌슨 반 두센의 두 번째 책 제목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그가 다른 세계를 알고 있었다는 가능성의 문을 기꺼이 열어 놓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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