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진보 넷 블로그>의 ' neoscrum'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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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Scrum님의 [사회주의자가 읽어야 할 판타지, SF 50선] 에 관련된 글.
우리도 이와 같은 목록을 한번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진보네 블로거들이 활동가에게 권하는 판타지, SF 20선' 같은 형태로요. 우리나라에 나온 책이 드물어서 2-30선 정도로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는 제가 알라딘을 검색하면서 순서없이 대충 뽑아본 목록입니다. 몇 권이 좀 빠진 것 같긴 합니다만.. 어쩌다보니 전부 번역본이네요. 혹시 이 책들 중에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거든 지적해주시고, 다른 분들도 책을 추천하고, 짧은 이유를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슐러 K 르 귄 <빼앗긴 자들>, <어둠의 왼손> 그리고 그 외 그녀의 모든 소설.
작품의 질적인 측면으로 보나, 수상 경력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어슐러 K 르 귄은 현존하는 최고의 SF 작가이다.
<빼앗긴 자들>은 모든 권력과 자본이 해체된 공동체적인 공산주의 사회를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게다가 어슐러 K 르 귄은 그 안에서 발생하게 될 모순과 그 반대편에 놓여있는 자본주의 사회와 책을 펴낼 1974년 당시 존재했던 현실 사회주의 사회에 대한 비교와 비판까지 놓치지 않고 잘 보여주고 있다.
<어둠의 왼손>은 <빼앗긴 자들>과 더불어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여성주의 SF를 개척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성역할이 존재하지 않는 행성을 통해 우리의 생활과 관념에 깊히 박혀있는 성역할에 강한 의문을 던진다.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 <1984년>
이 책들은 흔히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리는 작품들이다.
자마찐의 <우리들>은 1921년에 나온 작품인데, 뒤에 나온 두 작품 뿐만 아니라 <강철군화>,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등 여러 작품에 강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로 읽어보면 <1984>와 <멋진 신세계>가 <우리들>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회주의자였던 자마찐은 1917년 혁명 이후 많은 실망을 겪으면서 그 경험을 이 소설에 담았다. 2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들>은 완전히 통제된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결국 자마찐은 1931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1932년 나온 작품이다. 포드주의가 지배하는 AF 632년 (포드 이후 632년)의 세계는 모든 것을 대량생산한다. 인간까지도.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계급화되며, 모든 인간은 행복과 피로감을 지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
조지오웰의 <1984년>은 1949년 발간된 것으로서 1936년 스페인 혁명의 참전을 통해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를 경험했던 조지 오웰이 던지는 세상에 경고문이라고 할 수있다.
- 잭 런던 '강철 군화'
잭 런던이 1908년 발표한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은 26세기에 한 역사학자가 1930년대 쓰여진 일종의 수기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20세기초반에 이미 20세기 중반에 다가올 파시즘을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해서 유명해진 소설인데, 국내에서는 '소설 자본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었다. 국내에는 1980년대까지 금서였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많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금서였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구 소련과 북한 등에서도 금서로 알려져있다는 사실이다. 왜 그들이 이 책을 금서로 했는지는 직접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나쁜 놈들.
- 스뜨루가쯔키 형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아르까지 스뜨루가쯔키와 보리스 스뜨루가쯔키 형제가 1974년 쓴 소설이다. 외계 생물체의 압력을 받는 과학자들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타협할 것인가, 가족과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양심을 지킬 것인가. 이는 당시 학문에 대한 구소련의 탄압과 통제에 대한 풍자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게 앉아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두 형제는 구 소련 정부의 탄압에 맞서서 한동안 집필을 중단하기도 했었다.
- 케이트 윌헬름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1977년 휴고상, 쥬티터상, 로커스상을 받은 작품이다. 대재난 이후 인류의 삶에 대해서 그린 소설로서 '재난 이후'에 관한 소설 중에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1970년대 팽배했던 핵, 공해 등에 대한 공포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공포들은 현재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더욱더 깊어져만 가고 있다.
- 로버트 하인라인 <스타쉽 트루퍼스>, 조 홀드먼 <영원한 전쟁>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는 한국에서 번역될 때 초기에 <우주의 전사>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가 영화로 <스타쉽 트루퍼스>가 개봉한 이후 영어의 본래 명칭으로 책 이름도 바뀌었다.
1959년 발간된 <스타쉽 트루퍼스>는 미국 해군에서 근무한 바 있는 하인라인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이 소설은 2차 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을 찬양하기 위해 쓰여졌으며, 적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인종주의의 혐의가 짙으며, 맑시즘에 대한 조롱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며 우익 군국주의를 지향한다.
현재 SF 중에서 반전 소설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전에서 크게 부상을 당한 조 홀드먼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은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에 맞서서 나왔지만, 출판사들의 냉대로 소설을 완성한지 10여년을 훌쩍 넘긴 1975년에서야 발간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스타쉽 트루퍼스>와 거의 같지만, 전혀 다른 시각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끌어간다. 현재는 <스타쉽 트루퍼스>보다 더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뒤 홀드먼은 <영원한 자유>, <영원한 평화> 등의 시리즈를 발표했는데, <영원한 전쟁>과 <영원한 평화>는 둘 다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
- 로버트 하인라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이 소설은 '혁명'과 '독립투쟁'을 다룬다는 사실 때문에 한때 국내 SF 팬들 사이에서 '운동권 SF'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잘못된 별명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을 읽은 분들이 각자 내리기 바란다.
SF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이야기꾼 하인라인의 작품이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정말 재미있다. 하지만, 달세계에서 상호 폭력을 통해 만들어진 '우익 리버럴 아나키즘'은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에 묘사된 '공동체적인 아나키즘 공산주의' 사회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지구의 착취에 맞선 달의 혁명적 독립투쟁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지도부가 감춰진 채 진행된다.
-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본인은 본인의 작품이 SF 소설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만, 항상 SF 명작을 꼽을 때는 그의 작품들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제5도살장>은 그의 대표작으로서 2차 대전 중에 연합군이 저질렀던 독일의 드레스덴 지방에 대한 대규모의 폭격과 민간인 학살을 다룬 SF다. 그가 SF로 불리는 걸 싫어한다고 해도.. 이건 아무리봐도 SF 맞다.
(아직도 독일의 우익 단체들과 스킨 헤드족 등은 이 드레스덴 폭격 추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합군은 아직도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물론 연합군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도 원폭을 투하해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독일의 유태인 학살만 이야기하는 건 승자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소설은 실제로 커트 보네거트 본인이 2차대전 중 포로로 잡혀서 드레스덴 폭격이 자행되던 당시 바로 그 곳에 붙잡혀 있었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쓰여졌는데, 풍자, 블랙유머, 작가의 소설 내용 간섭하기, UFO, 외계인, 시간여행 온갖 요소들이 잡탕처럼 뒤섞여 있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설명이 더 필요없는 소설. 스탈린주의에 대한 강한 풍자와 블랙 유머, 그리고 그 종말에 대한 경고.
- 필립 K 딕 <높은 성의 사나이>
필립 K 딕은 뒤늦게서야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불행한 작가 중 하나이다. 그래서 현재 필립 K 딕 상은 그의 가슴아픈 작가 생활을 기리기 위해 '하드 커버'가 아닌 '페이퍼백'으로 싸구려 출판된 책 중에서 뛰어난 SF를 골라서 수상을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대체 역사소설 분야에서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차 대전은 연합군의 패배로 끝이 났으며, 미국은 독일과 일본이 분활통치하고 있다. 이 작품 속에서 한 사나이가 연합군이 승리한 2차 대전에 관한 대체 역사 소설을 쓴다. 파시즘을 다시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 장 미쉘 트뤼옹 <돌의 후계자>
이 작품은 그 줄거리와 내용보다도 소설 속의 배경 때문에 꼽았다.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철저히 분리된 개인들과 완전한 노동의 유연화, 거대 권력 등은 신자유주의 이후에 대한 강한 경고를 담고 있다. 소설이 뒤로 가면서 뭔가 곁길로 빠지는 느낌을 버릴 수 없긴 하지만..
- 마가렛 애트우드 <시녀이야기>
마가렛 애트우드는 커트 보네거트와 마찬가지로 SF 소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이 SF 분류되는 것을 결코 용납치 않는 작가이다. 하지만 그녀의 최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소설의 경우 1985년 아서 C 클라크 상을 받아버림으로서 그녀의 바램과 달리 SF라고 낙인 찍혀버리고 말았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절대적인 통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각 등급으로 나뉘어지고, '생식'을 위한 '자궁'이 된 여성들은 '시녀'라는 이름으로 배치된다.
- 까렐 차펙 <로봇>
'로봇'이라는 바로 그 단어를 만든 소설이다. 인간 대신 노동을 하는 이 최초의 로봇은 인간에 맞서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반란을 일으킨다.
-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도>
화씨 451도는 책을 태울 때의 온도라고 한다. 책을 읽는 것이 금지된 사회. 주인공인 방화수는 책을 적발해서 태우는 일에 보람을 가진 인물이다. 그 주인공이 자신의 일에 회의를 갖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레이 브래드버리가 1953년에 펴낸 것으로서 당시 미국의 '메카시즘'을 통해 만들어 질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 H. G. 웰즈 <타임머신>
'타임 머신'이라는 단어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 소설이다. 과거와 미래로 여행하던 주인공은 미래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과 노동 계급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주의자였던 웰즈가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극악한 체제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쓴 소설이다.
- 마이크 레스닉 <키리냐가>
마이크 레스닉은 각종 주제별 SF 단편 모음집의 기획자이자 편집자로 유명한데, <키리냐가>는 그가 직접 쓴 대표작 중 하나이다. 본래 단편 소설로 발표되었다가 평론가들과 독자들에게 각광을 받자 장편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마이크 레스닉은 <키리냐가>를 통해 '유토피아'의 의미를 묻는다. 어떤 이에게 '유토피아'가 다른 이에게도 '유토피아' 일 수 있는지, 과연 그 유토피아는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는지. 이는 이 사회를 '유토피아'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의 딸들>은 남녀의 성역할과 지위를 그대로 뒤집어서 현재 사회의 가부장제에 대한 쓴웃음을 마음껏 뱉어놓는다. 국내에서도 그랬지만, 처음 발간되었을 당시 서구 페미니스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책이다. 하지만, 성역할의 반정립 이상의 상상력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이 책은 여성들보다는 오히려 남성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된다.
- 사족
* 사실 위의 책 중에는 제가 안 읽은 책이 두어권 포함되어 있긴한데, 그동안 나온 평가 등을 참조해서 간단한 설명을 붙였습니다.
*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꽤 괜찮은 SF들이 무궁무진한데, 앞서 소개한 '사회주의자가 읽어야 할 ... 50선'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괜찮은 작품도 거기에 빠진 게 많습니다만.... 쩝쩝..
* 위의 작품들은 평론가들과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책들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좀 밍밍하고 지루했던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읽는 이들 몫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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