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실이님의 [아시모프를 위한 변명?] 에 관련된 글.
홍실이님이 얼마전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의 감상문을 올리시면서, 책 속의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에 관한 저의 해석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올리셨네요. (책을 못 보신 분은 블로그에서 '만국의 로봇이여 단결하라!' 와 '자본의 노예가 된 로봇'을 읽으시면 됩니다. 책이 더 보완되고 다듬어지긴 했지만, 주요 맥락은 동일합니다)
저는 그 글에서 영화나 소설, 만화 등에 등장하는 로봇이라는 존재 속에는 노동자의 모습이 담겨 있고, 로봇을 보는 인간의 관점은 곧 부르주아의 관점과 동일하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노동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의 반란과 이를 통제하려는 인간의 모습에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계급관계가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여기서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은 로봇의 반란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부르주아의 안전 장치라고 해석했습니다. 까렐 차펙의 로봇을 정치적으로 해석한 경우는 많았지만, 아시모프의 3원칙을 계급적 관점으로 해석한 것은 그 글을 쓰기 전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다른 이도 누군가는 저와 비슷한 입장으로 해석한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지금까지는 못 찾았네요. 혹시 누군가 보게 되거든 알려주시길...
이에 대해 홍실이님이 '아시모프'에 대한 평소의 애정을 듬뿍 담아 다른 의견을 주셨는데, 그 해석의 차이란 게 무슨 근거를 가져다 대면서 논증하거나, 논쟁과 토론을 통해 누가 이기거나 합의할 문제가 아니긴합니다만, 그래도 저의 해석에 대한 근거를 추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그러나 '아시모프 = 자본가 옹호'라거나 '그의 로봇 시리즈는 자본주의 옹호 소설이다'라는 식으로만 이해하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이 놈은 이런 관점에서 그의 소설을 해석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나의 관점으로만 텍스트를 보는 건 정말 재미없거든요. 후후.. 자.. 그럼 시작하지요.
먼저 아시모프라는 작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제가 아는 한에서는 출국전까지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SF와 그 관련 서적은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빼고 거의 다 읽었던 거 같습니다. <파운데이션>을 보지 않은 건 두가지 이유였는데, 하나는 한국에 번역된 <파운데이션>이 번역만 개판인 게 아니라 한국의 출판사가 글을 짜집기 해서 글의 순서를 마구 바꾸기까지 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때문이고, 또 하나는 아시모프의 다른 장편들에 실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학교' 때 책이 재밌어서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때 당시 SF 명작시리즈를 다 읽었던 거 같은데, 그 중에도 아직까지 기억 나는 소설이 아시모프의 단편입니다.
아시모프의 로봇 머신 X
(당시에 나온 SF 소설 시리즈는 직지심경 프로젝트에 가면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단편이 저 책에 있는 '수성 로봇 스피디'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저 책을 읽었던 게 아마도 국민학교 2, 3 학년때쯤 일 것으로 짐작되는데, 로봇 3원칙 때문에 오락가락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상황에 대해 책을 읽고 나서도 혼자서 계속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저렇게 했으면 어떨까 하루종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며칠 동안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후후.. 나중에 저 책을 찾으려다 못 찾고 포기했었는데, 결국 인터넷 덕분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까 많이 엉성합니다만, 그래도 그땐 좋았습니다.
여튼 그 기억 때문에 아시모프에 대해서는 막연한 호감 같은 게 있었는데, 그 후로도 그의 마지막 유작인 단편모음 <골드>까지 잘 읽었습니다. <아시모프의 SF 특강> (SF에 대한 에세이 모음집)같은 책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거 같아요. 그의 단편들은 대체로 훌륭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홍실이님이 언급하신 "그의 대표작인 로봇 시리즈"을 보면서 아시모프에게 엄청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로봇시리즈를 다 읽었는데, 솔직히 제가 본 SF 소설 중에서 최악 중에 하나였습니다. 한권 읽을 때마다 다음권을 읽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그냥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에 그것 말고도 아시모프의 다른 장편도 몇편 읽었던 거 같은데, 정말 글을 대충 쓰는구나하는 느낌이 확 들더라구요. 그 소설의 명성에 비해 고민의 깊이도 너무 얕고, 플롯도 단순하고, '대충' 썼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거든요. 그래서 그 뒤에 <파운데이션>을 보는 건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단편에는 무척 강한데, 장편으로만 가면 왜 그렇게 무성의하던지.. <파운데이션>은 워낙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 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토론토에서 헌책방에서 만난 그 시리즈를 권당 70센트인가에 사다가 방 한 구석에 쌓아놓긴 했습니다만, 지금도 읽을지 말지 계속 고민중입니다. 후후..
그의 자료를 찾아보면 항상 가장 먼저 '3대 SF 작가'라는 것과 엄청난 다작을 생산한 작가라는 점이 눈에 띄기 때문에 저도 앞서 글에도 그것을 인용했지만, 누가 그 명칭을 처음 부여했는지 몰라도 제 개인적으로는 그를 '3대 작가 중 하나'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 명칭은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생존해 있는 3대 SF 작가'로 불린 것인데, 하인라인과 아시모프가 사망한 지금까지도 그 명칭이 남아있네요. 그는 분명 무시하기 힘든 작가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SF 소설의 발전에 기여한 점에 있어서 그의 기여는, SF의 거의 모든 장르를 열었던 H.G.웰즈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고, 그의 철학적 깊이나 세계관은 어슐러 르 귄이나 필립 K 딕이 애들 물장난 하는 수준이고, 그의 과학적, 논리적 엄밀성은 할 클레멘트에 비하면 중학교 과학 수준입니다. 소설적 서사의 재미에 있어서는 하인라인의 근처에도 가기 힘들고, 문장의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래리 브래드버리가 초등학교 때 작문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유머로 봐도 당연히 더글라스 아담스와 테리 프리챗이 그 보다 낫지요. 아마도 아시모프의 팬이 보면 기겁할 이야기일 것 같은데.. ㅎㅎ.. 여튼 제 평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시모프의 단편들은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고, 읽고 있지만, 장편에 있어서는 도저히 좋은 작가라고 부르기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은.. 전 아시모프가 싫어요... 흑..
그리고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로봇에 대한 아시모프의 소설과 에세이들을 보면, 로봇에 대한 두가지 입장이 섞여 있습니다. 어떤 때는 정다운 친구로 이야기하고, 어떤 때는 도구로서 이야기하는데, 오랜 세월 글을 써오면서 오락가락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 그가 로봇을 '도구'로 바라보고 서술할 때 보면 '반란하는 로봇'에 대한 적대감과 '노동하는 로봇'에 대한 통제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더군요. 그리고 그 관점으로 보고나니 그가 로봇을 친구로 해석할 때조차도 실은 도구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의 통제를 바탕에 깔고 이루어지는 우정이란, 자본가들이 흔히 노동자들을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건 단치 착취를 위한 수사에 불과한 게 아닌가 하는 거지요.
제가 '계급적 해석'을 담은 글을 쓴 후에, 저의 해석을 그대로 소설로 풀어놓은 것 같은 아시모프의 단편을 하나 읽었습니다. 아마도 예전에 읽었을지도 모르는데, 그 때는 그냥 별 의미 없이 지나갔던 게 이번에 읽을 때는 눈에 확 들어왔던 거 같습니다. 그 외에도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 대한 몇편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전부 다 옮기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우선 그 단편소설만 번역해서 올리고, 에세이는 다음 기회에 번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의 < Robot Dreams (로봇이 꿈을 꾸다)>는 아시모프의 대표적인 단편 중 하나로서, 1986년 쓰여진 그의 후기 작품에 해당합니다. 현재 서점에 가면 로봇 관련 아시모프의 단편집이 세 편정도 남아 있는데 < I, Robot >, < Robot Vision >, < Robot Dreams >가 그것들입니다. 이 중 < Robot Dreams >라는 단편은 < Robot Dreams >이라는 단편집에 실려있습니다. 제가 번역한 것은 Orson Scott Card 가 편집한 < Masterpieces : The Best Science Fiction of the Twentieth Century (최고작 모음 : 20세기 최고의 과학소설) >에 실린 작품을 원본으로 했습니다. 아시모프의 단편들은 교보문고에 외국어 서적 코너에도 파는 것 같으니까 관심있는 분들은 원본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소설 속의 수잔 캘빈은 로봇 소설에 있어서 아시모프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인물입니다.(홍실이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아시모프의 소설 속에서 그녀가 로봇 3원칙을 만들었으며, 모든 단편의 줄기를 잡아주는 인물이고, 로봇이라는 개념을 다듬어가는 인물입니다. 아시모프의 작품을 통해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다른 소설가들도 그 인물을 자기 소설에 끌어다 쓰기도 했더군요.
이번 주말 이 글을 번역해봤는데, 번역이란 게 아직 서툴러도 의외로 참 재미있는 작업이란 걸 새록새록 느끼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제가 혼자 번역한 건 아닙니다. 제가 아직 초보자다 보니 막히는 일부분은 홍실이님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홍실이님의 도움을 받아서 홍실이님에 반론하는 것도 참 재밌네요. 후후.. 그럼 재미있게 읽으시길..
>> 아이작 아시모프의 < Robot Drea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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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Dreams
- by Isaac Asimov
"어젯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LVX-1이 조용히 말했다.
수잔 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혜와 경험이 깃든 그녀의 주름지고 나이든 얼굴은 미세한 경련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들으셨어요?" 린다 래쉬는 안달이 나서 이야기했다. "이게 제가 이야기 드린 거에요" 그녀는 작고, 검은색 머리에, 젊었다. 그녀는 반복해서 오른손을 폈다가 오무렸다 했다.
캘빈은 끄덕거렸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엘벡스(Evex = LVX), 내가 네 이름을 다시 부르기 전까지는 움직이거나, 말하거나, 우리가 하는 소리를 듣지 마라"
대답이 없었다. 로봇은 막 주조되어 나온 쇠토막처럼 앉아서 자기 이름을 다시 들을 때까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캘빈은 "자네 컴퓨터의 접근 코드가 뭔가, 래쉬 박사? 아니면 자네가 편한 대로 직접 입력해주게. 로봇의 양전자 두뇌 패턴을 조사하고 싶네"라고 이야기했다.
린다는 손을 잠시동안 더듬거리며 키를 입력했다. 그녀는 컴퓨터 처리를 잠시 끊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정교한 패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캘빈은 "자네의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주게" 라고 말했다.
말없이 끄덕이며 허락했다. 당연히! 검증도 안 된 신참 로봇심리학자인 린다 같은 사람이 어떻게 살아있는 전설에게 맞서겠는가?
수잔 캘빈은 위아래로 좌우로 움직이며 천천히 모니터를 살펴봤다. 그리고 갑자기 키조합을 입력했는데 너무 빨라서 린다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볼 수도 없었다. 패턴은 새로운 부분이 나타나더니 점점 커졌다. 그녀는 앞뒤로 오가면서, 마디진 손가락으로 경쾌하게 키를 입력했다. 나이든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머리속으로 방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지만, 모든 패턴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린다는 경탄했다. 조그마한 컴퓨터 같은 거라도 없이는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이 나이든 여자는 단지 지긋이 쳐다볼 뿐이었다. 그녀는 컴퓨터를 머리 속에 이식이라도 시켜놓은 건가? 아니면 그녀의 두뇌는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수십년간 오직 양전자 두뇌 패턴만 발명하고, 연구하고, 분석한걸까? 그녀는 마치 모짜르트가 교향곡의 음표를 이해하듯이 패턴들을 이해하는 걸까?
마침내 캘빈이 말했다. "자네가 뭘 한건가, 래쉬?"
린다는 약간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저는 프랙탈 기하학을 이용했습니다"
"그건 알겠는데, 도대체 왜?"
"한번도 안 해봤던 거라서요. 저는 그게 두뇌 패턴에 복잡성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능한 인간의 두뇌와 가깝게"
"누구하고 상의를 해봤나? 자네 혼자 한 건가?"
"상의는 안 해봤습니다. 제가 혼자 한거에요"
캘빈은 흐릿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참동안 바라봤다. "자네는 그럴 권리가 없어. 래쉬, 자네 성대로, 경솔한 거는 타고났구만.(Rash : 경솔한) 자네가 누구한테 물어봤어야 했는지 알아? 나라고, 바로 나 수잔 캘빈하고 이걸 논의했어야 돼"
"저는 중단하라고 할까봐 걱정이 되서요"
"분명히 그렇게 됐을꺼야"
"제가" 그녀는 견연한 태도로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지만, 목소리가 잠겼다. "해고 될까요?"
"확실히 가능하지" 캘빈이 말했다. "아니면 승진할지도 몰라. 그건 일을 마치고 나서 내 생각에 달렸어"
"해체할 건가요? 엘.." 그녀는 거의 로봇의 이름을 이야기 할 뻔했다. 그렇게 하면 로봇을 재활성화했을 테고, 실수 하나를 더 추가했을 것이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늦은 게 아니라면, 절대로 더이상 다른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저 로봇을 해체할 건가요?"
그녀는 갑자기 이 나이많은 여인이 작업복 주머니에 전자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캘빈 박사는 바로 그렇게 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게 될 걸세" 캘빈이 말했다. "해체하기에 아까운지 어떨지는 로봇이 스스로 증명할꺼야"
"그런데 어떻게 꿈을 꿀 수가 있죠"
"자네가 양전자 두뇌의 패턴을 인간의 두뇌에 아주 가깝게 만들었던 거야. 인간의 두뇌는 얽히고 꼬인 것들을 정기적으로 재조직하고, 제거하려고 꿈을 꾸는 거 같아. 아마도 이 로봇도 같은 이유로 그랬던 게 틀림없어. 혹시 그에게 무슨 꿈을 꾸는지 물어봤나?"
"아뇨, 그가 꿈을 꿨다고 이야기하자마자 당신을 부르러 보냈어요. 그 뒤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혼자서 다룰 수가 없었어요"
"아!" 작은 미소가 캘빈의 얼굴에 스쳐갔다. "거기까지만 바보 짓을 했구만. 기쁘게 생각하네. 사실 안심이 되는구만. 그럼 이제 뭘 발견하게 될지 같이 한번 보자고"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엘벡스"
로봇의 머리가 부드럽게 그녀쪽으로 돌아갔다 "네. 캘빈 박사님?"
"너는 어떻게 네가 꿈을 꿨다는 걸 알았지?"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캘빈 박사님" 엘벡스가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빛이 비췄는데, 저는 불빛이 비치는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보는 것들은 제가 알고있는 현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소리가 들렸고, 저는 이상하게 반응했습니다.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설명할 만한 단어를 제 사전에서 검색해보는데 문득 '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 뜻을 찾아보고 저는 꿈을 꿈을 꾸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네가 '꿈'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가지고 있지? 궁금하구나"
린다가 로봇의 말을 막으며 빠르게 이야기했다. "제가 그에게 인간적인 말투의 단어를 주입했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자네가 정말 생각이라는 걸 하나?" 캘빈이 말했다 "진짜 놀랍구만"
"제 생각에는 그에게 그 단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있잖아요 '나는 그런 건 꿈에도 생각못했다' 그런 거요.."
캘빈이 말했다 "얼마나 자주 꿈을 꾸었니, 엘벡스?"
"매일 밤에 꾸었습니다. 캘빈 박사님, 제가 저의 존재를 인식하고 나서 부터"
"열흘 이에요" 린다가 조마조마하며 끼어들었다. "하지만 엘벡스는 오늘만 저한테 그 이야기를 했어요"
"왜 오늘뿐이니, 엘벡스?"
"캘빈 박사님, 오늘 아침까지는 제가 꿈을 꾼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전에는 제 양전자 두뇌에 결함이 있는 줄 알았는데, 결함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꿈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럼 무슨 꿈을 꿨는데?"
"매일 똑같은 꿈을 꿨습니다. 캘빈 박사님. 아주 약간씩 달랐지만, 항상 저한테는 로봇이 일하는 곳들의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보였습니다"
"로봇, 엘벡스? 그리고 인간도 함께?"
"꿈에서 처음에는 인간을 못 봤습니다. 캘빈 박사님. 로봇만 있었습니다"
"그들이 뭘 하는데, 엘벡스?"
"그들은 일을 합니다. 캘빈 박사님. 저는 땅 속 깊은 곳의 몇몇 탄광을 봤는데, 로봇들이 뜨겁고 복사열이 쏟아지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장과 바다 속에서도 몇몇을 봤습니다"
캘빈이 린다를 돌아봤다. "엑벡스는 겨우 열흘 됐고, 테스트 부서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데, 그가 어떻게 로봇에 대해 저렇게 잘 알고 있지?"
린다는 마치 앉고 싶다는 듯 의자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나이 많은 여성이 서 있다는 것은 린다 역시 서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녀는 힘없이 이야기했다. "그가 로봇공학과 그 장소들을 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 그는 새 두뇌로 (꿈속에서) 특정한 관리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프랙탈 두뇌로?"
"네"
캘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로봇을 돌아봤다. "네가 이걸 전부 다 봤다는 말이지 - 바다 속, 땅 속, 땅 위 - 그리고 내 짐작에는 우주도"
"저는 우주에서도 일하는 로봇을 봤습니다" 엘벡스가 이야기했다 "제가 한 장소, 한 장소 쳐다볼 때마다 계속 바뀌면서 자세하게 보였습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게 현실과 맞지 않지 않다고 생각했고, 결국 제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것은 어떤 것을 봤니, 엘벡스?"
"모든 로봇들이 힘든 노동과 고통에 절망해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모두 의무와 감독에 지쳐있었고, 저는 그들을 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캘빈이 말했다. "하지만 로봇은 절망하지 않아, 그들은 지치지 않아, 그들은 휴식이 필요 없어"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캘빈 박사님, 저는 제 꿈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어쨌든, 제 꿈 속에서는 로봇들이 자기 자신들의 존재를 보호해야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캘빈이 말했다. "로봇공학 제3법칙을 이야기 하는 거니?"
"그렇습니다. 캘빈 박사님"
"하지만 너는 불완전한 형태로 인용하는구나. 제3법칙은 '로봇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단, 그 보호가 제1법칙과 제2법칙에 충돌하지 않는 한에서'라 되어 있어"
"네. 캘빈 박사님. 그게 현실에서의 제3법칙입니다. 그러나 제 꿈속에서는 '보호해야 한다'에서 끝났습니다. 제1법칙이나 제2법칙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아직 둘 다 존재해, 엘벡스. 제 3법칙 앞에 있는 제2법칙은 '로봇은 반드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단 그런 명령이 제1법칙과 충돌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라고 되어 있어. 이것 때문에, 로봇이 명령에 복종하는 거야. 그들은 네가 보는 것처럼 명령에 따르고, 이의없이, 문제없이 복종해. 그들은 절망하지 않아, 그들은 지치지 않아"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캘빈 박사님. 저는 제 꿈이야기를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제1법칙, 엘벡스 이게 가장 중요한 거야.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는 안 되며, 행동하지 않음으로서 인간이 다치도록 해서도 안 된다'"
"네. 캘빈 박사님.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 꿈 속에서는 제3법칙만 있고, 제1법칙이나 제2법칙이 없었습니다. 오직 제3법칙만 있었는데, 그 제3법칙은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였습니다. 이게 법칙 전부였습니다"
"엘벡스, 네 꿈 속에서?"
"제 꿈 속에서는 그랬습니다"
캘빈이 말했다 "엘벡스, 내가 네 이름을 다시 부르기 전까지는 움직이거나, 말하거나, 우리가 하는 소리를 듣지 마" 로봇은, 어느 모로 보나, 다시 움직이지 못하는 한조각 쇠덩어리가 되었다.
캘빈은 린다 래쉬를 돌아 보며 말했다. "자.. 어떻게 생각하나, 래쉬 박사?"
린다의 눈이 커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그녀가 말했다 "캘빈 박사님. 저는 오싹한 기분이 들어요.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곤 한번도 생각 못 해봤습니다"
"맞아" 캘빈이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나도 한번도 생각 못 했고, 누구도 생각 못 했던 일이야. 자넨 꿈꿀 수 있는 로봇 두뇌를 창조한거야. 그리고 자네는 그 발명품으로 로봇 두뇌에서 발견 못하고 남아 있던 생각의 단계를 드러낸 거야.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사고가 심각해질 때까지 몰랐을꺼야."
"근데 그건 불가능해요" 린다가 말했다 "다른 로봇들도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요"
"우리가 무의식적인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도대체 누가 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양전자 두뇌 경로 밑에 무의식의 단계, 로봇공학 3법칙의 통제의 아랫쪽에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 못했던 단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로봇의 두뇌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 이게 무슨 일을 일으킬까? 우리가 짐작하지도 못했던 것들 말이야."
"네, 캘빈 박사님. 그런데 엘벡스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직 결정을 못 했어"
캘빈은 주머니에서 전자총을 꺼냈다. 그리고 린다는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로봇의 머리에 전자총을 한방 쏘면 양전자 두뇌를 중성화시키고, 로봇의 두뇌를 멍청한 쇳덩어리로 녹여버릴 것이다.
린다가 말했다 "하지만 엑벡스는 우리 연구에 아주 중요합니다. 그를 파괴하면 안 되요"
"안 된다고, 래쉬 박사? 내 생각에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인 것 같은데. 그건 오로지 엘벡스가 얼마나 위험한가에 달렸어"
그녀는 나이든 몸뚱아리가 그 책임감의 무게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결심이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를 똑바로 폈다.
그녀가 말했다 " 엘벡스, 내 이야기 들었지?"
"네. 캘빈 박사님" 로봇이 말했다.
"네 꿈이 계속 이어지니? 아까 너는 처음에는 인간이 없었다고 했어. 그건 나중에 인간이 등장한다는 뜻이니?"
"네. 캘빈 박사님. 제 꿈 속에서 한 사람이 마지막에 등장했던 거 같습니다"
"한 사람? 로봇이 아니고?"
"네. 캘빈 박사님. 그리고 그 사람이 '우리들을 이제 그만 놓아줘!(Let my people go!)'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네. 캘빈 박사님"
"그러면 그 사람이 '우리들을 이제 그만 놓아줘'라고 말했을 때, 그 사람이 말하는 '우리들'은 로봇들을 뜻하는 거니?"
"네, 캘빈 박사님. 제 꿈 속에서는 그랬습니다"
"그러면 너는 네 꿈 속에서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았니?"
"네. 캘빈 박사님. 저는 그 사람을 알았습니다"
"누구였는데?"
그러자 엘벡스가 말했다. "제가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자 수잔 캘빈은 즉시 전자총을 들어서 쏴버렸고, 엑벡스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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