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이 글은 노동자의 힘 기관지 '세상야사' 코너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로봇'이라는 단어가 <로숨의 만능로봇>이라는 희곡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본래 노동을 의미한다는 사실, 그리고 '로봇의 반란'은 '노동계급의 혁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과 그 외 다른 로봇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개봉된 <아이 로봇(I, Robot)>의 원작자인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1992)는 예전 'SF <2> 베트남전을 반대했던 SF 작가들'에서도 소개했듯이 세계 SF 3대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작가입니다.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출판해서 다작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주전공은 생화학이었지만, 천문학, 물리학, 화학, 종교학, 역사학, 신화학까지 생전에 500여권을 출판했는데, 그래도 다 출판하지 못한 책들이 있었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그 중에서 '로봇' 시리즈는 그의 대표적 저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로봇 시리즈를 통해 로봇공학(Robotics)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한데, 무엇보다 아시모프하면 떠오르는 것은 그의 저작을 관통하고 있는 로봇 3원칙입니다. 로봇의 반란이 등장하는 <로숨의 만능로봇>을 '3류로 취급한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했던 아시모프는 <로숨의 만능로봇> 이후 많은 글들이 반란을 주제로 다루자 로봇을 안전하게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로봇 3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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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와 영화 <아이, 로봇>
제 1 법칙 로봇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 또한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이 해를 입도록 해서도 안 된다
제 2 법칙 로봇은 제1법칙과 대립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의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제 3 법칙 로봇은 제1법칙, 제2법칙과 대립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아시모프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로봇들도 그 전의 로봇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대신 노동하는 자'라는 것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모프가 만들어 낸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한 로봇은 부르주아가 원하는 노동자의 모습과 일치합니다. 첫째, 투쟁하지 않는 노동자, 둘째, 자본가의 명령에 충실한 노동자, 셋째,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노동력 보존. 그의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200살을 산 사나이)>이라는 소설(1999년 영화화됨)에서 그러한 생각은 절정을 이룹니다. 그 소설에서 반란이 원천적으로 막힌 로봇이 인간과 평등하게 되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길은 결국 개인적인 계급상승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던 주인공 로봇 앤드류는 200여년에 걸쳐 자신의 몸을 인간의 몸으로 서서히 바꿔나가며 인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특별히 인간에게 선택된 로봇만이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인간으로 계급상승을 이루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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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테니얼 맨
아시모프는 어쩌면 보편적인 인간을 위해 기계와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들의 두려움을 없애려고 이러한 3원칙을 제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많은 로봇 공학자들이 그의 3원칙을 기술적으로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컴퓨터란 것이 발명된 계기는 '미사일의 탄도' 계산과 '군사용 암호 개발과 분석'을 위한 것이었고, 지금도 온갖 자동화된 무기가 지구 곳곳을 누비며 인간들의 학살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현실은 아시모프가 그리고 있는 착한 로봇보다는, 그가 유치하다고 비난했던 <로숨의 만능로봇>의 착취받는 로봇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노동자들이 태어날 때 강제로 주입하고 싶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비록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서 뇌 속에 그러한 명령을 칩으로 집어넣지 못하지만, 그들은 이데올로기라는 칩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끊임없이 3원칙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TV를 통해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자본주의 사상을 주입하고, 그래도 안심하지 못해서 노동 현장 곳곳에 전자감시시스템을 설치하고 노동자들을 감시하며, 검열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본가들이 그러한 3원칙을 입력한 칩을 발명해 낼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시모프의 3원칙이 발표된 이후 등장한 로봇의 모습은 급격히 인간 친화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는 인간들을 대신해서 싸우기도 하는데, 그 모습 속에서도 우리는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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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즈카 오사무 우표
로봇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다른 나라들보다 일본에서 특히 많이 발전하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신화적 존재인 '데즈카 오사무'가 만들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우주 소년 아톰(원제는 철완 아톰)>. 백인 악당이나 거대한 로봇을 물리치는 몸집이 작은 아톰에는 패배한 일본 제국주의 재무장과 부활의 욕망이 담겨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데즈카 오사무는 그의 애니메이션 회사 '무시 프로덕션'에서도 악질 자본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는데,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노동강도로 1963년부터 66년 사이에 두 명의 애니메이터가 과로로 죽고, 한 명이 알콜 중독에 걸릴 정도로 극심한 노동 착취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저가 제작 관행과 애니메이터의 저임금이 유지되는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당시에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래소년 코난> 등으로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데자카 오사무의 추모식에 참가하여 그에 대한 독설을 쏟아붓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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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와 그레이트 마징가
또한 <마징가 Z>,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 등을 그려 마징가 시리즈의 감독으로 불리는 '나가이 고'는 그의 디자인이나 작품 스토리에 반영된 군국주의, 국수주의적 성향과 여성형 로봇의 유방 미사일 표현 등으로 당시에도 많은 비난이 있었습니다. '나가이 고'의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의 거대 로봇류는 사지절단형 무기나, 사무라이의 칼을 기본적인 무기로 사용하여 모든 문제를 폭력을 통해 해결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무라이 시대를 찬양하고, 폭력을 미화한다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러한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아이들에게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와 제국의 군국주의적 열망을 주입하는 또 다른 제3의 원칙이었던 것입니다.
* 참고 자료
<애니메이션 영상미학> 한창완, 한울 아카데미
<애니스쿨> 제2권 애니메이션의 모든 것, 송락현, (주)서울문학사
< SF 특강> 아이작 아시모프, 김선형 옮김, 한뜻
<양자 인간>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실버버그 공저, 박상준 역, 동아출판사 (바이센테니얼 맨을 재집필 한 책) 그리고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과 애니메이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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