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즈 저택의 죽음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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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아가사 크리스티 1920

<미국판 초판본 커버>

스타일즈 저택의 괴사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처녀작으로 탐정 에르퀼 포아로가 처음 등장하는 기념비 적인 작품입니다.1916년 씌어진 이 소설은 5년 동안 여섯 군데의 출판사를 전전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출간된 작품이라는데 아무리 대단한 작가라도 맨 처음으로 이렇게 초라한가 보지요.
하지만 여성이 무슨 추리 소설이냐 하는 편견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크리스티 보다 앞선 여류 추리 소설가라면 미국 여자 추리소설의 어머니 안나 캐서린 그린과 홈즈 시대에 셜록 홈즈의 라이벌인 구석의 노인을 쓴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백작부인정도를 들수 있습니다.물론 다른 여성 추리 소설가도 있겠지만 뭐 현재까지 알려진 사람이 없으니 이 두명정도가 유일하다고 하겠네요.

내용은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휴가를 받은 헤이스팅스는 옛 친구인 존 캐번디시의 호의로 스타일스 저택에 머물게 되는데 저택에는 잉글소프 여사가 전 남편의 아들인 존과 로렌스 형제 식구들과 하인들및 재혼한 새 남편 잉글소프등과 살고 있었지요.그러던 어느날 한밤중에 잉글소프 부인이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킨고사람들이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지만, 부인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맙니다.심장마비로 사망한 줄 알았던 부인이 독살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에 헤이스팅스 대위는 안면이 있던 포와로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되는데…목적은 유산인가 원한인가? 헤이스팅즈의 지인이며, 피해자에게 은혜가 있는 에르큘 포와로가 사건의 진상 규명에 나서게 됩니다.

이 소설은 이중 반전이 구조를 갖고 있어 다 읽고 나면 한편이 잘 짜여진 드라마를 봤다는 느낌을 가질수 있읍니다.
이 작품은 크리스티 여사의 첫 작품이지만 초보 작가의 솜씨라기보다는 추리 소설의 여왕다은 대가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자신이 간호사인 경험이 잘 녹아나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 당시 일반인들은 잘 알수 없었던 살해 방법(독극물을 이용)등이 나오는데 특히 마지막에서 포와로가 독살 방법을 설명하는데에는 전문적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잘 이해할수 없기도 합니다.(이것은 녹스의 10계 제 4항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극물이나,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적인 장치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에 배치 되는데 녹스의 10계가 1928년에 쓰였으니 1920년에 쓴 이작품에 대해서 뭐라고 왈가 왈부하기는 그러네요)
이 작품의 단점이라고 굳이 지목한다면 워낙 많은 용의자가 등장하게 되는데(이거는 전적으로 헤이스팅즈가 추측하는 것이지요) 재산을 둘러싸고 캐번디시 형제 및 남편 잉글소프,잉글소프 부인과 반목하는 메어리 캐번디시,잉글소프 부인과 다툰 전 간호사 에블린 하워드,잉글소프 부인 옆방에 기거하는 신시아 머더크, 바워스타인 박사등인데 물론 헤이스팅즈와 포와로가 용의자를 한명씩 없애는 것이 흥미 있기도 하지만 크리스티 여사가 너무 용의자를 많이 내놓아 힘들어서 그랬는지 잉글소프 부인의 독살을 간판하고 메어리 캐번디시와 불륜관계를 암시하고 있던 바워스타인 박사가 느닷없이 독일의 간첩으로 판명되면서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다든지 하는 대목은 솔직히 좀 옥의 티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문득 에르큘 포와로가 「스타일스장」을 방문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았읍니다.그럼 물론 이 사건은 해결하지 않았을 것이고,이후의 그의 활약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의 인생의 최후도 변했을지도 모르지요(커튼).포와로의 모든 것이 여기서 출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크리스티이 초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그 이후 잘 쓰여지지 않은 방의 배치도(이거를 자주 이용한 사람이 s.s 반다인인데 그의 초기 작품인 벤슨,카나리아,그린,승정사건에 사용 됬습니다) 편지의 자투리 등 미스터리의 소도구도 활용도 충분히 있어 읽는 즐거움 가득한 작품이니 여러분도 재미있게 보시길 바랍니다.
아래는 주석 달린 홈즈를 보고 제가 내멋대로 쓴 주석입니다. (아래쓴 페이지는 모두 해문 문고본 입니다>

내멋대로 주석
1)셜록 홈즈의 영향- 나레이터 왓슨(p5)
….먼저,내가 그 사건과 관계를 맺게된 경로부터 간단하게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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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스팅즈대위>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은 헤이스팅즈 대위가 나레이터 형식으로 사건을 소개하는데 에르큘 포와로와 헤이스팅즈 콤비의 첫 작품으로 이런 형식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들수 있습니다.(천재 탐정과 약간 둔한 나레이터)
영국 추리 소설에서 셜록 홈즈의 영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크리스티도 이 형식의 영향에서 벗어날수 없었나 봅니다.
워낙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가 추리 소설의 주류를 이루고 많은 작가들이 따라 하다 보니
녹스의 10계에서도 등장하는데 제 9항 탐정의 우둔한 친구, 즉 왓슨(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스의 친구이며 조언자인 의사)과 같은 인물은 그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숨김없이 독자에게 알려야 하며 그리고 그의 지능은 독자보다 낮아야 한다고 쓰여져 있는데 뭐 헤이스팅즈도 여기서 결코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2)V.A.D (p16)
자원 봉사대 제복을 입은 여자가 가쁜하게 잔디밭을 가로 질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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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에는 V.A.D 로 나오는데 Voluntary Aid Detachment(구급 간호 봉사대)의 약어입니다.
구급 간호 봉사대란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들로 조직된 단체로 전시하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간호를 주 임무로 했다는데 아가사 크리스티도 이런 곳에서 봉사하며 독약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했다고 합니다.그녀의 소설속에서 나오는 독약에 대한 것은 모두 이때 배웠다고 할수 있지요.

3)에르큘 포와르(p31)
포와로는 몸집이 작고 묘하게 생긴 사람이다……그는 한때 벨기에 경찰국의 가장 유능한 형사들중의 한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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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

헤이스팅즈가 포와로에 대해 처음으로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점은 왜 영국인인 크리스티 여사가 벨기에인이 포와로를 등장시키는가 하는 점입니다.지금이야 작달막한 키에 수염을 기르고 회색 뇌세포를 들먹이는 벨기에인 명탐점 포와로에 대해 누구나 이의를 달고 있지 않지만 1920년 당시 왜 영국인 크리스티가 벨기에인 탐정을 창조했을까요????
크리스티 이전의 추리 작가들은 대체로 거의 모두가 자신의 출신지 명탐정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예외라고 해봐야 추리소설의 창시자인 에드가 알란 포우(미국)가 뒤팽(프랑스)을,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헝가리)가 구석의 노인(국적 불명)을, 삭스 로머(영국)이 후만츄박사(중국)를,로버트 바(영국)이 유지누 바르몬(프랑스)를 창조한 정도로 한 손가락을 꼽을 정도 입니다.게다가 구석의 노인은 국적 불명으로 나오지만 활동지가 영국이므로 영국인이 거의 맞을 것 같고 후만츄 박사는 악당이므로 둘을 제외한다면 숫자는 더욱 적어질 것 같습니다.
크리스티가 스타일장의 괴사건을 몇 년간 출판사로부터 툇짜 맞은것도 여성이라는 점도 있었겠지만 탐정이 영국 사람이 아닌 벨기에인이라는 생소함 때문에 영국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지 못할거라는 편집자들의 판단도 작용했을거라고 여겨집니다.

4)독약(p49,p188)
-스트리크닌 [Strychnine]
1818년 필리핀에 서식하는 덩굴나무인 스트리크노스 이그나티이(Strychnos ignatii)의 씨에서 발견된 알칼로이드.
스트리크닌은 살서제(殺鼠制)로도 사용되어 왔고, 한때는 의학계에서 하제(下劑)로도 사용되었으며 매우 쓴맛을 가지고 있다. 스트리크닌은 특히 중추신경계에 특이하게 작용하여 억제작용을 하는 신경말단의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강한 경련을 일으킨다. 스트리크닌 중독에 의한 사망은 연수에 산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연수(延髓:심장박동과 호흡작용을 조절하는 뇌부위) 마비 때문.

5)잉글 소프 부인의 방의 배치도(p58)
해문 아가사 크리스티 문고 안에 잉글 소프 부인 방의 배치도 그려져 있습니다.실은 이 그림이 원서에 그려져 있는 잉글 소프 부인의 방의 배치도로 문을 나타내는 ABC의 문자로부터 각 집안도구의 명칭의 글자까지 완전히 같은 것입니다.


6)편지 봉투의 글귀(p82)
포와로가 편지 봉투를 발견하고 헤이스팅즈에게 보여줍니다.해문 아가사 추리문고에도 나오는데 원문의 것을 꺼꾸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97년판본인데 제대로 고쳤는지 궁금합니다.


7)배급제(p90)
“설탕을 넣지 말라고요? 전쟁 때문에 설탕을 넣지 않는 모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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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머도크에게 커피를 주면서 포와로가 설탕을 넣을까요 하고 묻자 신시아가 설탕을 안넣는다고 하니 포와로가 물어본 내용입니다.
스타일장의 괴사건의 시대적 배경은 제 1차 세계대전 중입니다.영국은 이당시 옷 및 세간류,석유제품,모든 종류의 주식 및 부식거리에 대한 배급제를 실시하게 됩니다.영국은 전쟁 발발전 매년 수천만톤의 식품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1915년부터 독일 잠수함의 영국 상선 격침에 따라 물자가 줄어들자 영국 정부는 식량의 배급제도를 도입하게 됩니다.이에 따라 모든 사람들은 돈과 배급 쿠폰을 가지고 계산시 이를 점원에게 제시해야만 했지요.
전쟁기간중에 가장 1명이 한주에 구입할수 있는 설탕 수량은 225g이있다고 하니 포와로가 신시아가 남의 집에서 폐를 끼치기 싫어 설탕을 안넣는다고 착각할수 있었다고 여겨지네요.

8)편지(p137)
하워드양은 그녀 앞으로 온 편지를 제출했다…다음면에 그 편지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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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심리에서 하워드양이 잉글소프 부인에게 받은 편지를 제출하는 장면입니다.원작에서는 편지 그림이 있었으나 해문판에서는 삭제된것으로 보여집니다.

<해문 문고본에서 삭제된 편지>

9)고미 다락(p182)
포와로와 나는 곧바로 고미다락으로 올라갔다.

고미다락 (Attic, Garrett, Garret)이 무언가 했더니 아래아 같은 거더군요
지붕과 천장 사이의 공간. 빌딩 또는 주택에서 지붕 바로 밑의 방 또는 상층부.
고대 건축에서 돌림띠(cornice) 또는 엔타블러처(entablature) 위의 중이층 또는 장식벽.
아래 사진을 보시면 좀더 쉽게 이해 하실수 있을것니다.

<고미 다락>

10) 탓소 부인의 공포 방(p204)
“….그들은 마치 우리집을 마담 터소스의 공포의 방을 들여다 보는 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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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이 헤이스팅즈에게 살인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담 탓소의 말납관을 구경하듯 한다고 불평하는 대목입니다.
마담 마리 탓소(Marie Tassaud, 1761-1850)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1777년에 밀랍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17세기 프랑스 혁명 때 그녀는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던 정치인들의 데드마스크를 밀랍으로 만드는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 했다는데 1800년대 초에 영국의 런던으로 이주 했고, 1835년 런던의 베이커 거리(탐정 셜록 홈즈가 살던 것으로도 유명함)에 최초의 마담 탓소 밀랍 인형 박물관을 개장 하였다고 합니다.
런던에 있는 마담 탓소의 밀납인형관에는 크리스티 자신의 밀납인형도 현재 전시되고 있습니다.본서를 쓸 당시 설마 크리스티도 자기 자신의 밀납 인형이 전시되라라고는 아마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11)독일 간첩(p220)
“오 그럼 그렇지.나는 정말인줄 알고 깜짝 놀랐네.그 사람은 간첩협의로 체포된거야 헤이스팅즈” ▶
헤이스팅즈가 살해 혐의로 바워스타인 박사가 체포됬다고 여기는 것을 포와로거 정정해주는 장면입니다.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에서 갑작스레 간첩이 나와 좀 황당한 장면입니다.물론 소설의 배경이 1차 대전중이라 독일 간첩이 나올수도 있지만 바워스타인 박사가 스타일즈 저택에서 무슨 첩보 활동을 했는지 전혀 언급이 안되있으니 좀 생뚱맞습니다.런던에서 15년간 의사로서 활동했다고 하니 방첩당국을 손길을 피해서 올수도 있었으나 이것도 사리에 안 맞는 것이 바워스타인 박사가 잉글소프 부인의 독살을 강력히 주장하고 이 때문에 온 영국의 신문들이 달려들고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우를 범하는데 이게 과연 간첩으로 할 일인지 의심이 가게 되죠.아마도 크리스티 여사가 너무 많은 용의자를 남발하고 용의선상에서 없애는 과정에서 피로가 쌓여서 바워스타인 박사는 그냥 독일 간첩으로 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참고로 바워스타인 박사는 유태계 독일인인데 1차 대전까지만 해도 독일에 유태인이 가장 많이 살았고 유태인들도 자신이 유태인이라기 보다는 독일 국민으로서 유태교를 믿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강했다고 합니다.이들은 자발적으로 1차 대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전하고 독가스를 만든 과학자인 프리츠 하버(Fritz Haber)도 유태계 독일인이었다고 합니다.

12)유태인(p201, p221)
“물론 그 이유때문만은 아니야.나는 그사람이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그는 유태계 폴란드인이란 말이야.”
“…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이지-물론 유태인이라네” “나쁜 사람 같으니라고”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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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존 캐븐디시가 아내 메어리에게 바워스타인 박사가 유태인이라고 멸시하는 장면이고
아래는 포와로에게 바워스타인 박사가 간첩이라고 설명하면서 유태인이라고 하자 헤이스팅즈가 화를 내는 장면입니다.(여기서 헤이스팅즈가 바워스타인 박사가 간첩이라서 화를 내는지 유태인이 간첩질까지 해서 화를 내는지 좀 에매한데 아마 후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소설내에서 크리스티 여사는 유태인을 비하하는 글을 쓰고 있는데 아마 요즘 같으면 인종차별이라고 미국내 유태인들이 들고 일어나 출판될수 없었을 것입니다(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에서 이원복교수가 유태인에게 안좋은 글을 썼다고 미국 유태인 협회에서 고소가 들어와 우리나라 출판사가가 이를 교정했다고 하니까 말이죠)
크리스티 여사의 소설들을 보면 외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많은데 여사 자체가 인종차별주의자인지 아니면 그당시 영국인의 보편적 감성을 드러낸것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당시 영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감성을 소설내에 들어낸 것으로 보여집니다.

13)세익스피어 인용구(p234)
“자네나라의 위대한 극작가 세익스피어가 말했듯이 ‘말할것이냐 아니면 하지 않을 것이냐’-그것이 문제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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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와로가 위에서 한 말은 유명한 「햄릿」의 일절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제3막제일장)」를 모방한 것이죠.
크리스티여사도 세익스피어를 좋아했는지 그녀의 추리 소설속에도 세익스피어 작품이 구절이 자주 나옵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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