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국문화 예술진흥원의 멀티미디어 문학중 SF관련 글입니다.
http://www.kcaf.or.kr/basic/multi/ch02/fr-ch02-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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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연 데츠카 오사무 |
데츠카의 SF만화 "로스트월드"(1945)의 한 컷 |
"스타워즈"와 "이티"와 같은 SF영화가 70년대에 들어서 SF의 광범위한 확산에 큰 힘이 된 것처럼, SF를 소재로 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주로 일본에서 집중적으로 만들어져 젊은 독자층을 SF의 영역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주로 유럽의 SF를 수용하여 SF만화를 SF작품보다 먼저 내놓았습니다. 데츠카 오사무의 SF만화 삼부작인 "로스트월드"(1945)와 "매트로폴리스"(1949), "와야만 하는 세계"(1951)가 그것입니다. 데츠카는 환경의 파괴와 핵전쟁으로 처해진 지구의 위기 상황, 지구가 멸망한다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관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데츠카에게 유명한 것은 역시 1951년에 만화로 발표하기 시작하여 1960년에 텔레비전 만화영화로 방영한 "철완아톰"이겠지요. 데츠카는 지구로 이주하려는 우주인과 이를 저지하는 지구인과의 전쟁에서 평화의 사절로 활약하는 자립적인 로봇 아톰을 창조했습니다.
또한 아시모프보다 앞서 로봇이란 모름지기 인간에게 헌신하고 인간을 부모로 불러야 하며 남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살해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엄하게 설정하여 인간에게 반기를 드는 유럽의 로봇상을 안전하게 바꾸어 어린이용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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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미츠테루의"철인28호" |
마츠모토 레이지의"우주전함 야마토"(1974) |
데츠카로 비롯된 아동용 SF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주류는 안드로이드 형태인 아톰보다는 전쟁도구로서 로봇을 창조한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28호"(1956)에서 결정되었습니다.
미츠테루의 로봇은 인간이 리모콘으로 조작하는 완전 기계였기 때문에 이후 국내에서도 방영되어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나가이 고의 "마징가Z"에서는 조종사와 거대한 로봇이 합체하여 여러 가지 무기를 갖고 싸우는 수퍼로봇의 시대를 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마츠모토 레이지의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1974)에 이르러서는 우주를 무대로 한 거대한 스케일과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거기다 첨단 메카닉이 아울러지면서 성인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1979년부터 시작되는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서 교환이 가능한 단순한 무기로서 로봇으로 싸우는 사실적인 전투장면과 모호한 선악의 구분, 전쟁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행동을 그림으로써 리얼로봇물이라는 독특한 세계를 만들기도 하여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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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 P. K. 딕 |
사이버펑크 영화의 효시 "블레이드 러너"(1982) |
그런데 80년대 들어서 영화나 만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SF작품에 이르기까지 주목할 만한 흐름이 바로 컴퓨터 기술의 현저한 발달로 인해 등장한 사이버펑크라는 문화적 현상입니다. 사이버펑크란 인공두뇌학이라는 뜻인 사이버네틱스와 70년대 말 주류사회에 반항하는 과격한 락 음악이나 패션경향인 펑크와 결합된 용어입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과학에 대해 부정적인 물음을 묻는 일종의 디스토피아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멀리는 웰스의 사회비판적인 SF나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1932)와 같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사어버펑크에서 주로 다루는 테마를 실제로 다룬 작가는 필립 K. 딕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딕의 작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1968년에 발표되었는데, 이것을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를 1982년에 만들어 사이버펑크 영화의 효시로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제3차 세계대전 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근미래가 무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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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스페이스를 무대로 한 영화 "매트릭스"(1999) |
존 셜리의'도시가 걸어온다' |
여기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리플리컨트와 인간과의 갈등과 투쟁이 되풀이되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발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이후 사이버펑크는 SF는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만화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가 되었습니다.
특히 사이버펑크 SF는 컴퓨터로 인한 하이테크 정보혁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실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도 아래 80년대를 전후로 활동하기 시작한 몇몇 SF 신인작가들을 중심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나 락 음악 심지어는 MTV와 같은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존 셜리와 같은 작가는 1980년 "도시가 걸어온다"에서 미국 각 도시경제에서 암약하는 악덕자본가인 마피아에 분노한 도시가 하나의 의식을 지닌 인간으로 실체화되어 자신의 독자적인 이론에 근거하여 이에 맞서 싸운다는 독특한 근미래 스릴러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물론 하이테크나 뉴사이언스를 도입하여 사이버펑크의 반체제성이라는 급진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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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깁슨 |
패트 캐디건 |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1984)는 전기공학과 유전자 조작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근미래의 일본 도시 지바를 무대로 합니다. 주인공은 유체가 이탈하듯 매트릭스 시뮬레이터라는 신경변환장치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에 깊숙하게 잠입, 정보를 훔쳐내는 콘솔카우보이입니다.
여기서 컴퓨터는 신이 되어 있으며, 기술세계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또한 여성작가인 패트 캐디건의 "프리티보이 크로스오버"(1986)에서는 인간과 뉴미디어와의 관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아이돌이 스스로를 자의식이 있는 데이터 즉 지성을 가진 비디오의 스크린칩으로 만든 대가로 프리티보이라고 불리는 영원한 젊음과 불사를 얻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본질을 되묻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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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저주"(1993) |
"사과전쟁"(1996) |
90년대 초 통신망에 등장한 SF도 역시 컴퓨터 테크놀로지 시대에 걸맞게 사이버펑크의 주된 테마인 신이 된 컴퓨터, 해커, 인간복제 등을 소재로 다루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성수의 "아틀란티스 광시곡"(1991)이나 "스핑크스의 저주"(1993)는 아틀란티스와 스핑크스999라는 선과 악의 속성을 모두 지닌 절대적인 컴퓨터를 등장시켜 인간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복종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모습은 해커들의 전쟁으로 이어져 김온영의 "사과전쟁"(1996)과 같은 작품에서는 머드게임인 에덴동산을 사이에 두고 민족적 자존심을 건 일본과 한국의 해킹전쟁 즉 컴퓨터(사과)전쟁으로 확산됩니다.
여기서 해커는 신의 소유였던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로 비유되어 특정한 소수에게만 제공되는 정보를 해킹하여 만인에게 공개하려는 해커들의 활약을 통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되는 정보의 집중과 독점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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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너리 코드"(1999) |
노성래의 "바이너리 코드"(1999)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장기 이식용을 개발된 복제인간이 0과 1이라는 바이너리 코드 즉 이진수라는 컴퓨터식 사고체계로 인해 수퍼컴퓨터의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놓고 있습니다.
인간복제 기술로 인해 파생될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이 작품은 컴퓨터로 작동되고 통제되는 메탈 브레인이라는 마천루, 사이보그를 대량생산하여 독점판매를 통해 대량의 부를 획득하는 기업이 등장하고 있어 하이테크놀로지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측면을 그리고 있어 명백히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영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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