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에 김규태/한정훈 기자님이 쓰신 SF관련 글입니다.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710300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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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산업의 광맥 'SF'](4부•끝)좌담회
‘IT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SF산업을 키우자’라는 주제로 상상력이 풍부한 4명의 전문가와 함께 탐사기획 좌담회가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렸다.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
한국 사회에서 SF 영화, SF 드라마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최근에 개봉해 800만명 가까운 관객을 이끈 ‘디 워’는 광고 문구에서 ‘대한민국 SF의 새로운 신화’라는 카피를 들고 나왔다. 그렇지만 SF 장르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줄거리가 있는지 없는지 수준의 논의에 그쳐 버렸다. 모처럼 한국 작품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떠들썩했지만 아직까지 돌아온 반응은 썰렁할 뿐이다. 디지털 강국, 과학기술 강국을 외치는 우리나라가 진지하게 스스로 반성할 때다. 과학문화에서 중요한 부문인 SF가 장르 산업으로서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해외 시장에서 ‘과학기술 한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공계 기피 문화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논의할 시점이다. 본지는 이 같은 과학문화 현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지난 16일 상상력이 풍부한 4명의 전문가와 함께 ‘IT코리아에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로-SF산업을 키우자’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 고장원 CJ미디어 국장,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박영민 인디펜던스 상무, 이명현 연세대학교 천문대 연구원(가다나 순)
◇사회 : 양승욱 전자신문 편집국 부국장
◇사회(양승욱 전자신문 편집국 부국장)=올해로 한국 최초의 SF 작품인 ‘해저여행기담’이 ‘태극학보’에 번안된 지 100주년이다. 전자신문은 SF 장르가 산업으로 형성될지 등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다. SF가 무엇인지, 산업화는 가능한지, 왜 중요한지, 육성 방안은 무엇인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고장원(CJ미디어 국장)=SF 장르에 대한 정의부터 고민해보자. 외국의 경우 많은 작가가 SF와 판타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글을 쓴다. 미국은 SF와 판타지 분야의 협회도 같이 운영된다. 그렇다고 SF와 판타지의 정체성이 같지는 않다. 산업으로의 동질성은 있지만, 양 측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다르다. SF 장르에서는 과학적인 내용과 장치가 중요하다. SF 물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그럴싸한 상황에서만 힘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이 차이다. 장르와 분야에 대한 정체성이 갖춰져야, 장르 내에서 재생산 구조가 갖춰지고 오랫동안 존속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건스 백 이후 SF 장르가 산업화돼 100년 가까이 걸어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고민이 없으면 유행에 그칠 수 있다.
◇박영민(인디펜던스 상무)=컴퓨터그래픽(CG)을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 즉 트렌드에 대해서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술에서도 조각, 회화 등의 영역이 있지만 이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여러 차원에서 접근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상준(서울SF아카이브 대표)=산업 혁명•과학혁명 이후 문학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이를 소화하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SF에 대해 ‘사이언티픽 픽션’(Scientific Fiction)이라는 용어를 썼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소화하다가 장르가 탄생한 것이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상상력을 그대로 이야기 소재로 만들다가 형성된 장르로 이해하면 된다. SF의 시초를 어떤 것을 기원으로 하던 간에 근대 이후 과학기술이 중요한 사회가 되면서,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소설로 써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21세기에서는 의미가 바뀌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생물학적인 속도를 추월했다. PC가 몇 년 만에 업그레이드되는 등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미 고전 SF 작품 속에 고민이 담겨있다. 이미 많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썼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 등에 대해서 SF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다. 이 같은 시각으로 보면 너무 엄격하게 SF를 규정하기보다는 문제 해결 측면에서 다소 SF를 넓게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명현(연세대 천문대 연구원)=과학자 입장에서의 SF는 좁은 의미에서 본다. 과학적인 상상력이라고 하면 현재의 과학기술과 조만간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는 것이다. 누구나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그럴듯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써가는 것이 과학자 입장에서의 SF라고 본다.
고장원=SF를 작은 의미로 보면 ‘자연과학실험실’로 비유할 수 있고, 큰 의미로는 사변(speculative) 소설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과학적 이야기가 초점이고 후자는 의미를 찾는 것이 중심이다. 다만 현재까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때문에 SF는 현실도피적인 문학이 아닌 사회 풍자적 성격을 갖는다.
◇사회=산업 측면에서 SF 분야를 말해보자.
◇고장원=우선 산업적 측면에서 SF와 특수효과(SFX) 부터 구분을 해야한다. 현재 CJ미디어에서 사극을 제작하고 있다. 이 작품에도 SFX가 들어갔다. 그렇다고 사극을 SF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SFX는 SF의 전유물이 아니다. 산업을 얘기하면서 SFX와 SF가 혼용되면 논의가 희미해진다. SF 자체의 경쟁력을 얘기해야 한다. SF 장르 자체가 산업화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콘텐츠 산업과 과학지식과 연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SF 장르가 단순하게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박영민=CG 산업에서는 모든 분야를 다룬다. 따라서 SF만을 독립적으로 두고 볼 수 있는지는 확신이 안 선다. 현재 많은 영역들이 섞이고 있다. 특정 소재들 만으로 묶기 힘들다. SF는 특수효과, 그래픽,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치는 원천이고 자양분이라고 본다.
◇사회=우리나라 SF가 자양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SF 문화의 수준은 어떠한가.
◇고장원=과학에 대한 소양과 태도부터 언급해야겠다. 2002년께 한국과 미국의 과학기술 지식에 대해서 조사한 논문을 본 적이 있다. 두 나라 사람 모두 똑똑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환경•모바일 등 응용 기술에 똑똑하고, 미국 사람은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차이를 보였다. 시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반영한 결과다. 미국이 엄청난 예산을 ‘달나라 가는 것’에 쓸 수 있는 것도 미국 시민의 과학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명현=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과학 자문은 작품이 다 끝난 뒤에 감수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초기부터 참여해야 한다. 교육방송과 2년간 3D 애니메이션을 30편 정도 제작했다. 시작 단계부터 조언에 참여했다. 제작자들은 콘텐츠를 요리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서사구조와 세밀한 작업 등이 부족했다. 세밀한 배경까지 자문하다 보니 서사적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고장원=이공계 처우가 나쁘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각을 좀 다르게 봐야한다. 만화•애니메이션•영화 분야 사람들은 처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경향이 더 짙다. 공대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그래야할 듯 하고, SF는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칼 세이건 등의 유명 과학자도 뒷동산에서 하늘을 보다가 천문학자가 된 것이다. 어려서 접했던 SF 콘텐츠로 꿈과 비전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영민=마니아층은 많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은 크게 떨어진다. 만일 서울에 우주선이 돌아다니는 영상을 구현했다고 하자, 사람들이 어색하게 생각할 것이다. 외국을 배경으로 하면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의식부터 수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회=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SF 장르를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박영민=과학자와 예술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디 워나 괴물에 대해서 제작자들은 이제 SF에 투자를 해야할 때라고 말한다. 기획 단계부터 투자를 받아 움직일 수 있는 시점이 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과학•문학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고장원=시민들이 한국의 과학 수준과 과학자사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시민과 과학계가 소통할 수 있도록 언론 매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학자 사회가 과학 활동을 수행하고 예산을 유치할 수 있도록 매개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명현=SF에 대한 인식이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이미지고 좋아졌다. 우주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비판도 많지만, 한국인이 우주 정거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야 이를 기반으로 SF 문화, 과학문화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박영민=기술력은 있다. CG 기술력, 기획력은 있다. 집단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이 문제다. SF 소설 하나면 ‘원소스 멀티유스’가 되는데, 아직까지는 피상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안 된다. 앞으로는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져야 한다.
◇박상준=한국 SF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명 작가가 나올 수 있는 공모전이 있어야 한다. 또 등단하고 작품을 게재할 지면이 있어야 한다. 외국 것만 번역 수입하지 말고 창작 역량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구, 기관, 정부지원에서 SF 콘텐츠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협회 등도 좋고 정기적인 콘퍼런스, 엑스포 등도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탐사기획팀=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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