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레디앙 인터뷰 기사입니다.
출처: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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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 대한 편견이 답답하다"
<행복한 책읽기> 대표 임형욱 인터뷰
행복한 책읽기는 한국 SF 출판시장을 선도하는 출판사다. 『HAPPY SF』라는 무크지를 통해 SF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SF독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SF팬덤을 확장해왔다. SF가 마니아들만 즐기는 문화에서 대중적인 문화로 변해가고 있다면 그 일등공신은 행복한 책읽기일 것이다.
시공사에서 2005년 4월까지 그리폰 북스를 발간했고 황금가지에서는 환상문학 시리즈를 출간해왔지만 행복한 책읽기의 입장과는 다르다. SF가 시공사와 황금가지에서 곁가지였다면 행복한 책읽기에서는 몸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책읽기는 다른 출판사와 달리 장기적인 플랜으로 SF출판의 토대를 다지고 있다. SF출판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행복한 책읽기의 대표 임형욱 씨를 만나 들어보았다.
텍스트(이하 텍) SF 총서를 기획하게 된 과정과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형욱(이하 임) 좋은 장르문학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시장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다른 장르소설들은 이미 많은 출판사에서 좋은 책들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SF 쪽으로 내는 게 전략적으로 옳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낸 건 작가선집, SF총서, 작가의 발견, 『HAPPY SF』 이렇게 4시리즈 15권 정도다. 앞으로 낼 책들은 작가선집 같은 경우에 3권으로 젤라즈니 걸작선을 준비하고 있다. 또 루이스 맥마스터 뷰졸드의『전사의 도제』는 아마 3월에 책이 출간될 수 있을 거 같다. 다음 아이템은 다아시 경 3부작 중 아직 출간되지 않은 『나폴리 특급살인』이다. 올해 안에 나오게 될 걸로 예상한다.
이외에 『타임패트롤』 시리즈 3부작도 계약이 되어있다. 작업을 순탄하게 진행하지 못해서 출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 년에 네 권 많으면 다섯 권 사이로 꾸준히 내서 백 권을 채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텍 한국에서 SF에 대한 인식은 애매한 지점이 있다. 편견이 만만치 않았을 거 같다.
임 가장 답답한 부분이 그것이다. 보통 책이 나오면 작게는 50권 정도에서 많을 때는 150권에 이르기까지 평균 80권 정도를 언론사에 홍보용으로 보낸다. 그러면 기사가 많이 나오는 책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장정일의 『생각』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는 한 면 전체에 기사가 실렸다.
반면에 SF는 기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나오더라도 단신이나 토막기사로 나온다. 과학소설계의 많은 상을 휩쓴 테드 창의 신작이 나와도 그렇다. 이런 책이 언론에서는 단신 몇 줄 나오고 말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최소한 박스 기사 형식으로라도 다룰 만한 작품인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또 순수문학 하는 분들이 장르문학에 대한 편견이 많다. SF는 애들이나 보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저 불평하지는 않겠다. 우리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텍 SF 독자의 편차는 큰 편이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겪은 애로사항을 말해 달라.
임 시장 타겟을 어디로 잡느냐는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우리 출판사는 오래된 독자들을 타깃으로 하다보니까 작품이 좋은 경우에는 꾸준히 반응을 얻는다. 그런데 이런 독자들이 1만 명을 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독자에게 취향을 맞추다보니 SF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이 다가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초심자들을 위한 책을 기획하자니 눈이 높은 독자들은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대중적인 SF 총서 시리즈와 문학적인 작가선집 시리즈로 분리를 했다. 시장이 원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다.
텍 SF 시장 역시 눈에 보이는 확실한 전망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임 국내 창작 SF에 대해서는 SF팬들도 무관심하다. SF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면 일단 책을 사는 충성도 높은 독자들도 있지만 작품이 좋으면 사고 나쁘면 사지 않겠다는 독자들이 대다수다. 지금 한국 창작 SF 수준은 1980년대 현대자동차가 포니나 스텔라를 만들던 수준인데 독자들 눈높이는 BMW나 벤츠에 맞춰져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80년대에는 국산차를 열심히 사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토대로 해서 외국에 수출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다보니까 지금은 고급차를 만들고 있지 않나.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읽어주고 그것을 기반으로 작가들이 작품집을 계속 발표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7년 3월에 『판타스틱』이라는 월간 SF 잡지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판타스틱』의 성공여부가 한국 SF출판계의 분수령이 될 거다. 자리를 잡으면 다양한 색깔의 창작 SF작가들이 배출되고 좋은 작품들을 단행본으로 묶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암흑기가 초래할 거다. 왜냐면 누구도 다시는 그 정도의 인력과 그 정도의 자본을 들여서 투자 안할 거니까. 우리 역량은 딱 무크지 정도다. 만약에 『판타스틱』이 성공 못하면 무크지 정도 밖에 살아남지 못하는 시장이 되고 만다.
텍 다른 출판사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듣고 싶다.
임 독자들과 호흡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다. 이를테면 우리 사이트에는 지금까지 낸 모든 책의 정오표가 있다. 2쇄 3쇄하면서 계속 오자를 고치기 위해 달아놓은 거다. 그런데 그걸 본 독자들이 책 나오기 전에 고쳐줄 테니까 원고를 보내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모니터 제도를 만들었다.
책 나오기 전에 미리 발송해주고 교정지가 돌아오면 반영한다. 또 서점 모니터 회원이라는 것도 있다. SF가 찬밥 대접받는 건 언론뿐만 아니라 서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안 팔리니까 매대에서 사라지고 책 떨어져도 주문 안한다.
그래서 모니터 회원들이 서점에 나가서 상황을 체크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 출판사가 갖는 장점이다. 독자들이 출판사에 대해 신뢰하고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해주는 것들이 다른 출판사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텍 마지막으로 SF의 매력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달라.
임 SF를 좋아하게 된 건 언젠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었다. 판타지와는 다른 거다. 죽었다 깨어나도 『반지의 제왕』이 현실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SF가 예측했던 것은 현실이 되었다.
『해저 2만리』에서 바다 속을 가는 배가 잠수함으로 나왔고 『달나라 모험』에서 대포로 쏴서 갔던 달나라를 로켓 타고 올라갔다. 아서 클라크가 예언했던 인공위성도 지금 전 세계 상공을 떠다니고 있다. 상상력으로 세계를 예측하는 장르가 바로 SF인 것 같다.
2007년 03월 16일 (금) 1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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