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SF영화 속의 '옥의 티' 찾아보기: SF영화 속의 비현실적 묘사, 과학적 오류들

잭 아놀드 감독의 고전적 걸작 SF영화인 {줄어드는 사나이 The Incredible Shrinking Man}는 뛰어난 수작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과학적 사실의 측면에서 보았을 경우에는 몇 가지 허점이 들어 있다. 그것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서 크기 척도가 달라지면 그 척도에서 작용하는 지배적인 힘이 바뀌게 된다는 사실에서 어긋나는 실수들이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다. 우리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중력이 가장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원자 이하의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강한 핵력이나 약한 핵력이 매우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힘이다. 주인공인 캐리가 점점 줄어들어서 지하실로 떨어졌을때 그의 세계에서 지배적인 힘은 중력이 아니고 부력이나 표면 장력과 같은 것들이다.

따라서 그는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내려올 필요도 없이 그냥 뛰어내려도 된다.

또한, 몸이 같은 비율로 줄어들 경우 근육과 골격이 같은 비율로 줄어들었으므로, 그의 근력은 엄청나게 강해진다. 그는 지하실의 계단을 힘들이지 않고도 뛰어오를 수가 있고 거미도 힘들게 못으로 찔러서 죽일 필요도 없다.

1973년도 작품인 {제 4상태 Phase IV}도 걸작으로 국내 SF영화 애호가들에게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영화속에서는 개미가 흙으로 높은 탑을 만들어서 태양빛을 반사시켜서 실험실의 돔을 뜨겁게 데운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지만 흙이 태양빛을 그정도로 반사시킬만큼 반사 효율이 좋기가 힘들다. 흙으로 만든 반사탑에 음파를 쏘아서 공명 현상을 일으켜서 파괴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힘들 것이다.

{스타 트렉 Star Trek}에서는 순간 이동 장치가 나온다.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저장한 후, 인간을 원자로 분해하여 초고속으로 전송시키는 장치이다.그런데, 이러한 순간 이동 장치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물질을 이루고 있는 입자들 사이에는 전기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물질을 서로 단단하게 묶어놓는 역할을 한다. 순간 이동 장치에서 물질을 각각의 원자 수준으로 해체한 후 비물질화를 시키려면 이런 결합 에너지를 끊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들여야 하며, 원자들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다시 전송하려면 또 다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에 담긴 정보들을 저장하는 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 한 사람의 정보량은 10의 28제곱KB에 달한다. 그런데, 이 양을 용량이 가장 큰 하드 디스크인 10GB의 디스크에 담으려고 한다고 해도 그 하드디스크의 전체 높이는 1만 광년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높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전송하려면 우주 나이의 2천배에 달하는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외에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원자의 위치와 에너지 분포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순간 이동 장치는 불가능하다.

웰즈의 고전적인 SF걸작인 [투명 인간]을 영화로 만든 {투명 인간 The Invisible Man}에는 한 과학자가 인체를 무색 투명하게 만드는 실험에 성공하여 스스로 투명 인간이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지만 투명 인간이 가능한 이유는 투명 인간의 빛의 굴절률이 공기의 굴절률과 같기 때문이다. 투명 인간의 눈도 마찬가지로 공기의 굴절률과 같은데, 그의 눈에는 외부에서 온 빛이 굴절되지 않아서 사물을 전혀 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슈퍼맨 Superman}에서는 슈퍼맨이 원자 폭탄의 폭발로 격렬하게 흔들리는 캘리포니아 산안드레아스 단층을 멈추게 하려고 암석의 일부분을 들어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암석은 수십만 톤의 무게는 충분히 나갈 듯이 보인다. 수퍼맨이 암석을 위로 들어 올리려고 힘을 가한다면, 뉴튼의 제 3법칙에 따라서 암석도 슈퍼맨을 향해 힘을 가하게 된다. 암석은 엄청난 힘으로 슈퍼맨을 내리 누를 것이며, 슈퍼맨은 암반을 뚫고 지하로 박혀야만 할 것이다. 그가 딛고 서 있는 바위가 그를 내리 누르는 암석의 엄청난 무게를 지탱할 수는 없다. 슈퍼맨은 땅 속으로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인 {터미네이터 2 The Terminator 2: Judgement day}에서는 한 번 만진 사람이나 사물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는 T-1000이라는 터미네이터가 등장한다. 이 로봇은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다. 그런데, 이 로봇이 자신의 모습을 이런 식으로 변형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T-1000이 영화의 중반부에서 산산이 부서져서 여러 개의 조각들로 분산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뜨거운 열을 받아서 조각들이 녹으면서 각 조각들이 다시 움직여서 한 곳으로 결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각 조각들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그럴 듯하지 못하다. 동력 장치가 없이는 움직일 수가 없는데, 각각의 분자 속에 동력 장치가 분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그럴 듯하지 못하다.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의 1997년 걸작인 {콘택트 Contact}은 매우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영화이다. 미국 NASA의 세티(SETI)계획을 다룬 매우 과학적인 외계인 영화이다.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 박사가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영화 속에서도 역시 몇 가지 오류가 나온다.

첫 장면에서 과거의 역사가 빛의 속도로 지구로부터 멀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목성을 지나갈 때쯤 수년 전의 방송이 흘러 나오는데, 실제로 목성 근처에 도달한 빛을 포착한다면 몇 시간 전의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빛이 목성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몇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주인공인 에로웨이 박사가 라디오파 망원경에서 수신한 내용을 듣기 위해서 헤드폰을 사용하는 장면도 과학적으로 오류가 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 영역은 20khz를 넘지 않는데 망원경은 20Mhz이상의 주파수를 다루기 때문이다.

에로웨이 박사가 천문대에서 동료에게 핸드폰을 이용해서 전화하는 것은 전파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에서는 절대 금물로 하고 있는 사항이다.
(출처:장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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