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브르투스 심장에 대한 서평이다.읽으실 분들은 아래를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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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숙명>(창해. 2007)을 시작으로 7월에만 4편이 출간됐다. <붉은 손가락>(현대문학. 2007), (방과 후>(창해. 2007), <11문자 살인사건>(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브루투스의 심장>(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이 그것. <용의자 X의 헌신> 외 여러 작품이 인기를 모으며 ‘히가시노 게이고 붐’이 일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현지에서 손꼽히는 인기 작가다. ‘에드가와 란도상’을 수상한 1985년 데뷔작 <방과 후> 이후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낮은 편. 그의 작품 <비밀>은 국내에 영화로도 소개 되었지만 원작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그를 알린 작품이라면 작년 나오키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현대문학. 2006) 이 있다. 우발적 살인과 스스로 용의자가 된 한 수학자의 헌신적인 희생을 다룬 이 작품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흥미로운 점은 <용의자 X의 헌신>이 추리물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어필했다는 사실이다. 닉네임 ‘케이’를 쓰는 한 블로거는 추리소설을 읽고 울어보긴 처음이며 이 작품을 통해 그의 팬이 되었다고 밝혔다. 수학(數學)과 희생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것.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 식의 추리소설의 면모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다.
보통 반전을 거듭,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는 게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구조이다. 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순서를 뒤바꿔 극의 초반에 범인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용의자 X의 헌신>의 경우가 그렇다. 결국 읽을수록 묘연해지는 범인의 정체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파고드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소설 <숙명>은 작가가 직접 “나의 오늘을 있게 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밝힌 터라 눈길이 간다. <숙명>의 주인공은 살인사건을 두고 용의자와 형사로 만난 학창시절의 라이벌이다.
소설은 범인의 정체보다는 주변인물간의 숙명적인 관계를 부각시킨다. 이로써 독자의 궁금증은 자연히 범인보다는 그 관계의 이면에 옮겨간다. 물질만능주의 기업윤리와 금전적 가치가 매겨지는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을 파고드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설정에 반대 하는 독자도 있다. 결말에 개연성이 없다거나 사건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지적. 반전에 비중이 적고 과학적 상상력을 자주 이용하는 까닭이다.
이에 대한 예로는 유전자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레몬>(노블하우스. 2005)이나 뇌 이식을 다룬 <변신>(창해. 2005)을 들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소재가 추리소설 본연의 맛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숙명>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전환점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범인을 찾는 게 다가 아니라 의외성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작가 스스로에게 깨닫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특색 있는 추리소설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한편, 7월에 출간된 4편 중 최신작 <붉은 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숙명> 이전 작이므로 이를 염두하고 읽는 것도 좋겠다.
[이광준 시민기자 yakwa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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