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국 SF소설에 대한 단상의 글을 올린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소프트 SF위주의 소설을 출가하는 뛰어난 여성 작가들이 많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설 독자사이에서 SF소설 애독자들의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은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과학소설(SF)을 읽는 독자가 적은 이유는 역사적 환경, 교육 제도, 출판 시장의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대체적으로 아래의 몇가지 이유떄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1.과학 교육의 목적과 인식의 차이

한국에서 과학은 주로 대학 입시나 취업을 위해 외우고 시험 보는 과목으로 인식되었기에 과학을 문학적 상상력의 소재로 즐기기보다, 정답을 맞춰야 하는 '공부'로 대하다 보니 취미로 즐기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과학소설은 아동용이란 편견

1970~80년대 한국의 SF는 주로 어린이용 공상과학 전집으로 소비되었는데 당시 책들은 일본 책을 다시 번역(중역)한 경우가 많아 문장이 어색했고, 이로 인해 "SF는 수준 낮은 장르"라는 편견이 어른들 사이에 생겨 성인들 대상으로 하는 SF소설 시장이 발전하기 힘들었습니다.(다만 이 당시 SF전집을 접한 일부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서 출판사 사장과 편집장이 되면서 2010년이후 SF소설들을 본격 출간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3.순문학 중심의 한국문단의 폐해

한국 문학계는 오랫동안 일제강점기, 분단, 독재, 노동 문제 등 실제 역사와 사회 현실을 다룬 소설(리얼리즘)을 높게 평가했기에 이른바 장르소설(추리,SF,무협,판타지)의 경우 현재까지도  하위 문학이나 B급문학으로 취급되어 주류문단과 출판계에서 소외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인문학 위주의 독자들

과거도 그렇지만 현재도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경우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적 감성에 익숙한 경우가 많다보니 SF 소설 속 복잡한 과학 이론(우주물리학, 양자역학 등)이나 외계의 낯선 설정과 같은 하드 SF소설의 경우 일반 독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그러다보니 한국의 제 3세대 여성작가들은 소프트 SF소설에 집중함으로써 이 장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미디어 소비 변화

과거 SF소설들을 읽었던 독자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제는 활자위주의 소설보다는 헐리우드의 SF영화나 게임등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실제 서구의 많은 SF소설들이 영화화되는 추세여서 원작소설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편이죠.


흔히 한국을 SF소설의 무덤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죠.가장 큰 이유는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판사 사장이나 편집장들이 의욕을 가지고 출간했던 SF소설 대부분이 초판도 다 판매하지 못하고 출판사로 반품되어 절판되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장르가 바로 SF소설(특히 한국 작품)이기 때문이죠.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등 이른바 '3세대 SF 작가'들이 등장하며 시장을 뒤흔들었습니다.차갑고 딱딱한 기술 중심의 영미권 SF와 달리, 한국 SF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소외된 인간들의 관계, 윤리, 소통"을 따뜻하게 다루며 대중성을 확보했기에 그간 장르 소설에서 소외되었던 20~30대 젊은 여성 독자층이 폭발적으로 증대했기 때문입니다.

가부장적 현실이나 혐오 사회에 답답함을 느끼던 2030 여성독자들이, 성별이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관과 대안적 공동체'를 제시하는 SF 소설에 열광하게 된것으로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 3세대 SF 여성 작가들의 맹활약에 박수를 치는 바이지만 그녀들이 쓰는 소프트한 SF가 과연 SF소설의 본질에 가까운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3세대 작가들의 소프트한 느낌의 SF소설에 2030여성들이 환호를 올리는 것은 SF소설에 대한 인식변화라기 보다는 어쩌며 일종의 색다른 독서 트렌드(?)여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한국의 SF소설은 하드가 아닌 소프트 입니다.하드 SF는 단순히 과학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사고 실험에 가까운데 현재 3세대 여성 작가들의 경우 과학적 사실의 설정을 어려워해서 하드 SF로 진입이 어렵고,하드 SF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게 느끼다보니 독자층 확보를 위해 감정의 보편성(사랑,가족,관계성)에 더 접근하다보니 소프트 SF에 집중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죠.


사실 AI시대에 인간성,사회성,윤리,사랑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되고 소프트 SF소설은 현재처럼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지요.다만 한국의 SF작가들이 걔속 소프트 SF소설에만 집착한다면 독자들은 또 사랑,가족이야기네 그 나물에 그 밥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소프트 SF소설에 열광하는 2030여성들이 하드 SF소설도 읽는 시대가 온다면 비로서 한국에서도 SF소설의 저변이 넓어지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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