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리적, 경제적, 문화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외국어, 특히 영어 교육열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그 핵심적인 이유는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입시 및 취업에서의 스펙 경쟁, 학벌주의와 비교문화로 인한 조기 외국어 교육 열풍,교유깇 승진 제도의 구조적 한게 그리고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이뤄낸 사회적 배경에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영어를 필두로 외국어 교육에 몰입하다보니 대형서점만 가보아도 토익,토플등의 영어 교재와 일본어,중국어 그리고 기타 외국어 교재가 정말 많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외국어 학습은 과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이를 위한 회화 교재도 있었으니 노걸대로 고려 말에서 조선 시대에 걸쳐 역관(통역사)들이 상업 및 외교 활동을 위해 사용했던 외국어 회화 교과서입니다.

노걸대(老乞大)의 '노(老)'는 상대를 친근하게 부르는 접두사이며, '걸대(乞大)'는 당시 북방 민족들이 중국을 가리키던 말인 '키타이(Kitai)'에서 유래하여 '중국 통(通)' 또는 '상인 어르신'을 뜻합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걸대의 주요 내용은 고려의 상인들이 말 세 필에 모시와 인삼을 싣고 당시 원나라 수도였던 대도(지금의 베이징)로 가는 여정 속 대화를 생생한 구어체로 담았습니다.

이후 노걸대는 시대와 언어 변화에 맞춰 여러 판본이 제작되었는데 중국어 교재인 『번역노걸대』, 『중간노걸대』 외에도 만주어 교재인 청어노걸대, 몽골어 교재인 몽어노걸대 등이 나올 정도로 당시 외국어 교재의 표준이었음을 알 수 있지요.


노걸대는 세종 대왕의 훈민 정음 창제이후 더욱 발전을 하게 되는데  번역노걸대나 『노걸대언해』에는 한자 옆에 당시 중국 현지 표준 발음(정음)과 실제 유행하던 발음(속음)을 훈민정음으로 매우 정확하게 표기해서 조선시대 한자를 완벽히 모르는 학생(양반이 아닌 하층민)도 한글로 적힌 발음 표기를 보고 원어민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매칭하며 스스로 반복 연습할 수 있도록 한것이 특징이지요.


현대에 들어서 노걸대가 가지는 외국어 학습서로서의 영향력은 0라고 할 수 있지만 뜻밖에도 중세 동아시아 언어사 연구에서 큰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하네요.

<몽어 노골대>


위 몽어 노골대 교본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 조선에서는 외국어 학습을 위해 중국어,만주어,몽골어,일본어 교본들을 만들었는데 당대의 실제 '구어(입말)' 발음과 표현이 훈민정음으로 완벽히 박제되어 있기 때문인데 당시 동아시아의 공식 기록은 모두 문어체인 한문으로 작성되어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고 발음했는지 알기 어렵지만, 실용 회화책인 『노걸대』는 그 한계를 깨부수고 당시의 생생한 언어를  한글로 보존했기에 해당 국가의 중세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매우 보물같은 자료라고 할 수 ㅇ습니다.


언어에 흥미가 있으시거나 동아시아 중세 언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노걸대를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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