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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에 나온 첫 번째 <스타워즈> (사진 위쪽)영화를 보면, 주인공 루크가 살고 있는 타투인 행성에선 두 개의 태양이 떠오릅니다. 또 휴머니즘이 진하게 배어 있는 영화 <스타맨>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고향 행성은 칠흑처럼 검은 빛에 가스구름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지요. 그런가 하면 밤하늘에 둘 이상의 달이 떠 있는 광경은 외계를 다룬 SF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묘사되는 광경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SF작가들이 외계의 세상을 상상할 때 가장 먼저 착안하는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지구와는 전혀 다른 천문물리적 환경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푸른색 태양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블랙홀 주변을 불안하게 공전하는 위기의 별세계를 가정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외계 환경’에 대한 상상력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플러의 법칙’등의 천체역학 이론을 규명해내어 천문학사상 불후의 업적을 남긴 17세기 독일의 과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자신이 직접 SF소설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그는 1634년에 달과 그곳에 사는 생물을 묘사한 <솜니움>이란 작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작품에 나오는 달의 모습은 역시 동시대의 위대한 천문학자였던 갈릴레오가 달을 자세히 관측한 기록과 거의 일치하기는 하지만, 달에도 물과 대기가 있다고 묘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도 하지요.
또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원래 신랄한 사회 풍자로 유명한 작품이지만, 사실 은 SF문학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높이 평가받는 걸작입니다. 왜냐면 이 소설에는 반중력 개념이 등장하는가 하면, 화성의 달이 두 개라는 사실을 예측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태양도 하나, 달도 하나라는 것이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지던 시대에는 이 정도의 상상력도 꽤 파격적인 것이었지요.
태양은 여섯개, 별은 천년에 한번 출현?
20세기에 접어들어 대중오락 소설로서 SF가 크게 각광을 받게 되자, 작가들은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온갖 가능한 형태의 외계 풍경들을 창조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SF문학사에 거대한 발자국을 남긴 아이작 아시모프는 약관의 신인 시절에 이미 SF작가들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놀라운 외계 세상을 창조해낸 바 있습니다. 1941년 당시 미국의 대표적인 SF잡지였던 <어스타운딩(Astounding)>지 9월호에는 <전설의 밤> (사진 아래 왼쪽)이라는 단편이 실렸는데, 스물한 살에 불과한 청년작가 아시모프는 이 한 편으로 순식간에 쟁쟁한 SF작가의 대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아시모프는 그에 앞서 3월에 <어스타운딩>지의 편집장인 존 캠벨과 새로운 작품의 구상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에머슨의 <자연론> 제1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부분은 ‘만약 별이 1천 년에 하룻밤씩만 모습을 드러낸다면 사람들은 모두 별을 우러러 받들며 몇 세대에 걸쳐서 종교적 계시나 전설처럼 추앙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시모프는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조건들을 얘기했고, 이에 캠벨은 그것을 소설로 형상화해볼 것을 권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 바로 <전설의 밤>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밤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하늘에는 무려 여섯 개의 태양이 있어서 그 중에 최소한 하나 이상은 언제나 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 별의 주민들은 고도의 과학문명을 이루었지만 천문학만큼은 예외여서 온 우주가 별들로 충만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자기들의 세계와 하늘의 여섯 태양만이 우주의 전부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세계에는 불가사의한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오고 있었지요. 1천 년에 한 번 온 세상에 어둠에 묻히고 하늘에는 ‘별’이라는 것이 온통 가득차는데, 그 때가 오면 세상은 멸망하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별의 문명은 주기적인 흥망성쇠를 거듭해오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전설에서 말하는 그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는 그 전설이야말로 여섯 개나 되는 태양 때문에 겨우 1천 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개기일식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천문학자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1천년에 한 번 찾아오는 밤은 단순히 개기일식이라는 천문현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밤’이라는 낯선 어둠에 휩싸인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마구 불을 지릅니다. 환하게 불을 지펴서 어둠을 몰아내려는 필사적인 노력이었지요. 결국 이 별의 문명이 1천년에 한 번씩 멸망과 재건을 거듭한 이유는, 이처럼 일식에 놀라 스스로 낸 불 때문에 모든 것이 불타 없어졌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뿐이 아니다’라는 발상은 당시로서는 놀라운 착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일뿐더러, 나중에 천문학자들에 의해 우주에 그런 태양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요. 현재 알려지기로는 우리 태양계처럼 항성이 하나뿐인 경우보다는 오히려 2연성, 3연성 등 둘 이상의 항성들이 모여서 태양계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년에 폴란드의 한 천문학자가 백조자리에서 태양이 세 개인 행성을 발견하여 ‘타투인’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