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일요일이 끝나가니까 괜히 뒤척뒤척. 왜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시간이 아깝고 심란하고 그런 걸까. 사실, 더 일찍 자고 가뿐한 마음과 몸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암튼, 각설하고. 들고 있던 책이 재미가 없어서 근간에 좀 뜸했던 스릴러 소설이나 한번 읽어보자 하고 든 게 이 책. '차일드 44'

 

완전 호평인 이 책. 사다놓고 한참을 묵혔다가 이제야 꺼낸 이유는.. 왠지 찝찝한 내용일 것 같아서였다. 요즘은 일상이 고단해서인지, 좀 힘든 주제는 자꾸 피하고 싶어지는 비겁함이 내 맘에 늘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어제는 왜 이 책에 손이 갔을까. 안 그래도 싱숭생숭이었는데....

처음 장면부터 충격이었다. 아 정말... 대기근에 먹을 게 없어 초목 껍질뿐 아니라 책상다리까지 이빨로 뜯어 먹어야 할 상황에서 발견된 말라 비틀어진 고양이. 그것은 생명이라기보다 고기. 정말 오랜만의 고기. 발견한 소년은 엄마에게 금새 고하고 남들 몰래 잡기 위해 여덟살짜리 동생 손을 잡아 끌고 깊은 숲속으로 향한다. 그리고, 결국 천신만고 끝에 고양이를 잡게 되고... 잡아서 목을 비틀어 죽이는 10살짜리 소년..ㅜㅜ 남들이 보면 난리가 날 것이니 (굶주린 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 쯤 되는 거지..) 나뭇단 속에 넣어 가자고 열심히 나뭇단을 모아대는 형제... 그렇게 모으다가 둘 사이가 벌어지고... 그러다가 형이...

 

아.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얘기까지 읽고 그 담에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전조를 읽고 있으니... 속이 메슥메슥. 책을 덮었다. 나가서 물을 한 컵 먹고. 다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은 새벽 1시.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메슥거리고 한 이야기를 왜 난,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읽은 것일까. 핑크빛 무드의 경쾌한 책이나, 자기계발서나, 철학이나. 역사서나, 등등이 책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왜. 왜..? 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뒤척뒤척. 꿈자리가 뒤숭숭. 뭐가 악귀 같은 게 나왔다가 사라졌다가 후다닥 깨면 아직 20분 지나있고.. 그렇게 잠자리를 설치고 정신을 차리니 5시. ㅜㅜ 지금 난 내 정신이 아닌 거다.

 

물론, 오늘 가서도 읽을 거다..(미쳐) 궁금하니까. 이게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하니까. 더욱 그 전개가 궁금하다. 스릴러니 추리니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들 넘 읽어대서 이젠 왠만하면 식상한 판에 이런 신선한(?) 소재에 갈급했었다...라지만 아무래도 예측되는 섬짓한 내용에 좀 그렇다.. 암튼 밤에 늦게까진 읽지 말아야겠다고 결심결심하고 있다.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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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7-1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완전 관심가는 소설이긴 해요...저도 휴가때에 본격적으로 함 읽으려구요...

비연 2012-07-16 15:34   좋아요 0 | URL
다 읽고 다시 감상을 올릴 참이긴 한데... 아무래도 재밌을 듯..ㅎ
그래서 섬찟한 기운에도 계속 읽게 되요..이번 주 잠자긴 글른 듯 흑!

다락방 2012-07-1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국 밤에 끝까지 다 읽고 잤답니다! 도저히 뒷장을 넘기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어휴.

비연 2012-07-16 17:0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도 오늘 불안불안해요..ㅜㅜ

비연 2012-07-17 10:5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저 어제 결국 새벽 3시까지 해서 다 읽었어요..ㅜ 지금 졸림..ㅜ

비로그인 2012-07-1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오들오들 떨면서도 궁금해서 읽지 않고 못 배기는 그런 맛이군요!! 아 근데 비연님이 설명해주신 대목만 봐도 속이 울렁울렁거리는 것 같아요. 열 살짜리 애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ㅠㅠ <모방범>이 그렇게들 무섭다고 하던데 저는 결국 안 읽었고, 이 책도 결국 안 읽을 것 같은데 지금 갈등되요 무지... <스노우맨>을 읽을까도 생각중이네요. 음, 저는 요새 너무 평이한 소설들만 읽고 있는 듯. 좀 파격적이고 스릴 넘치는 소설을 하나 골라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12-07-16 19:36   좋아요 0 | URL
어, 도서관에 <차일드 44> 대출가능이에요 ㅋㅋㅋㅋ 아 어쩌지 내일 빌릴까....... 고민 되요 ㅠㅠ

비연 2012-07-16 21:52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모방범>과 <스노우맨>은 제가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하는 책들인걸요! 좀 잔인한 구석도 있지만, 정말 잘 된 작품들요!^^ <차일드 44>도 어째 예감이 그래요. 막 추천하게 될 것 같은 ㅎㅎㅎ;;; 대출할 수 있다니, 인연이신 듯. 같이 읽어 보아요~

야클 2012-07-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숫자 '44'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나네요.

비연 2012-07-17 09:37   좋아요 0 | URL
44는... 사람(?)...수...요... 이 일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 어제 새벽까지 해서 다 읽었는데. 재미는 있는데 좀 불쌍하고 섬찟하고 그래서 마음이 안 좋아요..ㅜㅜ

라로 2012-07-17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연님의 리뷰로 대신할께요,,^^;;

비연 2012-07-17 09:37   좋아요 0 | URL
흠..뤼야켈레벡님...재미있긴 해요. 잔인한 거 싫어하시면 그냥 pass 하셔도 될 듯...;;;;;
 

 

내게는 조카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자아이. 엄청난 개구쟁이라 맨날 혼나기 일쑤인 아이지만, 내게는 단 하나뿐인 조카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이다. 결혼을 안한 나로서는 한 아이가 태어나서 기고 걷고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하고... 하는 과정을 조카를 통해 처음 보았다. 내게는 기쁨 그 자체이고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존재이다.. (이 쯤에서 사람들은 나 보고 조카바보라고 한다..ㅜ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많은 책을 사준 것 같다. 내가 워낙 책을 좋아하다보니까 (이는 모든 알라디너들의 공통점이지만..ㅎ) 아이가 읽는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늘 연령대에 맞는 책을 사주는 공급책이었다고나 할까.. 서점에 가면 내 책도 보지만, 우리 조카 책도 항상 챙겨오게 된다. 요즘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뭘 골라야 하나 망설일 판.

 


 

 

 

 

 

 

 

 

 

 

 

 

 

 

어제 내가 사다 준 책이다. 요즘 아이들 책은 이런 류가 많은 것 같다. 만화책 비스므레한. <마법천자문>과 <why?> 시리즈는 내가 즐겨 사주는 책이기도 한데. 사실 첨엔 이렇게 만화로 된 걸 자꾸 읽어서 될려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고르기가 그랬었는데, 조카가 이 시리즈들을 좋아해서 이젠 새 시리즈물이 나오면 얼른 사다놓게 된다. 보더니 "와~ 고마와요, 고모. 우리 엄마는 이런 책 안 사줘요.." 보니까 올케는 이런 만화책을 잘 안 사주는 모양이다. 그러니 고마울 밖에..ㅎ

 

나는 어렸을 때 무슨 책들을 읽었었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어릴 땐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이 거의 없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었고. 그저 동네 다니는 출판사 아저씨 불러다가 전집으로 사다가 전부 읽어댄 기억이 전부다. 내가 생각나는 첫 전집은 <세계위인전집>과 <한국위인전집> 이다. 각각 15권씩 구성된 책들로 계몽사인가? 에서 나온 걸로 기억된다. 그 책들을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다섯번씩은 읽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달달달 외울 때까지 읽었던. 그리고 다음에 생각나는 건, 금성출판사인가에서 나온 <세계명작전집>이다. 60권이 좀 넘는 전집이었는데, 세계명작들을 애들이 읽을 수 있게 요약해서 출간한 전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그걸 샀었고 정말 열심히 읽었었다. 이런 전집들,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생각나면 들춰보곤 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내가 살 수 있는 한 권짜리 책들이 조금씩 나왔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애들은 참 부럽기 그지 없지 뭔가.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산처럼 나오고 엄마 아빠와 그걸 고르는 재미가 있고 학습관련 책들도 만화로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고. 요즘 아이들이 부러울 때는 그런 걸 생각할 때다.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마음놓고 고르고 읽을 수 있어서.

 

다음주에도 서점에 가서 조카 책을 골라봐야겠다. 이제 우리 조카도 오륙년 지나면 자기가 서점에 직접 가서 직접 책을 고르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가겠지. 아 그 날이 오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대견하기도 할 것 같고. 마음이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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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07-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요즘 애들이 책많아서 부럽다고 하는 건 비연님이 책을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책을 싫어하는데 읽을 거 많으면 괴로울 수도 있겠더라구요. 전 어릴 때 책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책 못읽게 야단치고 그랬죠. 매우 이상한 situation인 것 같은데요, 그 생각하면 갑자기 화나고 그렇답니다. 암튼 제가 비연님 조카였다면 어린 시절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듯해요.

비연 2012-07-15 23:31   좋아요 0 | URL
아..책을 좋아하니까 부러워하는 거 맞는 것 같아요..ㅎ 책 읽기 싫어하면 고역일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릴 때 아버지가 왜 책을 못 읽게 하셨어요? 공부하라고요? 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읽고 좋은 글도 쓰고 계시니..^^ 제 조카도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야 할텐데..고모 등쌀에 못 살겠다고 생각할 지도..^^;;;;;
 

 

1. 아침부터 바빴다. 오전부터 내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사람을 만나 에너지 쓰고. 이러지 않으려고 하는데.. 팔자인지. 그렇게 알려줄만한 꺼리가 있는 나의 상태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은 있지만, 여전히 난 인생이 뭔지 모르겠고 내 인생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갈팡질팡인데... 내게 조언이란 걸 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좀 그렇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뿌리치긴 그렇고 해서 보기는 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이상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택도 없는 오지랖이고.

 

2. 강남역에서 만났기 때문에 근처에 간 김에.. 하면서 교보문고에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하는 거지..ㅋㅋㅋㅋ 약속이 또 있어서 금새 나오긴 했지만, 역시 책구경은 언제 해도 좋다. 조언이라는 걸 하면서 마음이 찝찝했었는데.. 금방 잊어먹을 정도로.

 

3. 서점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렇게 비올 줄 모르고 다들 놀러를 간 걸까. 그래도 한적하니 돌아다닐 수 있어서 난 좋았다. 여행을 갈 계획이라서 여행서적을 뒤적였고(오홋!ㅎㅎ) 신간들이 뭐가 있나 요즘 사람들은 뭘 읽나 두리번두리번.

 

내 눈에 띈 책들.

 

이 책, 우연히 봤는데 괜챦은 것 같다. 공간구성과 사람의 심리 뭐 이런 것을 연결해서 쓴 책인 듯. 그러니까 벽이 내 아래 있을 때 나와 마주보고 있을 때 내 위에 있을 때 각각 사람에게 주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 이런 개념들은 드라마나 영화, 연극의 셋트를 꾸밀 때도 유용하겠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라 찜.

 

 

 

 

 

 

 

 

리처드 도킨스가 추천한 책이라 한다. 라마찬드란은 캘리포니아 대학교 교수로 뇌과학자다.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뇌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룬 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의 역작. 그가 이번에는 인간과 우주, 뇌와 정신의 궁극적인 기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정말로 특별하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원숭이의 그것과 달리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지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진화를 통해 특별한 한계를 뛰어넘은 뇌의 비밀을 깨기 위한 위대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알라딘 책소개 중) ... 내게는 늘 관심의 대상인 뇌과학과 진화 영역의 책이라 찜. 들춰보니 구성은 좀 지루하게 되어 있었지만, ...

 

 

으으... 한참을 더 쳤는데, 글쎄 쓴 게 날아갔다..ㅜㅜ 이런 비극이. 내가 뭐라고 썼었지..ㅜㅜ

 

<논어>를 읽겠다고 썼었다. 그러고도 몇 권 더 쓴 거 같은데.. 귀챦아지네. 암튼 나이들면 <논어> 정도는 읽어야겠다 싶다. <중용>이나 <채근담>이나는 접했었는데, <논어>는 정독한 적이 없는 듯. 어떤 논어 책을 살 지 아직 결정은 못 했고..워낙 많아서. 이 책은 잡다구레한 얘기 없이 논어 자체에 충실한 것 같아 일단 찜.

 

 

 

 

 

 

 

 

 

 

4. 비가 갑자기 엄청 오네. 요즘 장마(?)라 그런지 수시로 비가 온다. 비가 오면, 이렇게 안에서 밖을 쳐다볼 때 기분이 좋다. 많이 쏟아지면 질수록 운치가 있다고나 할까. 막상 우산 들고 나가면 막 짜증이 날 지도 모르지만. 사는 게 그런 거 아니겠는가. 가까이에 접하면 힘들지만 멀리에서 바라보면 아련함인.... 맛난 거 먹으러 가야겠다. 친구가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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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7-1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나의즐거움, 이라는 태그가 새삼 싱그럽게 다가오네요. 비가 오는 날에는 책이랑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누군가를 만나도 좋지만~ :)

뇌과학 분야 도서랑 <논어>는 저도 찜해두고 있던 책이에요. 좋은 책은 언제 만나도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만날 때마다 그때 그때 다른데, 책은 한결 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좋아요. 친구분과 같이 맛난 거 드시고 오시길!

비연 2012-07-15 17:27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ㅋㅋㅋ 독서에 대한 생각은 알라디너라면 다 비슷할 듯^^
정말 책은 늘 한결같아서 사는 데 큰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사람은 좋다가도 이해관계가 얽히면 배신도 하고 그래서 점점 믿음이 덜.해지는 반면에 말이에요. 친구랑 파스타 먹었었어요. 비오는 날 잘 어울리더라구요^^
 

 

건강도 안 좋아지고 여름인데 살쪄서 반팔 티도 못 입고 등등등의 사유로 난 일주일 전부터 저녁을 선식으로 때우고 있다. 점심도 조금. 저녁은 미숫가루와 꿀을 좀 섞은 선식. 땡. 아무리 배고파도 참았다. 어제는 정말 넘 배고파서 라면, 떡볶기, 고기 등등의 기름진 것들만 잔뜩 떠올리다가 정신병 걸릴 것 같아 매점으로 허겁지겁... 그런 와중에도 꾸욱 참고 요거트 하나 먹고 땡. 이 짓을 일주일 했더니 어라.. 몸이 좀 가벼워지네? 기분 좋았다. .

 

오늘. 약속. 삼겹살집. 나는 결심결심 했다. 조금만 먹으리라. 절대 많이 먹지 않으리라. 그러나 삼겹살집 (그 유명한 흑돈가..)에 앉는 순간, 그리고 고기를 본 순간, 모든 결심을 잊었다..ㅜㅜ 완전히 정신없이 고기를 입안에 밀어넣고 있는 나를 눈치챈 건 벌써 몇 인분인가가 사라진 후. 게다가 더워서 맥주까지. 꺼억.... 배가 터질 것 같은 압박감. 정신이 혼미. 안 먹다가 먹으니 정말이지 신경줄이 다 늘어지는 느낌이 나면서 드러눕고만 싶어지는 식곤증.

 

결국 집에 와서 소화제 두 알 섭취한 후 지금 이렇게 분에 못 이겨(?) 글을 쓰고 있다. 하긴 뭐 누굴 탓하겠느냐마는... 아. 일주일. 일주일동안 정말 애썼는데.. 이게 뭔 결과란 말이냐.

 

 

 

 

이것이 문제의 흑돈가 삼겹살. 무슨 삼겹살이 등심처럼 야들야들하단 말이냐. 웅... 옆의 소스를 찍어서 깻잎에 싸악 싸먹으면 맛이 그만... 이라고 쓰는 비연. 왜 이러니? 너 왜 이러는 거니? 퍽퍽퍽.

 

오늘 저녁에 와서 뭐든 밀린 일을 해야지 했는데...망해버렸다. 너무 먹어서 머리 회전이 스탑. 그냥 책 읽다 자야겠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 비연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 완전 잔잔. 작가가 독일 사람으로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를 함께 제작했다 하여 흥미가 당겨 샀었던 책이다. 얇고 가벼워 통근 길에 들고 다니기 쉬워 집어 들었다. (요즘은 책 선정의 기준이 '가벼움'이다. 워낙 가방이 무거워서.. 뭘 그리 싸들고 다니는 지.. 암튼 무조건 가벼운 책 위주로 들고 나간다) 

 

어떤 작가가 오후에 산책을 나가 음식점을 들르고 벤치에 앉고 여기저기 거닐면서 생각나는 것들 보이는 것들을 나레이션 하듯이 쭈욱 쓴 글이다. 아무 사건도 없고 아무 등장인물도 없고 무슨 과거회상 내용도 없고. 그저 작가가 생각하는 건, 사물에 대한 그대로의 느낌, 글쓰기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 뭐 그런 것들만 떠올리며 '읊조리는' 듯 하다. 그런데... 읽으면서 왠지 녹록치 않다는 느낌. 이건 뭘까?

 

 

 

아. 얘기 너무 많이 했다. 배부른데... 책보다 잘란다.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었으나, 매우 일상적으로 지나갔다. 조금은 무료하게 조금은 지루하게 조금은 바쁘게. 하긴 13일의 금요일이라고 별 게 있겠는가. 그저 영화제목이 주는 인상이 사람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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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문장도 많지 않고.. 그래서 오며가며 다 읽어버린 이 책. 근데 왜 이리 마음에 잔상이 남는 것인지. 역자인 김화영 교수와 평론가인 신형철이 극찬한 책. 카뮈의 <이방인>에 비긴다는. 21살의 남자가 쓴 처녀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던 책.... 하나 그른 말이 없었다.

 

어느 문장을 딱 뜯어다가 좋았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냥 그 흐름에 맡겨 주욱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 침잠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과, 나라와, 종교와.. 그 모든 것들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면서 결국 나라는 인간의 본연을 명징하게 바라보게 되는 그 흐름. 어쩌면 신을 부정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어쩌면 그렇지 않은. 무엇을 부정하고 긍정하고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아무 가림막없이 생각하게 하는 흐름. 망각 속에서 해방되는 인간의 마음.

 

수사들의 얼굴은 서서히 초췌해져갔다. 도미니크 수사의 뚱뚱하던 배가 들어갔고 수염에 이가 끓어서 면도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카트린 수녀는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꾸만 그녀의 몸으로 갔다. 그 노인이 말했었다. "각각의 존재는 하느님의 집이지요."

 

멀리 떠나간 프랑스의 선교사들은 베트남에서 잊혀져갔다. 조국은 그들을 어느 틈엔가 잊었다. 그들이 보낸 편지도, 자료도 얼결에 불태워졌다. 그리고 잊고 싶어서 잊은 게 아니라 그냥 잊어야겠기에 잊혀졌다. 그 망각 속에서 그들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은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도미니크, 우리는 진정으로 바딘의 농사꾼들을 개종시킨 것일까요?"

"나도 오랫동안 그 생각을 해봤어요, 카트린. 그들은 우리가 들에서 하는 일과 당신의 미소 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들이 과연 하느님만을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대화체가 거의 없는 책 속에서 따옴표 안에 든 말은 이 말들 뿐.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들에서 하는 일과 미소 안에 머무는 것인지. 신이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은 고되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저녁이면 한 자루 촛불의 불꽃 아래서 기도를 했다. 더는 진심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시편을 낭송하는 것도 습관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의 소망들은 베트남의 무기력 속에 지워졌다. 온갖 고난과 미셀 수사의 죽음이 그들에겐 마음의 짐이었다. 일체의 종교적 감정이 그들에겐 멀게만 느껴졌고 그들과 상관없는 일만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모든 이에게서 잊혀졌고 무용해졌다. 신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없었고 그저 지치고 외롭고 공허할 뿐이었다. '베트남에서의 그들의 존재 의미는 비극적 사건들과 여러 계절 속에서 갈피를 잃어버렸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 그들의 마지막.

 

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젊은 여자의 젖가슴 위에 손을 얹어놓고 있었다. 여자의 배는 땀과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던 것이다. 깊은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군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망설였다. 육체를 서로 나누는 법이 없이 눈이 매섭고 말씨가 공격적인 남자들과 여자들을 찾아내게 될 줄로 기대했던 것이다. 성직자들의 태연하기만 한 모습과 창백함에 군인들은 감동했다.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들은 다른 마을로 떠났다.

 

창백함이라는 말이 꽂힌다. 그리고 그들에게 감동했다는 말도. 말이 필요없는 마지막이다...


 

크리스토퍼 바타유의 책이 두 권 더 번역되어 있었다. 모두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시간의 지배자>와 <지옥만세>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와 비슷할 것 같으나 그 이후(1999년) 글쓰기 방식이 새로와졌다고 한다. 그 이후 작품은 알 수가 없으나 어떻게 변모했는 지도 궁금하다... 21살의 나이로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읽으면서 내 내면에 깊이 들어가는 느낌을 가져보았다. 그것은 우울이나 심란함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존재에 가까와지는 느낌이었다. 담백하고 짤막한 문장들로, 맑게 쓴 글이 '창백함'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숙연한 느낌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을 벗어던지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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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2-07-1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16분에 글을 올렸고, 비연님은 17분에 글을 올렸어요 ^^

비연 2012-07-11 23:20   좋아요 0 | URL
홋! 같은 시간대에 글을 쓰고 있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