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조카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자아이. 엄청난 개구쟁이라 맨날 혼나기 일쑤인 아이지만, 내게는 단 하나뿐인 조카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이다. 결혼을 안한 나로서는 한 아이가 태어나서 기고 걷고 옹알이를 하고 말을 하고... 하는 과정을 조카를 통해 처음 보았다. 내게는 기쁨 그 자체이고 삶에 대한 자세를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존재이다.. (이 쯤에서 사람들은 나 보고 조카바보라고 한다..ㅜㅜ)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많은 책을 사준 것 같다. 내가 워낙 책을 좋아하다보니까 (이는 모든 알라디너들의 공통점이지만..ㅎ) 아이가 읽는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늘 연령대에 맞는 책을 사주는 공급책이었다고나 할까.. 서점에 가면 내 책도 보지만, 우리 조카 책도 항상 챙겨오게 된다. 요즘엔 책들이 워낙 많아서... 뭘 골라야 하나 망설일 판.

 


 

 

 

 

 

 

 

 

 

 

 

 

 

 

어제 내가 사다 준 책이다. 요즘 아이들 책은 이런 류가 많은 것 같다. 만화책 비스므레한. <마법천자문>과 <why?> 시리즈는 내가 즐겨 사주는 책이기도 한데. 사실 첨엔 이렇게 만화로 된 걸 자꾸 읽어서 될려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고르기가 그랬었는데, 조카가 이 시리즈들을 좋아해서 이젠 새 시리즈물이 나오면 얼른 사다놓게 된다. 보더니 "와~ 고마와요, 고모. 우리 엄마는 이런 책 안 사줘요.." 보니까 올케는 이런 만화책을 잘 안 사주는 모양이다. 그러니 고마울 밖에..ㅎ

 

나는 어렸을 때 무슨 책들을 읽었었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 어릴 땐 이런 아이들을 위한 책이 거의 없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았었고. 그저 동네 다니는 출판사 아저씨 불러다가 전집으로 사다가 전부 읽어댄 기억이 전부다. 내가 생각나는 첫 전집은 <세계위인전집>과 <한국위인전집> 이다. 각각 15권씩 구성된 책들로 계몽사인가? 에서 나온 걸로 기억된다. 그 책들을 정말 거짓말 좀 보태서 다섯번씩은 읽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달달달 외울 때까지 읽었던. 그리고 다음에 생각나는 건, 금성출판사인가에서 나온 <세계명작전집>이다. 60권이 좀 넘는 전집이었는데, 세계명작들을 애들이 읽을 수 있게 요약해서 출간한 전집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그걸 샀었고 정말 열심히 읽었었다. 이런 전집들,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생각나면 들춰보곤 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내가 살 수 있는 한 권짜리 책들이 조금씩 나왔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애들은 참 부럽기 그지 없지 뭔가.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산처럼 나오고 엄마 아빠와 그걸 고르는 재미가 있고 학습관련 책들도 만화로 재미나게 구성되어 있고. 요즘 아이들이 부러울 때는 그런 걸 생각할 때다.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마음놓고 고르고 읽을 수 있어서.

 

다음주에도 서점에 가서 조카 책을 골라봐야겠다. 이제 우리 조카도 오륙년 지나면 자기가 서점에 직접 가서 직접 책을 고르고 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해나가겠지. 아 그 날이 오면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대견하기도 할 것 같고. 마음이 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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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2-07-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요즘 애들이 책많아서 부럽다고 하는 건 비연님이 책을 좋아하시기 때문이죠. 책을 싫어하는데 읽을 거 많으면 괴로울 수도 있겠더라구요. 전 어릴 때 책 좋아했는데 아버지가 책 못읽게 야단치고 그랬죠. 매우 이상한 situation인 것 같은데요, 그 생각하면 갑자기 화나고 그렇답니다. 암튼 제가 비연님 조카였다면 어린 시절이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듯해요.

비연 2012-07-15 23:31   좋아요 0 | URL
아..책을 좋아하니까 부러워하는 거 맞는 것 같아요..ㅎ 책 읽기 싫어하면 고역일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어릴 때 아버지가 왜 책을 못 읽게 하셨어요? 공부하라고요? 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읽고 좋은 글도 쓰고 계시니..^^ 제 조카도 외롭지 않다고 생각해야 할텐데..고모 등쌀에 못 살겠다고 생각할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