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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어제부로 1월이 끝났다.

1월의 마지막날, 나에겐 최악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게 과연 내게 일어난 일일까 라는, 마치 타인에게 일어난 일일 것 같은 느낌만으로 하루가 갔고, 저녁이 되어서야 실감이라는 것이 되었다. 오늘 아침, 여전히 멍하고,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만이 간절하다.

 

사람이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인생은 새옹지마라지만, 나는 참 힘들게 사는 구나 라는 때아닌 자괴감이 들고 있다. 원래 안 좋은 상황에서는 생각도 나쁘게만 돌아가는 법인지라, 그간에 좋았던 일들보다는 내가 고생한 일 안된 일들만 머릿속에 가득해서 참 견디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까지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증이라는 게 걸리고...스스로 목숨도 끊고 하는 거겠지.. 라는 심정을 조금 느끼고 있다. 물론 내가 병에 걸리거나 저 세상으로 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가 절박한 심정이라는 것.

 

이미 지난 일이고 다 끝난 일이고, 그래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아마 이 충격은 너무 커서 한동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면 왠만해서는 충격이라는 게 안 느껴지고 어쩌다 충격이 오더라도 금새 툴툴 털어버릴 수가 있는 것인데 이번 건은 그러기엔 크다. 아마도 내가 마음을 다해 하고 싶었고 되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라면서 나는 뭔가를 하고 싶다 되고 싶다 갖고 싶다가 간절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좀 널널한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한 나에게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참 놀라운 일인데, 이게 또 잘 안 이루어진다는 자체가 더 놀랍다. 남들을 보면 잘도 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안 될까. 왜 나는 비껴나 있을까. 이런 푸념만 머릿 속에 가득차다. 솜뭉치 가득한 인형처럼 생각은 안되고 답답함만 엄습한다.

 

한동안 만남과 외부활동은 자제하고 집과 회사만 오가면서 내 인생에 대한 정리라는 걸 해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계획으로 인생 하반기를 이끌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 힘든 시기를 '전화위복'이라는 말로 데코레이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책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힘들 땐 글자가 머릿 속에 박히지 않고 휙휙 지나간다. 한 페이지를 잡고 몇 시간을 딴 생각에 빠진 채 있다가 스르르 피곤에 겨워 잠들었다. 꿈자리도 뒤숭숭했고 새벽에 계속 깨어났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지금도 회사에 앉아 있는 내가 나 맞나 하는 심정이고.

 

이런 때일수록 책을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내심 생각만 하고 있다. 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벗을 멀리하니 책이라는 벗이라도 가까이 해야 내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내게 벗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기나 한 지 의심스럽다. 철저히 혼자여야 하지 않을까. 문자와 사람을 피해서. 암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보련다. 그게 그냥 멍하니 있는 것이든, 책을 읽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순간순간 원하는 방향으로 한달을 살고 나면 뭔가 해답까지는 아니라도 마음에 빛 한줄기는 비치겠지 한다.

 

 

뱀꼬리 1) 어제는 울고 싶어서 영화 '7번가의 선물'을 보러갔다. 눈물 쥐어짜는 영화를 보면, 울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 영화는, 정말 울리려고 작정한 영화였고. 그래서 이상스레 더 울음이 안 나왔다. 작위적이라고나 할까. 가슴에 감동이 번지지 않아서 눈물 한방울 맺히다가 그냥 없어지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난 그 영화를 핑계로 극장에서 실컷 울었다. 울음이 그쳐지질 않아 나와서도 울었다. 그리고나니 조금 시원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순간일 뿐, 울음은 계속 내 속에 우물처럼 남아 있다.

 

 

뱀꼬리 2) 이 글을 쓰고 미생 100수를 보러 들어갔다.

 

 

 

 

 

윤태호 작가는.... 내 심정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폐부를 찌른다.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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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1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0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2-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무슨 안좋은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요.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 이라고...써주셨네요. 명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운 내시기를.

비연 2013-02-01 15:50   좋아요 0 | URL
네..hnine님..감사해요.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주리라 믿습니다.

숲노래 2013-02-02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이 들 때에는 바르게 앉아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가장 맑고 밝은 것을 떠올려 보셔요

비연 2013-02-04 13:27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____^
 


오늘은 오랜만에 여직원(아 이 말은 정말 싫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근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뜯어도 이 단어 밖엔 안 들어오는 건..나의 한계일까)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베트남쌀국수.

 

그리고는 어쩌다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미혼자들과 30대 후반의 기혼자와 네 명이서 커피를 따로 마시게 되었다. 미혼자들은 미혼자대로 기혼자들은 기혼자대로 다들 고민이 많은 듯. 나야 결혼이라는 사안이 비껴가 있는 상태라 (이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별 아픔없이 들을 수 있긴 했지만.


20대 후반녀 (A)

 

7개월을 사귄 남친이 있었다. 그는 자상했고, 배려심이 깊었고, 그래서 7개월 남짓 동안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A는 그에게 전혀 불만이 없었고 생각해보면 장점만이 떠오르는 그런 남자였다. A는 여행과 스포츠를 좋아했고 그래서 사귀는 동안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주말에 스포츠도 즐겼었다. 그렇다고 그를 소홀하게 대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주, 둘은 처음으로 사소한 문제를 두고 싸웠다. A는 연애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이겠거니 하고 다음에 만나면 다시 잘 해결해야지 했는데 그 다음날 남친에게서 연락이 왔다. "헤어지자" 그것도 카톡으로.

 

A는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만회해보고자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남친은 받지 않았다. 결국 며칠의 시도 끝에 둘은 어느 카페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남친은, 요지부동이었고 계속 받아들일 수 없나는 A에게 그동안의 불만들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자상하고 배려심많던 남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 순간, A에게는 멘붕이 왔다.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매달렸다. 그러나 남친은 절대 안된다고, 우리는 안 맞는다고 그렇게만 반복할 뿐 고집을 꺾지 않았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는 A. 그녀는 남친을 많이 좋아하고 있고 헤어질 마음이 조금도 없는데 당한 이 현실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 사람보다 더 좋은 남자를 앞으로 못 만날 것 같고 그래서 결혼을 못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 중이다.

 

 

30대 초반녀 (B)

 

두 달 정도 사귄 남친이 있다. B는 착한 인상의 누가 봐도 갸냘픈 미인형이다. B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길 원한다. 처음에 이 남친을 만났을 때 너무나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아 내가 맞춰주기만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남자, 너무 안 맞는 것 같다.

약속시간에 매번 늦는다. 10분 20분... 다 핑계는 있다. 핸드폰 충전이 덜 되어서라든가 자기 운동하고 나오느라 그랬다든가. 게다가 자기관리에 너무나 철저한 나머지, 회사 끝나고 자기가 할 일은 다 한다. 운동하고 배우고... 그리고는 남는(?) 시간에 B와 약속을 잡는다.

 

B는 자정 전에 자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남친은 새벽까지 뭘 해야 직성이 풀린다. 각자의 집에서 자정부터 같은 영화를 보자고 하고 그 영화를 본 소감을 나누자 한다. 처음에는 맞춰주려고 따라 했지만, 다음 날 회사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피곤할 뿐이다. B는 남친과 만나는 게 너무 힘들기는 한데, 나이도 있고 그래서 이보다 더 좋은 남자를 못 만날 것 같기도 하고 이후에는 정말 아닌 남자들만 나타나서 결국 결혼을 못 할까봐 두렵다.

 

....................................

 

그러니까, 이들의 고민은 결혼이 너무 초조하다는 거고, 이 사안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다. A는 만나면서 자기에게 불만을 말하지 않는 남친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고 B는 만나면서 계속 안 맞는데도 불안감에 놓지를 못 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초조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걸까. 30대 중반이 되면 영원히 결혼이란 걸 못 하게 되는 지경이 될까봐 그런 것일까. 앞으로 기회는 많다고 얘기해도 '결혼이 비껴간' 나의 말은 잘 안 먹히는 기분이다. 그러고보면 난 이 나이까지 결혼을 못 할까봐 종종거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못 갔는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이런 심정이라는 거. 이게 문제일지도.

 

암튼 오랜만에 결혼이라는 화두로 얘길 하니 꽤 신선했다. 이제 내 주위의 사람들을 만나면 부모님이 편챦으시다는 이야기,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정도 하는 게 일상적인데, 갑자기 뭔가 기회라든가 불투명한 미래라든가 이런 것들을 얘기하니 낯설다는 기분도 들었고. 결혼이라는 주제는 정말 인류 역사에서 그 빛이 바래지 않는 이야기 소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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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3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남.의.이.야.기.겠.죠....??

비연 2013-01-30 16:37   좋아요 0 | URL
진.짜...남.의.이.야.기.입니다..ㅎㅎㅎㅎ

깐따삐야 2013-01-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해도 괜찮고 안 해도 괜찮은 게 결혼인데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헤어져도 괜찮은 건 아닌 것 같으니 일반적인 소소한 선택들과는 좀 다르죠. 근데 진짜 남의 이야기겠죠?? 2

비연 2013-01-30 22:0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진짜 남의 이야기입니다..ㅋㅋㅋ
정말 결혼이라는 것을 대전제로 한 남녀의 만남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가객 2013-01-3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A의 남자가 가진 불만은 내가 보기에 B가 가진 불만. 그러니까 B의 남자는 B를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A는 그에게 전혀 불만이 없었고 생각해보면 장점만이 떠오르는 그런" 여자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ㅎㅎ

A는 7개월동안 남자의 불만을 한번도 눈치 못챈 것이 잘못-고로 만나서 매달리는 과정에서도 그리 속시원히 남자의 불만을 덜어주었을까 의문-이고 B는 남자에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지 못해 더 발전적인 관계로 서로 배려하지 못하는게 실수같은데 전혀 다른데서 이유들을 찾으며 극단적으로 이남자 아님 안돼!라 외치는게 좀 답답해서, 지나가다 불쑥 ㅎ

외람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비연 2013-01-30 22:0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좀 어려워요.. 뭐라 딱히 말하기 어려운.

조선인 2013-01-3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A의 남자는 결혼 비추천.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사람이니까요.
B의 남자와는 대화 시도 필요. 저의 경우도 남편은 올빼미족, 저는 참새족이라 결혼했을 때는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제 입장에서는 자야할 시간에 비디오를 보자, 운동하러 나가자, 쇼핑하러 가자고 하는 거죠. 반대로 남편 입장에서는 잠 많은 제가 불만이었구요. 하지만 어떻게든 타협점은 생기게 되더라구요.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면 B의 남친은 나쁘지 않아요. 남자도, 여자도 각자의 생활과 취미가 있는 게 문제는 아니니까요.

비연 2013-01-31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A는 그냥 헤어지라고 했고... 그렇지만 A가 너무 좋아하는 터라 울먹해서 더이상 얘기를 못했어요. B의 남자는, 활동시간대가 다르다는 것 이외에도 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인 것 같아서 만나라고는 못하겠더라구요.. 참 어려워요. 이러다 둘다 다시 만난다고 하면 어쩌죠? ㅎㅎ;;;

moonnight 2013-01-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연애얘기는 재미있군요!!! +_+
근데, 왜 그리 결혼에 대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거죠? 저역시 결혼과는 저 멀리 비켜나있는 관계로(비연님 반가와욧!!! ^^;) 이해를 못하는 건가. -_-a

좌우지간 두 커플 모두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네요. A의 경우는 남자가 소통불가능한 캐릭터인지 아니면 완전히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 눈치조차 못 챈 그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 쪽에서는 정리가 된 상태로 보이고요. B의 경우는 활동시간대만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약속시간에 매번 자신의 일 때문에 늦는 남자라면 맘에 안 들어요.

비연 2013-01-31 16: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moonnight님, 반가와욧!
두 커플 다 바람직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이도 어린데 다들 왜 그리 결혼에 초조해하는 지가 참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좀더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이래서 내가 결혼을 못(안!)했나 싶기도 하고 ㅎ
 

 

도서정가제 자체에 그닥 관심이 없다가 어제 뉴스에서 많은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도서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보도를 듣고 화들짝 놀라 좀 찾아보았다. 나야 도서할인율에 상관없이 책을 사대고 그걸로 책장이 휘어지는 아픔까지도 감내하는 족속이므로 할인율을 어떻게 제한하든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도서정가제라는 게, '신간'(발행일로부터 18개월... 이걸 신간이라 할 수 있는 지 잠시 생각..)에 한 해 10% 할인이 가능하고 '구간', 그러니가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책에 대한 할인율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던 것을 '신간'과 '구간' 상관없이 10%로 하자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출판사에서는 출판문화의 부흥과 동네서점의 부활 등등.... 말을 하고 있는데, 암튼 내재적으로는 출판업계가 살기 힘들다 뭐 이런 애절함(?)으로 호소하는 느낌.

알라딘에 미운털이 콕 박힌 건, 사이트에 정면으로 '도서정가제에 반대합니다' 라고 떠억 하니 붙여놓아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반대하면 반대하지, 그걸 조장한다는 오해 인지 이해 인지를 불러일으킨 것. 말하자면, 출판사에서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건, 괘씸죄에 해당하는 벌인 셈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책 사는 거 읽는 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게 참 허무하게 느껴지는 논쟁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사네 죽네 하는 문제니 가볍게 얘기하기도 그렇고. 또... 이 사안이 그리 간단한 문제로는 보이지 않아서 뭐라 토를 다는 것도 겁난다.

다만, 알라딘 서재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즐겨찾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흥분하는 대목은, 출판사가 소비자를 볼모로 장난친다 는 것이고, 나도 동감이다. 합의하는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책을 읽고 싶고 그 통로로 알라딘이라는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버리면 안되지 않는가 싶다. 알라딘에 책을 안 주면, 그 책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만 불쌍해지는 거 아닌가?

다른 데 가서 사... 라고 쉽게 말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난 알라딘만 주로 이용한 지가 10년 쯤 되었고 아침에 출근해서 한번, 점심 먹고 한번, 퇴근하기 전에 한번, 이렇게 수시로 들락거리며 사이트를 확인해온 지가 오래 되었단 말이지. 따라서 여기서 발견한 책은 여기서 사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근데 내가 좋아라하는 많은 출판사들이 (지금은 10여개인데 70개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책을 안 준다니. 켁. 덕분에 사고 싶은 책 고르는데 출판사부터 확인하고 있다.

 

알라딘을 고집하는 이유는 너무나 주관적인 것일 뿐. 이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출판업계 어려운 거 알고 있고 책 읽게 만드는 거 어려운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러니까 도서정가제 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머리가 복잡하다. 동네서점 죽는 건, 책이 할인되어서가 아니라 동네서점에서는 책이 안 팔리기 때문이 아닐까. 동네서점에는 참고서만 판다. 난 동네서점에서 참고서와 약간의 베스트셀러 이외에 파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가격으로 따진다면 중고서적도 팔면 안된다. 새 책을 안 사면 출판사가 손해니까... 에궁 복잡하다. 멀미난다...

암튼, 제발 빨리 출판사의 공급중단 이런 건 풀렸으면 한다. 이건 너무 고통이라고!


 

뱀꼬리) 오늘 누가 책 사준다고 해서 이거 골랐다. 다행히... 공급중단 출판사는 아닌 듯?

(문학동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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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급중단이라는 게 아니라, 직거래를 안 한다는 거지요.
알라딘이야, 도매상에서 갖다가 쓰면 될 노릇이랍니다.
직거래 안 하고 도매상에서 사다 쓰면
공급율이 5%나 10%는 올라갈 테고,
예전처럼 마일리지나 적립금을 함부로 못 주겠지요.

비연 2013-01-25 08:0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신문 지상에서 공급중단이라는 말을 써서 그대로 썼더니...
암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출근길.

 

춥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회색 스웨터를 입고 나오려 했는데, 이 옷의 길이가 넘 길어서 코트 아래로 쑥 빠져 보이는 게 이상해 보여 허겁지겁 맨날 입던 까만색과 군청색의 사이쯤 되는 색깔의 가디건을 걸치고 나오느라 다른 때보다 좀 늦었다는 것 빼고는 양호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올해는 정말이지 유난히 눈과 비가 많다) 검정색 작은 우산을 펼쳐들고 걷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오니 대여섯명 앉아 있는 텅빈 사무실이 왠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고. 

 

노트북을 열고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맥심커피 한잔 가져와서 자리에 앉는데, 이상하게 피곤이 엄습했다. 분명 스타트가 좋았는데, 왜 이런 거지. 어제 운동을 해서일까? (간만의 운동이었다.. 내가 그렇게 사지를 움직여본 게 몇 년만인가 한참 세었더랬다) 그런데 달력을 보니, 아 수요일이다. 흠. 피곤할 만 하군.

 

옆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날 아닌가요?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쳐준다. 맞아맞아. 좀 쉬었으면 좋겠어. 나랑 같은 느낌이구나, 반가운 마음에. 정말 수요일만 되면 괜히 더 피곤한 것 같아요... 그랬다. 동료는 다시 맞장구를 치며, 수요일 하루 쉬면 일주일이 참 즐거울텐데. 그런다. 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월 화 근무 수 휴일 목 금 근무 토 휴일.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게 샐러리맨의 고충인걸까. 내 맘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종의 스트레스?

 

어제 읽은 책이 계속 찝찝해서 사실 더 피곤한 지도 모르겠다.

 

이 책 말이다. 읽던 김에 어제 다 읽어버리겠다고 펼쳐서 1시 반까지 읽어댔더니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 나의 예상과 다르게 이 내용은 사회적인 게 아니었다. 그냥 찝찝한 내용일 뿐. 그러니까 이 작가는 사회추리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라 그냥 치고 받는 하드보일드에 약간의 인간적인 면을 살린 탐정 하나를 끼워넣어 책을 완성한 거였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유머러스한 책인데, 결말이 너무 구역질(이 표현이 딱 맞다) 나는 것인지라 덮고 나서 이거 바로 중고 서적에 내놓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암튼 가끔 이렇게 찝찝하다 못해 기억을 되돌리기도 싫은 (심지어 책 속에서 탐정도 토악질을 해댈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의 책이 있어서 그 작품의 진정성이나 우수성이나 그런 건 따져볼 것도 없이 얼른 치워버리게 된다.

 

 

이렇게 두 권이 더 나와 있는데 - '바에 걸려온 전화'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지? -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관함에 넣어둔 걸 빼야 하나 그대로 두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설마 다 이런 내용은 아니겠지... 이런 류의 책들을 머리 많이 쓰는 책이라도 읽고 나서는 가볍게 머리 식힐 때 좋아서 몇 권 사다놓곤 하는데, 으으. 고민이다.

 

 


 

사람들이 슬슬 다 오고 있다. 이제 나의 즐거운(?) 시간은 끝이 나고 있구나. 업무라는 걸 해야지. 요즘 너무 팔자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조금 불안할 지경이라 말이다. 물론 일하다 보면 fluctuation이 있어서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 그럴 것 까지야 없지만, 이런 상태가 내겐 고문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이럴 때 누리세요... 라고는 하지만 누리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뒤에서 날 째리는 상사의 눈길도 있고 말이지... 암튼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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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1-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요일이 휴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간절히. ㅠㅠ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간절히 간절히....ㅜ

숲노래 2013-01-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즐겁게 꿈을 꾸어 보셔요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Mephistopheles 2013-01-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일요일쯤 또 피곤하겠지...다시 일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또 수요일이 피곤하겠지..그래서 다시 수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그땐 또 일요일 피곤하겠지..수....일......수.....일.....수...일....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앗...ㅎㅎㅎ;;;;; 수 일 수 일... 이걸 보니까 막 어지러워지는데요? ㅎㅎ
 


이제 고객사와 과제 계약을 위한 협상을 하려고 출발한다. 마음은 임전무퇴(뭐래니..ㅜ)의 자세인데, 잘 되려나 걱정이 한꺼풀 있다. 지난 번에도 회의를 했었는데, counter partner의 자세가 완전히 무식 그자체인지라 말이 통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날 엄청 흥분했었다. 오늘도 그렇게 될까봐 마음을 다잡고, 다잡고 있다.

 

경제경영서적에 협상과 설득의 책들을 아무리 읽어대어도 실전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건 '성질'이라는 게 문제다. 이 모든 이론들이 내 머릿속 깊은 곳으로 침잠되면서 그 위로는 부글부글 끓어넘치는 성질이 한 자리 차지. 덕분에 맘 상하고 기분 상하고 일도 잘 안 되고. 오늘은 제발, 그간 많이도 읽어댄 책들을 떠올리며 좀 참아보자. (근데 찾아보니 내가 읽은 건 몇 개 안되는데 엄청이나 많네, 협상관련 책들이. 더 읽어야 하나..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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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19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싸우셔요~ ㅋㅋ

비연 2013-01-20 23: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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