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어제부로 1월이 끝났다.
1월의 마지막날, 나에겐 최악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게 과연 내게 일어난 일일까 라는, 마치 타인에게 일어난 일일 것 같은 느낌만으로 하루가 갔고, 저녁이 되어서야 실감이라는 것이 되었다. 오늘 아침, 여전히 멍하고,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만이 간절하다.
사람이 살면서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인생은 새옹지마라지만, 나는 참 힘들게 사는 구나 라는 때아닌 자괴감이 들고 있다. 원래 안 좋은 상황에서는 생각도 나쁘게만 돌아가는 법인지라, 그간에 좋았던 일들보다는 내가 고생한 일 안된 일들만 머릿속에 가득해서 참 견디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까지 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증이라는 게 걸리고...스스로 목숨도 끊고 하는 거겠지.. 라는 심정을 조금 느끼고 있다. 물론 내가 병에 걸리거나 저 세상으로 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내가 절박한 심정이라는 것.
이미 지난 일이고 다 끝난 일이고, 그래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아마 이 충격은 너무 커서 한동안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들면 왠만해서는 충격이라는 게 안 느껴지고 어쩌다 충격이 오더라도 금새 툴툴 털어버릴 수가 있는 것인데 이번 건은 그러기엔 크다. 아마도 내가 마음을 다해 하고 싶었고 되고 싶었고 갖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자라면서 나는 뭔가를 하고 싶다 되고 싶다 갖고 싶다가 간절하지 않았다. 좋은 게 좋은 거고.. 좀 널널한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한 나에게 하고 싶고 되고 싶고 갖고 싶은 게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참 놀라운 일인데, 이게 또 잘 안 이루어진다는 자체가 더 놀랍다. 남들을 보면 잘도 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안 될까. 왜 나는 비껴나 있을까. 이런 푸념만 머릿 속에 가득차다. 솜뭉치 가득한 인형처럼 생각은 안되고 답답함만 엄습한다.
한동안 만남과 외부활동은 자제하고 집과 회사만 오가면서 내 인생에 대한 정리라는 걸 해야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계획으로 인생 하반기를 이끌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이 힘든 시기를 '전화위복'이라는 말로 데코레이션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는 책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힘들 땐 글자가 머릿 속에 박히지 않고 휙휙 지나간다. 한 페이지를 잡고 몇 시간을 딴 생각에 빠진 채 있다가 스르르 피곤에 겨워 잠들었다. 꿈자리도 뒤숭숭했고 새벽에 계속 깨어났고...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지금도 회사에 앉아 있는 내가 나 맞나 하는 심정이고.
이런 때일수록 책을 더 읽어야 하지 않을까 내심 생각만 하고 있다. 잘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벗을 멀리하니 책이라는 벗이라도 가까이 해야 내가 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의 내게 벗이라는 존재가 필요하기나 한 지 의심스럽다. 철저히 혼자여야 하지 않을까. 문자와 사람을 피해서. 암튼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보련다. 그게 그냥 멍하니 있는 것이든, 책을 읽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순간순간 원하는 방향으로 한달을 살고 나면 뭔가 해답까지는 아니라도 마음에 빛 한줄기는 비치겠지 한다.
뱀꼬리 1) 어제는 울고 싶어서 영화 '7번가의 선물'을 보러갔다. 눈물 쥐어짜는 영화를 보면, 울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그 영화는, 정말 울리려고 작정한 영화였고. 그래서 이상스레 더 울음이 안 나왔다. 작위적이라고나 할까. 가슴에 감동이 번지지 않아서 눈물 한방울 맺히다가 그냥 없어지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난 그 영화를 핑계로 극장에서 실컷 울었다. 울음이 그쳐지질 않아 나와서도 울었다. 그리고나니 조금 시원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순간일 뿐, 울음은 계속 내 속에 우물처럼 남아 있다.
뱀꼬리 2) 이 글을 쓰고 미생 100수를 보러 들어갔다.
윤태호 작가는.... 내 심정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폐부를 찌른다.
싸움은... 기다리는 것부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