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자가 아닌 남자>를 읽으면서, 다시는 이 작가들이 쓴 책 안 볼 거야 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그 前에 사 두었던 <그가 알던 여자들>을 저 구석에 쳐박아 두었던 걸, 깜빡 잊었다. 오늘 아침에 <가만한 당신>을 다 읽고, 오늘은 책 읽는 날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책장에 꽂힌 책들을 스캐닝하는데, 이 책이 눈에 띄였고, 아 머리나 식힐까 하고 읽은 게 화근이었다.

 

아 정말. 휴일에, 읽는 내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용도 그렇고. 제일 싫은 건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심리학자 세바스찬이라는 남자의 캐릭터다. 태국에서 아내와 아이를 잃었다, 쓰나미로. 그렇지만 그 전후에 아무하고나 자고 차고 그러다가 우연히 자기 딸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이 책에서는 그 딸을 스토킹한다. 그 스토킹하는 모습이나 그 중간 중간 아무하고나 자대는 거나 말하는 거나 그 심리상태나 하나도 맘에 드는 게 없다. 마초에 심신허약자에 섹스중독 같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 우연히 교도소장이 되는 토마스 하랄드손. 이건 뭐 무능력하고 머리도 안 돌아가는데 한번 튀어보려고 하는 행동마다 남들에게 폐가 되는,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이고. 세바스찬이 가다가 그냥 있어서 잔 엘리노르라는 여자는 진정, 정신병자 같고. 싫다는데 그게 다 자기를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환상을 갖는 제정신 아닌 여자인데, 거기에서 안심을 얻는 세바스찬은 변태 같았다. 

 

범죄자인 힌데나 랄프나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데에서도 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이코패스다. 성장과정에 무조건 문제가 있고, 그게 대부분 가족들에게서 자행된 미친 짓 때문에 애가 망가진 것이고, 불행한 것은 이 아이가 머리가 좋았기 때문에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또라이가 되어 있었다는 거다. 그래서 '의식'이라는 절차를 통해 자신이 당했던 것들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이고. 이런 사이코패스는 요즘 책마다 나온다. 성장과정 정말 중요하구나... 이런 걸 절렬하게 느끼게 하는 설정.

 

형사집단이 나를 이렇게 화가 나게 하는 소설도 흔치 않은 것 같다. 거의 700페이지의 책을 온종일 읽었는데 (아 집어치울 걸. 왜 끝까지 읽었지..) 시간이 아까왔다. 마지막의 설정도 거의.... 예상했던 거였는데 그것도 전부 짜증이었고 마지막 대목은, 스포일할까봐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게 뭥미? 라는 느낌만 남았더랬다. 게다가 자기들끼리 경쟁하는 것도 좀 유치하고. 물론 그럴 수 있다는 건 인정. 그렇지만 그 과정이나 약간의 긴장감이 ... 짜증을 유발하는 설정들이었다.

 

다음에 이 시리즈 연이어 나와도 절대 안 사 볼 거다. 으. 휴일을 망친 느낌.

 

뱀꼬리) 괜히 짜증나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 삼양라면을 한 그릇 끓여 먹고... 밥까지 그득 말아 먹었다는 슬픈 이야기. 지금 아마도 2키로는 불었을 거야 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꼬깔콘에 맥주까지...  이번 달은 뚱땡이에 소화 안 되는 위로 시작하는 것이다. 아. 한달동안 맹렬히 운동해야 하겠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 운동은 하고 왔는데 말이지...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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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진 않은데 숫자로 확인하면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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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국방 예산비 일부를 군대 높으신 분들끼리 몰래 해먹었다는 점이죠...

비연 2016-10-02 17:15   좋아요 0 | URL
심지어... 말이죠 ㅜㅜ
 

 

나이가 들면 대부분 하는 생각...  "내 인생을 책으로 엮으면 열 권도 모자라.."... 그럴 지도 모른다. 나에겐 내 인생이 정말 온전하게 다가오니까. 그거 하나하나 펼치면, 그닥 기구한 인생을 살지 않아도 몇 권 정도는 대충 나올 수 있겠다 싶다. 그렇게 누구에게나 긴긴 장편소설일 수 있는 인생을, 단 몇 장에 요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고.

 

그래서, 최윤필의 산문집, <가만한 당신>은 소중하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참 멋지게 소개하고 있다, 그것이 부고라는 지면을 통해서라는 게 애석하지만. 애석하다는 것은, 나쁜 뜻이 아니다. 참으로 소중한 그들의 인생 하나하나가 살아 있을 때보다는 죽고 나서야 내게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라는 마음이다.

 

 

되새김질하듯이 읽으니 손에 잡은 지는 꽤 되었는데 진도는 많이 못 나갔다. 괜찮다. 한 사람 한 사람 열심히 소중히 읽고 싶다. 여기 실린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 진정 한 명도 없었다.  서른 다섯명의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직위가 높고 폼나고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만이 세상에 기여한다는 착각을 하기 쉽지만, 기실은 세상의 곳곳에서 '가만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유지되고 움직여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꿈은 참 부질없는 짓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진실되게 실천하고 당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도 그 변화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나이들수록 많이 들고 있고, 그런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확인하고 있다.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 장애를 가진 사람,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 죽음을 존엄하게 자신의 선택으로 맞고 싶어하는 사람, 밝히기 어려운 진실을 당당하게 얘기하고 나서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 하나 나를 흔든다.

 

*

 

잘못된 기소로 무고하게 사형선고를 받고 30년을 복역한 글렌 포드. 무죄라는 것을 알게 된 검사들은 그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고 용서를 구한다. "나는 오만했고, 심판하는 일을 좋아했고, 스스로에게 도취돼 있었고, 또 자신만만했다. 나는 정의 그 자체보다 내가 이기는 것에 더 몰두했다." (p146) 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검사. 그리고 용서를 구하러 간 방문에서 글렌 포드는 "미안합니다. 나는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정말 못하겠어요, 정말." (p147) 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의 악연을 보면, 마음이 저려왔다. 투명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검사를 인간적으로는 동정했으며, 그럼에도 사람의 실수로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망쳐버린 글렌 포드에게 더 큰 슬픔을 느낀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통틀어 그다지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으며 감독으로서도 그저 그랬던 에버렛 라마 브리지스. 잘했다고만 치켜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익살꾼" (p178)이라고 인정하며 "로키가 위대한 감독인 이유는 야구가 즐거워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p185) 라고 이야기되어질 수 있는 미국이라는 사회가 부럽기까지 하다. 야구란, 프로야구란, 그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즐겁기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을 가지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 선수의 가치를 이리 평가할 수 있겠냔 말이다.

 

호주의 인종 분리정책. 백인 정부가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강탈하여 수용하고 결혼과 교육과 노동으로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탈색, 백인화시켰던 정책. (p197) 이들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오기까지는 수십년이 흘러야 했다. 그 가운데에 자리한 여성, 몰리 켈리와 그 장녀 도리스 필킹턴 가리마라. 수용소에 끌려가자 도망쳐 장장 9주동안 1,600km를 걸어 자신의 집으로 갔던 몰리. 결국 다시 잡혀 들어가자 도리스를 남기고 둘째 애너벨을 데리고 도망쳤지만 아이를 뺏기고 만다. 그리고 그 장녀 도리스가 <토끼 울타리>라는 소설로 이 호주의 비인간적인 정책을 정면으로 기술하게 된다. 이 소설이 나온 후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려던 호주 정부는, 2014년 케빈 러드 전 수상이 "우리는 우리 역사의 원주민성을 감추려 하기보다 더 확장된 국가적 정체성의 하나로 끌어 안아야 한다. 우리는 원주민과 비원주민 삶의 간극으로 하여 미래 세대로부터 비난받지 않아야 한다." (p205) 라고 연설하고 '국가사죄기금'을 발족하게 된다. 역사는, 이렇게 작은 항거로부터 큰 변화를 일구어내는 법.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우리가, 특히.

 

존엄사의 이야기는 <Me before you>라는 책을 봐서인지, 더욱 와닿았다.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던 영국이 결국 조력자살을 합법화하는 변화에는 데비 피디라는 여성의 기여가 있었다. 서른 한살에 불치병 진단을 받고 신경과 근육이 마비돼가는 마음으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웠던 그녀. 그녀는 결국 곡기를 끊음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선택했고 이후 영국의회는 조력자살의 합법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퍼디의 남편은 의회에 의해 단식을 강요당한 채 고통 속에 숨진 아내를 도운 마리퀴리 호스피스 측에 감사했다. 만일 그가 자신의 아내와 같은 운명에 처한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게 해준 의회에 감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p233)..

 

*

 

드러나지 않게 은은하고 가만하게 세상을 조용히 빛내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많이 보인다.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전면에 나서기도 하지만, 그렇게 표면화되지 않는 시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지금 현재, 내 주변의 이런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 변화에 동참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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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들에서 이 책이 좋다고 한지 몇 달 된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요즘 안 그래도 우울하고 지쳐 있는데 아.. 부고라니. 부고를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읽겠다고 책을 여니... 책머릿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어떤 대목이 읽을 만하다면, 책 속 그들의 삶과 그들이 추구한 세상이 아름다워서일 테고, 책 바깥 독자들의 세상이 너무 고약해서일 테다.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란다.

 

마음에 드는 책머릿말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본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밀정>을 보고나서인지... 그래서 더 그랬는 지 모르겠지만, 부고의 책이라도 볼 마음이 생겼던 것은, 어쨌든 이 책의 머릿말 때문이었다. 이 작가, 아니 기자. 멋진 사람일 거야 라는 상상도 함께 덧붙여져서.

 

세번째 이야기. 스텔라 영의 부고에 이르러서는 더욱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침대에 기대 <버피 더 뱀파이어>를 봤다고 칭찬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단지 앉아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저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침대에서 일어나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칭찬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장애인이 지난 참된 성취로 평가받는 세상, 휠체어를 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왔다고 해서 멜버른의 고등학생들이 조금도 놀라지 않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p33)

 

좋은 글들이다. 차분히 읽어 가면서, 내 속에 요즘 꽉 차있는 불만과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그렇게 될 것도 같다. 벌써 그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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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빠가 꽉 찬 책장을 보고 말씀하셨다.

 

"저 책, 다 어쩔거야?"

 

며칠 전 집 대청소 때문에 일하러 오신 분이 서재가 있는 방에 짐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와. 멋지다."

 

 

'어쩔거야'와 '멋지다'의 중간에서 고민 중인 비연.

 

책 사면서 어쩔까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지금 책장이 내려앉게 생겨서 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멋지다는 더더군다나 생각해본 적이 없다. 책 더미에서 진드기나 안 나오면 다행이다. 조카는 저 방에서 재우면 안 되겠어 라는 생각은 많이 했었다. 지금... 한 줄 꽂아 놓고 그 앞에 또 꽂아서 뒷줄은 하나도 보이는 칸이 없는 상태라, 어떨 땐 같은 책을 두 번 산다. 헉. 내가 이거 샀었나?... 이 쯤되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긴 하다. 적어도 책 제목이 보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

 

그런데 또 사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고... 이번엔 심지어 셋트...

 

 

 

 

 

 

 

 

 

 

 

 

 

 

 

 

 

 

꼭 사야 할 것 같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저 책들. 셋트라고는 하지만 4권짜리잖아...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기는 하나, 이 책들이 배달되면 정말 집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한 권씩 4달동안 살까? 그럼 올해까지는 다 마련하겠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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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9-0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게 공감합니다. 살다 보면 아니 버티다 보면 해결책이 나오더라구요. 어떻게든 됩니다…

비연 2016-09-05 17:44   좋아요 0 | URL
버티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 이 말에 희망을 ㅎㅎㅎ;;

cyrus 2016-09-05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제 동생이 책장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해요. `책들 다 읽어봤어?`, `책 언제 다 읽을거야?` 전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비연 2016-09-05 17:44   좋아요 0 | URL
저두요! 산 걸 꼭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별루에요! ㅜ

yureka01 2016-09-0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책장에 꼽을 자리가 없어서 책장 빈자리에 쌓아 놓게 됩니다...네 어쩔 겁니까..
저도 정리는 좀 하긴 해야 하는데...
물론 사놓고 못읽은 책도 많고 ㄷㄷㄷㄷㅋ

비연 2016-09-05 17:45   좋아요 0 | URL
전... 방바닥에...ㅠ 못읽은 책 아직 많죠. 근데도 자꾸 사게 됩니당. 어쩔 수 없다는 거죠 ㅋㅋ

로제트50 2016-09-0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당~~~!

비연 2016-09-05 17:4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부자아빠 2016-09-0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책 꽂을 데가 없어서 고민인데.

비연 2016-09-06 10:29   좋아요 0 | URL
부자아빠님... 동병상련...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