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려, 6시에 퇴근을 했다. 어제도(참고로 어제는 일요일이었다) 출근을 했고 8시간 넘게 근무를 해서인지 오늘은 출근하는데 마치 한달째 계속 일만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퇴근시간 쯤에 생각했다. 오늘은 그냥 가자. 그래서 모두를 남겨두고 나혼자 용감하게 나왔다. 뒤통수가 뜨끈뜨끈한 걸 느꼈지만 아랑곳없이 척.척.척. "안녕."

 

집에 와서 (송도다!) 밥을 차려먹고 빨래를 돌리고 설겆이를 하고는.... 바로 옷을 다시 걸친 채 근처 스타벅스로 왔다. 그러니까 주말에 낮에 스벅을 간 것 이외에 저녁 스벅을 들른 게 이게 얼마만이냔 말이다. 감동에 겨워서, 아는 사람들한테 자랑 아닌 자랑 메세지들을 한보따리 날린 후... 난 나의 개인 일을 시작했다.

 

내가 직장 다니는 것 외에 재작년 부터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는데, 시간은 많이 들어가지만 꽤 의미있는 일이다. 이번 주까지 정리를 해서 줘야 하는데... 펼쳐보니.. 아 그 분량이 장난 아닌. 하는 데까지만 해서 보내야겠구나.. 잠시 좌절. 그렇게 일을 시작하면서 난 영화를 다운로드 받았다. 불법 사이트를 끊은 이후 (바이러스 한번 걸려서 ㅜ) 네이버에서 굿다운로더로 돈 내고 영화를 다운로드 받는... 건전 시민 비연.

 

오늘 다운로드 받은 건 두 편이었다. <보이후드><머니볼>.

 

 

두 편 다 내가 바쁘지만 않았으면 반드시 극장 가서 봤을 영화인데 말이다. 아직까지도 안 보고 있다가 며칠 전에 이동진의 블로그에서 이 두 영화에 대한 얘기를 다시 읽고는, 아. 내가 이거 안 보고 지나쳤었지 라는 생각에 미쳤다. 그래서 잽싸게 인터넷 되는 스벅에 오자마자 다운로드를 걸어두었고... 우힛. 다운로드 완료. 이따 집에 가서 이거나 보다 자야겠다. 

 

극장 가서 영화 본게 근... 석달이 넘어가려고 하는 이 즈음. 꼭 극장 가서 봐야지 하고 마음 먹은 영화들은 꼭 가서 볼 거다 라고 이 시점에서 이를 악물고 결심이란 걸 해보는데 말이다. 아 몰라.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말이다.

 

 

 

 

슬슬 이제 집에 가야 하나. 내일 교육할 것도 있고 해서 머리가 좀 아프기도 하고... 2시간 정도 앉아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이건 나이 탓일까. 암튼 일은 많이 못한 채 스벅을 누리기만 하고 가는 것 같아 좀 양심에 가책이... 이 작업을 수요일까지는 끝내야 하는데 말이다. 회사 다니는 사람이 회사 다니는 것 이외에 개인적인 일을 한다는 건, 참으로 많은 노력과 힘이 들어가는 일이다 싶다. 책을 읽는 것도 허덕거리는데, 이런 작업도 해야 하고 토요일에 배우러 다니는 것도 있고. 어디 가서 한달만 그냥 머리를 방전시킨 채 푹 쉬다 오고 싶다.. 라고 재삼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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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 3월 10일 금요일.

 

역사책에 기록될 날. 어떤 의미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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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0 1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대 0. 완장일치 탄핵 결정하는 날이 오다니.. 기분 좋은 금요일입니다. ^^

비연 2017-03-10 13:24   좋아요 1 | URL
얼른 나가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前‘ 대통령에게. ^^

김승원 2017-03-10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역사에 남을 날이네요. ^^

비연 2017-03-10 23:13   좋아요 0 | URL
정말, 역사책에 나올 일을 우리가 몸소 겪고 있는... 사실 힘들다 이걸 버텨내기가 헥헥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자니, 갑자기 옛 경험들이 떠올라 속이 쓰리다.

 

중학교 1학년 자율학습인가? 무슨 시간이었지? 암튼 어느 시간의 일이다. 남자 선생님이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50대는 됨직한, 변태스럽게 생긴 사람이었다. 들어올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나는 그냥 고개를 쳐박고 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제일 앞 구석에 있는 여자아이 앞에 섰다. 하얀 얼굴에 키가 자그마하고 얌전하게 생긴 여자아이였다. 이름은 어느 시인의 이름과 같았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선생님은 태연히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여자아이가 엎드려서 막 울기 시작하는 거다. 흠? 뭔일이지? 그 당시 우린 남녀공학이어서, 남자짝꿍이랑 앉았었는데 그 아이의 짝꿍에게 애들이 다가가 물으니... 대답이. "그 선생님이, 얘 가슴을 만졌어."

 

허억. 우린 아무 말도 못하고 정말 수치스러울까봐 그 아이에게 말도 못하고 울지마.. 하고는 집에 와야 했고, 난 그 이후로 3년 내내 그 선생님이 담임이 될까봐, 복도에서 마주칠까봐, 그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을 듣게 될까봐 겁에 질렸었다. 우린 너무 어렸고, 그래서 분연히 일어나 따질 정도의 용기도 없었다. 그 아이도 며칠 정말 우울하게 지내다가... 잊은 듯 하며 지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었겠는가! 그 마음의 상처는 아마 지금까지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고등학교 때는, 젊은 남자 선생님들이 많았다. 여고였고, 그래서 총각 선생님들을 좋아라 하며 서로 팬클럽 비슷하게 만들어서는 좇아다니고는 했다. 나? 시시했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흠모하는 건 내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냥 잘 가르쳐주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못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죄송...) 수업시간마다 자느라 바빴다. 지금 생각하면 30대 초중반의 남자 선생님들과 여고생. 당연히 예쁜 친구들에게 눈길을 주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서는 말을 걸고 그랬다. 저 사람이 돌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비웃었지. 그런 선생님 중에 꼭 얘기를 할 때 귓볼을 만지는 사람이 있었다. 아... 가슴이나 엉덩이도 징그럽지만 귓볼.. 이상하게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대목 아닌가. 수업시간에 귓볼을 만지는 선생님. 뒤에서 쑥덕거리며 욕은 했지만 그 때도 말을 못했다. 선생님이라는 권위에 굴복한 거였을까.

 

직장에 들어갔더니, 부장이라는 사람이 날 불러 그럤다. 여자라 힘들면 관둬. 난 귀를 의심했고... 이제까지 지내면서 여자라서 내가 안 한 것도 못 한 것도 없는데, 이 사람이 나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얘기한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해서 자리에 앉았고... 며칠 뒤 나를 위한 환영회가 열렸다. 술자리가 질펀하게 벌어졌고, 나도 취했고 (엄청 먹였다) 그러더니 2차를 가자면서, 노래방에를 갔다. (이 얘기 한번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노래방? 전 집에 갈래요. 그랬더니 부장이 그랬다. 이제 사회인이 되었으니 이런 데도 가야지. 흠? 노래방이 왜 '이런 데'일까? 라고 술취한 머리로 생각하면서 어쩔 수 없이 뒤따라 갔다. 아. 그 곳은 난생 처음 가본 도우미가 들어오는 노래방이었다. 들어가 앉아 있는데, 여자들이 들어왔고 그 중 하나를 부장이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고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난 몽롱한 눈으로 그걸 바라보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고 갑자기 속에서 뭐가 한웅큼 올라오더니 바로 다 게워내버렸다. 그 때 부장의 무릎에 앉혀졌던 그 여자분은 많이 먹어도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다음 날, 회사에 갔는데, 부장이 날 불렀다. 누가 말했나 보지. 내가 충격을 받은 것 같더라. 왜 그러셨냐... 날 불러서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알았다. 술먹어 실수했다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했다. "잘 나가는 여자들은 그런 데 가서 남자를 불러서 같이 그러고 논다. 앞으로 사회생활 하려면 알아둬야 할 거였어." 내 평생에 그런 궤변은 처음 들었고 그야말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물러났다. 그 때 왜 한마디 못해줬을까. 지금도 후회된다. 그 부장, 딸이 둘이다. 나쁜 넘 같으니.

 

그 회사는 그런 넘들이 많았다. 우리 부서에 결혼하고 신혼에 남편이 쓰러진 여자 직원이 있었다. 30대 초반이었는데 늘씬하고 정말 서구적으로 예쁘게 생긴 직원이었다. 그 회사는 고졸 여직원들은 따로 뽑아서 타이핑을 시켰었는데 그 직급이었다. (난 이런 직급이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다. 몇 년 뒤 그런 직급 다 없앴다고 들었다) 남편이 쓰러져서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터라 정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시기였다. 연애를 10년도 넘게 한 커플이었고. 어느날, 원장이란 넘이 그 여직원을 불렀다. 둘만 있는 방에서, 물었다. "남편이 쓰러지니 외롭지 않아?" "아뇨." "외로울텐데.." "아닙니다" "외로우면 나한테 말해. 우리 보트나 타러가자. 좋은 데를 내가 알고 있거든.." ... 나와서 펑펑 울더라. 그걸 왜 들어가서 박살을 못 냈을까... 후회스럽다.

 

아 말하다보니 쏠리네. 이 외에도 너무 많은 케이스들이 있어서 지면에 옮기기도 뭣하다. 이게 참으로 오래 전일인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느냐... 왜 없겠는가. 도대체 남자들이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여성 동료를 뭘로 생각하는 건지 가끔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매우 일부 남자들이긴 하지만. 여전히 블루스를 추자고 하고 그러면서 쓰다듬고 술먹고 데려다주면서 만지고... (아 토나온다) .... 이젠 나이 먹을 만큼 먹어서 내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단옆차기를 날릴텐데. 늘 준비 중이다. 눈에만 보여봐. 바로 이단옆차기 날아간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성에 대한 인식과 관념은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의 진보는 이제 시작이 아닌가. 여성도 인간이고 남성도 인간이고 그래서 생물학적 차이 이외에 누가 누구를 폄하한다거나 자기 멋대로 생각한다거나 마음대로 취급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건 그냥 상식이다. 이론을 갖다붙일 것도 없이.

 

.... 흥분해서 말이 길어졌다. 안 그래도 내일 11시가 초조한 판인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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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 남자, 한남으로부터 온다.
    from 마지막 키스 2017-03-10 08:10 
    오늘 아침 비연님 페이퍼를 읽으니, 어제 제가 읽은 잡지 《GQ》의 한남에 대한 칼럼이 생각나네요. 저 역시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비연님의 글을 읽으며 떠올린 부분은 이런 거였어요. '프리랜스 에디터' 인 '정미환' 님의 글중 일부입니다.너무 자주, 무심코 일어나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으려 애쓰고 살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태우스 2017-04-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남이라 부끄럽습니다 ㅜ

비연 2017-04-19 08:55   좋아요 0 | URL
아아. 마태우스님은 여기 얘기한... ‘한남‘에 속하지 않으시리라 믿는...;;;
근데 정말 이해불가인 사람들도 많아요!ㅜㅜ
 

 

 

 

 

 

Tommy Page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떴다...

 

내가 알던 많은 팝송 가수들...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하나둘... 휘트니 휴스턴, 조지 마이클, 데이빗 보위.. 좀 되긴 했지만 마이클 잭슨...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요가 부흥하기 전에는, 대부분 팝송으로 많은 추억들을 쌓고 했었는데... 이제, 모두 모두... 노래만 남기고 물리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갔다.

 

토미 페이지의 귀여웠던 어릴 때 모습이 기억나고... 70년생이라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는 지. 최근 사진을 보아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던데. 우울증이었던 걸까. 많이 힘들었겠지.. 그러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 테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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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05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저도 놀랬습니다.
I‘ll be your everything.......

겨울호랑이 2017-03-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뉴키스온더블록과 함께 90년대 여중고생들의 아이돌 스타였는데... 아쉽네요.

하나 2017-03-05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 Shoulder to cry on.. 정말 좋아하는데... R.I.P
 

 

송도다. 오늘 회사를 나갈까 하고 남은 것도 남은 거지만 (휴일이라지만 수요일이니까) 주중에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게 너무 피곤해서 일단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는 게 더 크겠다. 일이 몰아닥쳤던 몇 주간의 피로가 쌓여서 정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로키 상태였다. 걷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건드리면 그냥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 덕분에 어제도 한바탕 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에) 쓰러질 듯한 마음으로 돌아와야 해서 서울로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간만에 내일은 늦게 일어나도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다운로드받아 보았다. 'Notting Hill'. 이 영화는 열번까지는 과장이지만, 세 번이상은 본 것 같다. 그런데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라니. 나는 이런 영화가 있다는 게 참 행복하다. 쓸데없이(!) 새로 나온 영화만 좇아 다니며 보는 건 이제 사절이고, 좋은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게 더 좋다.. 뭐 이런 나이다, 내가. 허허.

 

 

 

내용이야 뭐 다들 아는 거고. 1999년 영화. 무려 18년 전의 영화이다. 주인공인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를 보니, 아 젊다. 아 이쁘고 잘생겼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슬퍼지기까지 했다. 휴 그랜트의 그 약간 헐렁한 예쁜 남자의 이미지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다시 보니 그 눈이 참 매력적이었다. 눈 자체가 아니라 눈동자가. 그 색깔이. 참... 좋더라. 줄리아 로버츠의 당당해보이는 얼굴도 좋아 보였다. 영화라는 게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건데, 어제는 유독 주인공 남녀의 그 젊음과 아름다움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내 마음이 막 사위어져있어서일까.

 

그리고, 그 음악. "She". 이 노래가 주는 마음의 감동은. 아... 떠올리기만 해도 좋구나. 내가 이 영화 본다고 카톡단톡방에 올렸더니 누가 그런다. "노래 참 좋죠? She?" "응응 정말 멋져" "내 친구넘이 결혼할 때 신부 입장하는 곡으로 이걸 틀었더랬죠. 정말 멋졌어요." "와, 친구 멋지다. 결혼식 때 이 노래 나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 "이혼했어요. 노래는 역시 평범한 걸 틀어야 해."

 

뭥미. 이 산통 깨지는 소리는. 단톡방 툭 끊어버리고. (그나저나 그 말에는 사실 동감. 어쩌면 조금 평범한 게 오래 가는 건지도 모른다. 야단스럽게 튀면 결말이 별로인 경우 간혹 있어서) 영화에 심취. 마지막 장면 보면서 아릿.... 아릿....

 

 

오늘은 삼일절. 어젠 영화 보고 바로 기절. 일어나보니.. (물론 중간중간 깨기는 했다 ㅜ)11시. 헉. 11시? 그러고도 못 일어나고 뒹굴거리다가 12시에야 일어났다. 말하자면 12시간 이상 뻗어 있었다는 뜻. 그러고 나니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 흠.. 그러면 되지 뭐. 내 몸이 가벼워졌으니.. 물론 너무 누워 있어서 허리는 좀 아팠으나.ㅎㅎ

 

점심 간단히 먹고 지금은 가까운 스벅에 와있다. 한 켠 소파 좌석에 앉아서 스타벅스 전체를 바라보며 이렇게 도닥거리는 이 여유가 눈물 나게 행복하고 고맙다. 이러한 편안함은, 몰아치던 전쟁터같은 일터에서 잠시 물러나 있을 때 가장 깊숙이 다가오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아무 하릴 없이 커피 한잔에 하고 싶은 얘기 쓰면서 이제 곧 책도 읽을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내 귀에는 아서 루빈스타인의 쇼팽 피아노 독주곡들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이 꽂혀 있고 말이다. 물론 가끔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 소리와 옆 좌석 남녀의 경망스러운 웃음 소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이런 여유로운 날에는 많은 것들이 용서되기 마련이다.

 

내일부터는 또 달려야 한다. 매일 야근이 이어질 거고, 주말에도 나와야 할 거고... 그렇게 삼월이 갈 거다. 예외없이. 이 즈음엔 늘 그렇듯이. 사는 게 뭐냐 투덜거리면서.

 

삼월의 첫날. 역사적으로는, 수많은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서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가슴 조리며 일을 꾸미고 드디어 오늘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던, 그래서 덕분에 후손들은 하루의 휴가를 얻게 된 오늘. 지금도 '이 땅'에서는 난데없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있고 한편에서는 촛불을 들고 정의를 위해 나온 사람들이 있는 오늘.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평화로운 오늘. 그런 삼월 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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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3-02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3월 1일 될때마다...
비연님 이 글이 생각날 것 같아요.
노팅힐이랑 스벅이랑 태극기랑 ㅠㅠ
촛불과 함께요~~~

비연 2017-03-03 14:25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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