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일수록 도서관은 문화 사랑방의 역할이 필요하다. 책을 대출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도서관에 와서 놀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마련해야한다. 지난 금요일, 우리도서관에서 '아씨방 일곱동무'의 이영경 작가 강연회가 열렸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작가 강연회는 작년부터 하고 싶었지만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1년을 기다렸다. 요즘은 출판사에 전화해서 희망하는 작가를 말하면 직접 섭외해주니 수월하다.
이영경 작가는 지천명의 나이에도 맑은 미소와 소녀같은 감성으로 첫 대면임에도 어색하지 않았다. 마치 친구처럼, 이웃집 언니처럼 편안하게 다가왔다. 직원에게는 오후 1시30분에 도착한다 하고는 1시간 일찍 와서 장구경도 하고, 된장찌개도 맛있게 먹었다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직원에 대한 배려가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함께 식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 식사 못하셨을까봐 사놓은 샌드위치는 가방에 넣어드렸다.
'아씨방 일곱동무'는 우리집 큰 아이 아기때 읽어주던 책이었는데 여전히 스터디셀러다. 아이 한 줄, 나 한 줄 읽으며 즐겁게 동화구연도 했는데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신윤복의 '미인도'가 보인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해주니 몰랐다며 신기해한다. '자, 바늘, 골무, 가위, 인두, 다리미, 홍실'은 각각 특징에 맞게 의인화한 센스가 기발하다.
진행은 짧은 강연, 질의 응답, 아씨방 일곱동무 연필꽂이 만들기, 사진 촬영, 사인회로 이어졌다. 2시간이 넘게 진행 되었지만 작가는 내내 즐거운 표정으로 아이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하며 즐거워했다. 사인도 한명 한명에게 정성스럽게 해주며 이름을 불러준다. 책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노트를 내미니 표지에 멋진 사인을 해준다. 한 아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원이 작가님을 만나는 것이었다는 말에 '나도 미래의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네' 하며 책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쓰라며 용기를 주었다.
사인하는 중간에 내가 '작가님 여기를 보세요' 하며 카메라를 들이대도 '네'하며 해맑은 미소로 포즈를 지어준다. 그동안 여러분의 작가를 만났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진솔한 작가는 처음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겸손하게, 때로는 수줍어하며 말하는 모습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여러모로 진한 감동을 주신 분이었다. 대부분이 작가 강연회를 처음 접한 아이들인데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보니 참으로 뿌듯하다.
행사가 끝나고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니 5명이나 손을 든다. 다시 태어나면 나도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꿈을 만들어준 멋진 이영경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고등학교때 읽었던 <규중칠우쟁론기>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반짇고리속 물건들을 각각의 특징에 맞게 의인화한 모습이 예쁘다. 서로 내가 잘났다고 말다툼 벌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즐거워진다. 어릴적 아이에게 읽어주던 모습도 떠오르고......20년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지금 읽어도 정감있다. 그림이 정교하고 예쁘며, 내용도 재미있어 요즘 아이들도 많이 읽는다.

옛날 이야기는 늘 봐도 재미있다.
조선시대 기인인 전우치전을 그림책으로 각색했다. 절제된 수묵 담채화는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른다는 평범한 내용임에도 재미있다. 그림 보는 즐거움이 커서 그런가? 옛이야기의 맛을 잘 살렸다.

콩쥐 팥쥐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책이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사또 대신에 시장이 나온다. 온갖 구박을 받던 콩숙이가 시장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다가 팥숙이의 질투로 물에 빠져 죽는다. 죽은 콩숙이 대신에 팥숙이가 시장부인을 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지만 나름 현대판으로 새롭게 나온 책이라 반갑다.
윤석중 선생의 시 '넉점반'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작가의 어릴적 모습과 비슷하다는 넉점반. 내 어릴적 모습도 떠오른다. 엄마가 심부를 시키면 이곳 저곳 들르느라 늦게 돌아와 혼났던 그 시절......이 그립다.
아이의 해맑은 표정과 화사한 꽃, 멋스러운 그림들은......마음까지 몽글몽글하게 해준다.
소장하고 싶은 참 예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