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진리를 위해 죽다 주니어 클래식 2
안광복 풀어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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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서관에 인문학 서평쓰기 모임이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다. 처음엔 가벼운 책 읽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깊이 있는 독서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인문학이라는 주제답게 문학, 역사, 철학 관련 책을 읽고 있다. 회원들은 선정도서를 미리 구입해서 정독하며 느낀 점을 진지하게 발표한다. 대부분 난이도 있는 책을 선정해서 걱정했는데 밑줄까지 그어가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5월 토론도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안광복 풀어씀. 사계절)’ 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제목은 수없이 들었지만 정작 읽어본 적이 없다. 고전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말이 있다. 접하기는 어렵지만 오랜 세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진리를 닮고 있다.

저자인 안광복은 고등학교 철학교사다. 그는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로 변명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석했다. 전문은 40페이지 내외로 짧고 쉽게 읽힌다.

 

변명의 큰 흐름은 소크라테스가 멜레토스라는 인물에게 고발당해 500명의 재판관 앞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 연설이다. “소크라테스라는 현자가 있다. 그는 하늘의 일을 고민하고 땅의 온갖 것들을 탐구하며, 약한 논증을 강한 논증보다 더 강하게 한다.” 소크라테스는 일흔의 나이에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재판관을 향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의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한다. 다른 나라로 추방당해도 젊은이들을 양심적으로 가르치는 일은 멈추지 않는다는 다소 도전적인 변론을 한다. 결국 유죄 선고를 받고, 선고 후에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아 사형집행을 받는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과 젊은이의 무지를 깨우치려 노력했던 현자였다.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젊은이들이 유명 인사를 큰 죄명을 걸어 고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형집행은 참으로 가혹한 형벌이다. 변론은 많은 이야기를 제공한다. 외적으로는 500명의 재판관이 여러 차례의 변론을 듣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하지만 대부분 저명인사가 아닌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사람이었다. 그들의 별 볼일 없는 자질은 위대한 철학자를 잃은 것이다. 25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당시 재판관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고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로 낙인 찍었다.

 

소크라테스는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사회는 예스맨보다는 비판적 지식인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그대들 스스로를 최대한 훌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자신과 사회를 훌륭하게 만들려는 귀 기울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변명의 핵심은 첫째, 먼저 무엇이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이다. 둘째, 넓은 안목을 가지고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여건에 휘둘리지 말고 냉철하게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것과 바꾸겠다는 말을 남겼다. 아름답고 올바르게, 현명하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냉철한 이성이 나의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동정심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그는 동정심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만약 이성적 판단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더더욱 동정심 같은 감정에 호소해서는 안된다.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친구처럼 그는 정의로움과 동정심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후진국일수록 법과 원칙보다는 동정과 인정이 더 판친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렇다고 그 나라들이 더 살기 좋은 나라인것도 아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주지주의로 분류된다. 주지주의란 이성적 앎과 판단이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주장을 말한다. '변명'은 머리로만 읽는 책이 아니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도 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도 던져 버릴 수 있는 냉철한 이성에서 온다. 이성이 올곧게 인도하는 감정,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호소력 있는 감정'이다. 소크라테스는 차고도 명료한 이성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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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8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문학서평쓰기 아주 잘 이어지고 있군요. 회원들도 열심이지만 현명한 관장님 역할도 클 거라 생각돼요. 굿!

세실 2015-05-09 07:00   좋아요 0 | URL
굿모닝, 프야언니! 어제 새벽 2시에 잠들었는데 이 시간에 깼다니ㅜ 늦잠도 못 자는 직장인의 비애. (습관이 무서워요)
회원이 열명은 고정 멤버가 되었어요^^
저도 조금 도움이 되겠지만, 멘토 역할을 하는 남자가 한명 계셔서ㅎㅎ

양철나무꾼 2015-05-0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변명 안읽어도 될 정도로 명료한 리뷰인걸요.
저 아무래도 세실님 도서관 있는 동네로 이사가야할까봐요~^^

세실 2015-05-09 07:01   좋아요 0 | URL
신문에 쓸 서평이라 내용도 충실히 썼어요^^ 늘 땡큐!
여기로 오시면 제 주치의도 되주시고 생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라로 2015-05-0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한 길이의 훌륭한 글입니다요~~~^^ 멋진 관장님이라니!!!

세실 2015-05-09 17:56   좋아요 0 | URL
늘 감사해요. 언니~~
잘 지내시는거죠? 요즘 카톡방에도 안들어오시궁... 보고싶다요!

페크pek0501 2015-05-1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릇된 행동에 대해 관용을 베푸는 것은 처벌할 때보다 그 사람을 더욱 망칠 수도 있다.˝

세실 님 덕분에 배우고 갑니다. 이 책 읽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아 낯선 책 같군요.
책은 긴 시간을 두고 두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노년엔 책을 사지 않고, 읽었던 책을 재독하며 보내야겠어요.

세실 2015-05-11 09:46   좋아요 0 | URL
페크님 굿모닝~~~
주말이 짧은 이유는 평일(월-금)이 길어서래요.ㅎㅎ

틀린것은 틀리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요.

전 그래서 처음에 한번 읽고, 밑줄 그은 부분 한번 더 읽어봅니다. 그리고 다음엔 밑줄 그은 부분만.......
페크님 말씀 굿인걸요. 근데 우리같은 책욕심쟁이는 신간도 궁금할듯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