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지쳐 있었고, 항상 배고파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엔 웃음이 없었다. 눈물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사랑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서로를 향한 동정도 없었으며, 대화를 나눌 기력도 없었다. ‘회색인간’ p.10

    

도서관에 근무하면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다. 올해 우리 기관은 청소년 및 교직원 대상 두드림 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강원국, 강정모, 남궁인, 조윤범, 이주은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강사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출판사나 포털 사이트, SNS 검색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직접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냈다.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 거절하는 답장을 받았을 때의 상실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어쩌다 성공하면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가 나왔다. (작가분들은 이런 고충을 아실까?) 

지금은 팀장님이 섭외하고, 나는 초대하고 싶은 작가의 이름만 알려준다. 좀 유명한 분은 1회 강연에 3백만원! 이라네. 

 

최근에는 도서 회색인간’, ‘초단편 소설 쓰기의 저자 김동식 작가 강연회를 열었는데, ·고등학생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범한 외모, 겸손함, 순수 청년 같은 작가는 강연이 시작되자 흡입력과 열정이 대단했다. 강단 있는 말투, 절제된 제스처, 세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은 강조점은 마치 강의 스킬을 배운 듯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세 가지는 , 꾸준함(끈기), 좋은 태도를 말한다. 특히 좋은 태도는 처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을 때 맞춤법이 엉망이예요, 내용이 이상해요, 주제가 모호해요등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졌는데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였단다.

 

김동식 작가는 1985년생인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공장에 취업했다.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상상을 했다. 홈페이지 오늘의 유머공포 게시판 글을 즐겨 읽으며 지루한 일상을 견디었다. 문득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창작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을 출판하고 사회에서 별 반응이 없었을 때 오늘의 유머게시판에 소식을 알렸더니, 책을 구입했다는 릴레이 글이 참으로 많았단다. 덕분에 회색인간56쇄를 찍었다. 회색인간은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재로 활용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었다. 24개의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책 읽기 싫어하는 중학생도 금방 빠져들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허무맹랑하며 괴기스럽고 현실성은 제로다.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를 읽다 허무한 결말에 웃음이 나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봉지를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까? 단편마다 상상하지 못할 반전 결말이라 수업 시간 토론 주제로 활용해도 충분하겠다.

 

강연회가 끝나고 작가와 직원 몇 명이랑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간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 구이. 지역 맛집이긴 하지만 작가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맛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와 삼겹살은 처음이었지만 우린 잘 어울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가울 듯. 도서관에서 김동식 작가 강연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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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2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님 책은 읽어보진 못했는데 얘기만 들어도 재밌을듯하네요. 그리고 진짜 인간적인 매력이 뿜뿜할듯한 느낌. 학교에서도 초대하고 싶은 작가님이네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듯요.

세실 2022-06-09 10:34   좋아요 0 | URL
책은 가볍게 쓱 읽기 좋아요. 몰입도 최고입니다. 겸손과 긍정의 에너지 듬뿍 받았어요.
중딩들에게 특히 인기 폭발입니다.

hnine 2022-06-03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에서 이분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어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력도 대단하고 노력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아직 못읽어봤네요.


1회 강연에 3백만원! 허걱...

세실 2022-06-09 10:35   좋아요 0 | URL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 가볍게 읽으면 좋아요~~ 2-3시간이면 읽어요.
삶을 어떻게 가꾸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에너지 받았어요.

페크pek0501 2022-06-14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단편 잘 쓰면 멋지겠네요. 반전이 필수일 듯해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는...
실제로 반전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요.
저도 초단편집을 구매했었어요. 관심이 있어서 보르헤스와 일본 작가의 것요.

1회 강연에 3백만원이라니 너무하네요. 왜 작가들이 강연에 열심인지 알 것 같아요.

세실 2022-07-12 10:36   좋아요 0 | URL
그쵸?
요즘 청소년들은 긴글보다 짧은글을 선호하니 흐름을 읽은거죠.
짧은 글안에 반전이 있는것도 신선했어요.
어떤 강사님은 일부러 강의 안하려고 3백을 요구하는 느낌도?
저는 하이쿠 시집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쩌다 한번, 외부기관에서 도서관 사서에게 강의 요청 문의가 온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기관인데요. 도서관에는 독서 관련 전문가 사서선생님이 계시지요. 우리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독서방법이나 책 소개 같은 강연을 해주실 분 계실까요?" 그 순간 사서들은 감사하게도 나를 떠올린다. 

늦은 나이에 끝낸 대학원 공부가 도움된 걸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원서 수업, 원서를 번역하고 요악한 후 프리젠테이션으로 발표하던 힘겨웠던 시간. 영어사전과 구글에 의지해 졸린 눈 비비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의 주제는 내 마음대로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 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독서동아리 꾸리는 법, 독서동아리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요즘 재미있게 읽은 목록을 소개한다. 

 

 

 

 

 

 

 

 

 

 

 

 

얼마전에는 신규 사서를 대상으로 '독서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주제로 강의 했다. 도교육청 소속 교육도서관으로서의 방향성, 청소년 중심 독서프로그램 운영, 작가강연회 섭외 방법 등 실제적인 업무 위주로 다루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수강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진진가 게임으로 나를 소개한다. 사지선다형 중 틀린 답 찾기. 대부분 2번을 고른다.

 

1번. 나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

! 어릴 때 책을 모르고 자랐다. 독서퀴즈로 자주 인용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자인 빌 게이츠 동네에는 그 당시에 공공도서관이 있. . . 그러나 빌 게이츠 보다 한참 어린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공도서관이 없었다. 도서관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하나 둘 늘어났고, 덕분에 수월하게 취업했다. 어릴 때 동네에 만화방은 있었고 언니, 오빠는 자주 들락거렸다. 나는 친구들과 늘 밖에서 놀다 "ㅇㅇ아 저녁 먹어" 하는 엄마 목소리에 집에 들어왔고,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고3 담임샘은 경영학과를 가겠다는 내게, 여자 직업으로서 사서가 좋다고 추천해 주었고 순순히 따랐다. 도서관학과를 전공하면서 독서가 시작 되었다'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읽어야 되겠다는, 읽고 싶다는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발생할때 시너지가 생긴다. 

 

2번. 나는 커피 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몇년전에 도서관 야간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핸드드립 과정'을 이수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성공했다. 오래전 유후인 '카라반' 카페에서 사이폰으로 내려준 커피 맛에 반했다. 그 후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처음부터 끝 맛까지 깔끔해서 좋아한다. 휴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 향이 진동하고, 남편이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꿈을 꾸지만 어림없다. 남편은 다방커피를 더 좋아한다.

 

3번. 나는 책 보다 TV를 더 좋아한다.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은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는 본방사수다. 옴니버스로 차승원, 이병헌, 한지민, 김우빈, 신민아, 이정은, 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에 매회 생각할 주제를 던진다. 고등학생 임신, 다운증후군, 장애인, 우정 등으로 몰입도 및 흡입력이 굉장하다. 역시 노희경 작가의 위대함.

오래전에 본 '로맨스는 별책부록'도 내 스타일이다. 남들은 이종석, 이나영 조합이 어색하고 내용도 유치하다고 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로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무대가 출판사인 것도 매력적이다. 사서보다 출판사 직원이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나는 출판사 직원이 더 맞았을지도 몰라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는 사명감으로 TV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척한다

 

4번. 내 취미는 서평 쓰기다

한 달에 한번 지역신문에 서평 칼럼을 쓴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절필(?) 했다. 칼럼은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나를 홍보하는 도구가 된다. 잘 모르는 교장선생님도 신문에서 봤다며 반가워할 때의 기쁨이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는 순수한 봉사지만 나를 성장시킨다

진진가 게임으로 강의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내 삶과 책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론적인 강의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수강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의를 시작하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다.

 

강의는 자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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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실님 강의 듣고싶어요. 부산에 있는 도서관에 강의오시면 꼭꼭 미리 알려주시기요. 제가 양말바람으로라도 달려가겠습니다. ^^ 저는 이 공간에 서평 하나 쓰는것도 너무 어려워 죽겠는데 세실님은 무려 신문에 10년이라니요. 제가 모르는 동안 더 멋있어 지셨습니다. ^^%

세실 2022-05-30 21:01   좋아요 0 | URL
과연 부산에 강의하러 갈수 있을까요? 책이라도 내야...
고민하겠습니다~~
사실은 가고 싶어요^^
과찬의 말씀이세용!

세상틈에 2022-05-30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대구에서도 강의하시나요? :)

세실 2022-05-30 21:02   좋아요 1 | URL
호호 저는 지극히 평범하구요.
청주에서만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대구 가고 싶어요^^

라로 2022-05-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로맨스는 별책부록‘ 넷플릭스에서 한방에 다 봐버렸지.ㅎㅎㅎㅎ 지금도 넷플에 가서 뭐 볼까 하다가 나오면 반가운 드라마야.ㅋㅋㅋ 내가 언제 페이퍼도 썼었는데!! 어쨌든 우린 그래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또 하네,,ㅋㅋㅋ 암튼, 청주에서 대전까지 오가며 대학원 공부 할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실은 언제나 멋져,, 아이때도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 까지 놀던 멋진 아이였구만!!^^ 그나저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또 왤케 재밌는 거야?? 12회까지 보다가 아껴보느라 안 보고 있는데 대사도 그렇고 넘 좋아. 특히 시장(생선) 나오는 거 보면 나 어려서 우리 부모님 가게가 시장에 있었을 때 생각나... 암튼, 그 미모에 강의까지 하니 다들 세실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겠다!!! 세실 최고!😍😍😍

세실 2022-05-30 21:05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잘 통하는 사이였죠.
영화 두편 내리보던 생각두 납니다.
대학원은 지금 생각해두... 아찔해요.
졸업한게 기적이어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매회 명품이어요. 흠뻑 빠져 들어요. 인생작이어요.
ㅋㅋ 강의는 아주 가끔 하는디...재미는 있어용^^

페크pek0501 2022-05-30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저는 강의는 못 하겠더라고요. 기운 없고 말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 꼭 말해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죽을 맛이에요. 그런데 친구들과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좋아해용.
김창옥 강사, 이름 맞나요? 유튜브로 볼 때면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무대 위에서 타인들을 상대로 그렇게 여유롭게 말을 잘할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죠. 너무 웃겨요.
14년 동안이나 말하는 직업을 가졌었는데 제가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는 말을 안 해도 돼서 좋아요. 기운 없어도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말하는 건 체력이 너무 소모되어요.
솔직하고 재밌는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파이팅!!!

세실 2022-05-31 13:18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저도 강의 보다 친구들과의 수다 좋아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잔만 있으면...빵이 있으면 더 좋구요.ㅎ
김창옥 강사 재미있으면서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강연 특히 좋아요.
가끔 웃다보면 ˝대체 뭘 전하려고 하는거였지? 주제가 뭐지?˝ 하는 강사도 있거든요.
글쓰기보다는 강의가 전 더 좋아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늘 용기를 주는 댓글, 감사합니다^^


2022-05-31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06-01 12:26   좋아요 0 | URL
강의를 하다보면 명강사라구 착각해요.ㅎㅎ
겸임교수 고민중이예요. 시간을 많이 뺏길듯해서 걱정도 되구...
더 나이들기 전에 한학기라도... 여전히 써줄지는 모르지만요^^
잘할거 같은데...ㅎ
희망찬샘님도 독서쪽으로 워낙 특화되셔서 소문만 나면~~♡♡

희망찬샘 2022-06-01 22:14   좋아요 1 | URL
우와~ 멋져요. 겸임 교수요. 노력하신 시간들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나 봐요. 응원합니다. ^^

세실 2022-06-02 15:03   좋아요 0 | URL
아직 아니어요. 몇년전에 의뢰가 와서 그땐 거절했거든요.
지금도 마음은 하고 싶은데 여건이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현 기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걱정?
퇴직 1년전에 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많아 뽑아주려나? ㅎㅎ
 

 

 

 

 

 

 

 

 

대학에서 도서관학(현재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시골 도서관장을 꿈꾸었다. 지도교수님은 "시골 도서관은 관장이랑 직원 한명밖에 없어 힘들다." 고 반대 했지만 도서관장은 꽤 근사해 보였다.

 

파울로 코엘류의 저서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말처럼 사서 공무원이 되었고, 몇 년 전에 관장의 꿈을 이루었다.

교수님의 걱정과 달리 군 단위 도서관도 조금씩 발전해 정규직 다섯명(사서 네명)에 파트타임으로 청소, 주말 근무를 도와주는 비정규직 두명이 상주한다.  

 

시골 도서관장은 매력적인 직위다. 도서관을 주도적으로 꾸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직장을 옮기면 한 달은 메모를 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라고 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다음 날부터 자료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무언가를 조금씩 바꿨다

 

먼저 한 일은 환경미화다. 도서관에 들어오면 보이는 자료실 입구의 커다란 목재 사물함을 창고로 내렸다. 빈 공간에는 이용자를 위한 계단식 알림판을 비치하고, 보랏빛 난 화분을 두었다. 지하부터 2층까지 연결된 스테인리스 봉에는 작은 화분을 걸었다. 차가웠던 공간이 작은 변화로 따뜻해졌다. 이용자들은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여자 관장님이 오셨나 봐요. 도서관이 예뻐졌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두 번째 한 일은 자료실 북 큐레이션이다도서관에 갔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검색하면 되지만 그마저도 귀찮을 때 누군가 책을 골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 읽고 서평 쓰는 일이 취미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사서 추천도서' 코너다. 읽어본 책 중에서 무난한, 보편적인 책으로 선정한다.

책을 전시할 책상을 꾸며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니 인터넷으로 주문할 여유가 없다. 다이소에서 3천 원인 식탁보 장을 샀다. 한 공간은 '사서 추천도서'로 어른을 위한 추천 책 코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김형석의 '백 년을 살아보니' 등을 전시했는데 하루 만에 매진이다. 서점이라면 같은 책을 다시 전시하면 되지만 도서관엔 단 한 권뿐이다. 수시로 전시대를 기웃거리며 다른 책으로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소소한 선물로 책 속 한 구절을 적은 책갈피를 준비해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박스도 준비했다.

다른 공간은 초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주제 '학교 가는 날'이다. '학교 가는 날', '학교가 사라진 날', '지각대장 존',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전학 온 첫날' 등의 책을 전시했는데 뜨거운 반응이다.

 

도서관에 발령받은 날, 생각보다 이용자가 적어 놀랐다. 인구 23천 명인 읍소재 도서관이지만, 주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젊은 엄마들이 많을 텐데... '찾고 싶은 도서관, 또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이 내 소명이다.

내일은 뭐할까?

 

                                                                                                                   2019. 3.

 

여우꼬리) 전에 적어 두었던 글을 이 공간에 정리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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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26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세실 2022-05-27 0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5-27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도서관 꾸미시느라 그동안 바쁘셨었군요?^^
저기 혹시 다음 번엔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오셔서????ㅋㅋㅋ
지금은 이용객들이 엄청 많아졌겠습니다.
그래서 또 바쁘신 거죠??ㅋㅋㅋ
바쁘셔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라로 2022-05-27 19:08   좋아요 2 | URL
세실님 대신 제가 댓글 다는 건 그런데 이 글은 2019년 때 글이에요.^^;;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일하고 계시죠.
나머지는 세실님이 알려주시는 것으로.^^;;

세실 2022-05-28 08:30   좋아요 1 | URL
호호 라로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은 다른 기관에 근무합니다.
지금은 도서관 전체 리모델링해서 더 멋진 도서관으로 탄생했지요.
요즘 충북에 있는 오래된 도서관들은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합니다. 건의하세요~
지금은 덜 바쁜데, 괜히 분주하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2-05-2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노력과 성실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건 필수이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세실 님의 생은 ‘잘하고 계십니다‘가 되겠습니다. ㅋㅋ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도서관학과가 인기였어요. 저는 그때 좀 모자란 사람이었으므로 그게 왜 하고 싶을까 했었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그들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학 때 독서 좀 많이 해 놓을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젊음은 한때이니 그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넷이 모이는 동창생 모임이 아직까지 있거든요. 후후후~~.
이런 페이퍼, 무지 좋습니당~~~

세실 2022-05-28 08:37   좋아요 1 | URL
호호 칭찬 감사합니다.
삶은 모든 것이 좋을수도 없고,
짊어질 십자가도 있고,
내일도 모르는 불확실성도 있지만,
현재를 누리려 합니다.
에이~~
전 고3 담임샘의 한마디에 선택했어요. 고딩때 학교도서관을 자주 갔거든요. 우연히...
대학 동창생!
저도 네명 있어요~~
지금도 카톡 자주하구, 여행도 갑니다.
삶의 비타민이죠.
편안한 주말 되세요^^

라로 2022-05-27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신 것 같아요!!^^;
울 세실님 엄청 야무지고 현명하죠..
삶을 대하는 태도등 많이 배웠어요, 세실님께!!
근데 이런 글 계속 올리기!!
올리다 그만두기 없기!!!^^;;;

세실 2022-05-28 08:40   좋아요 1 | URL
아 감동이다! 어쩜 이리 멋진 칭찬을~~♡♡
ㅎㅎ 그니깐요.
사무실 직원이 늘어나니 챙길 업무도 많구,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챙겨야하구,
남편도 건강이 안좋아졌구요...
이젠 주1회는 글 꼭 올릴게요.
늘 고마운 라로님^^
 
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더욱 숨어드는 여자 이야기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1.
승진하고 청주에서 꽤 먼 지역으로 발령 났다.
카풀하는 후배의 희생 덕분에 운전 스트레스는 적지만 그 거리만큼 이곳은 정체되어 있다.
지자체와 차별화된 학생, 교직원, 학부모 중심 교육문화원이지만 중,고등학생 프로그램은 전무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청소년 합창단, 춤 좀 추는 녀석들, 두드림 문화아카데미 등 중, 고등학생용 프로그램을 신규 개설하고 손짓을 하지만 여전히 힘들다.
홍보 채널을 고민하다 직접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알라딘을 잊을만큼 바.빴.다!)
나는 알라딘 덕분에 SNS에 글 쓰는 일이 즐거운데 후배들은 왜 어렵게 생각할까?
이벤트도 열고 기관 홍보글도 올렸더니 2일만에 팔로워수가 200명이 넘었다.
역시 난 새로운 일을 할때 즐겁고 신난다.
좀 변덕스러운...
두드림 문화아카데미 7월 강사로 이주은 교수가 온다.
주제도 ‘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책 읽어야지.

2.
어제 아침 출근하는데 잔기침이 나온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가진단키트 검사했는데 이런! 선명한 두 줄이다. 1박 2일 여수여행의 피곤함으로 잠자던 바이러스가 활동한걸까? 전날 함께한 사람들 때문인가?...
신랑은 어제 시댁으로 피신가고 혼자 뒹굴거린다.
한 일주일만 쉬고 싶다고 노래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간헐적 잔기침, 가끔의 콧물만 빼면 평범하다.
이대로 일주일 쉬는건 꽤 괜찮을듯 하다.
(3일부터 아프다고 해서 조금 긴장하고 있다)
청소기랑 빨래 돌리고 TV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내일은 진짜 책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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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6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03-27 11:19   좋아요 0 | URL
3일째인데 기침하면 목이 아프고 골골거려요. 심한 몸살 느낌. 오늘만 지나면 괜찮을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03-26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03-27 11: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는 괜찮아서 창문 열고 로봇청소기도 작동했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영...
낼은 괜찮겠죠?

라로 2022-03-27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해!!!! 승진했구나!!!!!! 역시 이렇게 되는 건데 왜??? 암튼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코로나 걸린 거야????? 아이쿠 많이 안 아프다니 다행이네!!!! 근데 잠자던 바이러스가 무슨 말이야?? 이번이 두 번째야????? 암튼 일주일 동안 아무일 없기를!! 일주일 동안 근황 자주 알려줘~~~~~!!!!!!!!!!

세실 2022-03-27 11:27   좋아요 0 | URL
언니 교육청서 1년 10개월 빡세게 근무한 결과? ㅎㅎ
이젠 실무는 안해서 여유 있어요.
코로나가 몸속에 바이러스는 조금씩 있는데 피곤하거나 컨디션 안좋을때 나타나는거 아닐까했죠? 처음이예요.ㅎ
아침에 기침도 심하구, 몸살처럼 아팠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괜찮아요.

페크pek0501 2022-03-27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기쁨은 크게 느끼기, 입니다.

코로나 걸리신 듯하네요. 증세가 심하지 않으니 다행이에요. 일주일만 잘 버티시면 회복되실 것이니 잘 지내세요.
워낙 바쁘셨으니 휴식 시간을 가지라는 하늘의 뜻, 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네요. 빨리 쾌차하시길...

세실 2022-03-28 11:45   좋아요 1 | URL
목소리가 안나와요. 깊은 기침을 해서 그런가? 삼겹살이랑 소고기가 막 땡기는...
저는 생각해보니 회보단 고기파예요. (사람이 단순해지면 생리적 욕구에 많은 관심이ㅎㅎ)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2-03-27 1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일한 당신 축하해요 ^^
언능 잘 낫구요. 컴백 방가워요 세실 님.

세실 2022-03-2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야언니~~ 감사합니다^^
다리 곧 괜찮아질거예요.
잘 드시길~~
 

 

작년에 이사하면서 안방을 서재로 꾸몄다.

오래 묵은 옷, 이불 등을 정리하고 옷장도 버렸더니 공간이 넓다.

비록 거실이 주 생활공간이고,

안방은 주로 남편이 머무는 공간이지만 미니멀 라이프에 가까워졌다.

 

˝밝은 빛이 스며들고 정갈한 책상 하나로 이루어진 당신만의 서재를 가지는 일이

당신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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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3-10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안방 자리였다고요? 작은 도서관 같아요. 멋집니다!

세실 2022-03-13 22:51   좋아요 0 | URL
안방이 좀 넓어 서재를 꾸며도 여유가 있어요. 저보다는 신랑이 주로 생활하지만요^^
감사합니다.

라로 2022-03-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세실!!! 인테리어도 센스쟁이!!!!

세실 2022-03-13 22:52   좋아요 0 | URL
호호호 심플 라이프를 추구하는걸요.

페크pek0501 2022-03-14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세실 님의 서재, 엄청 예쁘고 깔끔하네요.
저 역시 안방에 있는 시간이 많은지라 안방에 책상을 두었어요.
자기 책상을 갖는다는 건 자기 세계를 갖는 일의 출발점인 것 같아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티브이도 보고 책, 신문도 보고 노트북 사용도 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져요.
서재를 잘 활용하여 즐겁게 성장하는 우리가 되자고요!!! 응원합니다. 파이팅!!!

세실 2022-05-26 15:00   좋아요 0 | URL
처음엔 안방을 제 서재로 만들었는데, 어느새 남편이 점령했습니다.
남편은 물건을 쌓아두는 성격이고, 만지는걸 싫어해서..... (저는 지저분한걸 싫어하고요^^)
결국 저는 식탁에서 책을 읽거나, 딸, 아들 방을 전전하며 생활하지만
제 공간이 거실, 주방, 딸, 아들 방 모두 다 라고 생각하며 위로 받습니다. (맞는거죠?)
오늘부터 즐겁게 성장하려 노력하겠습니다. 페크님은 이미 저만치 계시니 분발하겠습니다.

2022-03-1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8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26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