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지쳐 있었고, 항상 배고파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엔 웃음이 없었다. 눈물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사랑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고, 서로를 향한 동정도 없었으며, 대화를 나눌 기력도 없었다. ‘회색인간’ p.10

    

도서관에 근무하면 작가를 만날 기회가 많다. 올해 우리 기관은 청소년 및 교직원 대상 두드림 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강원국, 강정모, 남궁인, 조윤범, 이주은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강사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출판사나 포털 사이트, SNS 검색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직접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냈다. 정중하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 거절하는 답장을 받았을 때의 상실감도 여러 번 경험했다. 어쩌다 성공하면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가 나왔다. (작가분들은 이런 고충을 아실까?) 

지금은 팀장님이 섭외하고, 나는 초대하고 싶은 작가의 이름만 알려준다. 좀 유명한 분은 1회 강연에 3백만원! 이라네. 

 

최근에는 도서 회색인간’, ‘초단편 소설 쓰기의 저자 김동식 작가 강연회를 열었는데, ·고등학생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범한 외모, 겸손함, 순수 청년 같은 작가는 강연이 시작되자 흡입력과 열정이 대단했다. 강단 있는 말투, 절제된 제스처, 세 가지는 꼭 알려주고 싶은 강조점은 마치 강의 스킬을 배운 듯하다. 작가가 되기 위한 세 가지는 , 꾸준함(끈기), 좋은 태도를 말한다. 특히 좋은 태도는 처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을 때 맞춤법이 엉망이예요, 내용이 이상해요, 주제가 모호해요등 다양한 피드백이 쏟아졌는데 겸손하게 수용하는 자세였단다.

 

김동식 작가는 1985년생인데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공장에 취업했다. 10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상상을 했다. 홈페이지 오늘의 유머공포 게시판 글을 즐겨 읽으며 지루한 일상을 견디었다. 문득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창작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책을 출판하고 사회에서 별 반응이 없었을 때 오늘의 유머게시판에 소식을 알렸더니, 책을 구입했다는 릴레이 글이 참으로 많았단다. 덕분에 회색인간56쇄를 찍었다. 회색인간은 학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재로 활용되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읽었다. 24개의 초단편소설 모음집이라 책 읽기 싫어하는 중학생도 금방 빠져들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부분 허무맹랑하며 괴기스럽고 현실성은 제로다.   

단편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를 읽다 허무한 결말에 웃음이 나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봉지를 바닥에 버렸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까? 단편마다 상상하지 못할 반전 결말이라 수업 시간 토론 주제로 활용해도 충분하겠다.

 

강연회가 끝나고 작가와 직원 몇 명이랑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간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 구이. 지역 맛집이긴 하지만 작가는 엄지를 치켜 세우며 맛있음을 강조했다. 작가와 삼겹살은 처음이었지만 우린 잘 어울렸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 만나면 더 반가울 듯. 도서관에서 김동식 작가 강연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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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02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님 책은 읽어보진 못했는데 얘기만 들어도 재밌을듯하네요. 그리고 진짜 인간적인 매력이 뿜뿜할듯한 느낌. 학교에서도 초대하고 싶은 작가님이네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듯요.

세실 2022-06-09 10:34   좋아요 0 | URL
책은 가볍게 쓱 읽기 좋아요. 몰입도 최고입니다. 겸손과 긍정의 에너지 듬뿍 받았어요.
중딩들에게 특히 인기 폭발입니다.

hnine 2022-06-03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디오에서 이분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어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력도 대단하고 노력도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책은 아직 못읽어봤네요.


1회 강연에 3백만원! 허걱...

세실 2022-06-09 10:35   좋아요 0 | URL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 가볍게 읽으면 좋아요~~ 2-3시간이면 읽어요.
삶을 어떻게 가꾸고 노력하는지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에너지 받았어요.

페크pek0501 2022-06-14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단편 잘 쓰면 멋지겠네요. 반전이 필수일 듯해요.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는...
실제로 반전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요.
저도 초단편집을 구매했었어요. 관심이 있어서 보르헤스와 일본 작가의 것요.

1회 강연에 3백만원이라니 너무하네요. 왜 작가들이 강연에 열심인지 알 것 같아요.

세실 2022-07-12 10:36   좋아요 0 | URL
그쵸?
요즘 청소년들은 긴글보다 짧은글을 선호하니 흐름을 읽은거죠.
짧은 글안에 반전이 있는것도 신선했어요.
어떤 강사님은 일부러 강의 안하려고 3백을 요구하는 느낌도?
저는 하이쿠 시집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쩌다 한번, 외부기관에서 도서관 사서에게 강의 요청 문의가 온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기관인데요. 도서관에는 독서 관련 전문가 사서선생님이 계시지요. 우리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독서방법이나 책 소개 같은 강연을 해주실 분 계실까요?" 그 순간 사서들은 감사하게도 나를 떠올린다. 

늦은 나이에 끝낸 대학원 공부가 도움된 걸까?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원서 수업, 원서를 번역하고 요악한 후 프리젠테이션으로 발표하던 힘겨웠던 시간. 영어사전과 구글에 의지해 졸린 눈 비비며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의 주제는 내 마음대로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 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책을 재미있게 읽는 법, 책을 꾸준히 읽기 위해 독서동아리 꾸리는 법, 독서동아리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요즘 재미있게 읽은 목록을 소개한다. 

 

 

 

 

 

 

 

 

 

 

 

 

얼마전에는 신규 사서를 대상으로 '독서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을 주제로 강의 했다. 도교육청 소속 교육도서관으로서의 방향성, 청소년 중심 독서프로그램 운영, 작가강연회 섭외 방법 등 실제적인 업무 위주로 다루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수강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진진가 게임으로 나를 소개한다. 사지선다형 중 틀린 답 찾기. 대부분 2번을 고른다.

 

1번. 나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다.

! 어릴 때 책을 모르고 자랐다. 독서퀴즈로 자주 인용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고 말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정답자인 빌 게이츠 동네에는 그 당시에 공공도서관이 있. . . 그러나 빌 게이츠 보다 한참 어린 내가 살던 동네에는 공공도서관이 없었다. 도서관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하나 둘 늘어났고, 덕분에 수월하게 취업했다. 어릴 때 동네에 만화방은 있었고 언니, 오빠는 자주 들락거렸다. 나는 친구들과 늘 밖에서 놀다 "ㅇㅇ아 저녁 먹어" 하는 엄마 목소리에 집에 들어왔고,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고3 담임샘은 경영학과를 가겠다는 내게, 여자 직업으로서 사서가 좋다고 추천해 주었고 순순히 따랐다. 도서관학과를 전공하면서 독서가 시작 되었다'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정래의 '태백산맥', 황석영의 '장길산'을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읽어야 되겠다는, 읽고 싶다는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발생할때 시너지가 생긴다. 

 

2번. 나는 커피 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몇년전에 도서관 야간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핸드드립 과정'을 이수했다.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성공했다. 오래전 유후인 '카라반' 카페에서 사이폰으로 내려준 커피 맛에 반했다. 그 후 핸드드립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처음부터 끝 맛까지 깔끔해서 좋아한다. 휴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 향이 진동하고, 남편이 직접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꿈을 꾸지만 어림없다. 남편은 다방커피를 더 좋아한다.

 

3번. 나는 책 보다 TV를 더 좋아한다.

주말에 집에 있는 날은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는 본방사수다. 옴니버스로 차승원, 이병헌, 한지민, 김우빈, 신민아, 이정은, 엄정화 등 초호화 캐스팅에 매회 생각할 주제를 던진다. 고등학생 임신, 다운증후군, 장애인, 우정 등으로 몰입도 및 흡입력이 굉장하다. 역시 노희경 작가의 위대함.

오래전에 본 '로맨스는 별책부록'도 내 스타일이다. 남들은 이종석, 이나영 조합이 어색하고 내용도 유치하다고 하지만,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로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무대가 출판사인 것도 매력적이다. 사서보다 출판사 직원이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나는 출판사 직원이 더 맞았을지도 몰라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라는 사명감으로 TV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척한다

 

4번. 내 취미는 서평 쓰기다

한 달에 한번 지역신문에 서평 칼럼을 쓴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도교육청에 근무하면서 절필(?) 했다. 칼럼은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되어 나를 홍보하는 도구가 된다. 잘 모르는 교장선생님도 신문에서 봤다며 반가워할 때의 기쁨이란. 원고료 한 푼 받지 않는 순수한 봉사지만 나를 성장시킨다

진진가 게임으로 강의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내 삶과 책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론적인 강의보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는 수강생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강의를 시작하는 동기부여는 확실히 된다.

 

강의는 자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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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실님 강의 듣고싶어요. 부산에 있는 도서관에 강의오시면 꼭꼭 미리 알려주시기요. 제가 양말바람으로라도 달려가겠습니다. ^^ 저는 이 공간에 서평 하나 쓰는것도 너무 어려워 죽겠는데 세실님은 무려 신문에 10년이라니요. 제가 모르는 동안 더 멋있어 지셨습니다. ^^%

세실 2022-05-30 21:01   좋아요 0 | URL
과연 부산에 강의하러 갈수 있을까요? 책이라도 내야...
고민하겠습니다~~
사실은 가고 싶어요^^
과찬의 말씀이세용!

세상틈에 2022-05-30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대구에서도 강의하시나요? :)

세실 2022-05-30 21:02   좋아요 1 | URL
호호 저는 지극히 평범하구요.
청주에서만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대구 가고 싶어요^^

라로 2022-05-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나도!! ‘로맨스는 별책부록‘ 넷플릭스에서 한방에 다 봐버렸지.ㅎㅎㅎㅎ 지금도 넷플에 가서 뭐 볼까 하다가 나오면 반가운 드라마야.ㅋㅋㅋ 내가 언제 페이퍼도 썼었는데!! 어쨌든 우린 그래서 비슷하다는 생각을 또 하네,,ㅋㅋㅋ 암튼, 청주에서 대전까지 오가며 대학원 공부 할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세실은 언제나 멋져,, 아이때도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할 때 까지 놀던 멋진 아이였구만!!^^ 그나저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또 왤케 재밌는 거야?? 12회까지 보다가 아껴보느라 안 보고 있는데 대사도 그렇고 넘 좋아. 특히 시장(생선) 나오는 거 보면 나 어려서 우리 부모님 가게가 시장에 있었을 때 생각나... 암튼, 그 미모에 강의까지 하니 다들 세실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겠다!!! 세실 최고!😍😍😍

세실 2022-05-30 21:05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잘 통하는 사이였죠.
영화 두편 내리보던 생각두 납니다.
대학원은 지금 생각해두... 아찔해요.
졸업한게 기적이어요.
우리들의 블루스는 매회 명품이어요. 흠뻑 빠져 들어요. 인생작이어요.
ㅋㅋ 강의는 아주 가끔 하는디...재미는 있어용^^

페크pek0501 2022-05-30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저는 강의는 못 하겠더라고요. 기운 없고 말하기 싫은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에 꼭 말해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죽을 맛이에요. 그런데 친구들과의 수다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좋아해용.
김창옥 강사, 이름 맞나요? 유튜브로 볼 때면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무대 위에서 타인들을 상대로 그렇게 여유롭게 말을 잘할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재미있게 말이죠. 너무 웃겨요.
14년 동안이나 말하는 직업을 가졌었는데 제가 어떻게 했었는지 모르겠어요.
글쓰기는 말을 안 해도 돼서 좋아요. 기운 없어도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러나 말하는 건 체력이 너무 소모되어요.
솔직하고 재밌는 페이퍼, 잘 보고 갑니다.^^ 파이팅!!!

세실 2022-05-31 13:18   좋아요 1 | URL
호호호 저도 강의 보다 친구들과의 수다 좋아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잔만 있으면...빵이 있으면 더 좋구요.ㅎ
김창옥 강사 재미있으면서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강연 특히 좋아요.
가끔 웃다보면 ˝대체 뭘 전하려고 하는거였지? 주제가 뭐지?˝ 하는 강사도 있거든요.
글쓰기보다는 강의가 전 더 좋아요.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워요.
늘 용기를 주는 댓글, 감사합니다^^


2022-05-31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22-06-01 12:26   좋아요 0 | URL
강의를 하다보면 명강사라구 착각해요.ㅎㅎ
겸임교수 고민중이예요. 시간을 많이 뺏길듯해서 걱정도 되구...
더 나이들기 전에 한학기라도... 여전히 써줄지는 모르지만요^^
잘할거 같은데...ㅎ
희망찬샘님도 독서쪽으로 워낙 특화되셔서 소문만 나면~~♡♡

희망찬샘 2022-06-01 22:14   좋아요 1 | URL
우와~ 멋져요. 겸임 교수요. 노력하신 시간들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나 봐요. 응원합니다. ^^

세실 2022-06-02 15:03   좋아요 0 | URL
아직 아니어요. 몇년전에 의뢰가 와서 그땐 거절했거든요.
지금도 마음은 하고 싶은데 여건이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현 기관에 소홀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걱정?
퇴직 1년전에 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때는 나이가 많아 뽑아주려나? ㅎㅎ
 

 

 

 

 

 

 

 

 

대학에서 도서관학(현재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며 시골 도서관장을 꿈꾸었다. 지도교수님은 "시골 도서관은 관장이랑 직원 한명밖에 없어 힘들다." 고 반대 했지만 도서관장은 꽤 근사해 보였다.

 

파울로 코엘류의 저서 '연금술사'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는 말처럼 사서 공무원이 되었고, 몇 년 전에 관장의 꿈을 이루었다.

교수님의 걱정과 달리 군 단위 도서관도 조금씩 발전해 정규직 다섯명(사서 네명)에 파트타임으로 청소, 주말 근무를 도와주는 비정규직 두명이 상주한다.  

 

시골 도서관장은 매력적인 직위다. 도서관을 주도적으로 꾸밀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직장을 옮기면 한 달은 메모를 하며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라고 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다음 날부터 자료실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무언가를 조금씩 바꿨다

 

먼저 한 일은 환경미화다. 도서관에 들어오면 보이는 자료실 입구의 커다란 목재 사물함을 창고로 내렸다. 빈 공간에는 이용자를 위한 계단식 알림판을 비치하고, 보랏빛 난 화분을 두었다. 지하부터 2층까지 연결된 스테인리스 봉에는 작은 화분을 걸었다. 차가웠던 공간이 작은 변화로 따뜻해졌다. 이용자들은 도서관에 들어오면서 "여자 관장님이 오셨나 봐요. 도서관이 예뻐졌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두 번째 한 일은 자료실 북 큐레이션이다도서관에 갔을 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검색하면 되지만 그마저도 귀찮을 때 누군가 책을 골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 읽고 서평 쓰는 일이 취미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사서 추천도서' 코너다. 읽어본 책 중에서 무난한, 보편적인 책으로 선정한다.

책을 전시할 책상을 꾸며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니 인터넷으로 주문할 여유가 없다. 다이소에서 3천 원인 식탁보 장을 샀다. 한 공간은 '사서 추천도서'로 어른을 위한 추천 책 코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 김형석의 '백 년을 살아보니' 등을 전시했는데 하루 만에 매진이다. 서점이라면 같은 책을 다시 전시하면 되지만 도서관엔 단 한 권뿐이다. 수시로 전시대를 기웃거리며 다른 책으로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소소한 선물로 책 속 한 구절을 적은 책갈피를 준비해 '필요한 분 가져가세요' 박스도 준비했다.

다른 공간은 초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주제 '학교 가는 날'이다. '학교 가는 날', '학교가 사라진 날', '지각대장 존',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전학 온 첫날' 등의 책을 전시했는데 뜨거운 반응이다.

 

도서관에 발령받은 날, 생각보다 이용자가 적어 놀랐다. 인구 23천 명인 읍소재 도서관이지만, 주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젊은 엄마들이 많을 텐데... '찾고 싶은 도서관, 또 오고 싶은 도서관'으로 만드는 일이 내 소명이다.

내일은 뭐할까?

 

                                                                                                                   2019. 3.

 

여우꼬리) 전에 적어 두었던 글을 이 공간에 정리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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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4 2022-05-26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세실 2022-05-27 0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5-27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도서관 꾸미시느라 그동안 바쁘셨었군요?^^
저기 혹시 다음 번엔 저희 동네 도서관에도 오셔서????ㅋㅋㅋ
지금은 이용객들이 엄청 많아졌겠습니다.
그래서 또 바쁘신 거죠??ㅋㅋㅋ
바쁘셔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라로 2022-05-27 19:08   좋아요 2 | URL
세실님 대신 제가 댓글 다는 건 그런데 이 글은 2019년 때 글이에요.^^;;
지금은 다른 곳에 가서 일하고 계시죠.
나머지는 세실님이 알려주시는 것으로.^^;;

세실 2022-05-28 08:30   좋아요 1 | URL
호호 라로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은 다른 기관에 근무합니다.
지금은 도서관 전체 리모델링해서 더 멋진 도서관으로 탄생했지요.
요즘 충북에 있는 오래된 도서관들은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합니다. 건의하세요~
지금은 덜 바쁜데, 괜히 분주하네요.
늘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2-05-27 15: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기의 꿈을 이룬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노력과 성실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건 필수이고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세실 님의 생은 ‘잘하고 계십니다‘가 되겠습니다. ㅋㅋ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도서관학과가 인기였어요. 저는 그때 좀 모자란 사람이었으므로 그게 왜 하고 싶을까 했었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그들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학 때 독서 좀 많이 해 놓을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으나 지금은 젊음은 한때이니 그때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았다고 생각해요
그 덕분에 넷이 모이는 동창생 모임이 아직까지 있거든요. 후후후~~.
이런 페이퍼, 무지 좋습니당~~~

세실 2022-05-28 08:37   좋아요 1 | URL
호호 칭찬 감사합니다.
삶은 모든 것이 좋을수도 없고,
짊어질 십자가도 있고,
내일도 모르는 불확실성도 있지만,
현재를 누리려 합니다.
에이~~
전 고3 담임샘의 한마디에 선택했어요. 고딩때 학교도서관을 자주 갔거든요. 우연히...
대학 동창생!
저도 네명 있어요~~
지금도 카톡 자주하구, 여행도 갑니다.
삶의 비타민이죠.
편안한 주말 되세요^^

라로 2022-05-27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신 것 같아요!!^^;
울 세실님 엄청 야무지고 현명하죠..
삶을 대하는 태도등 많이 배웠어요, 세실님께!!
근데 이런 글 계속 올리기!!
올리다 그만두기 없기!!!^^;;;

세실 2022-05-28 08:40   좋아요 1 | URL
아 감동이다! 어쩜 이리 멋진 칭찬을~~♡♡
ㅎㅎ 그니깐요.
사무실 직원이 늘어나니 챙길 업무도 많구,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챙겨야하구,
남편도 건강이 안좋아졌구요...
이젠 주1회는 글 꼭 올릴게요.
늘 고마운 라로님^^
 

1.
알라딘에서 책은 꾸준히 구입하지만 글을 남긴지 몇년이 지났다. 바쁘다는 핑계, 책을 덜 읽는 이유다.
다시 알라딘에 돌아온건 전보다 여유가 생겼고. 사랑하는 알라딘 벗들의 러브콜이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시작!

2.
3.1.
‘서른, 아홉‘ 드라마처럼 함께 젊은 날을 보낸 친구들 만나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친구는 삶의 비타민 그 이상이다.
친구의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때 달려오는 그 마음으로 가슴 아픈 일도 잘 견뎌내는듯.
슬픔은 진심으로 나누면 덜 외롭고, 줄어 든다. 

3.
주말엔 서점에서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할 책을 골랐다.
책을 선물할때도 설렌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맞춤 책을 선택하는 신중함이라니...
내 책도 한 권 구입했다.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어령교수님의 책 첫장엔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는 글이 적혀 있다.
가슴이 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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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8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아 세실님~~~~
진짜 부비부비. 너무 너무 오랫만에 세실님 글을 보니 눈물이 글썽글썽. 너무 좋네요. 잘 지내셧죠?
옛지인들이 이렇게 한분 두분 다시 오시니 너무 좋아요. 반가워 반가워하면서 지금 혼자서 좋아서 막 씰룩이고 있습니다.
전보다 여유가 생겼다는 말 알겠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ㅎㅎ 어쨌든 자주 자주 뵈어요. 세실님

세실 2022-03-08 16:07   좋아요 0 | URL
와 이렇게 반가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지내시죠?
바람돌이님 일상 구경하다 왔어요.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에 나왔던 김태리 알콩 달콩 커플도 생각나구. ㅎㅎ
바람돌이님도 여유~
앞으로 자주 뵈어요^^

책읽는나무 2022-03-08 12: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반갑습니다.
어디 잠깐 다녀오시는 줄 알았는데 넘 오래 걸리셨네요???
오공주님들 무척 기뻐하시겠어요~^^
자주 봬어요.
오셔서 기쁩니다♡

세실 2022-03-08 16:15   좋아요 1 | URL
그쵸? 2년동안 업무적으로 많이 바빴어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아 놓은듯한.....
이젠 웃으며 말할수 있어요. ㅎㅎ
어제 오공주와 카톡하다 용기를 냈지요. 시아님 유혹이 젤 컸어요.
자주 뵈어요~~~~
그나저나 저도 1월에 이문세콘서트 청주 공연 다녀왔는데 책읽는나무님이 느꼈던 감동이랑 똑같아요^^

페크pek0501 2022-03-08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너무 기뻐서 저절로 나오는 저의 웃음 소리임.ㅋㅋ
오늘 왠지 알라딘에 들어오고 싶더라니... 이런 기쁜 소식을 만나려고 그랬나 봐용.

세실 님의 귀환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세실 2022-03-08 16:39   좋아요 1 | URL
호호호 감사합니다.
페크님 그리웠어요~~~~
이제 자주 뵈어요^^
여전히 발레하는 페크님 멋집니다!

hnine 2022-03-08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다시 오셔서 정말 좋습니다.
러브콜 보내주신 알라딘 친구분들께 감사드려요 ^^

세실 2022-03-08 16:44   좋아요 0 | URL
이제 좀 여유롭게 근무하거든요^^
hnine도 그리웠지요. 자주 뵈어요^^

서니데이 2022-03-08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나요.
새 글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 드립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세실 2022-03-13 23:0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잘 지내시지요?
매일 매일 뉴스를 알려주시니 좋으네요.
부지런하신 서니데이님.
새로운 한 주도 행복하시길요^^

라로 2022-03-10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실 오라고 오라고 목을 맸는데 정작 세실이 온 날 나는 계속 일하는 중이었어. 너무 많이 바빴거든.ㅠㅠ
암튼 내가 없어도 이렇게 팬이 많은 세실!! 다들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 보는 것도 좋다. (샘도 나고,,ㅋㅋㅋ)
앞으로는 나가기 없기!!! 약속(대놓고!!ㅋㅋㅋ)!!!!!!!!!!!!!!!!!!!!!!!!!!

세실 2022-03-13 23:04   좋아요 0 | URL
언니 (라로님보다는 언니!) 대단해요^^
간호사, 석사, 박사까정 쭉 이어지시길~~~~
다시 부지런해질게요ㅎㅎ
늘 감사해요~~~~
 

 

지난 금요일 퇴근 20분 전,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날이었다. 남자 목소리, 빈정되는 말투의 전화 한 통으로 내 마음은 흐트러졌다. 그는 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족 독서탐방을 신청했고 확인차 전화했단다. 담당 사서는 독서회 끝나는 시간이라 강의실에 올라 갔다.

 

나: 네. 아이가 초등 독서회 회원이세요?  

그: 독서회원? 그건 모르겠고 도서관에 가끔 다녀요.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라고 되어 있어 신청서랑 다 보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4명 신청했어요. 가능합니까?
나: 초등 대상 계층별독서회원에 한해서 신청 가능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회원 1명,보호자 1명만 신청 가능합니다. 가족 전체가 하셨네요.

그: 아이가 2명(초1, 초5)인데 당연히 보호자 2명이 가야 되는거 아닙니까. 당연한걸 물어봅니까?

나: 음.....일단 확인하니 죄송한데 아이가 독서회원이 아니시네요. 4명은 더욱 어렵습니다. 홈페이지에 대상이 계층별독서회원으로 되어 있네요.

그: 담당자 맞아요? 처음엔 될것처럼 하다가 안된다 하고.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정확한 답변도 안해주고...홈페이지 보고 신청했는데 무슨  소립니까...지금 전화 받는 분 이름이 뭐죠? 일단 전화 끊어요. 도서관에 전화 한 통 하고.....

 

아....그는 도서관 직원이 홈쇼핑이나 은행 카드 당당자처럼 마냥 친절하고, 마냥 '예스, 예스' 하기를 원하는걸까?

나는 왜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는거지.

이용자는 전화해서 따지고 강압적으로 나오면 무조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직원 목소리가 조금만 격양되면 갑질한다고 생각한다. 본인 목소리는 세배는 더 크면서...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약속시간에 쫓겨 도서관을 나오면서 심난했다. 마음 한켠에 남겨진 묵직함으로 연휴내내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마음이 어수선해 가벼운 소설을 골랐다. 오래전 이외수의 소설 '벽오금학도'를 읽었을때의 몰입감이다.

주인공 달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매설가(소설가)가 꿈인 인삼가게 주인 '나'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청계천 수표교 거지패 왕초이며 광대인 달문은 영조때 실존했던 인물이다.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에 등장했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달문의 외모를 평가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광문은 외모가 추악하고, 말솜씨도 남을 감동시킬 만하지 못하며, 입이 커서 두 주먹이 들락날락했다.

 

만석중놀이를 잘하고, 철괴무를 잘 추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서로 욕을 할때면 "니 형은 달문이다." 라고 놀려댔는데, '달문'이란 광문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반면에 달문을 평생 사모했던 기생 운심은 달문을 이 나라 최고의 미남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움이란 바위처럼 불변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며 채워 나가는 거랍니다. 잘리거나 뽑힌 나무보다 잎을 피우고 가지를 뻗는 나무가 훨씬 아름다운 법이죠. 달문 오라버니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아름다움을 채워나가는 사내는 없어요. 분명히 더럽고 추한 자리였는데 순간순간 뜻밖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채우니 놀라고 탄복하죠. 달문 오라버니도 자신이 그런 재주를 지녔다는 걸 알아요. 아름다움이 무엇이란 걸 아는 사내는 만 명에 한 명 될까 말까 하고, 그 아름다움을 솜씨 좋게 만드는 사내는 그걸 아는 만 명 중에서 또 한두 명이랍니다. 모독 오라버니는 이런 게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 적 없죠?"

 

달문은 비루한 거지이며 광대였지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제목을 '이토록 고고한 연애'로 읽었던 나를 일깨워준 딸내미 덕분에 '연예'와 '연애'의 차이도 상기했다. 달문은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평생 한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기를 원하는 사람이었지만, 어디선가 도움이 필요할때 나타나는 '홍길동' 이었다.

 

소설에는 간헐적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곁들인 '열하일기'와 활빈당의 활약도, '구운몽'을 들려준다. 저자의 고전문학 전공이 빛나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이나 고전 문학을 좀 더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안나 카레니나' 처럼 유난히 많았던 정치 이야기는 소설의 품격을 한층 올려주니까.     

 

달문은 누군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도용해 자칫 죽음을 당할수도 있었지만 용서하는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 믿음을 중요시하는 삶 자체였다.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에 반했다.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이 멋지네.  닮고 싶은 달문이다. 외모는 말고, 성격만! 

 

미운 적 없나? 평생 잘해 줬지만 또 평생 자네를 괴롭힌 악인이 아닌가?

 

착한 사람은 홀로 스스로 착할 수 있지만 악한 사람은 그 악행을 부릴 누군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에게 저질렀겠지요. 그래도 저는 친구니까, 악행을 하더라도 조금은 여지를 뒀습니다. 미웠던 적은......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단 한번도 없습니다. 다만 그 마음과 태도를 고치거나 버리지 못하는 걸 볼때마다 가엾단 생각은 했습죠. 망둥이가 하루아침에 달문이 되지는 않습니다. 망둥이는 망둥이답게 살아가되, 그래도 곁에 달문이 있었으니 천천히 조금씩 달라졌겠죠. 달라지지만 완전히 달라지진 않고 죽는 게 사람입니다. 그건 망둥이도 달문도 또 세상 사람들도 다르지 않습죠.

 

 

연휴에 읽은 또 다른 책.

 

 

 


 

 

 

 

 

 

 

 

 

˝그동안 가난했으나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진도 팽목항에 걸린 세월호 유가족의 표어란다.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연휴에 잘한 일은 은유 작가의 발견.

 

휴전이 되고 집에서 결혼을 재촉했다. 나는 선을 보고 조건도 보고 마땅한 남자를 만나 약혼을 하고 청첩장을 찍었다. 마치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하는 것처럼 나에게 그건 당연한 순서였다. 그 남자에게는 청첩장을 건네면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나서 별안간 격렬하게 흐느껴 울었다. 나도 따라 울었다.  이별은 슬픈 것이니까. 나의 눈물에 거짓은 없었다. 그러나 졸업식 날 아무리 서럽게 우는 아이도 학교에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건 아니다.        

 

박완서의 단편 '그 남자네 집'에 나오는 대목이다. 감탄사가 나왔다. 있는 그대로 사실 묘사만 정확해도 진실은 드러난다. 거짓으로 우는 건 아니지만 그냥 남아 있고 싶어 우는 것도 아니라니. 눈물의 이중성에 관한 탁월한 보고다.


마음의 일들을 밝혀 낸 글에 끌린다. 내 마음 나도 몰라 울다가 이런 글을 만나면 웃는다. 문장을 낱낱이 뜯어 본다. 동사부터 동그라미 친다. 재촉했다, 찍었다, 알렸다. 울었다,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명료하다. 하나의 문장에 하나의 사실이 완강하다. 최소의 문장이 짧게, 길게, 길게, 짧게 리듬을 탄다. 사건과 감정을 끝까지 응시하는 힘까지. 좋은 글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그녀가 노트에 적어 놓은 기억하고 싶었던 글이 에세이 소재가 되었다. 글쓰기의 기본을 알려 준다.
부제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이 책 읽으면 지금보다 조금은 잘 써질까?

 

 

그녀가 추천한 책

 

 

 

 

 

 

 

 

 

 


연휴가 거의 끝나간다. 내일 참으로 출근하기 싫.다.

해결되지 않은 민원인은 아침부터 전화할까? 관장 바꾸라고 하려나?

나도 한때는 관장이었는데...

지나고보면 별거 아닐텐데 어쩔 수 없는 소심쟁이다.

 

 

여우꼬리)

도서관 야간 프로그램 핸드드립 강의를 듣고 있다. 그동안 시들했던 커피 내리는 일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세번째 시간에는 가장 맛있게 커피 내리는 사람에게 남은 원두를 주는 미션에서 1등을 했다. 잡 맛이 조금 나긴 하지만 맛있는 커피란다. 

원두 24g의 커피를 내릴때 커피 뜸 들이는 시간 30초, 전체 커피 내리는 시간 2분 30초 이내.

강사도 타이머를 재면서 한다. 물의 양은 100cc. 진하기에 따라 물을 섞을 것.

커피 내림도 정성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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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9-28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중에서 제가 읽은 책 - 벽오금학도, 사랑의 단상, 잎 속의 검은 잎, 차라투스트라~, 연암 박지원의 다른 책 등...
이렇게 나열해 본 이유는 누구의 페이퍼를 읽어도 제가 읽은 것과 많이 겹치는 경우는 드문지라...
우리는 역쉬~~~ 잘 통하는가 봅니다.
힘내세요... 저도 자꾸 처져서 힘을 내고 있는 중입니다. ㅋ

세실 2018-09-29 09:09   좋아요 0 | URL
페크님 딩동댕동~ 독서취향이 비슷함은 큰 공통점이죠.
님의 독서취향을 닮으려고 노력함도 알아주세용.
만나면 참 잘 통하는 사이가 될거예요~언젠간 꼭!
차라투스트라, 니체의 말2 꼭 읽어볼게요^^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