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ㅇㅇ교육청에서 진행한 학교도서관 담당교사 연수에 <사서의 즐거운 책 읽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도교육청에서 학교도서관을 담당하는 후배 사서가 강사로 나를 추천한 것이다. 연수중 한 꼭지를 담당하는줄 알았는데 내 강의가 행사의 전부다. 대부분 도서관 또는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초.중학교 선생님들이 참여했다. 일주일전부터 어떤 강의를 할까 고민하다 담당장학사님이 도서관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열정을 불어 넣어달라는 부탁을 하셔서 내 삶을 들려줬다. 

 

책 안읽던 아이가 문헌정보학과에 들어와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 도서관장의 꿈, 도교육청 및 중앙도서관에서 추진한 독서관련 사업, 늦은 나이에 대학원 진학, 꿈을 이룬 이야기, 신문에 서평쓰는 일 등.....조금은 포장해서 풀어나갔다. 그리고 책은 네모다, 내 인생의 책, 사서의 마인드, 책은 왜 읽는가,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진행한 사례 중심으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내 인생의 책을 이야기하면서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는 인문학의 기본이며 문학의 개론적인 내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읽은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니 한명도 없었다. 쑥스러워서 손을 들지 않은 걸까?  꼭 읽으라고 신신 당부했다. 그리고 백석평전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를 들려주면서 책 내용도 설명해주고, 논어정독도 소개했는데 넘 부담스러우려나?

 

 

 

 

 

 

 

 

 

 

 

 

책은 네모다에 네모를 채우라고 했더니 '책은 무겁다. 책은 눈꺼플을 무겁게 만드는......', '책은 가까워질 수 없는 친구이다' 라는 대답도 의외로 나왔다. '책은 내 삶을 알록달록 채색해주는 물감이다', '책은 나의 편한 친구이다'라고 쓴 선생님께 각 책 1권이랑 내가 만든 캘리그라피 책갈피를 선물로 줬다.

 

2시간동안 열강(?)을 해서 2교시에는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대부분을 들려준 듯하다. 역시 난 1회성 특강 체질이다. 내년에 똑같은 사람에게 강의하라고 하면 할 내용이 없을듯. 초롱초롱한 눈빛, 열심히 받아적고 사진 찍는 모습 보니 성공이다. 


**

 

내게 기차는 설렘이다. 청주에서 기차 타고 제천 가는 길에 창밖으로 보이는 연두빛 나무 빛깔이 참으로 싱그럽다. 내 차를 타고 다닐때의 느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역시 여행의 꽃은 기차다. 일본 여행에서 후쿠오카, 유후인, 나가사키로 이동할때 탔던 기차 밖 고즈넉하고 정갈한 풍경, 기차에서 먹던 에키벤이 생각난다. 아 그리워라! 

 

기적의도서관장인 친구랑 미리 만나 박달재 식당에서 한방 불고기 정식 먹고, 분위기 좋은 Thursday 카페에서 커피 마셨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맑은 하늘, 고운 햇볓아래 우리는 여유롭게 도서관 일상을 나누었다. 친구이자 도서관 동지로 서로 윈윈하는 사이가 참 좋다. 밥이랑 커피 사준것도 고마운데, 빵이 맛있다며 아이 주라고 빵까지 안겨준 친구에게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다음엔 청주에서 보자구~~~~ 모처럼 여행하듯 봄을 제대로 즐겼다. 역시 오랜 친구가 그 곳에 있어 좋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5-04-28 17: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도 나들이같이 나들이도 일같이 !! 능력자의 경험을 잘 풀어주셨군요. 제천, 한번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픈 곳이더라구요. 기차만 봐도 설렘설렘ㅎㅎ 근데 책은도끼다,는 제목만이라도 들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적어도 책관련 일하시는분들이 ㅠ

세실 2015-04-29 23:18   좋아요 0 | URL
요즘 여행을 가지 못해서 살짝 의기소침했는데 덕분에 잘 다녀왔지요. 친구가 픽업도 해주고, 맛난거 잔뜩 사주어서 더욱 즐거웠답니다. 강의는 뒷전~~~ 이었지만 강의할때는 또 열정적으로 ㅎ.
그쵸 언니? 기차가 멀리서 진입하는데 어찌나 설레던지요....우리 만날때 KTX 타서 더 좋아요^^
`책은 도끼다` 이 멋진 책을 아직도 모르다니 좀 불쌍하기도 했어요^^ 저에게 고마워 할까요?

2015-04-28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30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4-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천..기차로는 못가봤어요..가보고싶네요.

세실 2015-04-30 15:14   좋아요 1 | URL
제천 기차 타고 가는 길 운치 있어요.
청풍도 좋구요~~~
전 청풍에 있는 이에스클럽(리조트)에 가끔 간답니다.

순오기 2015-04-2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세실 관장님 멋져요!!
학교도서관 담당샘들이 알라디너가 아닌가봐~책은 도끼다 모르는 걸 보니.ㅋㅋ

세실 2015-04-30 17:40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댓글을 이제야 달다니~~~~~
늘 감사해요^^
알라디너 아니어서 모르는 걸까요?ㅎㅎㅎ
이젠 저로 인해 알게되었으니 다행이죠?

blanca 2015-04-29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차 타는 것 너무 좋아해요.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젖는 것도 좋고요.

세실 2015-04-30 15:17   좋아요 0 | URL
차를 끌고 갈때와 사뭇 다르네요. 저도 연두빛이 그렇게 고운지 몰랐어요.
기차에 간식 파는 수레가 다니지 않아 조금 아쉬웠답니다^^

개인주의 2015-04-2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끼를 모르다니. - -;;
다 읽지 못하더라도 훑어보는 양이 상당할텐데..

세실 2015-04-30 15:18   좋아요 0 | URL
그쵸? 도서관에 책을 구입안했을수도?
아는 만큼 보인다....ㅎㅎ
어제 참여하신 분중 열명이라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네요.

cyrus 2015-04-29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강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

세실 2015-04-30 15:1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싸이러스님 혹시 관계자? 농담이어요.
오랜만에 열강 했어요^^ 으쓱! ㅎㅎ

페크pek0501 2015-04-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강의, 힘드셨겠지만 하고 나니 속시원하셨겠죠?

기차 사진이 있어서 페이퍼가 더 빛나는군요. 이 페이퍼도 멋지고...

세실 2015-04-30 15:33   좋아요 0 | URL
네. 하기 전에는 살짝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속도 시원했어요^^
할만 합니다~~~~ 호호호

기차 보면 여전히 설레입니다. 출장을 여행처럼! 느낌도 나구요.
장거리 여행은 가급적 기차를 타려고 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oren 2015-06-1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 만큼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는 대상도 드문 듯해요.

제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여행도 `기차`를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답니다. 안동에서도 한참이나 더 떨어진 `경북 영양`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살던 제가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작은 할아버지댁`으로 놀러 간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가물거립니다. 그때 제 나이라고 해봤자 고작 대여섯 살이나 되었을까 모르겠네요. 암튼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첫 여행`이었던 그 때, 시골에서 비포장도로로 2시간 가까이 걸려 안동으로 나와서, `안동역에서 문수역까지` 난생 처음보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고, 문수역에서 내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아버님의 겨드랑이에 덜렁 붙잡혀` 건너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그리고 작은 할아버지 댁에서 `성냥불`로 불장난을 하다가 짚더미를 홀랑 태운 기억도 나고요.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서 부모님한테 그 당시 얘기를 들은 바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안동역에서` 저를 잃어버려 한동안 아이를 찾느라 무지 애를 잡수셨다고 하더라구요. 어디를 가든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금세 눈앞에서 사라지는데, 제가 바로 그랬던가보더라구요. 나중에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하면서 정말 `기차`를 자주 탔답니다. 중간고사 끝날 때와 기말고사 끝나고 방학할 땐 어김없이 중앙선을 타고 서울과 고향을 오르내렸죠. 원주역, 제천역 뿐만 아니라 단양, 풍기, 영주역 등 큰 역도 매번 지나다녔지만, 가끔씩 완행 열차를 탈 땐 안동을 지나 옹천, 평은, 문수 등등 간이역을 일일이 섰다가 출발한 기억도 나네요. 완행열차를 타면 안동에서 서울까지 대략 10시간 이상씩 걸리곤 했었지요.

그래도 기차는 언제나 늘 타고 싶은 교통 수단이에요.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치그덕 치그덕 쇳소리를 내며 철로를 달리는 것부터, 가끔씩 굴 속을 들락거리는 재미도 있고, 열차의 좌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끝없이 새롭게 다가왔다 사라지는 풍경들을 아스라히 내다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