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샘이의 논술일기
6. 개요는 왜 작성해야 하나요?
바람샘은 친구들에게 논술문을 작성하게 하였다. 매번 그렇지만 해원이는 뭔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고, 지성이는 볼펜만 쪽쪽 빨고 있다. 큰샘이는 골똘히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를 한다. 그런데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들려, 바람샘은 시선을 돌렸다. 지성이와 해원이가 또 실랑이다.
개요를 짜는 이유
“너희들 시험 보는 데 왜 이렇게 시끄럽니?”
“아니, 저는 해원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성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또 불만을 터뜨린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이야기해 봐라.”
바람샘은 미소를 지으며 지성이에게 물었다.
“지금은 논술 시험중이고, 열심히 써도 모자랄 판국에 해원이가 자꾸 뭔가를 그리고 있잖아요. 그림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도 아니고 뼈대 같은 걸 그리는 것이 해원이답지 않은 것 같아요.”
“참, 웃기지도 않아!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해원이가 분개한 듯 지성에게 묻는다.
“해원이다운 것이 뭐냐 하면 말야, 논술시험볼 때 딴 짓을 하지 않는 거지.”
지성이는 능청스럽게 딴소리를 한다.
“지성이가 자꾸 해원이에게 시비를 거는 거 보니 해원이를 좋아하는가 보구나.”
바람샘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 선생님 무슨…….”
“저는 지성이처럼 비논리적인 남자 싫어요!”
지성이가 대답도 다 하기 전에 해원이가 단호히 끊어 말한다.
“하하, 농담이다 친구들아. 그나저나 지성아! 해원이가 네게 왜 비논리적이라고 하는지 아니?”
“해원이가 저를 싫어하는 모양이죠, 뭐!”
지성이가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답한다.
“아니야, 지성아. 너의 생각은 참신하고 기발한데 그 생각들을 지탱할 뼈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큰샘이는 개요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개요를 짜지 않으면 지성이처럼 횡설수설하게 돼요.”
큰샘이가 역공을 펼친다.
“큰샘이, 이 배신자!”
“너야말로 논술에 대한 배신 아니니? 건물 설계도도 만들지 않고 건물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논술점수를 거저 얻겠다는 거 아냐?”
큰샘이의 공세가 날카롭다.
“지성아, 큰샘이의 말이 일리가 있단다. 신문의 칼럼이나 논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핵심적인 주장이나 단어가 들어 있어. 그것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개요란다.”
“그것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죠? 어차피 자수를 채워넣으면 되잖아요.”
지성이는 골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불만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지성아, 네가 좋아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세네갈과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보자. 4-4-2와 4-3-3 전법을 굳이 쓸 필요가 있니? 그리고 전술훈련이나 프리킥 훈련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니? 어차피 골대에 공만 넣으면 되고, 공이야 무조건 차면 되지 않을까?”
“그야 축구에서 이기려면 작전을 짜야 하니까 그렇죠. 그냥 공을 차는 것은 동네축구죠. 그리고 4-4-2와 4-3-3은 세네갈이 자주 쓰는 전술이에요. 그건 네이버 아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축구 이야기를 하니까 지성이의 눈빛이 번득인다.
“네 말대로라면, 축구에서는 작전을 짜면서 논술에서는 작전을 짜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논술에서의 작전이 개요짜기라는 건가요?”
“정확히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논술을 어떻게 서술할지를 구상하는 사전 준비는 될 수 있겠지. 전략 없이 논술을 쓰거나, 전략 없이 토론을 하면 백전백패지.”
개요는 키워드의 정렬이란다
“그러면 선생님. 개요는 어떻게 짜는 건가요?”
큰샘이가 물었다.
“개요는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니, 우선 네 핵심 주장이 서야 한단다.”
“핵심 주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살이 붙어서 근사한 글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시를 쓰는 것과도 비슷하네요. 기발하게 생각난 한 문장을 중심으로 살을 붙이다 보면 시 한 편이 만들어져요.”
“꼬마 시인이 나타나셨구나. 네 말처럼 개요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성을 갖는 거란다. 이 종이를 한 번 보렴. 개요를 형성하는 기본 틀이야.”
Ⅰ. 서론(글 전체를 포함하는 부분)
1. 관심의 환기 - 도입 문장
2. 문제의 제기
Ⅱ. 본론(주장의 핵심)
1. 주장1 (문제의 요구사항1)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2. 주장2 (문제의 요구사항2)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Ⅲ. 결론(주장 환기/정리)
1. 해결 방안 제시 (문제의 요구사항3) |
<개요의 기본 요소>
“이렇게 써놓으니까 이해가 잘 안 돼요.”
지성이가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
“여기서는 일단 서론, 본론, 결론의 틀에서 각 부분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만 알아두렴. 실제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는 이 틀 안에서 글을 쓰게 되지. 그렇지만 이 틀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단다. 다만 각 부분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필요는 있지. 해원아, 이 그림이 네가 짠 개요와 비슷하니?”
“대충 비슷한 것 같아요.”
해원이가 대답했다.
서론은 왜 맨 마지막에 써야 하나요?
“그런데 선생님. 개요를 작성할 때 서론을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해원이가 물었다.
“서론을 첫머리에 써야 한다는 주장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에 의해 알려졌단다. 그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지.”
저술을 할 때 맨 나중에 깨닫는 것은 무슨 말을 첫머리에 가져와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파스칼, 『팡세』 중에서
“파스칼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서론’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것을 논술에도 적용할 수 있단다. 개요 작성에서 ‘서론’이 마무리 단계가 되는 이유지. 여기서 서론의 특성이 드러난단다. 서론은 글 전체를 아우르는 성격을 갖지. 때문에 서론을 보면 이 글의 대강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글이 잘쓴 글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좀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럼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보렴.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그 여자에게 다가가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할까?“
“아마 뺨을 때리거나,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해원이가 흥분하며 대답하다가 문득 지성이와 얼굴이 마주쳤다. 지성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해원이를 보고 있었다.
“해원아, 네 말이 맞다. 이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구나. 논술도 마찬가지란다. 네가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배경이나 그와 관련된 현상, 당위성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겠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서론의 역할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서론을 맨 마지막에 써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큰샘이가 날카롭게 묻는다.
“서론은 본론, 결론과 모두 연결돼 있다고 이야기했지. 그것은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서론’이 본론과 결론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같아. 본론과 결론을 고려하지 않고 서론을 썼다고 생각해 보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본론과 결론이 바뀌면 너는 서론을 다시 바꾸어야 한단다. 때문에 본론과 결론을 작성하고, 그것을 서론에서 정리하면 깔끔한 구성이 된단다.”
“아, 그렇군요. 그렇지만 개요 쓰기 연습을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지성이가 물었다.
“아니야. 오히려 시간 낭비를 줄여 준단다. 네가 개요에 익숙해 졌을 때는 굳이 개요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때가 올 거다. 그때는 보다 안정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 논술 시험은 안 보고 이야기만 했네”
“선생님, 매사가 그렇죠 뭐.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요?”
“하하하!”
지성이의 한마디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큰샘이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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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요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것은 아닌 것 같다. 새가 높이 날기 위해 날개를 오므리듯 장문의 글을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게 쓰려면 개요로 뼈대를 다져야 할 것 같다. 마치 집을 짓듯이 글감을 고르고, 뼈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바람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부터는 개요 정리를 꼬박꼬박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