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된 논술 연재를 오늘 한 편 썼습니다.

신문사와 공동으로 기획한 원고는 8편까지 넘겼지만,

원래 의도했던 저의 원고는 이제야 6편을 완결지었군요.

이야기를 만들고, 인물을 만들어내는 소설가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번 회에는 드디어 '지성이'가 마음을 들킵니다.

하지만 해원이의 단호함에 상처를 받는 불쌍한 지성이.

그 둘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한 권의 책 분량으로 다 쓰기 위해서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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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4-0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터지는 거긴 하죠. 홧팅!

승주나무 2006-04-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정말 머리 쥐어터지네요^^ 감사, 감사
 

 

큰샘이의 논술일기

6. 개요는 왜 작성해야 하나요?


바람샘은 친구들에게 논술문을 작성하게 하였다. 매번 그렇지만 해원이는 뭔가 열심히 작성하고 있고, 지성이는 볼펜만 쪽쪽 빨고 있다. 큰샘이는 골똘히 머리를 부여잡고 고뇌를 한다. 그런데 소곤소곤 떠드는 소리가 들려, 바람샘은 시선을 돌렸다. 지성이와 해원이가 또 실랑이다.


개요를 짜는 이유


“너희들 시험 보는 데 왜 이렇게 시끄럽니?”

“아니, 저는 해원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성이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또 불만을 터뜨린다.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이야기해 봐라.”

바람샘은 미소를 지으며 지성이에게 물었다.

“지금은 논술 시험중이고, 열심히 써도 모자랄 판국에 해원이가 자꾸 뭔가를 그리고 있잖아요. 그림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도 아니고 뼈대 같은 걸 그리는 것이 해원이답지 않은 것 같아요.”

“참, 웃기지도 않아!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해원이가 분개한 듯 지성에게 묻는다.

“해원이다운 것이 뭐냐 하면 말야, 논술시험볼 때 딴 짓을 하지 않는 거지.”

지성이는 능청스럽게 딴소리를 한다.

“지성이가 자꾸 해원이에게 시비를 거는 거 보니 해원이를 좋아하는가 보구나.”

바람샘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 선생님 무슨…….”

“저는 지성이처럼 비논리적인 남자 싫어요!”

지성이가 대답도 다 하기 전에 해원이가 단호히 끊어 말한다.

“하하, 농담이다 친구들아. 그나저나 지성아! 해원이가 네게 왜 비논리적이라고 하는지 아니?”

“해원이가 저를 싫어하는 모양이죠, 뭐!”

지성이가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답한다.

“아니야, 지성아. 너의 생각은 참신하고 기발한데 그 생각들을 지탱할 뼈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큰샘이는 개요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개요를 짜지 않으면 지성이처럼 횡설수설하게 돼요.”

큰샘이가 역공을 펼친다.

“큰샘이, 이 배신자!”

“너야말로 논술에 대한 배신 아니니? 건물 설계도도 만들지 않고 건물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것은 논술점수를 거저 얻겠다는 거 아냐?”

큰샘이의 공세가 날카롭다.

“지성아, 큰샘이의 말이 일리가 있단다. 신문의 칼럼이나 논술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핵심적인 주장이나 단어가 들어 있어. 그것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개요란다.”

“그것이 논술문을 작성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죠? 어차피 자수를 채워넣으면 되잖아요.”

지성이는 골이 아직 풀리지 않았는지 불만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지성아, 네가 좋아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세네갈과 월드컵 본선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보자. 4-4-2와 4-3-3 전법을 굳이 쓸 필요가 있니? 그리고 전술훈련이나 프리킥 훈련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니? 어차피 골대에 공만 넣으면 되고, 공이야 무조건 차면 되지 않을까?”

“그야 축구에서 이기려면 작전을 짜야 하니까 그렇죠. 그냥 공을 차는 것은 동네축구죠. 그리고 4-4-2와 4-3-3은 세네갈이 자주 쓰는 전술이에요. 그건 네이버 아줌마들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축구 이야기를 하니까 지성이의 눈빛이 번득인다.

“네 말대로라면, 축구에서는 작전을 짜면서 논술에서는 작전을 짜지 못하는 이유는 뭐니?”

“논술에서의 작전이 개요짜기라는 건가요?”

“정확히 그렇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논술을 어떻게 서술할지를 구상하는 사전 준비는 될 수 있겠지. 전략 없이 논술을 쓰거나, 전략 없이 토론을 하면 백전백패지.”


개요는 키워드의 정렬이란다


“그러면 선생님. 개요는 어떻게 짜는 건가요?”

큰샘이가 물었다.

“개요는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니, 우선 네 핵심 주장이 서야 한단다.”

“핵심 주장을 중심으로 앞뒤로 살이 붙어서 근사한 글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러면 시를 쓰는 것과도 비슷하네요. 기발하게 생각난 한 문장을 중심으로 살을 붙이다 보면 시 한 편이 만들어져요.”

“꼬마 시인이 나타나셨구나. 네 말처럼 개요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통일성을 갖는 거란다. 이 종이를 한 번 보렴. 개요를 형성하는 기본 틀이야.”

Ⅰ. 서론(글 전체를 포함하는 부분)

  1. 관심의 환기 - 도입 문장

  2. 문제의 제기

 

Ⅱ. 본론(주장의 핵심)

  1. 주장1 (문제의 요구사항1)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2. 주장2 (문제의 요구사항2)

    (1) 주장의 근거1

    (2) 주장의 근거2

 

Ⅲ. 결론(주장 환기/정리)

  1. 해결 방안 제시  (문제의 요구사항3)

<개요의 기본 요소>


“이렇게 써놓으니까 이해가 잘 안 돼요.”

지성이가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

“여기서는 일단 서론, 본론, 결론의 틀에서 각 부분마다 어떤 역할을 하는지만 알아두렴. 실제로 어떤 문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는 이 틀 안에서 글을 쓰게 되지. 그렇지만 이 틀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단다. 다만 각 부분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필요는 있지. 해원아, 이 그림이 네가 짠 개요와 비슷하니?”

“대충 비슷한 것 같아요.”

해원이가 대답했다.


서론은 왜 맨 마지막에 써야 하나요?


“그런데 선생님. 개요를 작성할 때 서론을 마지막에 써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왜 그렇게 해야 하나요?”

해원이가 물었다.

“서론을 첫머리에 써야 한다는 주장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에 의해 알려졌단다. 그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지.”


저술을 할 때 맨 나중에 깨닫는 것은 무슨 말을 첫머리에 가져와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파스칼, 『팡세』 중에서


“파스칼은 일반적인 글쓰기에 대한 ‘서론’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것을 논술에도 적용할 수 있단다. 개요 작성에서 ‘서론’이 마무리 단계가 되는 이유지. 여기서 서론의 특성이 드러난단다. 서론은 글 전체를 아우르는 성격을 갖지. 때문에 서론을 보면 이 글의 대강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글이 잘쓴 글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좀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는 없나요?”

“그럼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생각해보렴. 한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그 여자에게 다가가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 나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말했다면 그 여자는 어떻게 할까?“

“아마 뺨을 때리거나,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해원이가 흥분하며 대답하다가 문득 지성이와 얼굴이 마주쳤다. 지성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해원이를 보고 있었다.

“해원아, 네 말이 맞다. 이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구나. 논술도 마찬가지란다. 네가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배경이나 그와 관련된 현상, 당위성 같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겠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서론의 역할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서론을 맨 마지막에 써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큰샘이가 날카롭게 묻는다.

“서론은 본론, 결론과 모두 연결돼 있다고 이야기했지. 그것은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서론’이 본론과 결론의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과 같아. 본론과 결론을 고려하지 않고 서론을 썼다고 생각해 보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본론과 결론이 바뀌면 너는 서론을 다시 바꾸어야 한단다. 때문에 본론과 결론을 작성하고, 그것을 서론에서 정리하면 깔끔한 구성이 된단다.”

“아, 그렇군요. 그렇지만 개요 쓰기 연습을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지성이가 물었다.

“아니야. 오히려 시간 낭비를 줄여 준단다. 네가 개요에 익숙해 졌을 때는 굳이 개요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때가 올 거다. 그때는 보다 안정되고 완성도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거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 논술 시험은 안 보고 이야기만 했네”

“선생님, 매사가 그렇죠 뭐.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세상사 아닌가요?”

“하하하!”

지성이의 한마디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큰샘이의 일기

 

나는 개요 작성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쓰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것은 아닌 것 같다. 새가 높이 날기 위해 날개를 오므리듯 장문의 글을 논리적이고 호소력 있게 쓰려면 개요로 뼈대를 다져야 할 것 같다. 마치 집을 짓듯이 글감을 고르고, 뼈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바람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부터는 개요 정리를 꼬박꼬박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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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사랑은 단계적으로, 글도 단계적으로. ^^
 



몇 놈은 당장 먹어야 할 것 같고



몇 놈은 좀 있다 먹어도 될 것 같다.

하기야 비행기 타고 왔으니 피곤도 하겠지.



울 엄니 제주에서 서울로 택배보내면서 '토마토'는 꼭 빼놓지 않는다.

나 전역해서 일주일도 못돼 동벌러 서울로 올라가고, 집에는 못 다 먹은 토마토가 가득

장에 가서는 알고 지내던 청과물 장사 아줌마가 인사차 건넨 한마디에 엄니는 끝내 눈물을 터뜨린다.

"아이구, 토마토 좋아하는 아들놈 좋겠네. 철이 좋아서 아주 맛이 들었어요. 가서 아들 많이 주세요!!"

사실 토마토 먹을 아들놈이 서울로 올라갔다는 사실을 아줌마가 알 턱이 없는데,

울 엄니는 '토마토' 이야기에 목에 매

"토마토 좋아하는 우리 아들놈, 토마토 많이 사다줘야지요."

울 엄니는 그날 토마토를 만 원 어치나 샀다.

냉장고에 꼭꼭 담아도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그 후로는 택배 상자 한켠에 놓여 있던 파란 비닐 안의 '토마토'

짓물러서 당장 먹어야 할 토마토

택배와 거의 동시에 엄니의 전화가 온다.

"아들아, 토마토는 먹을 만하냐. 뭉개지지 않아시냐(않았느냐)?"

"엄니, 뭘요. 꼭꼭 잘 싸서 하나도 뭉개지지 않고 꼽딱하게(예쁘게) 와수다(왔어요)."

울 엄니가 보내주신 토마토, 몇 놈은 당장 먹어야 하고, 몇 놈은 좀 있다 먹어도 되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다음에 보낼 때 꼭 빼놓지 않고 '토마토' 보내달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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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0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의 젊음에 담긴 비밀이 거기에 있었군요 ㅎㅎㅎ

Mephistopheles 2006-04-05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으로 썰어서 냉장고에 재워놓고 드세요..^^

승주나무 2006-04-0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님//젊음의 비밀은 이거 가지고 안 되지요^^
메피스토 님//좋은 방법이군요. 저는 왜 그냥 먹으려고만 했을까요. '가공'해야겠군요^^

아영엄마 2006-04-0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들이 물 건너 오면서 저희들끼리 다툼을 좀 했군요. ^^;; (멍든 녀서들은 설탕으로 좀 다독거려서 잘 드십시오~) 건강한 애들이야 날로 드셔면 되오니 토마토 많이 드시고 힘내서 좋은 글 쓰시길!!

stella.K 2006-04-0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가 고향이셨군요. 깨진 토마토 한 접시 먹으면 배 부르겠어요.^^

Mephistopheles 2006-04-05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는 참 좋은 식품이라더군요..^^
토마토가 익어가면 동네 의사들 얼굴도 덩달아 붉어진다고 하더군요..
아파서 병원 오는 사람들이 없어진다고....^^

승주나무 2006-04-06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엄마,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 상처받은 애들 내가 품 안에 다 넣었어요^^;;
스텔라 님//제게서 제주 바람 내음새가 나지 않던가요(퍼퍼퍽!!!) 배불러요. 근데 금방 또 까져요^^
보슬비 님//정말 맛있는 토마토랍니다. 먹기 불편하면 '작은 토마토'를 드셔보시죠.
메피스토 님//그래서 제가 1년 동안 감기가 없었던 거군요^^

진주 2006-04-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께서 보내신 토마토 빛깔이 아주 곱딱하군요.
(아싸~"곱딱"이란 말 배웠다~)

승주나무 2006-04-09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치카 님이 제주방언 안 가르쳐주나요^^ 가끔 사투리로 얘기하곤 합니다.
'곱딱'을 '꼽딱'으로 해보세요. 저는 '꼽딱'이 더 정감이 가더라구요^^
 

  간결한 글일수록 짜임새 '튼튼'


권영민의 논술이야기 1화 -제이의 논술일기 6편.
- 어떻게 하면 논리적인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글쓰기는 낯설다. 시나 수필 등 문학작품은 물론, 일기나 편지와 같은 간단한 글쓰기 경험도 매우 부족하다. 또 통신어와 구어체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논리적이고 문법에 맞는 글쓰기에 취약하다. 권부장과 중앙샘은 잘못된 글쓰기 사례를 들어 원인을 분석, 제이의 논술 표현을 바로잡아 주려고 한다.

#논술의 논리는 글에서부터 출발한다.

중앙샘: 제이는 논술문에서 문장이 차지하는 의미를 잘 알아야 할 것 같구나.

제이: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어요. 논술은 논리적인 사고가 중요한 거 아닌가요? 글쓰기도 맞춤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요.

권부장: 그것은 논리가 네 생각 안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야. 모든 논리는 말과 글에서 출발하지. 혹시 친구에게 네 생각을 잘못 전달해 친구가 오해해서 싸운 일이 없었니?

제이: 그런 적이 있었어요. 제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자꾸만 잘못 전달돼 친구와 다투었어요.

중앙샘: 그래, 글도 말과 같아. 논술문 역시 네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왜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잖니. 알맞은 단어를 들어가야 할 곳에 집어넣기만 해도 짜임새 있는 논술문이 될 수 있는데, 그걸 잘 못하더구나.

 

#잘못 사용되는 글쓰기 사례와 그 원인

제이 :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죠? 그 원인이 뭔지 궁금해요.

권부장: 대개 글을 잘 못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전체적으로 구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단다.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지. 초보 기자일수록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 원인들과 불필요한 서술방식을 한번 요약해 볼 테니 잘 들어보렴. 먼저, 자신의 논지가 제대로 서 있지 않을 때 모호한 표현이나 만연체 문장, 중언부언 등이 나타나지. 또, 단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현학적 표현을 쓰게 된단다. 마지막으로 글을 읽는 독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생각만 이야기하고자 할 때는 문장 호응, 구어체, 청유형, 설의법 문장을 쓰게 된단다.

제이: 아 그렇군요. 두 세 가지 원인 때문에 이렇게 많은 실수들이 생겨나는군요. 그래서 글쓰기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군요?

중앙샘: 그래. 무엇보다 글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중간쯤에 위치한 소통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단다.

권부장: 기사도 마찬가지야. 취재기자와 편집자의 손을 떠나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된 기사는 이미 기자나 편집자의 것만이 아니지. 그 기사를 읽는 독자와 공유 과정을 거쳐 여론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된단다. 물론, 기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명심해야지.

제이: 맞아요. 엉성한 논리로 잘못된 기사를 쓰면 안될 것 같아요. 듣고 보니 글쓰기에는 정말 논리가 중요하네요. 결국 논리와 글은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거지요?

중앙샘: 그래. 정확히 말하면 논리는 글에 기대고 있고 글은 논리에 기대고 있지. 서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뺄 수 없어. 논술문을 쓸 때는 글을 읽는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제이 : 예, 선생님.

<제이의 일기>

"발표되거나 남에게 보이는 모든 글은 항상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제까지 일기 쓰듯이 글을 써왔던 것 같다. 앞으로는 권부장님과 중앙샘의 말처럼 논리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겠다. 어머니께 용돈을 받을 때도 타당성 있는 근거로 설득하는데, 하물며 논술 주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더욱 호소력 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
2006.04.03 14:10 입력 

링크 : http://brand.joins.com/200604/03/200604031410181603l000l800l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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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은 그냥 줄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권영민의 논술이야기 1화 -제이의 논술일기 5편

좋은 논술을 위한 기본기 중 하나는 요약 능력. 많은 학생들은 '긴 제시문의 문장 길이를 짧게 하는 것이 요약'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권부장과 중앙샘은 제이의 논술을 통해 드러난 요약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자 한다.

 

#요약에 대한 오해

권부장: 제이야, 요약이란 무엇일까?

제이: 글쎄요, 글자 수를 줄이는 문장 기술 아닌가요?

중앙샘: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이는 것 이외에 또다른 게 있진 않을까. 사실 요약 능력도 여러 가지 논술 시험 채점 잣대 중 하나란다.

제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권부장: 요약문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필자, 즉 제이의 생각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요약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꾸나.

 

#요약문도 하나의 완결된 글이다

제이: 그러니까 요약문 역시 '나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중앙샘: 그렇지. 또 요약 자체도 하나의 완결된 글이므로 주장과 근거, 인과관계 등이 분명하게 표현돼야 해. 단순히 제시문의 글자 수나 단어 수를 줄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장이 나와야 하는 거지. 이것을 재구성이라고 한단다.

권부장: 기자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도자료를 건네 받아 기사를 작성할 때도 재구성이 필요하단다. 제한된 지면에 필요한 사실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용을 재확인하고 추가 정보를 파악한 후,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다시 구성하는 요약과 재구성을 거친단다.

제이 : 아하. 그러니까 주어진 제시문이 제 머릿속에서 걸러져서 나오면 그게 요약문이 되는 거군요.

권부장: 그래, 이해가 빠르구나. 한마디로 네가 필터(filter)가 되는 거지.

중앙샘: 요약은 요약만으로 머무르는 법이 없단다. 기출 문제들을 봐도 단순 요약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제시문을 요약하고 이에 대해 비판하라든가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의미를 밝히라는 식의 응용 문제가 출제되지.

 

#요약하기 연습(단문부터 차근차근)

제이: 그렇다면 요약하기는 어떻게 연습해야 하나요?

권부장: 처음부터 전체 문장을 한꺼번에 요약하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단다.

중앙샘: 먼저 제시문을 문단 단위로 끊고 번호를 매겨 보는 거야. 그리고 번호마다 각각 짧은 글로 요약한단다.

제이: 너무 복잡한데요. 그러니까 긴 글을 짧은 단위로 나눈 다음 하나씩 요약하라는 말인가요?

권부장: 그래, 잘 이해했구나. 그런데 짧은 요약이 완결된 문장일 필요는 없단다. 키워드 단위로 표시했다가 마지막에 문장으로 정리해도 되지. 익숙해지면 점점 큰 단위로 나누다가 결국 글 전체를 통째로 요약할 수 있게 된단다.

제이: 어휴, 그렇게 통째로 요약하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요약하기 연습(여러 번 요약해보기)

중앙샘 : 제이야, 똑같은 책을 두 번 읽은 적 있니?

제이: 예. 어릴 적 동화책을 읽었을 때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어 봤어요. 요즘에도 어려운 책을 두어 번 읽었던 적이 있어요.

중앙샘: 그래, 읽을 때마다의 느낌은 어땠니?

제이: 조금씩 달랐어요. 내가 이 책을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일 때도 있었어요. 처음 읽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런데 선생님, 이것이 요약하기와 관련이 있나요?

권부장: 물론 관련이 있지. 읽기와 쓰기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다. 같은 책을 첫 번째 읽을 때와 반복해 읽을 때 서로 다른 느낌을 갖게 되듯이, 같은 주제에 대해 어제 쓸 때가 다르고, 오늘 쓸 때가 다르단다. 같은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글 하나의 제시문을 여러 번 요약할 수도 있고, 요약된 문장을 다시 재요약하고 재구성할 수도 있지.

제이 : 요약문을 요약하고, 또 그 요약문을 요약하면 글자가 모두 없어지겠군요.

중앙샘 : 하하하. 그렇지는 않단다. 중심 문장과 키워드는 항상 따라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때까지 요약하면 되는 거야. 이런 과정을 퇴고라고 하질 않니.

제이: 그렇게 여러 번 요약하는 이유가 뭐죠?

중앙샘: 한 번 요약한 문장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야. 네가 요약했던 글들을 비교해 보면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면 완벽한 요약문을 작성할 수 있을 거야.

권부장: 수십년간 기사와 논설을 작성해온 기자들도 매일, 매번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단다. 현장기자가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를 편집 과정에서 다시 다듬지. 기자의 글은 데스크와 에디터들이 참여해 군더더기를 없애고 핵심을 짚는 요약문으로 재구성된단다. 가장 대표적인 요약문이 바로 기사의 제목이란다.

제이 : 그렇군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완벽한 요약문을 써볼래요.

 

<제이의 일기>

논술에서 요약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제까지 왜 요약을 단순히 글자 수 줄이기로 알고 있었을까.

"요약은 제시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권부장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권부장님과 중앙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대로, 마치 계단을 밟아나가듯 차근차근 요약하기 훈련을 해야겠다.
 
링크 : http://brand.joins.com/200603/28/200603281049583573l000l800l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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