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는 늦잠을 자서 시험을 보지 못했어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설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시험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일어나서 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이번 시험에도 그와 비슷한 해프닝이 있었으니, 간만에 밤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지하철까지 타고 조금 헤매기도 하여 시험장에 도착했더니 표지판도 붙어 있지 않고 사람도 한산해서 무슨 시험이 이래 하고 불평을 했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시험장이 없는 거에요. 그것이 지난 주 일요일의 일이었죠.

아침 9시 30분까지 시험장에 도착한다는 것은 제게는 매우 어려운 일. 아침 9시, 10시 대학강좌를 청강하고자 마음을 먹었으나 한번도 듣지 못했던 것과 같죠. 이번에도 9시에 일어나서 택시를 타서야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한국어인증시험은 그 전에도 3차례 정도 보았는데, 문제의 질로 따지면 이번에 보았던 KBS가 확실히 나았던 것 같아요. 한국어능력시험을 반영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이유가 있더군요.

국어인증시험은 독해와 이해 등 언어생활의 고전적이고 수능적인 유형에 한정된 반면에, 한국어능력시험은 문학에서 다양한 그림, 사회현상, 전문가의 논문 등 활용한 지문에서도 넓은 스펙트럼을 보였습니다. 인증시험에 비해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그러면서도 인증시험에서는 다소 소극적으로 출제한 '어문/어법'에 대해서 상세하게 배려를 하고 있어요. 듣기 100문제 중 30문제를 할애했지만, '언어문화'나 기타 지문 안에서도 어법 문제가 자주 등장해서 40문제는 '어법'에 할애했습니다. 한국어 능력의 기본은 어법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다음 카페 'KBS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하자'에서 받은 3문제 미션을 제대로 베껴 왔어요. 나중에 수업이 개설될 수도 있는데, 복원한 시험문제를 공유해서 좋은 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험 접수비도 인증시험이 비싼 것 같던데, 이번 기회에 '인증시험'과 인연을 끊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적지 않은 텍스트를 읽은 것이 독해에 조금 도움은 되었지만, '어법'에 대해서는 오만하게도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어법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신경써서'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이 교양이 되어 나의 문장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날 때 나는 한국어의 master가 될 수 있겠죠. 암튼 유익한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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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하늘바람 2006-05-1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승주나무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stella.K 2006-05-14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험도 만만찮은가봐요. 전 시험이라면 딱 질색...그래도 나름대로 의미있었겠네요. 수고하셨네요.^^

승주나무 2006-05-14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 님//논술의 지존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냥 '지존'이 되고 싶은 거지요^^;
물만두님//하늘바람님//와! 님들이 더 대단하십니다.
스텔라 누님//만만찮은 시험이에요. KBS 들어가려면 꼭 봐야 하죠. 그래서 그런지 아나운서 닮은 분들이 많이 보시더라구요. 시험을 교란하는^^ㅋㅋ

이매지 2006-05-1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BS한국어능력시험쪽이 더 가격이 싼가요?
전 고등학교 때 인증시험만 봤었는데 만만찮더라구요.

승주나무 2006-05-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인증시험은 24,000원
한국어능력시험은 18,000원입니다.
국어인증시험이 돈은 더 아깝더군요^^;;;

마늘빵 2006-05-14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열심히 이십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승주나무 2006-05-1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 님//아닙니다, 일상이지요(퍼퍼퍽!!)
 

나는 '교육'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물론 앞에 私라는 접두어가 미운 오리새끼처럼 붙지만,

그래도 난 자긍심을 느낀다.

나는 나의 직업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때가 되면 김구 할아버지처럼 문지기라도 할 수 있겠지.

게다가 우리 훈장님 말씀처럼 어디 할 일이 없을까.

공교육에 계신 분들께 바람이 있다면

제발 공교육계만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교육계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꿈꾸지만 그것이 헛된 꿈이거나

기만적인 바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교육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사교육을 私교육답게 만들었던

분들을 정중히 박물관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Mega mind, Etoos mind를 포함하여 교육 대표 사이트 혹은 대표 회사라고 주장하는

사교육 골수 집단들을 박물관으로 보내고 교육 패러다임의 새 장을 열고 싶다.

사설이 긴 것이 내 글의 특징이지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감상을 좀 넣었을 뿐이다.

내가 회사를 옮긴 까닭은 그곳에서 '교육'이라는 수식어가 완전히 멸종했기 때문이다.

교육이 없으면 나도 없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의 일이 없어지만 당연히 나도 '교육'에 붙어있을 이유가 없다. 나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꿈도 많은 사람이고 특히 글을 쓰고 싶다.

며칠 전에는 늦잠을 자다가 꿈에 두 개의 소설을 만났고 그 중 하나는 너무 생생해서 '써볼까'하는 생각까지 가졌다. 제목은 '531'이라는 공익 소설로 마지막 유권자의 선거 작전을 코믹하고 애절하게 꾸민 꽁트이다. 하지만 쓸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소설 쓰기' 따위에는 공력을 쓸 이유가 없다. 하물며 요즘은 독서도 힘들 정도이다.

자꾸 제목과 본론에서 벗어나는 나의 글을 관심있게 따라와주는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전공적성'이라는 전국 규모의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맡아달라는 것이다. 이직이라는 과도기 안에서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지만, 자금의 사정도 있고 그간의 우정도 있고 해서 하나 받아들였다.

학생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시험문제를 만들 때는 '난이도 조절'이 가장 어렵고 커다란 공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문제를 만들면서, 또는 만들고 나서 난이도 조절을 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다.

데드라인을 맞춰 지난 달 21에 완성본(교정 포함)을 전송했고,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약속된 결제일은 10일이었다. 그런데 돈은 안 오고 그 대신 전화가 왔다. 문제가 함량 미달인 데다 별 특성이 없다는 거다. 참! 파일이 간 지가 한 달이 다 되어서, 그것도 결제일이 되어 전화를 주는 것은 또 무슨 예의인가. 그 담당하시는 분께서는 계약서 도장이 없다고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약속했지만 언제나처럼 허언이 된지 오래다. 계약서상에 '갑'은 우리나라에서 굉장한 힘을 차지하지만 '을'의 영향력 또한 없지 않다. 게다가 난 그 회사의 직원도 아닌데 마치 당신네 회사 용역직원보다 못한 대우를 하는 것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논리는 이것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빤한 문제가 많고 너무 쉬운데 학생들이 보면 어떻겠는가!"

이것은 맞는 말 같지만 논리적 오류가 숨어 있고 '전공적성' 분야에 대한 무지를 넘어 무식함을 노골적으로 나타낸다.

사실 작년에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생들이 내가 만든 문제를 너무 어려워한다는 점이었다. 학생들의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문제를 만든 내가 학생들의 입장에 다소 소홀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당연히 위의 말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옳다.

"우리가 보기에 풀 만한 난이도라면 학생들이 볼 때는 너무나 어려우며, 우리가 보기에 좀 쉽다고 느껴지면 학생들에게 적당한 만큼 어렵다. 학생들과 우리들의 수준 차이는 2~3단계 정도이다."

거기에는 사실 '전공적성 언어영역'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사람이 부재할 뿐더러 '난이도'나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는 인식조차 있지 않다.

오늘 그분과 통화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가 인력이 없어서 승주나무씨에게 일을 드린 게 아니라 이전에 같이 해왔던 전력도 있고 해서 (일을) 드린 겁니다."라고 허세를 부렸다. 빤히 드러나게~

그래서 나는 똑같은 논리로 받아줬다.

"님! 지금 저는 OO에서 첨삭하는 것만으로도 한달에 2~3백은 벌고 있습니다. 제가 뭐가 모자라서 그 일을 받아들였겠습니까. 다만 전에 힘들게 일을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는 의미로 일을 하게 된 겁니다."(제가 필요없을 정도로 회사의 자생력이 확보된 데 대해 매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한 건데, 제가 잘못생각한 것 같군요. 이것을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겠습니다 - 너무 풍자적이라 뉘앙스만 풍겼음)

그분은 몇 마디 얼버무리다 전화를 끊었다. 추가 작업은 없고 결제는 오늘까지 처리해준다는 약속과 함께. 다른 동료를 통해 들은 이야기인데 그분께서 나더러 "그 사람은 왜 그리 속이 좁나? 누가 돈 안 준대?" 이렇게 했더랬다.

사람이란 입장에 따라서 말하는 게 전혀 다르다. 1. 약속일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 한달이 다 되어 꼭 결제일에 맞춰서야 문제가 어떻다 왈가왈부한 데다, 3.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에서 아는 척 했을 뿐만 아니라 4. 계약서도 약속대로 보내지 않은 분께서 나의 '속 좁음'은 어찌 그리 잘 보았을까.

아무래도 나는 그 회사의 생리를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박물관으로 정중히 모시겠다. 두고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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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을 교육부 장관으로~!! 와~~! 와~~!!

마늘빵 2006-05-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교육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진 않아요. 사교육은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논술 같은걸 학교에서 할 수 있다는건 환상. 다만 모두가 혜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계 종사자들의 과제일텐데 이게 참 힘들죠.

마늘빵 2006-05-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돈 많이 버시네욤! 부럽부럽.

승주나무 2006-05-1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 님.. 저는 교육부 장관보다는 '어둠의 교육부 장관'이 되고 싶습니다. 좆선 '밤의 대통령'을 완벽하게 승화한...^^
아프 님//저의 의견에 동의해 주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그리고 저 위에 불가피하게 숫자를 집어넣게 되었는데요. 저 역시 허세가 좀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승주나무 2006-05-1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무래도 저 숫자에 대한 성명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맥시멈은 그 말이 맞지만 실질적인 사정은 약간 다릅니다.
모든 일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데,
논술 시장에서는 그 원칙이 매우 엄정합니다^^;;;

라주미힌 2006-05-1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회사에 몸 담았던 사람에게 저런 대우를 ㅡ..ㅡ;
문제 수준에 문제가 있었다면 '빠른 대응'으로 수정을 요구하던가 했어야지..
그냥 돈 떼먹겠다는 거.. 너무 노골적이네요. 증말 얍삽하다.

승주나무 2006-05-1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 님//그게 그 회사의 '정체성'이라서요. 제가 어쩌지 못합니다.
저는 얼른 몸을 숨기는 수밖에^^;;
 


[공지] 알라딘 멤버십 제도가 더 좋아집니다.

공지일 : 2006-05-10
안녕하세요?

고객님의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총액에 따라 추가 마일리지를 드리는 알라딘 멤버십 제도가 좀 더 좋아집니다
기존에 비해 순수구매총액 기준이 아래와 같이 완화되어, 보다 많은 고객님께 혜택이 돌아갑니다.
또한 멤버십 고객님들을 위한 전용 쿠폰 등 매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고객님의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등급
변경내용
등급별혜택
최근 3개월간의 순수구매총액
36만원 => 30만원 이상인 고객님으로 변경
기본마일리지 + 추가마일리지
3%적립
최근 3개월간의 순수구매총액
24만원 => 20만원 이상인 고객님으로 변경
기본마일리지 + 추가마일리지
2%적립
최근 3개월간의 순수구매총액
12만원 => 10만원 이상인 고객님으로 변경
기본마일리지 + 추가마일리지
1%적립
승주나무님, 안녕하세요! 님은 플래티넘회원입니다. 괜찮은 '넘'이죠^^
혜택 : 3% 추가 마일리지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99,570원     만료일 : 2006년 05월 22일
얼마 안 남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졸지에 일반 평회원으로 떨어질 판.. 요새 자금력이 안 좋은 데다, 서평단 활동, 이벤트 당첨 등으로 알라딘과 소홀했더니 벌써 이렇게 되었다.

아무래도 알라딘 통장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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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1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일반회원인지라^^;;

마늘빵 2006-05-1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플래티넘입니다. 전 아직 멀었습니다. 유효기간이. ^^
 

처음으로 기획안다운 기획안을 써봤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밤샘 작업 끝에 대충 초안을 잡았다.

나는 꿈같은 개혁가가 아니지만,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고,

만들고 싶다.

하여간 나의 야심은 대단하다.

새로 사귄 이 친구들이 나의 뜻을 정녕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눈좀 붙이고, '진화심리학' 청강하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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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9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님도 그렇고 승주나무님도 그렇고 정말 부지런하세요.

승주나무 2006-05-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뽀뽀 님//연세대 장대익 선생이라고 하더군요. 새 터전은 새 직장을 말하는 거지요.
아프락사스 님//실은 많이 게을러요^^;;

Mephistopheles 2006-05-09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을 보면 부지런한 바른생활 청년이미지가 떠오릅니다...(아닌가.?)

2006-05-09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6-05-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 님// 숨은 매피 님// 넵^^저도 매피 님을 볼 때마다 자상한 유부남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답니다. (아닌가^^?)
 

부사(副詞) : 용언 또는 다른 말 앞에 놓여 그 뜻을 분명하게 하는 품사. 활용하지 못하며 성분 부사와 문장 부사로 나뉜다. '매우', '가장', '과연', '그리고' 따위가 있다. ≒어찌씨˙억씨


부사를 말 그대로 언어의 '악세사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부사의 중요성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알다시피 요즘 광고 카피의 트렌드는 '부사'이다. 이름하야 '부사 마케팅'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
- 현대카드

다음은 이미 뜨겁다.
- 다음 광고

(또 몇 개 있는데 생각이 안 난다ㅠㅠ)

예전에 '부사'를 위해 쓴 시가 있다.
아는 형과 시를 이야기하다가 그분이 영시를 들먹이며
시를 '부사와 조사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악세사리만 가지고 어떻게 '근본'을 이야기할까.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너무나 고된 작업이라
그냥 예전에 부사만을 위해 쓴 시를 올려놓고 간다.



배참

 


한여름 대낮을 가르는 오솔길 위에 아지랑이처럼
은행나무 꿈틀꿈틀 녹음을 토하더니
해동갑으로 몇날 며칠 황달이 다 되었다
나무에 매달려 매미처럼 맴맴거리는 두 눈을 몰아
성급히 가로지르는 나그네의 隻身(척신; 홀몸)은
이 넓은 땅 위에서도
하필 두 뺨 남짓 제 발자국 위를 걸을 것이냐

제 일 다 보고 해거름에 이 길을 되넘으며
설핏한 날빛이 또한 속달다
님을 그리워하고 잃은 것은 님의 탓이 아니거늘
이 길을 버리지 않고 자꾸 걸으면서도
애꿎은 은행나무에 원망을 새겨 넣는 뻗댐이다
못된 놈의 까마귀만 그 연유를 알아
침엽수 꼭대기에 도사려 새된 목소리다
'탈진한 은행나무에 는실난실 몸이 달아
몸이 다-아-라'


언어풀이
배참 : 꾸지람을 듣고 그 화풀이를 다른 데다 함.
해-동갑(-同甲) :「1」해가 질 때까지의 동안. 「2」어떤 일을 해 질 무렵까지 계속함
설핏 : 해의 밝은 빛이 약해진 모양(저녁(서녘) 즈음)
는실난실 : 성적(性的) 충동으로 인하여 야릇하고 잡스럽게 구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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