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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 The housemaid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이봐요. 당신 딸이 낳아야만 내 애인 것 같습니까?" (이정재)
"나는 셋째, 넷째까지 낳을 거야. 아이들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는데, 그건 평범한 서민들 얘기고." (서우)
"찍소리라도 내야 하잖아요!" (전도연)
이거 도대체 어느 시절의 이야기야...
옛날 얘기 같기도 하면서, 그다지 먼 얘기도 아닌 것 같은 시간적 거리감은 모호한 선상에 있다.
수십년 전 작품의 대를 잇는 느낌? 손자의 자식에게서 닮은 발가락을 발견한 흥분? 같은거..
한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보여주는 욕망은 고루해 보이나, 인생이 고루함을 비켜가기
힘든걸 어찌 부인하겠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처럼 가족사는 사회사를 대변한다.
모든 건 변주이고, 현재진행이다. 전도연의 욕망이 백치적으로 보이는 건
그들의 견고한 권력과 자본의 잉태를 꿈꾸는 서민의 바람이라서 그러할게다.
한마디로 개꿈같은 얘기, 그 사람의 아이를 낳는 다는 것, 그 사람의 '식구'가 된다는 건
아줌마를 인간답게 대해줬다던 남자의 입은 명확하게 말해준다.
'아줌마는 아줌마요, 내 애는 내 애다... '
서우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마치 계급성은 염색체에 깊이 지울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되어서는 넘을 수 없었던 장벽을 죽어서는 넘을 수 있을까.
그로테스크 분위기의 엔딩씬을 보라.
서우의 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른다.
누구를 위한 장송곡인지..
누가 태어난 것인지..
"남에게 예의바르게 하는게 남을 높여주는거 같지만 사실 내가 높아지는 거라고.. 아버지한테 배웠어요"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의 거짓을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ps. 이정재 빼고.. 여배우들의 연기는 좋다... 하녀라는 제목과 달리..
감독의 의도인가.. 이정재의 한계인가.. 절묘한 배치다 -_-;
뭔가 좀 이야기가 갑자기 종료되버리는 느낌을 주지만 .. 엔딩씬은 나름 분위기 있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