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봤다.

예전의 단성사에서 <오아시스> 시사회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창동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벽하게 다른 나, 그러나 또 완벽하게 동일한 나.

2007년 5월의 나는 덜덜, 떨지도 않았고. 눈물 흘러내리지도 않았다. <밀양>을 보는 내내.

세상에 흘러 넘치는 자기계발 서적들.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학교 수업에 충실했으며 잠은 항상 7시간씩 꼭 잤어요.'라고 답하는 수능 최고득점자의 멘트들로 범벅이 된 그 책들. 삶에 관해서라면.. 긍정적인 마음을 품어라, 분노함을 품지 말아라, 계획적으로 생활하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쫑알거리며 반복한다.  그럴때는 욕지기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말을 누가 못하니?

#$%@ 하고 &%* 해서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라는 질문에 '잘 하면 됩니다'고 답하는 격과 뭐 그리 다를까 싶단 말이다.

용서가 쉽나? 그 누구도 그렇다고 말 못한다. 그럼에도 너무나 쉽게 긍정한다. 용서하지 못하면 스스로 불행에 빠지고 만다고. 그러니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용서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어떻게 하면 용서를 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10가지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며 안내해 줄 사람 있나? 그런 구체적인 대안 없이 원론적인 답만 돌아온다. 마음이 수천 조각으로 찢겨 나가 텅빈 사람에게.

인간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무의미함이 아닐까 한다. 내가 한달 내내 죽도록 고생해서 겨우 완성시킨 프로젝트가 멍청하기 짝이 없고 대충대충 인생사는 한심한 윗사람 그러나 빽 하나는 든든한 윗사람의 말 한마디에 날아가 버렸을 때. 한달의 고생스러움이 무의미와 동일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허탈과 분노.

십수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어느순간 내 친구와 바람이 나서 나와 아들을 버리고 떠났을 때 느끼는 분노. 우리의 결혼생활은 뭐였어? 난 당신한테 뭐였어? 이런 물음들.

실연, 지인의 죽음, 가족의 불행, 크고 작은 인생의 실수등 슬픔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의 근원에는 무의미 함에 대한 분노가 서려 있다.

난 너에게 뭐였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아빠한테 난 뭐야? .. 이런 것들, 의미를 묻는 물음들.

밀양에서, 자식의 죽음. 그 어린 아들의 죽음의 의미, 남편에게 있어 자신의 의미(자신을 배신하고 사고로 죽은 남편)를 찾지 못해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고 평온함을 얻은 그리스도 신자의 모습과 자해를 하고, 물건을 훔치고, 남자를 유혹하다가 정신병원에 가고마는 전도연의 모습은 사실 특별할게 없다.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이다. 무의미 앞에서 무너지고 절실하게 의미를 찾으려 발버둥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아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답을 풀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들의 죽음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신자라면 자신의 신에게 그 의미를 묻고 답을 찾을 것이고 종교가 없다면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신이 부여하기도 하고 스스로 부여하기도 한다.(종교의 유무에 따라 다를것)

무의미와 화해를 하는 날, 즉 의미를 찾게 되는 날이 비로소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날이 된다.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을 시작하는 첫 날.

*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햇빛이 가득한 영화 <밀양>을 보다. 나에겐 <밀양>이 꽤 따뜻한 영화였다. 동행이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 나오는 동안 나는 밖에 서서 한옥마을 기와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한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비와 밀양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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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알라디너 분들의 평이 대체로 좋았다로 모이고 있군요..^^

antitheme 2007-05-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양> 빨리 보고 싶네요.

2007-05-24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5-2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늘 봤는데... 눈물을 흘리기도 웃기도 어려운 영화, 라고 말하고. 싶.다.

이리스 2007-05-2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그런가요? ^^ 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안티테마님 / 주말에 극장으로~ ^^;;

숨은님 / 아, 감사합니다.^^ 그쵸?
아프군 / 동시에 울수도 있고 웃을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한듯.

비로그인 2007-05-2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은데 같이 볼사람이 없네요 킁-

이리스 2007-05-25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엄엇~ 그 수많은 데이또 남들은 다 어쪄시구요. =333

춤추는인생. 2007-05-25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영화화 할수 없는 소재라 생각되었는데. 그의 섬세한 터치력에 정말 많이 놀랐어요. 올해 본 영화중에 최고의 영화였네요 제게는 ^^

무스탕 2007-05-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은 맘에 안달볶달... ^^;; 당장 오늘내일은 안되고 다음주 초에나 볼수있겠어요.
며칠전 TV에서 밀양을 촬영할때의 전도연을 취재한 프로 (생방송 티비연애던가요? 잠깐 봐서 정확치가.. -_-;;) 를 슬쩍 봤는데 꽤 어렵게 찍은듯 싶더라구요..

전호인 2007-05-2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습니다. 특히나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moonnight 2007-05-2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밀양 봤어요. 참.. 말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화더군요. 애들이 너무 많을 거 같아서 캐러비안의 해적 안 보고 선택했는데 참 잘 했다는 생각이.. 오늘 아침 신문 보니까 칸에서 기독교와 반종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감독은 그냥 인간에 관한 영화일 뿐이라고 답했다더군요. 마지막 장면이, 정말 북받쳐 올랐어요. ^^

네꼬 2007-05-2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마음이 연두부 상태인데, 봐도 될까요? 머뭇거리고 있어요.

이리스 2007-05-25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 인생님 / 오, 그렇군요. 이창동 감독 영화야 뭐 두말하면 잔소리죠. --;
무스탕님 / 전 이동진 기자의 이창동 감독 인터뷰가 꽤 맘에 들던데요. ^^

전호인님 / 네, 기회되면 꼭 보세요. ^^
달밤님 / 극장에 애들이 많긴 하더라구요. ㅎㅎ 전 주말에 캐러비안 해적 봐욤. 밀양에 교회장면이 참 많이 나오긴 했죠. 인간에 관한 영화, 그쵸. ^^

네꼬님 / 연두부여도 괜찮아요! *^^*
 



 
박근형 연출, 최민식 주연의 <필로우맨>
Matin McDonagh’s directed by Park Kun-Hyung

원 작: 마틴 맥도너 Matin McDonagh
연 출: 박근형
출 연: 최민식,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외

* LG아트센터 & 뮤지컬해븐 공동제작
* 공연시간: 2시간30분(휴식포함)


★ 2004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 ‘Best New Play’ 수상
★ 2005 토니 어워드(Tony Award) ‘Best Play’ 노미네이트
★ 2005 토니 어워드(Tony Award) 무대 디자인, 조명 부문 수상


촉망 받는 현대 극작가 마틴 맥도너와 한국 연극계의 미래 박근형 그리고 배우 최민식의 만남!

영국 런던과 미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던 영국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최대 히트작 필로우맨이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연출가 박근형에 의해 한국 초연된다.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등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출가 박근형.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사실적인 연출로 대학로 무대를 주름 잡았던 그의 역량이 정교한 대본과 대극장 무대와 만나 어떻게 변화되고 확장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의 대표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 ‘카투리안’ 역을 맡으며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그리고 극단 골목길 단원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최고의 출연진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힐 것이다.

<필로우맨>은 2003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 2004 / Best New Play)를 수상했다. 그 다음 해,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토니 어워드(Tony Award 2005)의 무대디자인, 조명 2개 부문을 수상하였고 ‘Best Play’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쓴 그림 형제의 동화 - London Herald
소름 끼치는 환상.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경험! - New York Post


극은 경찰서 취조실에서 소설가 카투리안이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카투리안이 쓴 작품과 흡사한 수법으로 엽기적이면서 잔혹한 두 건의 어린이 살인사건과 한 건의 실종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옆 방에는 지능이 떨어지는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이 잡혀와 있다. 카투리안은 범행과 그의 소설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이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카투리안과 마이클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이 드러난다. 그리고 카투리안이 쓴 '필로우맨' 이야기를 통해 살인사건의 진실도 그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는데..

<필로우맨>은 끔찍하게 잔혹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맥도너는 현실의 취조실과 카투리안의 소설 속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치밀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마틴 맥도너는 스스로 데이비드 린치,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해롤드 핀터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흥미롭게도 연출가 박근형 또한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현대 희곡작가로 해롤드 핀터를 꼽았다.

*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되묻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호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장의 규모나 무대는 공연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찾았던 엘지 아트센터는 생각보다 불편하고 실망스러웠다.
 
한국판 필로우맨은 올드보이를 연상시켰다. 그것이 주연배우 최민식 때문만은 아닌듯 했다. 연출자의 스타일 때문일듯.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박찬욱 감독이 홀로 이 연극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리고 오리지널 공연에서는 팀버튼의 분위기가 묻어 났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오리지널 공연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마틴 맥도너는 70년 생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이가 많지 않군, 하다가 아니지 내가 나이가 많은 거지? 싶었다. 후훗..
 
** 극중극으로 나오는 몇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역시나 '필로우맨'이었다. 필로우맨은 베개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온몸이 베개인 사람. 이 필로우맨은 끔찍한 삶을 살게될 사람의 어린아이 시절로 찾아가 아이에게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준 뒤 자살을 권유한다. 아이가 자살을 선택하면 자살을 도와준다. 최대한 사고로 보이는 죽음으로.
 
필로우맨은 어느날 어린 필로우맨과 조우한다. 필로우맨은 어린 필로우맨에게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어린 필로우맨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기름을 붓고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다.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그려져 있어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은 여전히 웃고 있다.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른 필로우맨은 조용히 다가가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을 꼭 껴안는다.
 
또다른 극중극인 작가와 작가의 형제에서 주인공 형제는 자식들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며 형은 끔찍한 고문을 7년 동안 받고 동생은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다. 동생은 형의 고통을 알게 되고 어느날 형을 구출하고 잠든 부모님을 베개로 차례차례 눌러 죽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필로우맨은 어린 형에게도 찾아갔었다고 한다. 고문을 받기 전의 행복한 어린아이였던 형에게로. 하지만 형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까닭은, 자신이 죽게 되면 동생이 이토록 근사하고 멋진 이야기들을 써내지 못할 것이기에 고통이 가득한 삶, 끝내 그 사랑하는 동생 손에 죽게될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필로우맨의 자살 권유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위로이며 동시에 고통을 나눠 갖는 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본다. 어린시절의 나에게도 필로우맨이 찾아와 이렇게 자살을 권유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삶을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긴 공연이라 주연 배우의 체력적 소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쉬는 시간에 사먹었던 스태프 핫도그의 치즈덕은 맛이 좋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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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5-2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앗. 필로우맨 보셨군요! 저도 무지 보고 싶던데. 부럽네요. ㅜㅜ; 그나저나 필로우맨 이야기, 정말 무섭고도, 슬프고 따뜻하네요.

이리스 2007-05-2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예, 보고 싶어서 몇주전에 예매 해뒀다가 봤습니닷..^_^ 추천 감사해요.

네꼬 2007-05-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걸 보고, 저도 페이퍼를 썼는데, 왜왜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죠? 털썩. 으아아아아앙. (생난리를 치면서 운다.)

이리스 2007-05-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오, 님도 보셨군요. ^^ (생난리 치면서 우시느라 추천은 아니 누르신거에염? ㅎㅎ)
 



 
 
5월초, 그러나 날씨는 6월초 같은 일요일.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블록버스터 무비 한 편 봐주마 하는 마음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멀티플렉스로 향했다.
 
달콤한 팝콘이라고 팔지만 싱겁기 그지 없는, 맛대가리 없는 팝콘처럼 <스파이더맨 3>를 본 소감도 딱 그랬다. 맛없군. -_-;;;
 
오죽하면 보다가 하품을 하고 몸을 비비꼬면서 졸았을까. 이런 영화보면서 그래보기도 또 드문 일이다. 전날 잠을 못잔것도 아닌데 말이다.
 
커다란 줄기가 별로 재미없으니 소소한데만 관심이 가득이다. 스파이더맨의 저 누추한 아파트는 실제 월 임대료가 100만 원 정도 할까? 쥐는 안나올까? 하는 따위. 잠깐 출연한 태극기에 졸음을 쫓고 눈을 즐겁게 해주는 해리와 에디를 보며 비실비실 웃기는 했다.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첫 편의 대사.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이런 것도 없고 말야. 주인공을 비롯해서 조연들의 감정선의 변화의 폭이 너무 멋대로 날뛰어 보는 내내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액션 장면에서라도 충족했으면 좋으련만 뭐 딱히 그런것도 아녔고.
 
자, 오늘의 결론.
1. *gv 달콤한 맛 팝콘은 두번 다시 먹지 않는다.
2. 웬만하면 속편까지만 보고 3편은 보지 말자. (아, 그러나 캐러비안의 해적은 어쩌지? --;)
3. 토비 맥과이어는 순한척 하는 것보다 건들거리고 까부는게 백배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그냥 딱이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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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5-06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러비안의 해적은 보셔야죠...

이리스 2007-05-0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흣... 그춍?

2007-05-18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이다. 폭력과 불운에 일생이 피떡처럼 뭉개진 한 여인의 일대기를 순례자의 일대기로 뮤지컬이란 장치를 통해 재치있게 버무려냈다. 화려한 색이 가득, 꽃과 나비가 날아들고 볼만한 CG도 꽤 있다. 장진의 수다스러움과 변주에다가 알록달록한 색감을 덧칠하고, 거기에 톤이 다른 메시지랄까.

혼자가 되느니 동거남에게 두들겨 맞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마츠코. 이봐요 마츠코. 인생은 원래가 혼자에요. 누군가랑 같이 살거나 혼자 살거나, 가족이 있거나 없거나 혼자인것을 당신은 왜 그렇게 외로움을 못견디는 거에요. 남자랑 같이 사는것, 그런거 이외에도 세상에는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달까?

그러나 감독은 마츠코를 신으로 명명하고 마츠코의 인생을 한 순례자의 그것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순례자가 고행을 겪고 나서 신이 되는 이야기처럼 그려놨다는 것에 크게 반감이 들지는 않는다. 몸을 팔고, 남자에게 툭하면 두들겨 맞다가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서, 더럽고 추한 육체에서 벗어나 신이 되어버린 여자 마츠코 정도로 그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증오하는 대상을 위해 기도할 수 있나요? 못하는게 당연합니다.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은 가능합니다.' 영화속에 나오는 이 말은 성경에 있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류의 손에 들려 있던 신약성경. 류에게는 마츠코가 하나님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고린도 전서 13장의 메시지가 아닐까? 아, 그럼 뭐지. 이 영화. 선교영화인가? 후훗.. 그런 생각을 하며 성경도 읽지 않고 교회도 가지 않는 날라리 신자로서의 일요일을 보냈다. (-_-;;)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노래, 노랫말은 바뀌어 있지만 귀에 익은 찬송가다.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세상 걱정 근심 우리 주께 맡기세... '

*일요일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관람. (스폰지 하우스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는 처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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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7-04-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폰지 하우스, 좋아요! *_* (엉뚱한 댓글)

Mephistopheles 2007-04-1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드라마가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목과는 다르게 처량하고 불쌍한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2007-04-16 0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7-04-16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영화소개서 보았는데요. 그런데 스폰지 하우스는 원래 어디였나요?

이리스 2007-04-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으흣... ^.^
메피님 / 원작 소설도 있더라구요. 줄거리는 워낙 여기저기 많아서 전 그냥 감상만 올렸어요. ^^;;;

속삭님 / 오옹, 그렇구나!! 엄청 매운건 내가 자신이 없지만 -.- 특별히 도전은 해보겠어. -_-;;; 언능 와아....

하늘바람님 / 아, 거긴 원래 시네코아였답니다. ^^
 



극장가는 일이 식당가는 빈도수처럼 빈번했던 시절이 있긴 했다.

이런저런 이유와 사정이 생기면서 다른 세상 사람이라도 된 듯 극장 가는 일이 낯설어질 지경이 될 즈음 조조영화를 보는 기념비적인 행사를 치르며 내가 본 영화는 <300>이었다. 이미 한 번 본 동행은 흔쾌히 두번 보는 일에 동의했고, 전날의 음주여파로 무거운 눈꺼풀은 압구정 CGV의 한약맛이 나는 걸쭉한 정체불명 원두커피로 애써 치켜올렸다. 적어도 영화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졸음을 매달고 있었단 이야기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삼각빤쮸 하나 걸치고 시종일관 뛰어다니는 착한 몸매의 남자들이 떼로 나온다는 데 혹한거 맞다. 과도한 근육은 싫네, 마른듯하면서 보기좋게 잡힌 근육이 좋네 어쩌고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영화 속 남자들의 몸매는 퍼펙트 그 자체다. 오, 브라보!

영화가 불러으킨 정치적인 의미에 대한 의견은 <아포칼립토>때 만큼이나 분분한 듯 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그런 것 자체가 좀 이해가 안간다. 관객들이 바보인가? 영화 한 편 보고 파쇼에 물들어 찬양하고 이 한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며 백인이 모든 인종중에 최고라고 고개 끄덕일까나? 기우라고 본다.

붉은 망토 휘날리며 날아다니는 남자들을 보느라 졸기는 커녕 눈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내 눈에 한 여자가 들어왔는데 다름 아닌 왕비. 예쁘긴 하지만 숨이 멎을만큼 예쁜 것은 아닌, 외모로 모든 걸 승부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그 왕비. 하지만 그 왕비는 내가 봐온 왕비 중 최고로 멋졌다.

비열한 수컷을 단숨에 칼로 찔러서 해치우는 그 멋스러움이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칠뻔 했다. 수컷들이 활개치는 세상의 여자들이 그 왕비처럼 검술을 배우는 거다. 그래서 개념 탑재가 불가능한, 아랫도리만 곤두선 수컷들을 저렇게 처리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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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theme 2007-04-09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멋진 왕비를 저도 빨리 보고 싶군요.^^

기인 2007-04-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저도 이거 잼있게 봤어요~ 반지의 제왕이랑 비슷한 인종적 구도가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읽히기도 하던데요 ㅎㅎ 근데 이게, 미국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작용할지 참...

이리스 2007-04-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으흣, 막내리기 전에 극장에 가셔요~~
기인님 / 그쵸?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오로지 전쟁 장면과 몸만 보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그러니깐 기우라는 이야기. ㅋㅋ

마늘빵 2007-04-1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신탁녀가 젤 좋던데 =333

이리스 2007-04-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ㅋ 역시 너 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