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컨대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맨틱 무비를 보겠다고 영화표를 산 관객들은  

십중팔구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거나  

자막이 다 올라가기 전에 앞자리 관객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불만 가득한 말을 내뱉게 될 것이다.  

그 말 중에는 아마 이런 내용을 담겨 있을 것이다. 

 

임신한 여자가 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셔!

애를 낳아 키우는 것은 결혼한 여자면 지극히 당연하게 또 감사하게 해야 할 일 아냐?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고 영화 표를 산 자신 탓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절망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는 냈지만  

그 절망을 희망으로 돌리는 방식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부부의 가슴 아픈 결말이 담겨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려면 원하는 삶을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원하는 삶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릴 때 비극이 잉태된다.  

잉태된 비극은 반복되는 일상의 날들이 더해질수록 무럭무럭 자라난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견고한 일상 아래서 자라난 비극은  

어느 순간 너무 커져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삶을 통째로 집어 삼키거나 다시는 전과 같이 살 수 없도록 무너뜨린다. 

 

나이가 들수록,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들이 혹독해진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 역시 그러하다. 영화 속 설정과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비겁한 선택을 하고 말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배우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입가 주름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까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훌륭했다.  

그럼에도 케이트 윈슬렛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까닭은 캐릭터 자체의 매력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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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2-2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를 안봐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디카프리오를 보는 건 힘들어요,,,그가 연기를 잘 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레젼드같은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가 연기를 기대에 못미치게 하면 어저나,,,하는,,ㅎㅎ
뭐 그의 팬이 아니라도,,,ㅎㅎ
님의 페이퍼를 보니 이 영화 꼭 보고싶네요.

이리스 2009-02-28 09:25   좋아요 0 | URL
케이트 윈슬렛에 밀리긴 하지만 그건 그가 못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너무 잘해서;; 라서 괜찮아요. :)

다락방 2009-03-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프리오는 어느 영화에서건 연기를 못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평론가들은 그를 싫어하죠. 자꾸 그의 외모만으로 그를 평가하려고 해요. 쳇.

이리스님.
유사한 상황에서 결국 비겁한 선택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해요.
그리고 저는 이 영화를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또 같은 선택을 하게 될거에요.

토닥토닥.


참고적으로 저는 [레이첼, 결혼하다]가 정말,정말,정말,정말 좋았어요!

이리스 2009-03-01 20:31   좋아요 0 | URL
디카프리오에게도 언젠가 그것을 넘어서는 날이 올거에요. 곧!!

선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것 같아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감사해요. :)

아, 그 영화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_^
 



 

운좋게 표가 생겨 보게 된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봤던 예술마당에서 공연 중이었다. 

관객이 참여하는 열린결말이라는 정보만 갖고 보러 갔다. 

어쩐지 어수선하고 애드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그런 연극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신없이 웃다가도 정신 바짝 차리고 범인 찾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연극이 끝났다.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이 좋았고,  

그때 그때 시기 적절한 대사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애드립도 훌륭했다.  

 

CSI를 너무 많이 본 관객들 탓일까? 너도나도 형사가 따로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예라한 관찰력의 소유자가 많은 것일까싶게. 

증인 역할의 관객들 사이에서도 은근한 경쟁심리가 발동해 서로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보려 애쓰게만드니 

<쉬어 매드니스>의 관객 참여 전략은 200% 성공한 셈이다. 

 

인터미션에도 배우들은 쉬지 않고 계속 무대에서 연기한다. 그 때 관객들도 단서를 함께 찾는다. 

형사에게 취재 협조를 위해 도움을 줄수도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극을 구성한 연출자가 궁금했다. 찾아보니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변정주씨다. 

아래는 그에 대한 무비위크 이유진 기자의 인터뷰.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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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줄거리 및 원작 줄거리 있음 

거꾸로 사는 남자가 있다. 노인으로 태어나 갓난 아기가 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 남자만 그렇다. 그 남자를 둘러싼 다른 모든 사람들은 거꾸로 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늙어가고 세상을 떠날 때 홀로 젊어지고 어려진다. 첫눈에 반했던 소녀는 아가씨가 되었다가 마흔을 넘어서는 중년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간다. 너무도 당연하게 시간이 흐른다.  

오로지 그만 다르게 변한다. 시간의 돌연변이인 그는 불행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 함께 있을 수 없고, 그 사람과의 사이에 낳은 자식도 부모로서 돌봐 줄 수 없다. 그래서 떠난다. 홀로. 떠난 그는 삶의 기억을 치매 환자의 기억력 수준으로 남기고 몸은 아기가 되어 마지막을 향해 작아져 간다. 한없이 작아져 사랑하는 여인의 늙어 주글주글한 주름진 손과 가느다란 팔에 안겨 새근새근 영원히 잠이 든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간다고 해도 사랑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원작과는 다르게 영화는 그렇게 한 편의 러브 판타지를 펼쳐 놓는다. 원작의 그는 쉰살이 넘은 아내의 모습에 질려하고 억지로 웃는다. 그는 젊은 청년이므로. 그리고 손자와 함께 유치원을 다니다 유모의 기억을 안고 마지막 숨을 거둔다.  

기막히게 감동적이고 완벽한데, 아기가 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품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벤자민 버튼과 할머니가 된 그녀는 그렇게 행복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그 마음이 원작을 들춰보고 나서야 편해진다. 이 편이 훨씬 사실적이구나. 그리고 그 간극은 이렇게도 멀구나, 확인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판타지는 판타지,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할 자신이 없는 나는 더 우울해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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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2-17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스님, 저도 영화부터 봤어요. 후반으로 가면서 세월의 흐름(거꾸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 이전보다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원작소설은 조만간 읽을듯.^^

이리스 2009-02-17 18:54   좋아요 0 | URL
아이가 되어 잠들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 현실과 같기도 한 듯 합니다.
육체의 변화만 다를뿐..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책이 나왔을 때 서점에서 대강 훑어봤었다. 그리고 덮었다. 그 책에 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건 초호화 캐스팅 때문이었고, 약속 시간 사이에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 

새로울 것 없는 로맨틱 무비 한 편, 이라고 짤막하게 감상평을 남겨도 될 일인데, 무심하게 넘기기에는 켕기는 부분이 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홀랑 넘어가서 간이랑 쓸개를 다 내놓고 춤춰댔던 나로서는 지지의 행동이 어찌나 익숙하던지. 

남자고 여자고 간에 상처 받는 걸 원하는 쪽은 없다. 자기애가 도를 지나쳐서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해석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러느라 놓쳐버린 인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한 모든 그럴싸한 이유들은 그저 자기 방어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문자메시지, 블로그, 메신저.. 이런 손쉬운 연락망 때문에 상처 받을 길은 더 많아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더 자기 방어에 신경을 쓴다. 반해놓고도 반하지 않은 척, 자신에게 반하지 않은 상대를 두고도 사실은 반했을 거라고 끝까지 우기기. 

모든 법칙에 예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핑계로 영화는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 된다. 그래, 그렇게라도 희망이란걸 갖게 해준다는데에 불만은 없다. 반하지 않았던 상대를 반하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시종일관 눈이 즐거운 스타들 총 출연에 해피엔딩이라니 로맨틱 무비의 소임을 다한 것.   

눈치없이 실수를 한 꼴이 된 지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알렉스를 향해 던진 통쾌하고도 절절한 대사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 있다. 해서, 이 영화의 핵심은 이런것 아닐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자, 끝까지 장 맛을 못보리라.'

자, 이제 장 담그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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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도 공감했는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from 라디오키즈@LifeLog 2009-02-19 13:19 
    오랜만에 팀원들이 몰려가 본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며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의 속내를 끄집어 내겠다고 시원스레 포부를 밝히고 시작한 영화는 정말 남자들의 속내에 접근했는지 까지는 확언해주기 어렵지만 다분히 공감가는 주제와 이야기들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이끌어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가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지만 섹스 앤 더 시티를 제대로 챙..
 
 
다락방 2009-02-15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리스님.
저는 이 책이 그저 그런책인줄로만 알았다가 완전 반했더랬어요. 정말 지독하게 재미있는 책이었죠. 계속 낄낄대고 밑줄 박박 그어가며 읽었어요. 지금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거예요.

도대체 그 책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저도 볼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이리스 2009-02-15 23:57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저는 아무래도 그 내용이 우리나라 정서랑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가 반감되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다락방님이 밑줄 벅벅 그어놓은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프레이야 2009-02-17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요샌 봐야겠다싶은 영화가 왜 이리 많대요.ㅎㅎ

이리스 2009-02-17 23:25   좋아요 0 | URL
봐야겠다 싶은 영화와 책은 언제나 거의 산더미죠. ㅎㅎ
 

 <작전 Scam> 이호재 감독, 박희순, 박용하, 김민정, 김무열...
 

우연히 작전 시사회를 보게 돼 무척 오랜만에 찾은 서울극장.  패스트푸드점은 사라지고 그곳엔 깔끔하고 넓은 별다방이 문을 열었다. 극장안에도 이젠 별다방이구나, 싶음. 중학교 2학년때 처음 갔던 서울극장을 2009년에 가보니 뭐랄까, 기분이 남달랐다. 추억의 층위가 다른 그 무엇들이 두텁게 덧칠해지고 있음을 느끼며..(그러니까 늙어서 서러워졌다는 ㅠㅜ) 

주식에 대해 이렇다할 지식도 없고 투자해본 경험도 없는 나로서는 뼈에 사무치는 아픈 기억도 없고 오금저리게 짜릿했던 기억도 없으니 영화 몰입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았다. 그런 점을 고려해본다면 꽤 스피디하고 탄탄한 짜임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게다가 감독은 무려 신인. <과속 스캔들>도 그렇고 <작전>도 그렇고 입봉 감독들이 자기가 직접 쓴 시나리오 들고 나와 선방하는 것이 요즘 대세인가?(이 영화의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조연 캐릭터들이 극의 흐름에 긴장감과 색다른 변화를 주고 있어 쫓고 쫓기는 이들의 돈에 대한 욕망의 한 판 승부를 더 뜨겁게 달궈준다. 박희순의 연기는 물만난 고기 같았고 박용하도 기대 이상이었다.  

'되는 놈만 되는 세상, 돈만 있어도 곤란하고 돈과 권력이 있어야 큰 소리 칠 수 있는 세상'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주식투자에 대한 경험과 상관없이 즐겁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인생이 다 작전이지. 안그런가?  Scam이 무슨뜻인지 궁금해서 사전 찾아본 1人. 인생이 Scam이야.. ㅜㅜ

 

* 네 명의 캐릭터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김무열. 뮤지컬 배우인데 영화는 처음인듯.    



뮤지컬 <김종욱 찾기> 中



아싸, 땡큐 쏘 머치! ㅎㅎ

이로써 한명 더 추가다.  윤계상, 신성록, 주지훈, 김무열. (마이 훼이버릿 러불리 그대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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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2-0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콜렉터..하나 추가군요..^^ =3=3=3=3

이리스 2009-02-02 11:54   좋아요 0 | URL
으하핫.. 그렇죠~

마늘빵 2009-02-0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부제는, 그러니까 '새로운 콜렉터 발견'. 김민정 때문에라도 봐야 할 영화.

이리스 2009-02-02 11:54   좋아요 0 | URL
ㅋㅋ 그치.. 난 김무열땜에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