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연출, 최민식 주연의 <필로우맨>
Matin McDonagh’s directed by Park Kun-Hyung

원 작: 마틴 맥도너 Matin McDonagh
연 출: 박근형
출 연: 최민식,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외

* LG아트센터 & 뮤지컬해븐 공동제작
* 공연시간: 2시간30분(휴식포함)


★ 2004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 ‘Best New Play’ 수상
★ 2005 토니 어워드(Tony Award) ‘Best Play’ 노미네이트
★ 2005 토니 어워드(Tony Award) 무대 디자인, 조명 부문 수상


촉망 받는 현대 극작가 마틴 맥도너와 한국 연극계의 미래 박근형 그리고 배우 최민식의 만남!

영국 런던과 미 브로드웨이를 강타했던 영국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최대 히트작 필로우맨이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연출가 박근형에 의해 한국 초연된다. <청춘예찬>,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 등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연출가 박근형.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사실적인 연출로 대학로 무대를 주름 잡았던 그의 역량이 정교한 대본과 대극장 무대와 만나 어떻게 변화되고 확장될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의 대표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 ‘카투리안’ 역을 맡으며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그리고 극단 골목길 단원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최고의 출연진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힐 것이다.

<필로우맨>은 2003년 런던에서 초연되어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 2004 / Best New Play)를 수상했다. 그 다음 해, 이 작품은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토니 어워드(Tony Award 2005)의 무대디자인, 조명 2개 부문을 수상하였고 ‘Best Play’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다시 쓴 그림 형제의 동화 - London Herald
소름 끼치는 환상. 롤러 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경험! - New York Post


극은 경찰서 취조실에서 소설가 카투리안이 심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카투리안이 쓴 작품과 흡사한 수법으로 엽기적이면서 잔혹한 두 건의 어린이 살인사건과 한 건의 실종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옆 방에는 지능이 떨어지는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이 잡혀와 있다. 카투리안은 범행과 그의 소설과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이를 취조하는 과정에서 카투리안과 마이클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이 드러난다. 그리고 카투리안이 쓴 '필로우맨' 이야기를 통해 살인사건의 진실도 그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는데..

<필로우맨>은 끔찍하게 잔혹하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유머로 가득 차 있다. 맥도너는 현실의 취조실과 카투리안의 소설 속의 세계를 교차시키며 치밀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마틴 맥도너는 스스로 데이비드 린치,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해롤드 핀터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흥미롭게도 연출가 박근형 또한 한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현대 희곡작가로 해롤드 핀터를 꼽았다.

* 이야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되묻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호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장의 규모나 무대는 공연에 부적합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찾았던 엘지 아트센터는 생각보다 불편하고 실망스러웠다.
 
한국판 필로우맨은 올드보이를 연상시켰다. 그것이 주연배우 최민식 때문만은 아닌듯 했다. 연출자의 스타일 때문일듯.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박찬욱 감독이 홀로 이 연극을 보러 왔다고 한다. 그리고 오리지널 공연에서는 팀버튼의 분위기가 묻어 났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오리지널 공연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마틴 맥도너는 70년 생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나이가 많지 않군, 하다가 아니지 내가 나이가 많은 거지? 싶었다. 후훗..
 
** 극중극으로 나오는 몇가지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역시나 '필로우맨'이었다. 필로우맨은 베개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온몸이 베개인 사람. 이 필로우맨은 끔찍한 삶을 살게될 사람의 어린아이 시절로 찾아가 아이에게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준 뒤 자살을 권유한다. 아이가 자살을 선택하면 자살을 도와준다. 최대한 사고로 보이는 죽음으로.
 
필로우맨은 어느날 어린 필로우맨과 조우한다. 필로우맨은 어린 필로우맨에게 자신의 괴로움과 고통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어린 필로우맨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기름을 붓고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다.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그려져 있어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은 여전히 웃고 있다.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어른 필로우맨은 조용히 다가가 불타는 어린 필로우맨을 꼭 껴안는다.
 
또다른 극중극인 작가와 작가의 형제에서 주인공 형제는 자식들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부모 밑에서 자라나며 형은 끔찍한 고문을 7년 동안 받고 동생은 사랑을 아낌없이 받는다. 동생은 형의 고통을 알게 되고 어느날 형을 구출하고 잠든 부모님을 베개로 차례차례 눌러 죽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필로우맨은 어린 형에게도 찾아갔었다고 한다. 고문을 받기 전의 행복한 어린아이였던 형에게로. 하지만 형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까닭은, 자신이 죽게 되면 동생이 이토록 근사하고 멋진 이야기들을 써내지 못할 것이기에 고통이 가득한 삶, 끝내 그 사랑하는 동생 손에 죽게될 삶을 선택했다고 한다.
 
필로우맨의 자살 권유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위로이며 동시에 고통을 나눠 갖는 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본다. 어린시절의 나에게도 필로우맨이 찾아와 이렇게 자살을 권유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삶을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긴 공연이라 주연 배우의 체력적 소모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쉬는 시간에 사먹었던 스태프 핫도그의 치즈덕은 맛이 좋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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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5-2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앗. 필로우맨 보셨군요! 저도 무지 보고 싶던데. 부럽네요. ㅜㅜ; 그나저나 필로우맨 이야기, 정말 무섭고도, 슬프고 따뜻하네요.

이리스 2007-05-2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예, 보고 싶어서 몇주전에 예매 해뒀다가 봤습니닷..^_^ 추천 감사해요.

네꼬 2007-05-2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걸 보고, 저도 페이퍼를 썼는데, 왜왜왜!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죠? 털썩. 으아아아아앙. (생난리를 치면서 운다.)

이리스 2007-05-2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 오, 님도 보셨군요. ^^ (생난리 치면서 우시느라 추천은 아니 누르신거에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