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 두 개의 상영관 중 더 작은 규모인 아트 큐브에서 <더 차일드>를 보다. 큰 상영관에서는 <천상의 소녀>가 상영중이었다. 시사회 당첨되고도 못갔던 영화. --;

 


<더 차일드>는 벨기에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다. 지난 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차일드>는 <아무도 모른다>를 떠올리게 했다.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카메라를 좇아 가야 하는 관객의 불편함, 화면에 펼쳐지는 그 차가운 색깔들, 음악에 조차 기대지 않고 무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건조하면서도 강렬한 슬픔.


20살의 남자, 18살의 여자. 그 사이의 어린 아들.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며 살아가는 남자와 이제 갓 18살인 여자. 지미라는 아이는 태어난지 한 달도 안되어 철없는 아빠에 의해 팔려갔다가 가까스로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다.

영화에서는 아이가.. 저 갓난아이 지미가 아니라 바로 20살의 남자이자 아빠인 브뤼노이다. 갓난아이 지미는 쓸데없이 울지도 않고 얌전하며 조용하게 지내는 반면 20살의 아빠는 장난이나 치고 다니며 매사가 엉망이다. 일은 멍청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소매치기를 해서는 돈이 생기는 대로 바로 써버리곤 한다. 심지어 아들을 팔고나서 돈을 세며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고 말하는..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에서 자식들을 버리고 떠났던 엄마를 천하의 몹쓸 여자로 비추지 않았던것 같이 <더 차일드>에서도 20살의 아빠 브뤼노를 인간 말종이라고 비난하는 시각으로 담지 않았다. 이런 브뤼노에게도 물론, 엄마가 있다. 하지만 엄마 역시 브뤼노를 대하는 시선이 서늘하다.

조용히 잠만 자는 너무나도 작고 여린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보다 브뤼노의 눈물이 더 가슴 아팠다. 20년 동안 저렇게 지내온 브뤼노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눈물을 흘리는 어린 청년, 피투성이 아기 브뤼노.

# 다르덴 형제에 대하여..

형인 장 피에르 다르덴은 1951년, 그리고 동생인 뤽 다르덴은 1954년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장 피에르는 몇몇 영화의 조연출, 스탠드업 코미디, 실험 연출 등을 경험했고, 동생인 뤽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이들의 장편이 불과 여섯 편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1975년부터 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벨기에의 산업 도시에서 지방 노동자 투쟁, 빈민들, 폴란드 이민 노동자, 68혁명의 실패한 세대, 반 나치 레지스탕스 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에 관한 60여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연출했다.

이들이 극영화로 방향을 돌린 것은 1987년 <거짓>과 1992년에 찍은 실험적인 영화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였다. 이 두 편의 작품은 몇몇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주목받기도 했으나, 그러나 이들을 세상에 알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여전히 다큐멘터리와 픽션 그 사이의 경계에 서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리얼리티는 언제나 영화 외부에 존재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 심지어 카메라에 저항하는 리얼리티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찍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큐멘터리의 이러한 양상을 영화로 끌어들이고자 하였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보여 주는 것(showing)이 아니라, 모든 것을 보게 하도록(seeing) 하고 싶었다. 인물과 상황들은 리얼리티의 불투명한 그림자 속에 남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담고자 하는 진실과 삶 자체이다.”

다르덴 형제가 드디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건 1996년에 연출한 <약속>을 통해서였다. 이 영화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에 나오는 한 구절로부터 출발된 작품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죄를 짓습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는 죄의식을 느끼고 그것은 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 필름2.0 (영화평론가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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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zzaa 2006-02-0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 같이 봐줬음 했었다고. 흑흑.

이리스 2006-02-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어... 이런...
미... 미안해... -_-;;; 울지말고, 이따가 보자고요! ^^

로드무비 2006-02-0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이리스 2006-02-03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로드무비님과 함께 영화보고 싶어요. ^^;;

hnine 2006-02-03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엉...

이리스 2006-02-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나인님... 음.. 울지마세요. 제가 안아드릴게요. *^^*
 



첸 카이거 감독에 장동건이란 배우인데 영화는 어찌 이렇게 나왔을꼬..  기대가 큰 탓이어서였나. 영화는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면 너무 욕심을 많이 부려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모든 토끼를 다 잡겠다고 덤비다 보니 정작 손에는 아무것도 안남은...

장백지는 아름답기는 하였으나 역할에 맞는 카리스마가 부족했고 장동건은 땅을 기면서 고기를 먹겠다고 덤비는데도 멋있었다. -_-;;;;;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 장백지에게 이르기를 시간을 되돌리거나 죽은 사람이 살아나지 않는 한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 고 말한다. 대신 그녀는 미녀가 되어 호이호식하고 살아간다. 시체 더미에서 빵을 찾아 훔쳐내던 그녀가 말이다.

바람처럼 달리는 설국인 장동건. 전투 장면과 하늘을 날며 칼로 겨루는 장면들은 멋지긴 하였으나 가슴을 울릴 정도는 아니었다.

조연으로 나오긴 했지만 장동건에 정신 팔렸던 것을 제외하면 나는 북공작에게 매력을 느꼈다. 장백지 때문에 타인을 믿지 못하게 된 불행한 운명이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를 가장 훌륭히 소화한 배우가 아닌가 싶다.

글쎄,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장백지의 손을 잡고 운명을 이기기 위해, 바꾸기 위해 달리는 장동건을 보면서 생각했다.

전에도 한 번 그런 생각해봤지만 나는 좀처럼 돌아가고 싶은 그 어느 순간이 없다. 그것은 지나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 있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서 그것을 싹 들어내고 싶지는 않다. 그것만을 오롯이 들어낸다고 해서 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돌아가고 싶은 시간, 되돌리고 싶은 운명을 생각할 때 단 하나의 답만을 가지고 살았다. 추호의 의심도 없이 단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순간이 소중한 것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그냥 이미 흘러간 그대로 두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어느 시절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심지어 바로 어제로도.

# 무극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비주얼은 괜찮으나 스토리 라인에서 무너졌다.. 이지만 내가 보기엔 비주얼에서도 무난한 정도이다. 그정도의 제작비를 들였으면 당연한 것 아닌가. 오히려 색감에 대해서는 <영웅>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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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서인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라니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나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카페라떼를 마시는 동안에도 들떠 있었다.

아이고 맙소사!  이 영화 안봤으면 두고두고 후회할뻔 했다. 박장대소가 몇번이며 감탄하게 만드는 대사가 몇번이고,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은 장면은 또 몇번이더냐. 감독이 직접 연기를 해서인가 연기라는 면에서 바라보자면 조금 부자연스러운 점도 있긴 했지만 그건 대수롭지 않았다.

이 영화가 칸에서 황금 카메라상까지 받았는지는 몰랐다. 나중에 영화정보를 확인해보고서야 알았다. 아, 내 심장을 이렇게 팔딱팔딱 뛰게 해주는 영화가 필요해. 역시 선댄스는 녹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유로워질 거야. 나는 용감해질 거야. 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양 살겠어.' 영화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나레이션이자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이다.

아흠, <스테이션 에이전트>도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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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가 어느날..

나는 게이다. 라고 선언하고 나와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버렸다면..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른뒤에 멋진 청년이 불쑥 찾아와 자신이 아버지의 연인이며 지금 아버지는 암으로 투병중이라 얼마 살지 못한다고 돌봐달라고 청한다면...

<메종 드 히미코>, 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사실 별로 특별할 건 없다. 이런 설정은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도 있을 법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기에 앞뒤 잴것도 없이 무작정 표를 예매했다. 가끔 찾곤 하는 상암 CGV 의 인디 영화관에서 관람.

스토리상으로는 갈등의 핵심인 딸과 아버지의 연인에 가장 주목해서 볼 듯 했으나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확산되었다. 주글주글 주름살이 가득한 트렌스 젠더를 보는 일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게이들의 실버타운은 비록 영화라서 아름답게 꾸며져 있지만 보통의 실버타운과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슬픔의 태생이 다른, 그런 독한 슬픔을 지닌 곳이다.

여자다운것, 비꼬아 말해 사내 자식이 계집애처럼 구는 것은 가문의 수치요,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드러낼 일이 못되는 것이다. 남성화 된 여성이나 남성으로 성전환을 원하는 여성들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주변의 비난과 손가락질에 길들여져 살아왔고 늙어서도 격리되고 담벼락에 욕설이 가득하다. 이를테테면 호모새끼들 박멸.. 같은 문구들.

나는 호모 포비아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이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는 여자도 아니다. 다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아버지의 연인(오다기리 조)가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놓고 있었다. 심지어 배나오고 살이 두툼하게 붙은 늙은 게이 아저씨가 흰 드레스를 입고 수줍어 하며 웃는 모습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아버지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다워질 자유가 있다. 결국 이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에 대한 부분이 건드려진다. 어떻게라는 방법론 앞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여성성을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폄하하도록 학습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남성성에도 아름다움이 배어 있지만 그것은 멋스러움이라고 표현되어 어쩐지 뭔가 실제보다 격상되어 평가받는 것은 아닐지.

영화를 보고 나와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들 앞에서 게이라고 놀림받으며 치욕스러운 비난을 받다가 기절까지 하는 수난을 겪었던 영화 속 인물이 생각나서, 그 캐릭터가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며 한껏 들떠서는 이렇게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이던 장면이 떠올라서 말이다.

- 베스트 장면을 꼽자면 아버지의 애인과 복잡한 심경으로 동침을 결심하게 되는 딸. 그러나 게이와의 잠자리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 결국 실패하는 장면인데 이토록 관객을 긴장하고 또 몰입하게 만드는 리얼한 베드신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 일본의 한적한 바닷가 풍경만 보면 미치게 그곳에 가고 싶어진다. 이 영화 역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이후로 또 나를 들끓어 오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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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6-01-3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놉시스를 읽고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본 영화인데, 역시 "이누도 잇신" 감독이란 생각을 하며 나왔습니다... 지금은 머리 맡에 부리부리한 눈을 흘기고 있는 "시바사키 코우"가 있는 포스터가 붙어있고요..^^

이리스 2006-02-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 조제... 요거 특별판 디비디도 구매 고려중입니다.
오오.. 포스터~ 포스터~
 

사실, 로맨틱 무비라고 생각해서 본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로맨틱 무비가 아녔다.  ㅜ.ㅡ 그점에서 무척 아쉬웠지만 영화는 기대했던 것 보다 세련되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줄거리는 뭐 익히 알려져 있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으나 이 영화는 모든 직딩들이 봐야 할 영화가 아닌가 싶은.. 그런 영화였다. 합병, 인수... 인원 감축.. 정리해고.. 이런 말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들 아니겠는가 말이다. 20년 넘게 일해온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잘리거나, 말도 안되는 처우를 받게 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어제는 잘나가던 뉴 페이스였으나 오늘은 실직자가 될 수도 있는 것.

스토리 전개상 이 영화에서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의 변화를 보여줬지만 그게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일도 해야 하고, 사랑도 해야하고, 결혼했으면 가정도 잘 꾸려나가야 한다. 말이 쉽지 정말 단 한가지라도 제대로 한다는게 어찌나 힘든 일인지는..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볼수록 안예쁘다. ㅋㅋ 그런데 이건 욕이 아니다. 안예쁜데, 매력적이다. 특히나 그 요상스럽게 듣기 거북한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신기할 따름이다.

극중에서, 번복되는 여러 상황을 겪은 어느 조연이 인생은 타이밍.. 이라고 말한다. 말끔한 수트를 입고 관리자의 자리에 섰던 자도 해고되어 후줄근한 점퍼에 면바지를 입고 있으면 영락없이 배달원처럼 보인다.

그래, 그대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오? 자신에 대한 것을 거의 배제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가족을 위한 헌신, 가족의 행복을 위한 철저한 자기 희생을 택하기라도 하시던지.

기계처럼 살아가는, 무의미한 인생처럼 덧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진정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갖자고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속삭이는 듯 하다.

아차, 음악들이 꽤나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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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틱 무비 아냐? 흠. 근데 보고 싶다. 나도 스칼렛 요한슨 나온거 봤는데.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이뻐. 매력적이야. 사랑스러워.

비로그인 2006-01-0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이 영화 보려 해요. 보고나서 아마도 저도 리뷰를 올리겠지요. 그런데 로맨틱 무비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글, 저도 로맨틱 무비인줄 알고 내일 보려는데 화들짝 놀랬습니다.

이리스 2006-01-09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진주.. 거기선 아주 예쁘게 나왔는데 이 영화에선 좀 별로야. 매력적이긴 하지만.
주드님 / 그러게요,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