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嫌われ松子の一生: Memories Of Matsuko, 2006)
<불량공주 모모코>를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이다. 폭력과 불운에 일생이 피떡처럼 뭉개진 한 여인의 일대기를 순례자의 일대기로 뮤지컬이란 장치를 통해 재치있게 버무려냈다. 화려한 색이 가득, 꽃과 나비가 날아들고 볼만한 CG도 꽤 있다. 장진의 수다스러움과 변주에다가 알록달록한 색감을 덧칠하고, 거기에 톤이 다른 메시지랄까.
혼자가 되느니 동거남에게 두들겨 맞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마츠코. 이봐요 마츠코. 인생은 원래가 혼자에요. 누군가랑 같이 살거나 혼자 살거나, 가족이 있거나 없거나 혼자인것을 당신은 왜 그렇게 외로움을 못견디는 거에요. 남자랑 같이 사는것, 그런거 이외에도 세상에는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달까?
그러나 감독은 마츠코를 신으로 명명하고 마츠코의 인생을 한 순례자의 그것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순례자가 고행을 겪고 나서 신이 되는 이야기처럼 그려놨다는 것에 크게 반감이 들지는 않는다. 몸을 팔고, 남자에게 툭하면 두들겨 맞다가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나서, 더럽고 추한 육체에서 벗어나 신이 되어버린 여자 마츠코 정도로 그리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증오하는 대상을 위해 기도할 수 있나요? 못하는게 당연합니다. 인간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신은 가능합니다.' 영화속에 나오는 이 말은 성경에 있는 구절에서 비롯된다. 류의 손에 들려 있던 신약성경. 류에게는 마츠코가 하나님이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고린도 전서 13장의 메시지가 아닐까? 아, 그럼 뭐지. 이 영화. 선교영화인가? 후훗.. 그런 생각을 하며 성경도 읽지 않고 교회도 가지 않는 날라리 신자로서의 일요일을 보냈다. (-_-;;)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노래, 노랫말은 바뀌어 있지만 귀에 익은 찬송가다.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세상 걱정 근심 우리 주께 맡기세... '
*일요일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관람. (스폰지 하우스로 이름이 바뀌고 나서는 처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