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P20

다른 사람 종이 멸종하는 와중에 호모 사피엔스를 번성하게 한 것은 초강력 인지능력이었는데, 바로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인 친화력이다. 우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 수 있다.  - P29

친화력은 자기가 축화 self-domestication 를 통해서 진화했다.
수 세대에 걸친 가축화는,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지능을 쇠퇴시키지 않으면서 친화력을 향상시킨다. 어떤 동물이 가축화될 때는 서로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많은 요소가 변화를 겪는다. 가축화징후" 라고 불리는 현상의 변화 패턴은 얼굴형, 치아크기, 신체 부위별로 각기 다른 피부색에서 나타난다. 호르몬과 번식주기, 신경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가 연구에서발견한 것은 조건이 일정하다면 자기 가축화가 타인과 협력하고*소통하는 능력도 향상시킨다는 점이다.
- P31

하지만 우리의 친화력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 우리 종에게는 우리가 아끼는 무리가 다른 무리에게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위협이 되는 무리를 우리의 정신 신경망에서 제거할 능력도 있다. 그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연민하고공감하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공감하지 못하므로 위협적인 외부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며 그들에게는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 P32

자기가축화 가설을 단순히 또 하나의 창조론에 불과하다고볼 수는 없다. 이는 우리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우리 종의 경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진정한 해법으로 고려해볼 강력한 도구다. 또 이것은 우리 종이 살아남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의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경고다.
- P36

개는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래로 많은 면에서 우리와더 닮도록 진화해왔다. 사람이 전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진화를도운 유전자가 개에게도 있어서 개는 조상인 늑대와 달리 사람이 채집하거나 경작한 양식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고지대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인류의 유전자가 티베탄 마스18티프종에게서도 발견되는데, 이 유전자로 인해 두 개체군 모두산소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도 온몸에 체내 산소를 전달할 수있다. 또 서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말라리아에 대한 항19체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그 일대 가정에서 키우는 개에게도 이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P56

자연이 일반적으로 수천 세대에 걸쳐 성취하는 것을 벨랴예프와 류드밀라는 인간의 한 생애 안에 이루어냈으며 그 결과로하나의 공식을 수립했다. 즉,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일 때 가축화가 발생한다는 공식 말이다.
- P70

두려움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난 여우는 협력적 의사소통 같은 사회적 기술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홀로 대면해야 했던 문제도 협력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은증진되었지만, 반면 인지기능에 관해 예상했던 가설은 우연에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인지기능 같은 사회적 지능은 두려움이 친화력으로 대체될 때 우발적으로 발생한 또 다른 능력이었다. 여우 실험은 우리가 개에게서 관찰한 협력적 의사소통기술이 가축화의 산물임을 입증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어주었다. - P75

개는 사람이 길들이지 않았다. 친화력 높은 늑대들이 스스로 가축화한 것이다. 이 친화력 좋은 늑대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종 가운데 하나가되었다. 현재 그들의 후예는 개체수가 수천만에 달하며 지구의모든 대륙에서 우리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고 있으나, 얼마 남지않은 야생 늑대 개체군은 슬프게도 끊임없이 멸종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 P80

사람에게 다가왔던 늑대들이 그러지 않았던 늑대들보다 친화력이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할 정도의 큰 이익을 누렸다는사실을 기억하자. 이 압력은 행동과 외모만이 아니라 심지어 인지능력까지 진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어떤 종 안에서 관용과친화력을 지닌 개체군이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났는데, 그형질 변화가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단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또한 자기가축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 P98

그렇다고 보노보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인원의 친척가운데, 오직 보노보만이 우리를 괴롭혀온 치명적인 폭력성에서 벗어난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탁월한 지능과 지성을 뽐내는 인간이 하지 못한 것을 보노보가성취한 것이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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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 넛지부터 팃포탯까지, 심리와 세상을 꿰뚫는 행동경제학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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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첫 완독책이다. 읽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말이었으니 해를 넘겼다.

책은 굉장히 쉽고 재밌게 써졌는데 오래 걸린건 뭐 그냥 연말의 어수선함과 아직도 방학을 못하고 학년말 업무에 치이고 있는 상황때문이라고 해두자. (그 방학 아직도 9일이나 더 남았다. ㅠ.ㅠ)


신년이 되면 항상 작년의 정리와 새로운 결심 이런걸 해야 하는데 작년에도 물론 했었다.

버지니아 울프 전작읽기를 시도했었는데 관련서적 2권과 버지니아 울프 소설 2권, 에세이 1권 달랑 읽었다. 

그나마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다 읽은건 다행이다.

언젠가부터 새해 계획을 안세우게 되었는데 그건 나라는 인간이 계획을 미루거나 폐기하는데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안되면 내일하고, 내일 안되면 다음 달에, 그래도 안되면 내년에? 내년에도 안되면 그냥 관두지라는 의식 패턴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가하는게 나란 인간이다. 딱히 목표지향적인 인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뭔가 이루겠다는 목표를 올해는 안하려고 한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또 다음으로 읽고 있는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으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좀 더 들여다볼 계기가 생겼다.

이 두 책은 모두 일단 인간의 선의에 대한 긍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이제 겨우 80여페이지 읽었으니 제쳐두고, 어쨌든 삶의 무기가 된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작년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작년의 나를 생각하면 일상에서 참으로 많은 불신과 냉소와 화로 나 자신을 소모했던 한 해였다.

연초부터 시작됐던 동료의 뒷통수 때리기, 직장상사의 부당한 공격, 온갖 불합리한 상황들, 도대체 소통하기 어려운 아이들.

그에 하나 하나 대응하고 싸우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그러다가 힘드면 술친구들과 욕이 섞인 신세한탄을 해대면서 점점 내 자신이 소진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싫은 사람이 자꾸 생기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은 거의 연말이 되어서였던 것 같다.

싫다 싫다를 외는 동안 내가 갉아먹고 있던 것은 내 자신었던 것이다.

반성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내가 싫은 사람을 좋아하자 이런 결심을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므로, 다만 싫은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하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희안해서 싫다는 말을 반복할 수록 그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이 책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갑철수'와 'MB아바타'를 스스로 들먹이다가 오히려 그 프레임에 갇혀버린 예를 들고 있다.

나의 새해 결심 따위를 대선이라는 거대 사건과 등치시키는 것은 민망하지만, 어차피 경제이론이든 정치이론이든 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나 자신과 내 환경에 대해서 좀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는 것과 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분리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한다는거다. 물론 그렇다고 사랑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래서 새해의 내 목표는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자가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 욕좀 하지말자도 같이......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과학으로 위장한 경제학에 '인간'이라는 요소를 다시 첨가했다. 예를 들어 주류 경제학은 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시스템(성과 연봉제)이나 쉬운 해고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인간은 돈만 아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만 갖추면 모두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살펴본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있을 때 일을 더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칭찬을 들을 때, 동료애를 느낄 때,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명예가 드높아질 때 더 헌신적으로 노동한다.  - 198쪽


이 책이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있는 경제학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이유가 바로 이 행동경제학을 토대로 우리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상황에 대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의 논리에 따르면 호모 에코노미쿠스로서의 인간은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IBM컴퓨터처럼 뛰어난 기억용량을 갖고 있으며 간디와 같은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로 항상 효용과 이익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존재인듯이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주류경제학의 저 논리가 계속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그 프레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인 자본에게 유리하고, 통제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논리들을 행동경제학의 온갖 실험과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하나씩 그 프레임을 깨고자 한다.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의 결론은 더 큰 보상을 기다리면서 마시멜로를 안먹고 참은 아이들이 사회적 성공을 거둔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겨우 9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고, 심지어 실험 대상 아이들이 모두 사회적 상류 가정의 아이들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이후 새로운 마시멜로 실험이 실시되었는데 표본을 900명으로 늘리고, 표본 대상도 인종, 민족, 부모의 교육수준 등을 고려해 골고루 배치한 것이다. 

그 결과는?

아이들의 성공여부는 만족지연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부모의 사회적, 경제적 능력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게 되었단다. 

그렇다면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가르치는 것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의 가정환경, 경제능력과 상관없이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의 구비로 눈을 돌려야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금수저들의 갑질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이 역시 실험 결과를 보면 황당하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실험에서는 고소득자들이 오히려 가난한 이들보다 더 나눔에 인색한 결과까지 보인다.

돈이 인간을 사악하게 만든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다.

뇌물과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나만 안하면 무조건 내가 손해야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폭망하는 길로 사이좋게 손잡고 가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고, 우리 사회에서는 사교육 현장에서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 여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어 살짝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이 책의 수많은 사례와 실험들을 보면서 절망하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오락가락하게 된다.

그러나 시장의 논리가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한국사회에서 인간을 이야기하는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다시 짚어봐야할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한다. 

글은 쉽고 가볍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그렇게 이기적인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게 되는 것도 행동경제학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여전히 나는 희망을 본다.

인간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지만, 그 알수없음의 밑에 깔려있는 인간의 선함과 연대와 다정함과 배려의 힘을 다시 믿어보는 것이다.


아 그리고 알라딘 서재지인들을 위한 유용한 팁하나

이 책의 첫 주제가 자아고갈 이론에 대한 이야기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인데, 이걸 보면 알라디너들이 왜 책탑을 쌓아놓고, 집에 둘 공간도 없으면서 자꾸 자꾸 책을 사는지를 알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구매하지 않는데도 에너지가 든다. 사고 싶은 책을 안사고 인내하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간의 에너지란 한정된 것이라 이 에너지가 계속 소모되면 결국 오로지 욕구만 남아 폭풍쇼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중에 야식을 폭식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음 그러니까 끝까지 참지말고 한번에 한권씩 책을 사서 욕구를 좀 풀어주는것?

그래서 인내에 에너지를 너무 쓰지 않으면서 점점 구매 간격을 늘려가면서 자기 통제력을 확대하는 것이 정답 되겠다.

물론 많은 이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듯이 서재 지인들 역시 성공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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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3 06: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다정하시고 욕(?)도 안하실거 같은데 아닌가요? ㅎㅎ
새해 목표달성을 응원합니다~!!

마지막 서재 팁 유용하네요. 저는 한번 책살때 깨알같이 딱 2만원 맞춰서 구매하는데 문제는 이 주기가 대단히 짧습니다. 일주일에 2~3번? ㅋ 배송비 아까워서 1권씩은 못사겠어요. 택배기사님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

올해는 버지니아 울프 전작 하실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22-01-03 09:11   좋아요 5 | URL
제가 반전매력이 있습니다. 욕잘하고 싸움도 잘하는걸로..... ㅎㅎ
저기서 다정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그냥 싫으면 싫다 하고 끝내고 더 이상 욕 안하는사람요. 그게 목표입니다. ㅎㅎ
새파랑님은 저런 팁 필요없으실듯..... 저런 팁이 필요한 사람은 저처럼 읽는 속도가 구매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거죠. 사는 족족 다 읽어내시는 새파랑님이야 그냥 계속 사셔도 될듯요. ^^

버지니아 울프 전작 응원도 감사드립니다. ^^

청아 2022-01-03 07:40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돈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얼마이상 부터는 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금수저들이 마약도 하고 프로포폴도 하지않나 싶기도해요. 🤔
자아고갈이론은 특히 저에게 아프게 와닿네요 아웅ㅎㅎ🥲

바람돌이 2022-01-03 09:14   좋아요 8 | URL
이 책에서는 금수저들이 마약도 하고 하는게 결국 자기만족의 지연을 경험할 이유가 없었던 삶이 원인이라고 얘기하던군요. 무엇도 다 참을 이유가 없는 삶을 살아왔으므로 저렇게 조금만 맘에 안들면 폭발한다고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 금수저들이 이 사회에서 성공한다는거죠. 부모 빽으로다가...... 그래서 금수저가 사회지도층이 되는 사회는 위험하다고 얘기하고도 있고요.

자아고갈이론 대부분의 알라디너들이 뜨끔하지 않을까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01-03 07:56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올 해는 바람돌이님의 꿀팁을 꼭 실행해 보겠습니다.
허벅지 꼬집으면서요^^
되려나? 할 수 있어!
되겠지? 할 수 있다니까!
를 계속 세뇌시키면서요ㅋㅋㅋ

바람돌이 2022-01-03 09:15   좋아요 8 | URL
너무 참지 말라는게 이 이론의 핵심인걸요.
허벅지 꼬집을정도 되면 우리 불쌍한 몸 괴롭히지 말고 슬그머니 그냥 1~2권을 사주는걸로요. ㅎㅎ
오히려 그게 폭풍구매를 막을수 있다잖아요. ㅎㅎ

얄라알라 2022-01-03 10:58   좋아요 5 | URL
지나가는 과객, 책읽는나무님과 바람돌이님 두 분 대화에서 허벅지 꼬집‘이 등장하여 조용히 웃고 갑니다^^ ‘그냥 사 주고, 더 큰 폭풍 구매를 막을 지어다‘ 현명하신 충고이십니다. 바람돌이님,

책읽는나무 2022-01-03 11:07   좋아요 5 | URL
안그래도 지난 달부터 지금 눈독 들이고 있는 듄!!!!!!!!
듄 눈도장 찍고 있는데 북사랑님의 리뷰 읽고 확 지를 뻔 했다가..
그날부터 엄청나게 갈등중이랍니다ㅜㅜ
폭풍 구매냐?....허벅지를 꼬집이냐?? 고민하다가 해가 넘어갔네요??ㅋㅋㅋ
듄을 폭풍처럼 사지 말고, 1 권씩 사들이도록 하라!!!!! 갑자기 제 귀에 그리 들립니다????ㅋㅋㅋ

오거서 2022-01-03 12:53   좋아요 3 | URL
북사랑님 조용히 가시지 않고 … 저도 기웃거려요. 댓글 보면서 저도 웃음 ㅎㅎㅎ

바람돌이 2022-01-04 00:11   좋아요 2 | URL
북사랑님 책탑은 막을 수 없으나 높이라도 줄여보자는 꼼수죠. 더불어 우리의 허벅지는 소중하니까요. ㅎㅎ
나무님 듄은 저도 눈독 들이고 있는데 다행히 권수가 많아서 저걸 언제 읽어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리즈는 진짜 한권씩 사기 힘들어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뒤가 궁금해서 결국 한꺼번에 지르게 된다는.... 그러니까 우리 시리즈는 그냥 한권으로 치자고요. ㅎㅎ
오거서님 그냥 조용히 가시지 않고.... ㅎㅎ 책때문에 생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요. ^^

프레이야 2022-01-03 18: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인내에 드는 에너지비용 크지요.ㅎㅎ
너무 인내하다가는 화병 생깁니다.
적절히 자신의 방식 대로 풀고 사는 게 답인 것 같아요. 홧팅! ㅎㅎ

바람돌이 2022-01-04 00:12   좋아요 3 | URL
글쎄말에요. 스트레스로 화병 생기느니 그냥 지르고 풀고 행복해하는걸로..... 돈은 다른데서 줄일 수 있는곳이 분명히 있다니까요. ㅎㅎ

han22598 2022-01-03 14: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욕 좀 하지 말자....같이 다짐해봅니다. 끄응. ㅠㅠ

바람돌이 2022-01-04 00:13   좋아요 2 | URL
그쵸 그쵸... 욕하면 제 마음이 자꾸 더 피폐해지는거 같더라구요.
오늘도 욕나오는거 잘 참았어요. 별거 아닌 일은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기로.... ㅎㅎ

그레이스 2022-01-03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내에 에너지를 너무 쓰지 않으면서....ㅋㅋㅋ
여기 재미있으면서 좋은 방법인듯요.

바람돌이 2022-01-04 00:1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어떤 의미로 보면 실용서로도 보이더라구요. 뭔가 말도 안되는 상황에 속상할 때 원인을 알려주면서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글들이 많아요. ㅎㅎ 분명 경제학책 맞는데 말이죠. ^^

stella.K 2022-01-03 16: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팁은 정말 압권입니다.ㅎㅎㅎ
근데 일리는 있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님 저도 그래요. 계획 같은 거 같은 이유에서 안 세우죠.
근데 적어도 독서 계획은 세워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흐흐.
맞아요. 욕은 좀 안 할 필요가 있죠.
이 책 정말 읽고 싶네요. 기억하겠슴다.^^

바람돌이 2022-01-04 00:17   좋아요 3 | URL
저는 독서 계획도 그냥 하던대로 그 때 그때 읽고 싶은 책 읽는걸로요. 굳이 목표를 세운다면 책꽂이에 꽂히지 못하고 지금 제 앞에 쌓여있는 책탑을 무너뜨리는걸로..... 분명 읽고 싶어서 샀는데 자꾸 밀리는 책들 말이죠. 올해는 책탑은 하나로만.... 지금은 책탑이 3개예요. ㅠ.ㅠ
이 책 술렁술렁 잘 넘어가요. 그런데 들어있는 얘기들은 안 술렁술렁.... ^^

mini74 2022-01-03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참지말고 사자는 문장만 눈에 콕 ! 들어옵니다 바람돌이님 ㅎㅎ

바람돌이 2022-01-05 01:02   좋아요 0 | URL
원래 내 맘에 드는 것만 눈에 쏙 들어오고 나머지는 까먹는게 우리 인간의 훌륭함이죠. ㅎㅎ

희선 2022-01-04 0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나쁜 사람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아닌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요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도 있으니... 싫어하는 사람 생각하는 것도 힘이 들 듯합니다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생각하지 말고 그런가 보다 하세요 그게 좀 어렵기는 하겠지만...

바람돌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바람돌이 2022-01-05 01:03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그러려니 생각하려 노력하는데 그게 잘 안될때가 생기더라구요. 새해에는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희선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왜 많이 아는 선생님이 잘 못 가르칠까?
내가 아니까 남들도 다 알 것 같다고 전제를 깔아 버리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저주‘다. 덧붙여서 행동경제학자 콜린 캐머러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늘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 P120

작은 수의 법칙에서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교훈은, 시도한 횟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이변이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며 자기 경험을 밀어붙이는 태도가 위험한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진리는 혼자 해 봐서 나온 결과에서 도출되지 않는다. 괜히 자기의 경험만 믿고 고집 피우지 말고,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는 수천수만 명의 경험을 모아 그 속에서 진리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 P128

 불평등의 원인을 모조리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 낸 수많은 자산들을보다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이완배 씨의 운을 소말리아의 바레 씨에게 나누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P136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
지금껏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가정 아래 이론을 구상해 왔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타인을 생각하는 등력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이기심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이 아닌, 협동을 전제로 한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다.
- P146

애리얼리 교수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범죄나 부정부패는 나쁜놈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도덕적인 사람들도 빠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환경만 조성되면 나약한 인간은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 P154

파농에 따르면 서민은 프랑스 제국주의자로부터 받는수직 폭력 탓에 곤궁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그 곤궁이 서민을더 폭력적으로 만들어 수평 폭력을 휘두르게 한다. 빈곤의 늪에서허우적대던 서민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죽이고 두들겨 패는방식으로 수직 폭력의 한과 고통을 푼다. 알제리 서민은 원래 썩은사과가 아니었고, 그들을 둘러싼 사과 상자가 썩었기 때문에 오염됐다는 이야기다.
- P160

성과 연봉제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전제를품는다. 그래서 더 많은 성과급을 주면, 노동자는 더 경쟁적으로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애리얼리의 실험에서 나타나듯,
인간은 그렇게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돈 더 줄게. 더 열심히 일해!" 라는 말에 의욕을 갖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기도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다.
고 믿을 때, 나의 동료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을 때 더 헌신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협력하고, 동료를 존중하며, 모두의 이익을 위해 나의 이익을 포기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라는 뜻이다.
- P171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행동경제학은 과학으로 위장한 경제학에 ‘인간‘이라는 요소를 다시 첨가했다. 예를 들어 주류 경제학은조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시스템(성과 연봉제)이나 쉬운 해고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인간은 돈만 아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만 갖추면 모두가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살펴본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인센티브가 있을 때 일을 더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칭찬을 들을때, 동료애를 느낄 때,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명예가 드높아질 때 더 헌신적으로 노동한다.
- P198

이 실험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A 그룹 참가자 가운데 연 소득이 2,400만 원 이하인 빈곤층은 연 소득 1억 8,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보다 평균 44%나 많은 돈을 나눠 줬다. 부자가 더 많이 나눌 것 같지만, 그들이 훨씬 구두쇠 노릇을 했다는 이야기다.
실험에서 알 수 있듯 대다수의 금수저는 오만하며, 법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나눔의 정신도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낮은 사람은 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며, 멸시받고 천대받아도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강연 제목을 ‘돈이 당신을 사악하게 만드나 (Does money makeyoumean?)?‘라고 지었다.
- P206

상대가 죄를 지었어도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용서하자‘
는 말은, 일견 사랑이 넘쳐 보일지 모르지만 행동경제학적으로는옳은 전략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단죄해야 한다. 그래야 그 죄의 반복을 멈출 수 있다. 루쉰이 "페어플레이는 이르다"고 단언한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243

‘노오력‘을 하면 인생이 바뀌다?
자기 통제력을 기르고 ‘노오력‘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틀렸다.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인생을 바꾸기는 힘들다. 노오오오~~력을 해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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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이 효율을 낳는다‘는 멀레이너선과 샤퍼의 연구는 사람을 더 결핍 상황으로 몰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사람은 결핍상태에 놓일수록 그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창의성을 상실한다. 작가가 마감 시간을 앞두고건강을 잃는 것도 바로 그런 문제다.
- P37

그래서 정말로 좋은 낙관주의는 ‘무조건 잘될 거야.‘라는 자기중심적인 희망이 아니라, 현실이 어렵다는 걸 인정하고 더 나은 미리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낙관주의다. 이런 낙관주의는 자기가원하는 세상이 오늘 오지 않아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엄혹한현실에 맞서 싸우기 위해 또 준비한다.
- P63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참여가 필요하다. 내 손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참여의 경험을하면, 사람들은 서로 돕고 나누는 협동의 세상을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이케아 이펙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바꿔 나가는 그 무언가를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법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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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2-01-01 08: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

바람돌이 2022-01-02 23:50   좋아요 2 | URL
앗 늦은 답이네요.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서재에서 겨울호랑이님 좋은 글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
 

예술은 사유하게 한다. 사유를 촉발하는 힘까지 예술의 일부이다. (18쪽)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현대의 질문에 이 책은 사유라고 대답한다. 인간과 자연 세계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한 사유의 촉발이다.  영화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기존에 알고있던 세계를 다른 시각으로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하는 것, 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라는데 동의한다. 이 책은 그런 전제하에 영화와 미술을 종횡무진하며 이 시대의 예술이 어떻게 다른 사유의 힘을 보여주는지를 찬찬히 읽어나간다. 

  한국사회의 자살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통계수치로 보여질 때와 예술로 보여질 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 사는게 증발하거나 죽는 것보다 행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영화나, 굳이 상기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사람들을 우리 앞으로 끌어내서 보여주는 것도 결국 예술의 힘이다. 

 카프카가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은 예술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내게 그런 충격적 각인을 가장 강렬하게 안겨준 것은 아주 오래전 봤던 이안 감독의 영화 <결혼 피로연>이었다. 1993년 당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부서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야 이 영화에서 말하는 동성애코드는 그야말로 너무나도 평범할 뿐만 아니라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는 달랐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동성애자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되던 시대였고, 기본적으로 정보 자체가 없었던 시기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 진보를 자처하던 나 역시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고,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정도에 머물렀다.

그 때 본 이 영화가 나의 내면을 깨뜨리는 도끼가 되었던 것은 "아 동성애라는게 특별한게 아니구나! 저 사람들(물론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서겠지만) 정말 그냥 사랑을 하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듯이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도 그냥 사랑을 할 뿐이구나, 이상하거나 다른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게 동성일수도 아니면 이성일수도 있는거였구나" 

이 영화는 적어도 내게는 나의 내면의 얼어붙은 동성애 혐오코드를 깨뜨리는 도끼였던 것이다. 

이안 감독이 있었기 때문일까?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물론 대만 사회 내부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은 듯하다. 내가 대만여행을 갔을 때 한창 총통선거기간이었다. 한국어가 약간 되던 택시기사에게 당신은 누구를 지지하느냐라고 하니 국민당을 지지한단다. 이유가 뭐냐니까 민진당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서 싫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그러나 결국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했고, 대만의 작은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주변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테다. 근거없는 혐오에 바탕을 둔 차별들이 없는 세상은 이런 노력들에 의해서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겠지라고 하면 지나친 낙관일까?





뱅크시가 자신의 작품을 웹에서 팔면서 문제를 냈다.

<먼저 '예술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50단어 이내로 대답해야 했다. 좋은 답을 쓰면 무료로 물건을 받을 수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물론 결제를 해야 했다.(스톰지 조끼를 원했던 변호사 친구는 '예술은 생각하게 하고 토론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둘 다 사회에는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썼다. 불행히도 우편 배달원은 찾아오지 않았다. - 221쪽>


아쉬운건 이 온갖 대답이 가능한 질문에서 당첨된 대답이 무엇인지 책에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뱅크시와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서 계속 머리속을 맨도는 것은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예술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이었다. 그가 웹에 냈던 문제와 같은 질문을 뱅크시를 좋아하는 기간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9년에 뱅크시는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그림 '소녀와 풍선'이 낙찰되는 순간 액자에 설치되어있는 자동 파쇄기가 작동하면서 그림이 파쇄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뱅크시쪽의 입장으로는 그림이 반만 파쇄된것은 기계의 오작동이었고, 원래는 모두 파쇄하려 했다지만 실제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 퍼포먼스는 뱅크시가 기존에 보여주었던 예술에 대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뱅크시는 이렇게 말했다. "갤러리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 관람객에 불과하다."라고.....


윌 엘즈워서-존스라는 어려운 이름의 영국인이 쓴 이 책 <뱅크시 - 벽 뒤의 남자>는 어찌보면 뱅크시 덕후가 그의 작품활동의 궤적을 꼼꼼하게 추적하면서 쓴 일종의 안내서이다.

뱅크시 스스로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이런 작업을 안하니 할 수 없이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뱅크시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유용하다. 

또한 뱅크시의 작품이 이후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경매에 올려지고 그것을 둘러싼 온갖 논란들에 대해서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다. 

뱅크시를 둘러싸고 있는 논란을 들자면 정말 끝이 없다. 

아무 설명없이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쉬운 그의 그림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앞에서 말했던 사유를 촉발하는 힘으로서의 예술을 생각하면 뱅크시의 그림은 당연히 예술이며 그것도 뛰어난 예술이다. 

그는 온갖 사회의 권위에 대해 뻑큐를 날린다. 부당한 팔레스타인 장벽에 장벽 너머의 삶에 대한 꿈을 보여준다. 환상의 디즈니랜드가 아니라 현실의 삶을 보여준다. 무엇을 보여주든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 외에 나머지 문제들은 사실상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뱅크시가 돈을 얼마나 벌었든, 그가 하드 그래피티계에서 말하는 그래피티계의 배신자든 아니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참고로 뱅크시는 많은 돈을 벌었지만 또한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실제 뱅크시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은 뱅크시의 그림이 그려진 벽을 떼어가서 경매에 붙이고 하는 이들이다.)





뱅크시의 그림을 보겠다고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일부러 가기는 힘들고, 실제 뱅크시 그림이 어떤 식으로 어떤 장소에 그려졌는지를 실제 모습으로 보려면 이 책이 유용하다. 

이 책은 뱅크시라는 화가의 100% 진심 덕후인 저자가 "거리의 예술은 거리에 남아 있어야 한다"(12쪽)라는 확고한 신념하에 뱅크시의 그림이 실제 그려진 영국 곳곳의 장소를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심지어 가는 방법도 있다.(그런데 제일 큰 문제는 뱅크시의 이 그림들이 대부분 없어졌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의해서 희미해지다가 없어진 경우도 있고, 공무원이나 주인에 의해서 벽이 다시 칠해지면서 없어지거나 다른 그래피티 화가가 덧그리거나 심지어는 건물 주인 또는 벽을 사들인 사람들에 의해서 철거되어 경매장으로 가거나 등등)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림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책은 거리의 예술가로서의 뱅크시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하겠다. 






뱅크시의 작품들을 제대로 된 도판으로 보고자 하면 이 책이다.

애초에 화집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도판들이 훌륭하다. 

뱅크시의 그림은 머리 아프게 골머리 싸매며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보는 순간 내가 이 그림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또는 아 이건 뭐지 하면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계의 이면을 바로 깨달을 수도 있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것이 맞다. 뱅크시에 대한 구구절절한 어떤 해설보다도 그의 작품이 그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글자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에서 가장 웃겼던 뱅크시의 이야기는 그가 일반적으로 스프레이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래피티에 스텐실 기법을 쓰게 된 계기를 적은 에피소드다.


<열여덟 살 때, 난 친구들과 밤새 열차 벽면에다 커다란 은색 물방울 무늬 글자로 '또 지각이야'라고 쓰고 있었다. 경찰이 나타나자, 나는 가시덤불 사이를 헤치며 도망을 쳐야 했다. 나머지 녀석들은 차를 타고 급하게 도망쳤지만, 나는 덤프트럭 밑에서 흘러내리는 엔진오일을 얼굴에 맞으며 한 시간도 넘게 숨어 있어야 했다. 나를 쫓는 경찰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림 그리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든지 아니면 애초에 그림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와중에도 연료탱크 밑에 스텐실로 새겨진 글자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식으로 따라하면서 글자 크리를 90cm정도로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으로 돌아온 난 조용히 여자친구가 누워있는 침대로 기어들어가, 어젯밤에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심장에 안 좋으니 마약을 그만 하라고 했다. -15쪽>





위의 책과 같은 책인데 약간 편집이 다르다.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 책 가격을 생각해서 편집을 조금 손보고 책의 판형을 줄여 나왔던 것 같다.

내게는 뱅크시를 처음 알게 해준 소중한 책이지만 제대로 도판을 보려면 위의 책을 보는게 맞다.







문제는 최근에 나온 뱅크시 - 벽뒤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절판이라는 건데 중고 가격이 최소 2배에 이른다. 아 진짜....

그러나 나는 이 절판된 책 3권을 다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페이퍼는 결국 자랑질 페이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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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8 07: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절판되 책은 비싸다는 교훈이군요 ^^
‘예술이 왜 중요한가‘의 당첨된 대답이 없는 이유는 예술은 답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

바람돌이 2021-12-28 14:36   좋아요 2 | URL
깨알같이 교훈을 찾아내시는 새파랑님 역시 예리하십니다. ㅎㅎ 예술이 왜 중요한가의 당첨은 분명히 있었을겁니다. 왜냐하면 누군가는 공짜로 뱅크시의 작품들을 받아갔거든요.

mini74 2021-12-28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랑질 맞는데요 ㅎㅎ 부러워요 ~~

바람돌이 2021-12-28 14:36   좋아요 1 | URL
솔직히 말이죠. 책자랑 할데는 여기밖에 없어요. 다른 곳에서는 아무도 저걸 자랑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음요. ㅎㅎ

잘잘라 2021-12-28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바람돌이 님 부러워요!!! 당장 벽 뒤의 남자를 주문하러 고고씽.....? 끽! 잠깐, 오늘 페이퍼에서 제일 좋았던 건 사실 바람돌이님의 ‘얼어붙었던 바다‘ 이야기!!! 바다 얘기, 도끼 얘기, 예술 얘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휘리릭~)

바람돌이 2021-12-28 14:38   좋아요 1 | URL
벽뒤의 남자 재밌었어요. 그런데 사실 뱅크시 보려면 역시 도판을 직접 보는게.... 물론 현장에 가서 직접보는게 최고겠지만 말이죠. 제 칭찬 잔뜩해주신 잘잘라님 바람과 함께 사라지기 전에 저의 감사 윙크는 받고 가세요. 찡긋!!!

라로 2021-12-28 1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자랑은 이렇게 하는 거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근데 저도 한국에서 동성애에 대해 금시초문 뭐 그랬는데요, <조선의 퀴어>라는 책 읽고 놀랐어요. 우리 조상들이 아주 개방적이었더라구요!! 우리가 그 이후로 동성애에 대해 모르게(?) 된 이유도 알게 되었구요. 암튼 글 잘 읽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12-28 14:41   좋아요 1 | URL
다음번에 라로님의 자랑을 또 기다립죠. 배운대로 행하는 것이 우리 서재인들의 임무라죠. ^^
어떤 생각이 확 바뀌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찾기는 보통 어려운 경우가 더 많잖아요. 오랜동안의 경험과 공부 등에 의해서 조금씩 바껴가는게 더 많으니까요.
그런데 동성애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 정말 저 영화가 기본 접근태도 자체를 확 바꿔버렸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인생영화가 되었다는...... ^^ 라로님이 말한 <조선의 퀴어>는 처음 듣는 책인데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오늘도 흥미로운책 하나 덕분에 얻었습니다. ^^

기억의집 2021-12-28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시사인 읽는데, 그 진보적이라 알고 있는 프랑스도 동성애에 대한 반대하는 사람이 많대요. 저는 프랑스나 유럽같은 나라는 전체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워 졌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프랑스 정치인들이 동성애자가 없다고 어느 분인지 그렇게 쓰신 것을 읽었어요. 근데 이 말이 맞는지 의문은 생기더라구요. 유럽에 대한 정치나 사회에 대해 잘 몰라서...

바람돌이 2021-12-29 10:00   좋아요 1 | URL
반대하거나 하는 사람은 어디나 있지 않을까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나 부끄러움이 하나도 없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남자다움을 증명한다거나 하는 분위기가 문제인거 같아요. 심지어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조차 그런 발언을 대놓고 하잖아요. 프랑스 사회는 그런면에서 우리 사회와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적어도 동성애에 혐오하더라도 그것을 대놓고 얘기하지는 못하는 정도? 저도 그쪽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건 마찬가지라서 짐작일뿐입니다. ㅎㅎ

희선 2021-12-29 0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절판된 책 세권 다 있으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바람돌이 님은 뱅크시를 바로 알아보셨군요 저는 이름 올해 들어봤어요 라디오 방송에서 뱅크시 전시회 한다는 말이 나오고 얼마 뒤 책이 나왔다는 거 알았습니다 제가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1-12-29 10:04   좋아요 2 | URL
뱅크시를 일찍 알아본건 그냥 우연이었을 뿐이고 제가 뱅크시를 알게 됐을 때도 이미 그는 유명인이었습니다. ㅎㅎ 근데 뱅크시 - 벽뒤의 남자를 보니 그 뒤에 뱅크시 그림이 진짜 많이 올랐더라구요. 아 저도 진작에 그림하나쯤 사놓을걸, 이베이를 통해 사면 되는것을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합니다. ㅎㅎ 지금 서울에서 뱅크시 전시회 하던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보러 갈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 전시는 뱅크시전시답지 않다는 느낌도 많이 들더라구요. ㅎㅎ

han22598 2021-12-31 15: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낚였네요. ㅎㅎㅎ 바람돌이님의 자랑질 페이퍼에..
뱅크시뱅크시..이름만 듣다가...이번 기회에 구글링 해서 몇개 작품을 봤어요...
느낌은 그림이 어렵지 않네요 ㅎ
바람돌이 덕분에...이렇게나마..미술,예술 분야의 귀동냥 지식이 늘어갑니다.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2-01-02 23:52   좋아요 0 | URL
자랑질을 사랑스럽게 여겨주시는 이곳 지인님들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못하는 자랑질을 합니다. ㅎㅎ
뱅크시 그림은 어렵지 않음으로 해서 누구나가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들, 권력이 가진 속성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한명의 뱅크시 팬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

희선 2022-01-01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지만 0시가 넘었으니 새해지요 2022년에 하고 싶은 거 하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바람돌이 님 식구도 모두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1-02 23:53   좋아요 1 | URL
꼬박 새해가 이틀이나 지나고서야 답글을 남깁니다. 한해동안 관심과 애정어린 댓글들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늘 건강하시고 가족분들 모두 건강복 잔뜩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