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추우면 나가기 싫어서 시간이 나도 집콕하게 되더니....
김연수작가님 말처럼 가을이 되자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내가 되었나보다.
휴일만 되면 자꾸 나가고싶어지는 가을이다.
역시 독서의 계절은 여름 또는 겨울인게야..... ^^
나는 사실 바다보다는 산을 더 좋아한다.
이제는 체력이 안돼서 2박3일 등반 같은건 못하겠지만, 대신 하루 등반 같은건 꽤 좋아하는 편이다.
올 초 갑자기 아파서 잘 못걷게 되었을때 많이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아 이젠 산에는 못가겠구나....
그런데 사람이 또 그러다가도 좀 나아지니 혹시 할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을 또 하게된다.
지난 번 대왕암이랑 슬도 갔을 때 나 걷는걸 보던 친구들이
"야 너 지난 여름보다는 진짜 훨씬 걷는게 좋아졋네. 그럼 산에도 한 번 살짝 가볼까? 뭐 가다가 안되겟다 싶으면 내려오면 되니까...."
그래서 어제 일요일 정말 오랫만에 - 작년 겨울에 경주 남산 갔다온게 마지막이니 1년이 조금 못되는듯..- 산에 갔다.
물론 내가 오르막을 아직 잘 못걸으니 본격 등산은 불가능하고 밀양 가서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능선타고 천황산 봉우리까지 갔다오는 코스로.... 빨리 걸으면 왕복 2시간정도의 짧은 코스지만 우리는 가다 쉬고 경치구경도 해야 하니까 중간에 있는 샘물식당에서 두부김치도 먹고 해야 하니까 약 3시간정도 걸렸다..
어쨋든 걸었다.
나 스스로도 내 예상보다 훨씬 잘 걸어서 감사했고, 남편이 진짜 많이 좋아했고, 그리고 친구들이 같이 기뻐해준 그런 등산이었다.
그러면서 또 기분이 업된 나는 친구들에게
"친구들아, 나는 늙어서 제일 하기 싫은게 산악회 관광버스 타고 모르는 사람들한테 섞여서 등산가는거야. (생각보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립니다.) 그니까 너네들은 다 아프지 말고 잘 살아서 늙어 죽을때까지 나랑 이렇게 등산해줘야돼."
이런 말을 진지하게 했다가 "굳이 늙어서도 니랑 놀아야 돼냐?"라는 시답잖은 반응을 얻었다.
등산 초기에 오르막이 조금 심해서 등산 제안한 녀석한테 욕 좀 했더니 바로 보복....ㅠ.ㅠ
어쨌든 가을 산은 예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아직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지는 않았지만 군데 군데 들기 시작한 단풍과 억새들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걸 다시보다니 하고 감격할 정도로.....
밀양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이렇게 맞은편에 천황산 정상이 보인다.
2,5km정도 그리 심하지는 않은 오르막길을 꾸역꾸역 걸어가는데 군데 군데 경치가 너무 좋아서 힘들때는 경치 핑계대며 쉬다가면 된다.
군데 군데 단풍도 있고 억새도 피어있고, 가끔 바닥에는 구절초도 자라고.....



그러면 천황산 정상에 도착한다.
요즘은 아줌마 아저씨들도 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서 줄을 선다. ㅎㅎ

해발 1,189m 다음에는 내가 꼭 걸어서 너에게 와주마.... ^^
천황산에서 제약산으로 이어지는 길도 정말 아름다운데 제약산 입구까지만 가기로 하고 다시 턴하기로.....

잘 내려가고 있는 짜리몽땅 바람돌이입니다. ㅎㅎ
사람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래도 아직 본격적인 등산철은 아니라 가끔 이렇게 혼자 이렇게 찍히는 순간이 생기네요.
맞은편에 보이는 오른쪽 봉우리가 제약산이에요.
천황산, 제약산 모두 영남알프스로 불리면서 이 동네에서는 경치좋은 산으로 유명한 곳들이다.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어 또 울산사는 친구가 안내해준 밥집에 가서 비빔밥과 언양갈비를 진짜 맛나게 먹엇는데 우리 중에는 아무도 뭘 먹기전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다.
배고프다고 다들 먹기에만 바쁨.... ㅠ.ㅠ
심지어 카페에 가서도 마찬가지.....
먹는 곳에서 찍은건 카페가서 찍은 논뷰 딱 하나....
친구가 뷰가 좋다고 해서(자기도 안가봤고 인터넷 블로그 봄) 갔는데 논뷰였다.(그래도 다락방님처럼 공사장 뷰는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