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던 블로그에 다시 글을 씁니다.


사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었나 싶어요.

할머니가 소천하신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지난 3주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할머니에게 서운한 마음도 참 많았습니다.

조금만 내게 더 다정하게 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내가 더 잘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난 뒤의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많이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했고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그런 것 같아요.

사랑한다고 해서 늘 다정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서운했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이번이 제게는 첫 장례식이었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상복이었고, 조문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장례 관계자분께서 할머니의 자녀분들과 저를 부르셨습니다.

손자들 중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첫째가 오라고 해서 제가 내려가게 되었지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빠와 고모들은 조문객들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고, 저는 계약부터 이것저것 결정하는 일, 장례식장과 화장터, 납골당까지 챙겨야 할 일들을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결제까지 거의 제가 맡아서 하게 되었고요.

납골당에 모시고 돌아온 그날 저녁에는 얼마나 몸이 고되었던지 서재에 들어오자마자 코피가 났는데 며칠 사이 2kg이나 빠져 있더라고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영원한 이별.

그 이별이 이렇게 힘든 것일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처음 가본 화장터에서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지어 선 차량과 상복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 한 차량에서 관이 내려지고 가족들이 울부짖으며 그 뒤를 따라가는데 사진을 보니 어린아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삶에서 다른 것들은 어쩌면 그저 욕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유한한 삶의 덧없음에 대해서도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동안 미뤄두고 미뤄두었던 『삼국지』도 읽어보았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도 사람의 삶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간밤에는 다시 달려보기 위해 [월요일한문장]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키보드를 붙들고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다시 시작하려고 앉았는데,

참 이상하게도 손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아직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정신이 차려지는 것 같아 조금씩 천천히, 한 걸음씩 가보려고 합니다.

잠시 멈춰 있었던 만큼 다시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또 제가 가고 싶었던 곳에 닿아 있겠죠.

한 달 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도 다시 하나씩 이야기를 채워보겠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잘 걸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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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월의 첫 평일입니다.

월요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왠지 월요일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봅니다.


긴 연휴가 지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한동안 쉬었던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은 쌓여 있고 미뤄둔 일도 많고

마음속에는 ‘이제 다시 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글을 쓰는 일도 뜸해졌고 한동안 SNS는 열어보지도 않았죠.

아마 상실감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처럼 꾸준히 이어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멈춘 것은 뒤처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지만

어떤 책은 몇 장 읽다가 한참을 덮어두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시 펼치면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문장이 이상할 만큼 마음에 들어옵니다.

책이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 책을 읽는 내가 달라진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꾸만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늦었는지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벌써 멀리 가 있는 것 같고

누군가는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이루어낸 것 같고

나는 왜 아직 이 자리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삶은 누군가와 같은 페이지를 읽는 일이 아니니까요.

각자에게 주어진 책도 다르고

넘겨야 하는 페이지도 다르고

한 문장 앞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도 다릅니다.

그래서 조금 늦게 다시 시작했다고 해서 그 시작이 덜 소중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멈춰 있었던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하는 순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도 합니다.

작은 일 하나를 해냈을 때의 기쁨, 다시 책을 펼쳤을 때의 반가움, 오랜만에 글을 쓰고 나서 느끼는 묘한 안도감.

그런 것들은 한 번 멈춰본 사람에게만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10월에는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기보다 앞으로의 페이지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세요.

지난달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한꺼번에 만회하려 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책 한 권을 펼치고 한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을 쓰고,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만 기억하지 않듯,

삶에서도 얼마나 빨리 갔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늦은 계절이 없다. 다시 펼친 페이지에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니까."


10월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지난달에 조금 부족했다고 느꼈다면 이번 달에는 조금 더 해보면 됩니다.

한동안 멈췄다면 다시 걸으면 됩니다.

오래 책장을 덮어두었다면 오늘 한 페이지를 펼치면 됩니다.

시작은 언제나 생각보다 작은 모습으로 찾아오니까요.


10월의 첫 평일.

우리도 다시, 우리의 속도로 한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달을 돌아보았을 때, "참 열심히 살았구나."보다 "그래도 다시 시작했구나." 그렇게 기억할 수 있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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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한 달을 돌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날들이 지나가 있습니다.


잘해낸 날도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고

마음 하나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날도 있었겠지요.

돌이켜보면 특히 9월에는 참 많은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글도,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이어갔을 일상도 잠시 멈춰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멈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책도 그렇습니다.

한참 읽던 책을 덮어두었다고 해서 그 책과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갈피를 꽂아둔 그 자리에는 마지막으로 읽었던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 책을 펼쳤을 때,

우리는 같은 문장을 읽으면서도 전혀 다른 마음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 어느 날에는 오래 마음에 머물기도 하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지금의 제게 이상하리만큼 깊이 와닿기도 합니다.


아마 책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읽는 제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잠시 멈춘 시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분명 이전의 나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소중한 것을 알아보게 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전보다 잘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혹시 지금 자신이 너무 오래 멈춰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마지막으로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펼치듯 오늘을 다시 펼쳐보면 됩니다.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이 머무는 한 문장부터 시작해도 되고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꺼내 책갈피를 넘겨도 되고

오랜만에 글 한 편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돌아왔느냐가 아니라 다시 펼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니까요.


9월은 이제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이번 달은 예상치못했던 이별로 인해 계획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쓰지 못한 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 책의 모든 의미를 결정하지 않듯,

한 달의 마지막 며칠이 우리의 지난 시간을 평가하는 것도 아닙니다.

10월에는 10월의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전 다시 책장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조금 천천히, 예전보다 더 다정하게.


"멈춰 있던 시간도 나의 이야기였으니, 다시 펼치는 순간부터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된다."


9월의 마지막 월요일.

잘하지 못했던 날들을 세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오늘 하나를 남겨두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한동안 덮어두었던 무언가가 있다면 오늘은 꼭 다시 펼쳐보세요.

책 한 권이어도 좋고 미뤄두었던 마음이어도 좋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작은 일이여도 좋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으니까요.

마지막 페이지 다음에는 언제나 다음 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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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시 「당신이라는 제국」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정말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지,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마음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이별 후에도 마음 한편에 누군가가 오래 남아 있는 분이라면 더욱 깊게 다가올 시입니다.

아래 시를 천천히 읽어보세요.




당신이라는 제국 - 이병률



이 계절 몇 사람이 온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날은 간다


이웃집 물 트는 소리가 누가 가는 소리만 같다 종일 그 슬픔으로 흙은 곱고 중력은 햇빛을 받겠지만 남쪽으로 서른세걸음 봄날은 간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당신이라는 제국」은 한 사람과의 이별 이후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 기억과 사랑의 흔적을 독특한 언어로 풀어낸 시입니다.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당신'을 하나의 제국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화자의 마음속에서 단순한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뜻처럼 느껴지니까요.

오랫동안 머물렀고 많은 감정과 기억을 차지했으며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하나의 세계를 표현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에서는 【봄날은 간다】라는 문장이 반복됩니다.

봄은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데 꽃이 피고 계절이 지나가듯 사랑의 시간 역시 언젠가는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했던 시간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에서 계절의 변화는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의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시를 읽다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사람은 떠나도 기억은 남습니다.

함께했던 말, 표정, 목소리와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려질 수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별은 단순히 누군가가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살아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화자는 슬픔 속에서도 노래하고 춤추고 결국 울게 되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속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봄날은 간다】가 반복됩니다.


계절은 계속 흘러갑니다.

사랑도, 이별도, 슬픔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사람은 떠날 수 있지만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별을 겪고 나면 우리는 빨리 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아져야 하고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하고 가끔 그리워하고 때로는 다시 아파하는 시간도 결국 이별을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사랑의 끝을 완전한 소멸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듯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흔적은 내 안에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되죠.

그래서 어쩌면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은 역시 【봄날은 간다】였습니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봄날이 결국 지나가듯 사람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매일 나누던 대화가 어느 순간 멈추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별것 아닌 소리 하나에도 함께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럴 때는 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탓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고 나면 꼭 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까요.

지금의 아픈 기억이 언젠가는 조용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사랑의 끝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단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우리는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아직도 마음속에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냥 그 사람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아팠던 기억도, 행복했던 순간도 모두 나의 시간이었음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봄날은 갑니다. 하지만 봄이 지나갔다고 해서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의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갔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것.

끝났지만 나의 삶 어딘가에는 조용히 남아 있는 것.

오늘 이 시를 읽으며 그런 사랑을 생각해봅니다.




♥

『당신이라는 제국』은 이병률 시인의 시로, 이별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사랑과 기억의 흔적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감정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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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무슨 문장을 읽어도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고 평소처럼 글을 쓰는 일도 어려웠다.


며칠 전 사랑하는 할머니를 떠나보냈다.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고 장례를 치르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비로소 이별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모든 절차가 끝났는데도 마음은 아직 그날에 머물러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물이 나고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풍경에서 문득 할머니가 생각난다.


사람이 떠난다는 것은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일이 아닌가 보다.

오히려 떠난 뒤에야 함께했던 순간들이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말투 하나, 손길 하나, 함께했던 평범한 하루 하나.

그때는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랑과 이별에 관한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 문장들이 그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떤 문장은 내가 직접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아, 이래서 이런 문장을 썼구나.

이래서 어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구나.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도

그와 비슷한 것인지 모른다.

함께했던 시간을 마음이라는 책장에 한 페이지씩 남겨두는 것.

더 이상 곁에 있지는 않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문득 펼쳐볼 수 있도록.


그래서 오늘은 떠난 사람을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슬프면 슬픈 대로,

그립다면 그리운 대로.

눈물이 나면 잠시 울어도 괜찮다.

그만큼 사랑했다는 뜻일 테니까.


"사랑했던 사람은 떠나도 함께했던 시간까지 떠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보다 떨어지는 눈물을 자연스레 훔쳤다.

그냥 잠시 바라보려고 한다.

어쩌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내 마음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슬픔보다 따뜻한 기억이 더 많이 남는 날이 오기를.

그날까지 천천히 할머니를 기억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책장을 펼쳐보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도 어쩌면 아주 천천히 시작하면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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