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마지막 월요일입니다.

한 달을 돌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날들이 지나가 있습니다.


잘해낸 날도 있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었고

마음 하나 추스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날도 있었겠지요.

돌이켜보면 특히 9월에는 참 많은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읽으려고 쌓아둔 책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글도,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이어갔을 일상도 잠시 멈춰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알 것 같습니다.

멈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책도 그렇습니다.

한참 읽던 책을 덮어두었다고 해서 그 책과의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책갈피를 꽂아둔 그 자리에는 마지막으로 읽었던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고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 책을 펼쳤을 때,

우리는 같은 문장을 읽으면서도 전혀 다른 마음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문장이 어느 날에는 오래 마음에 머물기도 하고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지금의 제게 이상하리만큼 깊이 와닿기도 합니다.


아마 책이 변한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을 읽는 제 자신이 달라졌기 때문이겠죠.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잠시 멈춘 시간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나는 분명 이전의 나와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되고

조금 더 소중한 것을 알아보게 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전보다 잘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혹시 지금 자신이 너무 오래 멈춰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마지막으로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펼치듯 오늘을 다시 펼쳐보면 됩니다.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이 머무는 한 문장부터 시작해도 되고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꺼내 책갈피를 넘겨도 되고

오랜만에 글 한 편을 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돌아왔느냐가 아니라 다시 펼칠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니까요.


9월은 이제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이번 달은 예상치못했던 이별로 인해 계획했던 이야기를 제대로 쓰지 못한 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 책의 모든 의미를 결정하지 않듯,

한 달의 마지막 며칠이 우리의 지난 시간을 평가하는 것도 아닙니다.

10월에는 10월의 문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전 다시 책장을 펼쳐보려고 합니다.

조금 천천히, 예전보다 더 다정하게.


"멈춰 있던 시간도 나의 이야기였으니, 다시 펼치는 순간부터 새로운 페이지가 시작된다."


9월의 마지막 월요일.

잘하지 못했던 날들을 세기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오늘 하나를 남겨두고 싶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한동안 덮어두었던 무언가가 있다면 오늘은 꼭 다시 펼쳐보세요.

책 한 권이어도 좋고 미뤄두었던 마음이어도 좋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작은 일이여도 좋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쉽게 끝나지 않으니까요.

마지막 페이지 다음에는 언제나 다음 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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