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짧은 시 「봄밤」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몇 줄 되지 않는 시여도 사랑의 여운이 조용히 번지는 작품입니다.

봄밤의 공기처럼 가볍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설렘을 담고 있습니다.




봄밤 - 나태주



달 없이도

밝은 밤입니다


꽃 없이도

향기로운 밤입니다


그대 없이도

설레는 밤이구요




■ 해설 및 주제 분석


「봄밤」은 나태주 시 특유의 간결한 언어와 여백의 미학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달이 없어도 밝고 꽃이 없어도 향기롭고 그대가 없어도 설렌다고 말하는 이 시는 없음을 말하면서도 오히려 충만함을 드러냅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대상의 존재를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에서는 이미 마음속에 자리한 감정이 밤을 밝히고 향기롭게 만듭니다.

즉,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상태가 밤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반복 구조는 없음이 곧 결핍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랑은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깊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사랑은 꼭 곁에 있어야만 존재하는 감정이 아닙니다.

이미 마음에 담긴 사람은 부재 속에서도 빛을 만들죠.

또한 설렘은 상황이 아니라 기억과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나태주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사랑은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채워져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면 봄밤 특유의 공기가 떠오릅니다.

아직 완전히 따뜻하지는 않지만 어딘가 들뜨고 가볍게 흔들리는 밤의 기운 말입니다.


[그대 없이도 설레는 밤]이라는 구절을 읽고나니 사랑이란 결국 마음의 작용임을 깨우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곁에 없더라도, 멀리 있더라도, 그 존재가 이미 마음을 환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아침에 이 시를 읽는다는 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하는 일 같기도 합니다.

무언가 부족해 보여도 이미 내 안에는 충분한 빛과 향기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 사실을 믿으며 하루를 시작해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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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책 DIGEST

기다림과 자각, 아름다움을 다시 배우는 재독의 시간




1월의 둘째 주 역시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열심히 읽었으나 정작 포스팅은 제때 올리지 못해서 책 다이어리에 기록만 차곡차곡 쌓았던 한 주였습니다.


올해는 재독하는 해이기 때문에 절반은 신간 위주이고 절반은 그간 읽었던 책들 위주입니다.

하루에 2-3권씩 읽는 날도 있는데다 주말에는 더 많이 읽고 있지만 한주의 책은 주말 제외하고 평일에 대표하는 책들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어 요새 고민중입니다.

사실 포스팅 길이가 길어질 것 같아서 이렇게 구성하고 있는 건데 한 주에 읽었던 책들을 몽땅 소개할지 말지 고민중입니다 >﹏<

아! 그리고 여러분도 올해에 재독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세요.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치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조용히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답니다.


1월 둘째주는 고전 희곡과 예술 인문서를 중심으로 기다림, 자각, 안목, 아름다움이라는 키워드가 이어졌습니다.

바쁠수록 오히려 오래된 문장들이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었던 한 주였습니다.





■ 이번 주 <간밤에읽은책> 돌아보기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학창시절에 도서관을 왔다갔다하며 책 빌리고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었는데 중학교 때 처음 마주했던 작품입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재독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작품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무대 위에서 인간 존재의 공허와 기다림이 반복됩니다.

이번에는 기다림보다 그럼에도 계속 말을 건네는 인간의 모습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삶이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하루를 살아내죠.

고전 희곡은 읽을 때마다 그때의 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는 듯합니다.

이 책은 읽어봐야 압니다. (책 다이어리에 있는 내용을 얼른 옮겨와보겠습니다.)


KEYWORD ▶ 고도를기다리며 독후감 | 사뮈엘베케트 | 부조리극 추천 | 고전희곡 재독



『인형의 집』 -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독립을 주제로 진행되는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입니다.

주인공 노라의 선택은 언제 읽어도 묵직합니다.

이번 재독에서는 여성의 자각이라는 주제보다 한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순간에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닫히는 문 소리는 단절이 아닌 시작의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KEYWORD ▶ 인형의집 독후감 | 헨리크입센 | 고전문학 추천 | 여성문학 고전



『안목』 - 유홍준


좋은 것을 알아보는 힘은 결국 오래 바라보는 시간에서 나옵니다.

좋은 안목이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역사 속 높은 안목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하였는지를 설명합니다.

좋은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며 천천히 보고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을 자연스레 장착하게 됩니다.


KEYWORD ▶ 안목 독후감 | 유홍준 책 추천 | 문화유산 인문학 | 예술 안목 기르기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 - 유홍준


미술사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사라지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한국 미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이 단순히 유물이 아닌 시대의 언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교과서에도 담지 못했던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보고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도 곧 리뷰 올릴 예정입니다.)


KEYWORD ▶ 모두를위한한국미술사 독후감 | 한국미술사 입문 | 인문교양 추천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양장 특별판)』 - 이소영


행복을 그리는 화가 칼 라르손의 그림은 소박한 일상을 가장 따뜻한 장면으로 바꿔놓습니다.

당시 북유럽 화가들의 생활이나 인테리어 등을 엿볼 수 있으며 특별하지 않은 하루가 얼마나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전 구판도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 특별판에서는 [스웨덴국립미술관컬렉션] 전시를 맞이해 작품이 더 추가되어 230점 이상의 작품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꼭 소장하세요.


KEYWORD ▶ 칼라르손 오늘도행복을그리는이유 독후감 | 북유럽 예술 | 미술 에세이 추천




1월 둘째 주의 독서 또한 다시 읽는 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전 희곡은 존재를 묻고 예술 인문서는 보는 태도를 가르치고 한 화가의 삶은 일상의 온기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읽고는 있지만 쓰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는 1월이지만 책 다이어리에는 차곡차곡 기록되어 있으니 찬찬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당신은 어떤 문장을 다시 만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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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천재 고려

저자 : 이익주

출판사 : 김영사

출간 : 2026.01.25

장르 : 역사 > 고려시대 / 외교·상호교류사

키워드 : 간밤에읽은책, 외교천재고려, 이익주, 고려외교사, 고려역사책추천, 한국사교양서, 역사책추천, 고려시대, 외교전략





작은 나라의 생존은 힘이 아니라 판단에 달려 있었다.





요즘 국제 정세를 다룬 뉴스를 보다 보면 외교라는 단어가 유독 무겁게 다가옵니다.

선택 하나가 관계를 바꾸고 말 한마디가 국면을 흔드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

간밤에 『외교 천재 고려』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고려의 외교를 너무 단순하게 기억해온 건 아닐까 하고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던 약소국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길을 찾았던 나라


책에서는 고려를 영웅적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려가 처했던 국제 질서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고려는 송과 거란, 금과 몽골이라는 당대 최강대국들 사이에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고려는 상황에 따라 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실리를 따지며 한 발 뒤로 물러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게 갈릴 순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외교전략이었다는 점입니다.





역사 속에서 중국의 개념을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종족을 기준으로 볼지, 영토를 기준으로 볼지부터가 모호합니다. 종족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족이 세운 나라를 중국이라 해야 할 텐데, 곰곰이 따져보면 중국 역사에서 한족 왕조는 오히려 많지 않습니다. 한나라, 송나라, 명나라 정도입니다. 영토를 기준으로 정의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도 어디까지가 중국 땅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황허 중하류 지역, 즉 중원을 중국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데 황허문명의 발상지이자 이후 중국 역사의 중심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찍이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중국을 지배한다"는 말까지 생겨난 거죠.

이 기준에 따르면 송나라와 거란 가운데 중원을 차지한 쪽은 오히려 거란이었고, 따라서 거란을 중국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10세기로 잠시 이동해볼까요?

당시 한반도는 후삼국으로 분열되어 신라, 후백제, 고려는 군사적으로 대립했을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경쟁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송과 거란으로 분열되고 있었고 동아시아에서는 베트남과 대하가 등장해 다원적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중국 오대 왕조 중 하나인 후당이 왕건을 고려 국왕으로 책봉하였습니다.

고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중국 왕조로부터 책봉을 받은 것인데 특이점이 있다면 이보다 앞선 시기에는 견훤을 백제 국왕이 아닌 판백제군사로 책봉하였고 이후 신라가 사신을 파견했을 때는 신라 국왕을 권지국사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등급을 나눈 것은 분열된 한반도의 각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후당의 외교 전략이었겠지만 고려 입장에서는 삼국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을 것입니다.





외교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살아남는 문제


책 속의 외교 장면들은 공통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지금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물러서야 하는가?

이길 수 있는 전쟁인가? 아니면 이겨도 감당할 수 있는 전쟁인가?

서희의 외교 담판이나 귀주대첩 이후의 선택, 동북 9성을 내려놓은 결정까지 고려의 외교는 언제나 가능한 선택 중 가장 덜 위험한 길을 찾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승리 이후의 태도였습니다.

이겼다고 밀어붙이지 않고 얻었다고 욕심내지 않는 절제 말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을 끝내는 판단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는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서희의 외교담판]

거란의 소손녕과 전쟁 없이 강동 6주를 확보하고 거란군을 철수시킨 사건으로 교과서에서 꼭 다루는 개념 중 하나이지요.

이에 대해 더 세세하게 아는 분은 많이 없을 것 같아 살짝 다뤄보려고 합니다.

고려는 전쟁 중의 협상에 능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 싸웠습니다.

압록강을 건너 북쪽에서 거란이 침공해오자 고려 국왕인 성종은 피신하지 않고 말 머리를 북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선봉군이 패배하자 서경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후 소손녕과 협상을 벌이게 됩니다.

소손녕은 고구려의 옛 땅이 모두 거란 소유가 되어야 하니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때, 고려는 거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는데 서희가 이를 반대하였습니다.


"삼각산 이북도 고구려 땅이었는데, 그 역시 달라면 주겠습니까?"


결국 서희 자신이 소손녕과 담판을 벌이게 됩니다.

소손녕을 만난 서희는 의전 문제부터 기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소손녕이 자신에게 먼저 절할 것을 요구하자 서희는 관사에 드러누워 일어나지 않았고 결국 양측은 마당에서 맞절하고 동서 방향으로 마주앉게 됩니다.

동서 방향으로 마주앉았다는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마주 앉더라도 남북 방향이면 북쪽이 상석이기 때문이지요.

서희는 소손녕의 두가지 요구에 단호히 반박하게 됩니다.

고려가 바로 고구려의 후계자이기에 이에 따른다면 거란이 차지하고 있는 고구려의 옛 영토를 오히려 고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지요.

또한 고려가 거란에 사대하지 못하는 것은 여진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진을 몰아내고 압록강까지 고려의 영토임을 인정한다면 거란에 사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추게 됩니다.

결국 거란 황제는 고려가 화친을 청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철수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훗날 병자호란 사태와 비교했을 때 고려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유연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시 고려는 거란과의 전쟁을 피한데다 북쪽으로 영토를 넓히는 성과까지 거두었으니 외교 핵심은 전쟁을 피하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버티고 간보고 협상하는 외교


몽골과의 30년 항쟁을 다룬 부분에서는 외교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면 승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 앞에서 고려가 택한 방식은 버티기와 협상이었습니다.

받아들이는 척하며 시간을 벌고 다시 조건을 바꾸고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는 전략은 깔끔한 것도 아니고 영웅적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인 선택처럼 다가왔습니다.

외교는 체면의 싸움이 아니라 지혜의 싸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어쩌면 원나라가 망하지 않았다면 고려도 더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지 않았을까요?



간밤에 읽은 책, 외교 천재 고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외교를 잘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판단을 하는 것, 당장의 승리보다 다음 선택의 여지를 남기는 태도에 대해서 말이죠.

『외교 천재 고려』는 고려의 역사를 통해 그 태도를 전부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을 향한 질문처럼 읽혔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힘의 논리에만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괜스레 묻게 됩니다.

고려가 늘 정답을 향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선택의 과정만큼은 충분히 돌아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여 한반도의 정세에 맞춰 중국의 역사까지 돌아볼 수 있기에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세세한 내용들을 읽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았습니다.

나름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알지 못했기에 읽는 시간이 제겐 너무나도 소중했습니다.

새학기를 맞이하기 전, 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역사책입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외교와 국제관계에 관심 있는 분

고려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읽고 싶은 분

역사를 통해 오늘의 선택을 고민해보고 싶은 분



『외교 천재 고려』는 작은 나라의 외교가 얼마나 치열한 사고의 결과였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강대국 사이에서도 판단을 멈추지 않았던 고려의 선택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입니다.

오늘 하루, 뉴스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조용히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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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대표적인 자연 서정시인 「산유화」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단순한 반복 구조 속에 꽃의 탄생과 소멸, 삶의 고독이 담긴 작품입니다.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해설 및 주제 분석


「산유화」는 김소월 특유의 민요조 리듬과 반복 구조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짧은 어구의 반복은 마치 노랫가락처럼 흘러가며 자연의 순환을 단순하게,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산에는 꽃 피네]로 시작해 [산에는 꽃 지네]로 끝나는 구조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상징합니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라는 구절은 자연 속 존재의 고독한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계절을 특정하지 않고 갈 봄 여름 없이라고 표현함으로써 꽃은 시간에 매이지 않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 시는 단순히 꽃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피고 지는 존재의 운명을 담담히 보여줍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모든 존재는 혼자 피어나고 혼자 스러지듯이, 자연의 흐름 속에서 탄생과 소멸은 끊임없는 반복을 의미하죠.

어쩌면 그가 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고독은 슬픔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시인은 화려한 감정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그저 꽃이 피고 또 진다고 말할 뿐입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산속 어딘가에 홀로 피어 있는 꽃 한 송이가 떠오릅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 묵묵히 피어 있다가 조용히 지는 모습 말입니다.

구절 하나하나 괜히 마음을 건드립니다.

우리 모두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자리에 조용히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이 시를 읽는다는 건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시작하는 일 같기도 합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자리에서 피어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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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시 「차」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풍경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조용히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차 - 나태주



차는 혼자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마시는 것이다

차는 혼자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둘이서 마시더라도 가장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서 마시고

나누어 가지더라도 가장 좋은 사람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차를 나누어 가지면서

우리의 마음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좋고

사랑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를 아끼고 묵히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마음을 아끼고 혼자서만 간직하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겨울 지나고 봄이 오기만 하면

새롭고도 향기로운 차 새로 나오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고 날이 가면 내 앞에 있던 좋은 사람도

떠나가 빈자리 될 것을 미리 알기에 더욱 그렇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차」는 나태주 시 특유의 일상적 소재와 직설적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차라는 소박한 사물을 통해 시인은 결국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합니다.


차는 혼자 마시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마시는 것이라는 반복은 관계의 가치와 공유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또한 [가장 좋은 사람과]라는 표현은 우리가 마음을 나눌 때 얼마나 신중해지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시의 후반부에서 [차를 묵히는 일은 어리석다]는 말은 사랑과 마음도 미루지 말라는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이 시는 단순히 차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은 미루지 말라는 삶의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좋은 것은 나눌 때 더 깊어지죠.

즉, 마음은 아껴둘수록 식어가고 나눌수록 따뜻해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과의 시간은 계속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나태주는 말합니다.

차도, 사랑도, 마음도 지금 나누지 않으면 어느새 식어버릴 수 있다고.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며 문득 누군가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어제도 퇴근 시간에 맞춰 소중한 친구들과 저녁 맛있게 먹고 티타임을 가지며 설날 선물을 들려주었지요.

알차게 보낸 3시간이 참 소중했답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아도 따뜻한 김이 오르는 컵 사이로 마음도 천천히 따뜻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마음을 아끼고 혼자 간직하는 것은 더 어리석다]는 구절이 오래 남습니다.

상처받을까 봐, 어색해질까 봐, 하고 싶은 말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침에 이 시를 읽는다는 건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차 한 잔 건네듯, 가벼운 안부 한마디라도 나눌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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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2-13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는 반드시 둘이서 마셔야 할까? 한참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