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둥바가지 아줌마

저자 권정생

우리교육

1998-11-20

어린이 > 동화




사람들은 누군가를 부를 때 이름 대신 색깔, 모양, 조건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라는 이름도 그랬습니다.




■ 끌림의 이유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는 언제나 소박한 언어로 큰 울림을 남깁니다.

어린 나이에 책을 읽으며 처음 눈물을 흘렸던 책이 바로 『깜둥바가지 아줌마』입니다.

제목만 보면 별명같이 느껴지지만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존엄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에게 건네는 동화이지만 읽다 보면 어른들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그런 동화입니다.



■ 간밤의 단상


초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책장 사이사이를 거닐며 제목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 새책들 사이로 꽤 바래진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깜 둥 바 가 지 아 줌 마】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래 전에 출간되어 유난히 다른 책들보다 바래지고 구겨져 있었지만, 그래서 더 눈에 띄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맛보기로 살짝 읽고 있는데 처음 겪어보는 뭉클함과 슬픔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와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얼른 대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집에서 읽는 내내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10살, 처음으로 소설이 건네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1. 깜둥바가지 아줌마

2. 할매하고 손잡고

3. 사슴

4. 어시장 이야기

5. 떠내려간 흙먼지 아이들

6. 쌀 도둑

7. 금복이네 자두나무

8. 어느 주검들이 한 이야기

9. 아기 양의 그림자 딸랑이


총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깜둥바가지 아줌마』는 사랑과 희생 등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줍니다.

특히 제목이 된 첫번째 단편인 『깜둥바가지 아줌마』는 관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마트를 갔다가 한 장면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었습니다.

나이를 가늠하긴 어려웠지만 한 학생이 엄마에게 '어쩌라고?'를 밥먹듯이 말하는 건 물론이고 '너'라고 지칭했습니다.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너'라고 말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보니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삼강오륜 三綱五倫을 아시나요?

나이를 적게 먹든, 많이 먹든 '오륜'은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오륜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아 씁쓸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첫번째 단편인 『깜둥바가지 아줌마』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는 차별적 이름을 품으면서도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은 약함 속에서도 더 큰 힘을 보여줍니다.

덧붙여, 우리는 이름을 통해 서로를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관계를 맺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름이 아닌 외모, 조건, 약점을 가지고 상대를 불러버릴 때가 있죠.

그 순간 이름은 사랑의 언어가 아니라 배제의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친구간의 괴롭힘과 따돌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습관처럼 부르는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도덕적 관념까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책인만큼, 아이들과 어른들도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 건넴의 대상


어린 시절 별명 때문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분

책을 통해 사랑과 희생 정신 등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

아이와 함께 도덕적 관념까지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싶은 부모님




오늘, 누군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세요.

그 호명이 곧 사랑이 되고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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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저자 올리버 색스

알마

2016-08-18

원제 :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1985년)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과학 > 뇌과학




그는 눈으로 사물을 보았으나 그 본질을 붙잡지는 못했다.




■ 끌림의 이유


제목만으로도 충격을 주지만 읽다 보면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저자인 올리버 색스는 미국 베스에이브러햄병원, 컬럼비아대학, 뉴욕대학 등에서 신경과 의사, 교수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는 환자의 삶을 고유한 세계로 존중하며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단순히 이상한 병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듯했습니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정상이라고 부르는 세계가 얼마나 취약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 절감했습니다.

동시에 그 균형이 무너져도 삶은 여전히 의미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일상생활에 작은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격리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까지, 다양한 정신·신경 질환을 앓는 이들의 임상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총 2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뒷부분에는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사례도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이지만 최근 다른 책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나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심히 사물을 보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소리를 구분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정교하게 협업하는 뇌의 작용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균형이 무너진다면 나의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책 속 환자들은 결핍을 지니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연민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다가옵니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인간 존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얼굴을 알아보는 일, 글자를 읽는 일, 책장을 넘기는 일,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모든 인지적 순간들이 사실은 놀랍고도 감사한 선물임을, 간밤의 독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정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은 분

인간의 뇌와 마음의 작동 방식에 호기심이 있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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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

저자 전주홍

지상의책(갈매나무)

2025-08-30

과학 > 의학

역사 > 문명/문화사




질병은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던지는 질문이었다.




■ 끌림의 이유


질병은 한 사회의 균열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그렇다보니 질병에 대한 대응 방식은 한 국가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였죠.

콜레라는 단순한 수인성 전염병이 아닙니다.

19세기 유럽의 불결한 위생 환경과 산업혁명 이후 과밀해진 도시 구조, 사회적 빈부격차가 맞물린 결과였습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교회 권위의 흔들림을 가져왔고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은 국제 정치와 전쟁의 흐름마저 바꾸었습니다.

의학은 늘 과학적 답을 찾으려 했지만 역사는 그 너머의 사회적 맥락을 물었습니다.

즉, 우리는 더 멀리 보기 위해선 의학과 역사를 함께 볼 줄 알아야 합니다.



■ 간밤의 단상


『역사가 묻고 의학이 답하다』는 질병과 사회의 교차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통찰집입니다.

질병을 개인의 몸에서만 다루지 않고 한 시대의 풍경과 권력 관계 속에서 바라보게 만듭니다.

전염병은 어떻게 인간의 일상을 뒤흔들었는지, 사회는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합니다.

특히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을 겪었기에 책 속 사례들을 읽다보면 역사와 현재가 거울처럼 이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전염병은 나쁜 공기가 몸에 들어가 생긴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렇다보니 공중위생만 막는데 급급해있었는데 여기에서 멈췄다면 항생제는 절대 개발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관점의 전환이 정말 중요합니다.


책을 읽고 나니, 질병은 결코 타인의 문제가 아니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사실 전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늘 두 가지 얼굴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비극이며 또 다른 하나는 협력과 연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입니다.

몇 년 전,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했을 때도 이 두 가지 얼굴이 분명하게 보였었죠.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이 한 권 있는데 이전에 리뷰했던 「약국 안의 세계사」입니다.

「약국 안의 세계사」 ▶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868315357


의학과 역사의 만남이 제 시간을 순삭할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가득했습니다.

곧 조금 더 긴 리뷰로 내용을 풀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건넴의 대상


질병사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보고 싶은 분

코로나 이후 사회와 의학의 관계를 성찰하고 싶은 분

의학과 역사, 두 학문이 만나는 교차점을 좋아하는 분




책을 읽고 떠오르는 전염병의 기억이나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함께 기록하고 대화하는 이 공간이 작은 역사와 의학의 아카이브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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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저자 센딜 멀레이너선, 엘다 샤퍼

빌리버튼

2025-03-27

경제경영 > 경제학




결핍은 단순한 부족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바꾸는 힘이다.




■ 끌림의 이유


인간은 결핍 속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게 될까요?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빈곤, 시간 부족, 관계의 결핍이 우리의 인지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과 사례로 풀어냅니다.

특히 가난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결핍이 사고의 틀을 바꿔버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책을 읽으면서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은 물론 행동과학이 맞닿아 있는 책이라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 간밤의 단상


문득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력 부족이나 의지 박약이라는 말이 사실은 결핍이 만들어낸 환경적 산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가난한 사람에게 '저축해라.', '멀리 봐라.'라고 말하는 건 결핍의 터널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미룰 수 없는 선택들이 있기 때문에 당장의 생존을 위해 돈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에 치여 사는 사람에게 '여유를 가져라.'라는 조언은 오히려 잔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결핍은 그들의 사고를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죠.


책을 읽고 나니, 삶 속의 작은 결핍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사람은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게 되면 더 쉽게 예민해지고 작은 일에도 과도하게 반응합니다.

돈이나 시간, 관계의 결핍도 결국은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죠.

예전에 복권에 당첨된 후기를 하나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당첨자의 후기에도 같은 맥락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첨된 복권으로 빚을 다 청산하고 집을 산 후 나머지는 저축해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달라진 게 딱 하나 있다면 마음의 여유라고 하였습니다.

지인들이 밝아졌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까지 올라갔음을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모두가 일확천금의 순간을 마주할 순 없습니다.

다만, 결핍이란 게 단순히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를 재구성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분명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순간, 결핍 속에서조차 스스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겠다는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경제·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늘 시간에 쫓기며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분




혹시 오늘 당신도 어떤 결핍 속에 살고 있나요?

그 결핍을 탓하기 전에, 그것이 당신의 사고와 감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먼저 바라보세요.

그 시선의 전환이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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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인의 대표작 「접동새」, 이 애절한 노래가 오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오늘은 김소월의 「접동새」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접동새」는 형제애와 애틋한 그리움, 삶의 비극을 담아낸 김소월의 대표적인 서정시, 자유시입니다.

애상적, 민요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설화를 배경삼아 그려진 시는 의성어를 통해 혈육에 대한 정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김소월 시인 특유의 구어적 리듬과 반복적 운율로 인해 읽는 이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슬픔을 남깁니다.



■ 하나의 감상


고등학교 때, 문학 선생님께서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오는 시 중 하나라고 말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그때는 크게 와닿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시는 묻습니다.

우리가 정말 잊지 못하는 것은 누구인가요?


이 시의 중심에는 억울하게 죽은 누이가 있습니다.

계모의 시샘으로 세상을 떠난 누이는 접동새로 환생해 어린 동생들을 잊지 못해 밤마다 울고 다니죠.

접동새의 울음은 억눌린 삶과 꺾여버린 존재의 목소리입니다.

동시에 남겨진 동생들을 향한 그리움의 울부짖음이기도 합니다.

김소월의 「접동새」는 누나의 슬픈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이미 떠나보낸 누군가로 다가올 수도 있지요.

그리움이 너무 커서 새의 울음소리에 겹쳐 들릴 만큼, 사랑의 감정은 죽음조차 끊어내지 못합니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 이 시를 읽고나니 슬픔이 노래가 되는 순간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레 노래들도 몇 곡 연상되네요.


울음은 소멸하지 않고 언어가 되고 언어는 다시 삶을 붙드는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 우리 안의 접동새는 어떤 기억과 사랑을 부르고 있을까요?




이 시가 당신에게 떠오르는 누군가를 불러주었다면, 그 이름을 가만히 마음속에 불러보세요.

시가 건네는 그리움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다음 주는 나태주의 시 한 편을 준비해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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