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월 시인의 대표작 「접동새」, 이 애절한 노래가 오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오늘은 김소월의 「접동새」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접동새」는 형제애와 애틋한 그리움, 삶의 비극을 담아낸 김소월의 대표적인 서정시, 자유시입니다.
애상적, 민요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설화를 배경삼아 그려진 시는 의성어를 통해 혈육에 대한 정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김소월 시인 특유의 구어적 리듬과 반복적 운율로 인해 읽는 이의 가슴에 오래 머무는 슬픔을 남깁니다.
■ 하나의 감상
고등학교 때, 문학 선생님께서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오는 시 중 하나라고 말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그때는 크게 와닿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시는 묻습니다.
우리가 정말 잊지 못하는 것은 누구인가요?
이 시의 중심에는 억울하게 죽은 누이가 있습니다.
계모의 시샘으로 세상을 떠난 누이는 접동새로 환생해 어린 동생들을 잊지 못해 밤마다 울고 다니죠.
접동새의 울음은 억눌린 삶과 꺾여버린 존재의 목소리입니다.
동시에 남겨진 동생들을 향한 그리움의 울부짖음이기도 합니다.
김소월의 「접동새」는 누나의 슬픈 이야기로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일 수도, 이미 떠나보낸 누군가로 다가올 수도 있지요.
그리움이 너무 커서 새의 울음소리에 겹쳐 들릴 만큼, 사랑의 감정은 죽음조차 끊어내지 못합니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 이 시를 읽고나니 슬픔이 노래가 되는 순간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레 노래들도 몇 곡 연상되네요.
울음은 소멸하지 않고 언어가 되고 언어는 다시 삶을 붙드는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 우리 안의 접동새는 어떤 기억과 사랑을 부르고 있을까요?
♥
이 시가 당신에게 떠오르는 누군가를 불러주었다면, 그 이름을 가만히 마음속에 불러보세요.
시가 건네는 그리움이 누군가에겐 따뜻한 위로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다음 주는 나태주의 시 한 편을 준비해 함께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