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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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생의 첫 사랑과 방황과 슬픔의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이름, 헤르만 헤세.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은 지금도 우리가 가장 먼저 만나는 삶의 멘토다.




정여울 작가와 함께 하는 문학여행


『헤세로 가는 길』은 마치 작가와 함께 헤세의 흔적을 찾으러 여행 간 기분을 들게한다.

첫 장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칼프 역에서 내려 도시의 중심으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강을 건너야 한다.

나는 이 강이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가 낚시를 하며 행복해하던 그 강이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나는 눈을 감고 상상하게 된다.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강에서 한스가 낚시하는 모습을,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일까? 몇 시간이면 후루룩 읽을 수 있는 게 에세이인데 이 작품만큼은 천천히 음미하며 읽곤 했다.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이 나오면 다시 그 전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며 곱씹었다.

나도 그렇고 애서가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책이란 또다른 세계에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작품 속에서 유독 그런 문구들이 있다, 생각하게 만들게끔 자세하게 묘사된 문구 혹은 감성적으로 묘사된 문구들이.


「활짝 핀 꽃」이라는 시에서 헤세는 이렇게 노래했다.

복숭아나무 한가득 꽃이 흐드러졌지만 그 모두가 다 열매 맺지는 않는다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나지만 피는 대로 그저 두라고.

꽃처럼 제멋대로 피어오르는 생각들을 굳이 분석하여 수익성을 따지지 말고, 생각의 꽃이 피는 대로 그저 내버려두자.

그래서인지 '생각'하게끔 만드는 문구들이 많이 들어간 에세이를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이고 고민에 빠져 홀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당신을 본다면, 헤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고개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보라고. 눈부신 하늘, 아름드리나무 잎사귀들, 아장아장 걸어가는 강아지들, 떼 지어 노는 아이들, 여인의 머리카락,

그 모든 것을 높치지 말라고. 인생의 아름다움은 그런 자잘한 풍경들에 깃들어 있다고.



문학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 『데미안』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데미안』을 읽었다.

타이밍이 적절해서였을까? 두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이다.

정여울 작가에게는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첫 경험이라고 말한다. 인생의 첫사랑, 방황, 슬픔의 기억과 함께.

앞서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언급했는데 힘들었던 시기에 헤세의 작품들을 접했었다. 그래서일까?

유난히 힘들 때면 나도 모르게 헤세의 작품들을 떠올린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나'를 비로소 이겼을 때, 진정한 '나'가 되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자아 또한 같이 성숙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 성숙은 '나'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예컨데, 나이를 먹고 백발의 노인이 되었어도 내면이 성숙하지 못한 이들은 분명 많기 때문이다.

나를 성숙시키는 것, 그것의 해답은 자신에게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삶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책은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가기에 저자의 생각을 비롯하여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들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헤세가 여행했던 수많은 장소가 그의 그림소재가 되곤했는데 만년의 헤세는 농부처럼 부지런히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그림그리기와 정원가꾸기는 마법의 피난처나 다름없다고 말하고있다. 그에게는 아마 그 두가지가 힐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나보다.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혹은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치이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그런 우리에게는 꼭 숨 쉴 수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꽃꽂이, 그림, 도예, 악기 연주, 독서 등의 시간을 보낼 때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가지는 게 좋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활동만이 '힐링'은 아니다. 그 또한 피곤하다고 느껴지면 당연히 안 하는 것이 맞다.

소파에 기대어 좋아하는 영화를 본다던가 그동안의 밀린 잠을 푹 잔다던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시간 등이 행복하다면 당연히 이를 택하는 게 맞다.

굳이 힐링하는 시간을 꼽아보자면, 책을 보고 꽃을 만지는 것은 거의 일상이지만 그 외에는 드문드문 하는 것을 좋아해 어느 날은 그림을 그리고 어느 날은 가야금을 뜯고 어느 날은 스크랩북을 만든다.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잡다한 생각을 가지지 않게 하는 건 역시 '피아노'밖에 없는 것 같다.

뭔가에 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곤 한 두시간동안 건반에 몸을 맡기고 나면 잠시나마 숨 쉬는 기분이 든다.

즉, 어떤 활동을 하건간에 자신이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꼭 '선물'로 주는 것이 좋다.


누구의 시선에도 영향받지 않는 '혼자 있음'의 시간, 그 땐 발의 시점으로 보는 세상이 가장 진실함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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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이번 주 책탑은 이미 읽은 것이 대부분이고 한 권만 더 읽으면 완벽한 책탑의 완성이다.

문득 책탑 사진을 보고선 순간적인 번뜩임에 임시 포스팅 목록을 보니 이번년도 1월부터 3월의 (월별) 책탑은 물론이고 작년(2020년) (월별) 책탑과 책결산도 깜빡했구나가 떠올랐다.

또 막상 버리자니 아까워 주말에 나눠 올려봐야겠다.


내가 다니는 병원 앞에 로또 가판대가 하나 있는데 OOO회 당첨, OOO회 당첨, OOO회 당첨이란 조그마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나도 병원에 갈 때면 한번씩 꼭 사곤 한다.

참 신기할 수도 있는 게 5,000원 당첨은 참 잘 되는 편이다. 가끔 가다 50,000원이 되기도 하는데 그뿐이다.

물론, 마음 한 켠에 1등의 꿈을 염원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뤄지는 것 또한 확률적으로 낮기에 말그대로 재미삼아 한 번씩 사곤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으로 꾸준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1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말그대로 병원에 갔다오는 날이면 그 때는 로또사는 날인 것이다.

오늘은 두 세달간 당첨되었던 용지를 들고 가 현금으로 바꾸었는데 무려 130,000원이었다.

130,000원을 받고선 로또 한 장을 또 구입했는데 아마 꽝이거나 또 5,000원이 당첨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절주절 오늘의 일을 되짚어봤는데 일단 드는 생각은 이렇다.

1등만 당첨되면 무조건 꿈의 '서재'를 만들고 말리라'◡'




『플라워 컬러 가이드 Flower Color Guide』 | 대록 퍼트남, 마이클 퍼트남

저자인 대록 퍼트남, 마이클 퍼트남은 뉴욕이 플로럴 디자이너로, 로맨틱한 플로럴 어레인지먼트와 인스톨레이션으로 명성을 쌓았는데 이를 경험으로 바탕삼아 색상별 절화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그들은 '색'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계절별 꽃들부터 색감 그리고 특징까지 담고 있어 충분히 영감을 줄 만한 책이다.

최근에 만든 부케, 꽃다발, 꽃바구니 사진들과 함께 곧 리뷰 올릴 예정이다.



『COLOR SCHEME BOOK』 | D.aid

항상 다른색인 하늘, 반복되는 4계절, 다양한 종류의 나무, 깊은곳 부터 모래사장까지 있는 바다, 아름다운 색을 가진 꽃, 이국적인 풍경인 사막으로 나눠져 있으며, 각 주제에 맞는 70가지의 배색이 펼쳐진다.

디자인에 참고하기 위해 펀딩에 참여한 책인데 말그대로 배색 컬러북이다.



『당시 사계 여름을 노래하다』 | 삼호고전연구회

과거 우리의 조상이 지었던 한시만 다룬 책들만 엮은 책을 가끔씩 읽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당시를 다룬 책은 접해보지 못해 읽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 때는 '공부'라는 것에 억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지만 지금 고전시를 펼쳐들게 되면 아마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당시 사계 가을을 노래하다』 | 삼호고전연구회

과거 우리의 조상이 지었던 한시만 다룬 책들만 엮은 책을 가끔씩 읽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당시를 다룬 책은 접해보지 못해 읽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 때는 '공부'라는 것에 억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지만 지금 고전시를 펼쳐들게 되면 아마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소박한 정원』 | 오경아

방송작가였던 저자가 홀연히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곳의 대표 정원들에서 보낸 3년여의 시간을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아놨다.

가든디자이너가 된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꽃과 차가 절로 생각난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 | 리우난

세상의 많은 블랙 다이아몬드들이 새로운 성공을 밝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 읽는 독자들이 사회가 평가한 성적 그대로를 자신의 한계로 생각해왔던 것을 버리고,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분야에 깊어질 수 있는 힘을 가지길 소망하며 저자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다양한 사례와 연구 내용을 근거로 들며, 부정적 신호에 대한 차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책은 배울 것이 꽤 많은 책이다.

외부의 부정적 신호를 차단하고 나만의 깊이를 발견할 용기를 얻고 싶길 원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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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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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객원교수인 진 네베바는 좁은 사무실에서 광고를 보고 지원한 세 학생과 마주하고 있다.

퍼트리샤 허스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한 지원자였던 그녀를 조수로 택했다.

퍼트리샤 허스트에 대해서 알든 모르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으니깐.

그리고 우린 일명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통해 객원교수인 진 네베바의 입장에서, 조수인 비올렌의 입장에서, 당사자인 퍼트리샤의 입장에 빗대어 시간의 흐름을 타볼 것이다.


저자, 롤라 라퐁은 소설가이자 음악가이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 유년을 보냈으며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첫 번째 소설 「협상 불가능한 열벙」을 발표한 이후, 「나는 그것으로 위안받네」, 「우리는 폭풍을 예감하는 새들이다」, 「절대 웃지 않는 작은 공산주의자」, 공쿠르상 후보작 「전복시키다」 등 여러 작품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12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우에스트프랑스문학상, 쥘리메상, 베르시옹페미나상, 랑데르노상을 비롯한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자네는 분노하지 않는 이 세계에 더는 머무를 수 없어.

이 세계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오직 돈만이 오고 가지.

하지만 이 세계의 마음은 나뉘어 있어. _≪음모 La Conspiration≫




퍼트리샤 허스트의 납치


신원불명의 3인조에 의해 한 재벌가 딸이 납치되었다. 잡지 열 몇개, 텔레비전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등 언론 제국을 이끌어가던 집안이었다.

함께 있던 약혼자를 내려치고 단 몇 초 만에 퍼트리샤를 납치했다.

이내 신원불명의 납치범들은 스스로를 SLA 소속이라 했으며 각 언론사에 성명서를 보냈지만 희한하게 몸값을 요구하진 않았다.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을 바라보는 진 네베바와 비올렌의 관점


교수는 비올렌과 함께 퍼트리샤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교수는 비올렌에게 사진 여러 장을 꺼내 붙이라 했고 비올렌은 하나 하나 압정으로 고정시켜가며 붙였다.

퍼트리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사진들을 보면 어린 시절의 그녀는 지극히 평범했다.

공을 들고 있는 어린 퍼트리샤의 행복한 모습이 묻어난 사진에서 부족한 점을 하나 꼽자면 그녀의 치아뿐이었다.

또 다른 사진,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은 그녀는 긴 밤색 머리에서 수수한 아름다움과 살짝 무미건조한 부드러움이 풍겨났다.

또 다른 사진, 히피 유행은 따르되 나팔바지와 밤색 혁대, V자 모양의 옷깃 등 여느 대학생들의 유니폼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사진, 드레스 입은 자매들에게 둘려싸여 찍은 그녀의 약혼식 사진이었다.

특이하다면, 콧수염이 있는 그의 약혼자는 퍼트리샤보다 나이가 많고 키가 컸으며 의기양양하게 그녀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있는 반면에 퍼트리샤는 허공을 응시하며 얌전하게 웃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찍은 사진을 보고선 비올렌은 말한다. 퍼트리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내일은 더 요약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러나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 비올렌이 앞으로 읽게 될 글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바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 사진들은 틀림없이 허스트가가 고른 것이다, 퍼트리샤는 세계도 받았고 대학생이고 치어리더이고 약혼도 했다, 그러니 곧 우리의 딸이나 여동생, 혹은 그 누군가의 여자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퍼트리샤를 납치한다는 건 용서 못 할 폭력이다, 라는 식으로요.

진 네베바와 비올렌은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요약하는 것일까?




퍼트리샤인가, 타니아인가, 무엇이 진짜인 것일까


앞서, 퍼트리샤 납치 사건을 이어 말하자면 한 은행에서 강도 사건이 벌어졌는데 CCTV 분석 결과 의외의 인물을 포착한 것이었다. 바로 납치되었던 재벌가의 딸, 퍼트리샤였다.

그리고 몇 달 후, 납치범들과 퍼트리샤가 체포되었다. 퍼트리샤 또한 처벌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가족들과 변호사는 그녀가 세뇌당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알다시피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증거'와 '증인'이다.

변호인단은 퍼트리샤가 세뇌당했다는 것을 전문가에게 자문받고 싶어 알아봤지만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오히려 SLA의 여왕이었다."

결국 변호인단은 대학교수 진 네베바에게 무죄를 입증할 보고서를 청하게 되었고 교수는 비올렌과 함께 사건을 정리하고 요약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비올렌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몸값 요구가 없었느냐였다.

왜 그들은 몸값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일까?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라고 했을까?

이후 듣게 되는 녹음 테이프는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게 사실이다.

퍼트리샤가 직접 말한다.

"엄마, 아빠, 전 잘 있어요. …… 절 굶기는 사람도 없고, 때리거나 겁주는 사람도 없어요. …… SLA 대원들은 사람들이 자기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며 굉장히 불쾌해한답니다. 전 경찰이 오클랜드 집에 일제사격을 하며 공격했다는 말을 듣고 무척 화가 났답니다. …… 이 사람들은 미치광이가 아니에요. 그들은 정직하고 제게도 분명한 태도를 취했어요. …… 하지만 저는 잘 있어요! 저는 전쟁포로이고, 제네바협정에 따라 대우받고 있답니다. 요컨대 저는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재판을 받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제가 지금 이렇게 붙잡혀있는 건 우리 가족이 지배계급에 속해서 그런 거니 엄마, 아빠가 그 사실을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퍼트리샤는 자신을 타니아라고 지칭했으며 스스로 달라지고 성장했음을 주장했다.

비올렌은 교수에게 퍼트리샤가 퍼트리샤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다른 사건이 있었다. SLA가 한 스포츠용품점을 털기 위해 들어갔을 때 차 안에 퍼트리샤 혼자 남아 도망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가게 안에서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심지어 퍼트리샤가 차 안에서 경비원에게 총을 쏘면서 대원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SLA 대원들과 함께 체포될 당시에도 오히려 안도와 환희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Stockholm Syndrome, 즉,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의미를 찾아보면 가장 먼저 패트리샤 허스트라는 인물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1974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인데 당시 좌익 과격파인 공생 해방군(Symbionese Liberation Army, SLA)에 의해 납치되었었다.

며칠 후, SLA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지만 가족은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몇 달 후, 샌프란시스코의 한 은행이 습격을 당했었는데 SLA의 짓이었다.

그런데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 CCTV에 허스트가 소총을 들고 은행 직원과 고객들을 당당한 태도로 협박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FBI가 이들의 근거지를 급습하여 조직원 일부를 사살하자 허스트는 타냐라는 이름을 걸고 부모 및 사회를 공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보내왔다.

결국 FBI와의 총격전 끝에 드디어 허스트는 경찰에 체포되었다.

웃긴 것은 바로 이 뒤부터다.

재판에 서게 된 허스트는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조직원들에게 세뇌당해 어쩔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미 드러난 것이 많았던 허스트에게 배심원들은 징역 35년형의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거대한 '부'를 지닌 부모 덕에 2년도 안 되어 가석방되었다.

미국이건, 한국이건 '부'를 가진 자들은 모든 것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언론 제국을 거머쥐었던 부모의 빽이 없었다면 엄청난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을 수도 없었을테고 무엇보다 지미 카터 대통령이 그녀를 가석방시켜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공포심으로 인해 극한 상황을 유발한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현상이다.

즉, 학대받은 이들이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뜻한다.

요즘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아동 학대'이다.

일부 아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와 도움을 구해 결국 그 가정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지극히 일부이다.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온갖 학대를 받으면서도 그 끈을 놓지 못한다. 왜일까?

때린다 할지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을 세상과 연결지을 수 있는 유일한 끈이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매달리고 더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동뿐만 아니라 남편 혹은 남자친구에게 학대당하는 여성들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순간 학대에 스며들면서 가해자가 나쁘다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라고 단정짓기 때문이다.

실제 정신적 구속이 신체적 구속보다 그 파급력이 강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줄 지는 수치상으로 측정할 수 없다.


아, 그렇다면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가스라이팅과 스톡홀름 증후군은 동일하다고 봐야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스스로 피해자가 의식하며 가해자에게 긍정적인 감정 이입을 통해 내뱉지만,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즉, 가스라이팅과 스톡홀름 증후군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한 배우 때문에 가스라이팅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오르고 있는데 기사에 나온 그 문자들이 사실이라면 가스라이팅의 적절한 예시로 볼 수 있겠다.

가스라이팅 하는 이들의 특징이 '"너를 위한 거야.", "다 너를 위해서 그런거야."'라는 말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는 당연히 교묘한 정서 학대로 볼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조작되어진 심리 속에서 행동을 조종당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가스라이팅이다.

가스라이팅 그리고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면 솔직히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상 이를 벗어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그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게 좋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서 '마음 거리두기'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봤던 대목이 떠오른다. 관계에 있어서 적정선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를 타니아로 지칭했지만 막상 재판에 서고나선 자신이 자신이 아니었다고 했던 패트리샤 허스트.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면 그대로 감옥에서 몇 십 년이고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부모가 있었으니 수감 생활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가석방되고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사면된 것만 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책의 줄거리를 다 담을 순 없어 대부분 알고 있는 실화 내용을 기본 삼아 짤막하게 줄거리를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 비올렌의 관점에서도 흥미롭게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을 읽을 때,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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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4-15 17: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강렬하네요! 스톡홀름 증후군과 가스라이팅의 차이점이 애매모호했는데 하나님께서 쉽고 명확히 설명해주셔서 이해가 쏙쏙 되었어요ㅎㅎ 아직 쌀쌀한 날씨 따뜻한 저녁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04-19 00:37   좋아요 1 | URL
파이버님께 쉽게 이해가 되었다니 기쁘네요:) 낮에 해가 쨍쨍하긴 해도 꽤 쌀쌀한 것 같아요ㅎ 미세먼지도 너무 나쁘고요ㅠ 이번 주는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온도차는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 다행히 미세먼지는 살짝 걷히는 것 같아요! 파이버님, 행복한 한 주 되세요^^
 




주마다, 월마다 기록하는 책탑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을까.

아프다, 안 아프다를 반복하니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참 지칠 수밖에 없다.

문득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기도 하는데 하루, 하루 흘러가는 시간들이 덧없어지면 안되기에 나름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당연하게 해왔던 루틴들이 깨지고, 당연하게 기억하고 있던 것들을 놓치는 실수를 하는데 그럴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릴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강제(?) 디지털 디톡스 덕분에 읽은 책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또 글 써지는 게 한 걸음, 한 걸음 더 늦춰진다.

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주에 읽었던 책들을 올려본다♥




『17일』 | 롤라 라퐁

패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악의 꽃』 | 샤를 보들레르/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하면 제일 먼저 그림부터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직접 그린 삽화에 직접 선택한 보들레르의 시들이 순식간에 시간의 흐름을 타게 해준다.



『당시 사계 봄을 노래하다』 | 삼호고전연구회

과거 우리의 조상이 지었던 한시만 다룬 책들만 엮은 책을 가끔씩 읽긴 했지만, 생각해보니 당시를 다룬 책은 접해보지 못해 읽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 고전시는 학창시절에 접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그 때는 '공부'라는 것에 억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지만 지금 고전시를 펼쳐들게 되면 아마 그 느낌이 다를 것이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 염승환

주식과 관련된 꽤 유명한 책으로 주식투자 바이블이라고도 불린다.

주린이가 꼭 알아야 할 것들만 알차게 담겨 있어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퇴계 편지 백 편』 | 퇴계 이황

퇴계 이황과 관련된 책을 꽤나 읽었는데 '퇴서백선 退書百選'의 최초 번역판이라 읽게 되었다.

「퇴서백선」은 퇴계의 숙부 송재(松齋) 이우(李堣)의 후손인 소은(小隱) 이정로가 정조正祖의 명으로 편집한 『주서백선朱書百選』의 선례에 따라 1,000여 통의 퇴계 편지에서 100편을 골라 6권 3책으로 편집하였다.

자성을 위해 편집하여 자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퇴서백선」을 편집하였고 손자인 이종무李鍾武가 이후익에게 발문을 받아 간행하였다.

이 책은 「퇴서백선」을 주제별로 다시 엮어 번역한 책이다.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리우난

"왜 나는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

말하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단련되는 능력이다.

다짐만 해서 절대 좋아지는 것도 아니기에 말하기 능력 또한 제대로 알고 터득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을 알기에 저자는 구체적 상황들을 예시로 들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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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쿠킹씨의 베이킹 클래스 - 기초부터 배우는 디저트의 모든 것
쿠킹씨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하나, 책과 마주하다』


집에서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부터 베이킹까지 다양한 책들이 대거 나오고 있다.

베이킹과 관련된 도서를 추천할 때, (개인적으로) 나는 베이킹 관련된 책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기초적인 레시피를 다룬 책은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 외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레시피들로 담긴 책들이 그나마 소장하며 읽기에 좋다.

이 책 또한 기본서같은 책으로 베이킹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쿠킹씨(한석문)는 2018년, 유튜브에 처음 베이킹 영상을 올린 이후 홈베이커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베이킹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다.

막 베이킹에 입문한 이들도 부담 없이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선보이며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유튜버 2년 3개월 만에 현재 구독자 수는 무려 142만 명에 달하고, 채널 누적 조회수는 어느새 1억 뷰를 돌파했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베이킹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며 새롭게 선보일 레시피를 구상하며 하루하루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베이킹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긁어주는 느낌이다. 베이킹의 기본적인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할 수 있겠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코코아 파우더와 같은 기본 재료부터 거품기, 핸드 믹서, 믹싱 볼 등의 기본 도구들을 짤막하게 알려주고 있다.

대개 홈베이킹을 머랭쿠키나 초코쿠키 등으로 시작해 만들곤 하는데 책에서는 그런 레시피들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는 베이킹 용어까지 찬찬히 설명해주고 있다.




스콘 혹은 케이크 등 베이킹할 때 기본적으로 크림이 빠지는 법이 없다.

기본 크림 레시피인 크렘 파티시에, 아몬드 크림, 샹티 크림, 요거트 크림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처음 베이킹에 도전한다면 역시 그 처음은 바로 '쿠키'가 아닐까!

특별히 큰 스킬 없이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나 또한 베이킹에 '베'자도 몰랐을 때 처음 만들었던 것이 쿠키였다.

인터넷에 검색한 레시피대로 무작정 도전했던 쿠키였는데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쿠키가 뚝딱 완성되어 그 때부터 베이킹에 눈을 뜨게 되었던 것 같다.


수록되어 있는 기본 쿠키 레시피만 따라해 쿠키를 만든다면 버터향 가득한 겉바속촉의 맛있는 쿠키를 손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 만들어보고 완성작을 올리겠지만 꼭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가 있었으니 바로 '에그타르트'다.

책에서는 여러 번 3절 접기 하는 대신 4절 접기를 한 번만 하여 만든 방법이라 간단해 따라하기 쉬울 듯하다.

타르트지의 바삭함을 한껏 살려 겉바속촉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에그타르트는 언제 봐도 매력적인 디저트이다.




그냥 먹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담백하고 고소한 플레인 스콘!

스콘하면 역시 영국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빅토리아 스펀지 케이크와 함께 영국에서는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더해 홍차와 함께 티타임을 즐긴다.

사실 스콘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스콘 그대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디저트 중 하나이다.

중력분으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애플파이, 타르트, 파운드케이크, 머핀, 케이크, 브라우니, 마들렌, 비스코티 등 기본적으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어 매우 유용하다.

책에는 중간 중간 보너스 페이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알면 좋은 상식들이 가득해 읽어보면 꽤 도움이 된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적인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는 베이킹 책은 갖고 있으면 꽤나 유용하다.

단, 관련 분야의 책을 여럿 접해야 하거나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두권이면 충분하다.

요새는 블로그, 유튜브로도 충분히 레시피를 접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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