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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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생원, 시침을 떼두 다 아네······. 충줏집 말야."

계집 목소리로 문득 생각난 듯이 조 선달은 비죽이 웃는다.

"화중지병이지. 연소패들을 적수로 하구야 대거리가 돼야 말이지."

"그렇지도 않을걸. 축들이 사족을 못쓰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나, 아무리 그렇다군 해두 왜 그 동이 말일세. 감쪽같이 충줏집을 후린 눈치거든."

"무어 그 애숭이가? 물건 가지고 낚았나 부지. 착실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그 길만은 알 수 있나······. 궁리 말구 가 보세나그려. 내  한턱 씀세."


어디서 한 번쯤은 많이 봤을 지문일 것이다.

수능을 준비했다면 EBS 수능특강에서 한 번쯤은 봤을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부분이다.

그만큼 문학적으로도 높게 평가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인데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려보고자 책을 펼쳤다.


저자, 이효석은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했던 1920년대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였다.

그의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문학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강원도 평창 출생으로 경성 제1고보(현재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현재의 서울대학교) 법문학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28년 [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로 데뷔하였다.

『행진곡』 『기우』 등을 발표하면서 동반작가를 청산하고 구인희(九人會)에 참여, 『돈』『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 평양 숭실전문 교수가 된 후 『산』『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그의 문체는 세련된 언어, 풍부한 어휘, 시적인 분위기로 요약할 수 있으며, 시적인 정서로 소설(산문문학)의 예술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42년 평양에서 결핵성 뇌막염으로 3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단편문학이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은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아마 (이전에 읽었었다면) 그 내용은 왜 없지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대부분 문학시간에 지문으로 한 번쯤은 나와 접해봤을 터인데, 책으로는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처음 접했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에서 「깜둥바가지 아줌마」도 물론 좋아했지만 「사슴」, 「쌀 도둑」이 인상깊었듯이, 이 작품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을 포함해 「산」, 「들」이 인상깊었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간략하게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말하자면 이렇다.


Ⅰ 메밀꽃 필 무렵


왼손잡이인 허 생원은 여자와는 연분이 없는 인물이었다. 숫기도 없었고 여자와 함께 정을 보낸 적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충줏집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온 몸이 떨리기까지 한다.

동이 때문이다. 꼴사나운 난질꾼이 낮부터 술을 먹고 수작을 부리니 장돌뱅이 망신만 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튼 나귀 소동 후에 함께 봉평 장을 떠나게 되고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눈 여자와의 추억이었다.

함께 길에 나선 조 선달은 친구가 되고서부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을 이야기였다.

동이 또한 그에게 그간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하는데 문득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개울에 빠지게 된다.

그리곤 문득 동이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임을 알게 된다.





허 생원과 동이를 연결해주는 것은 봉평이고 그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더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왼손잡이'이다.

허 생원에게 봉평은 성 서방네 여자, 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누었던 곳이고 동이에게 봉평은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와 관련된 곳임을 암시한다.

그의 소설을 보고있자면 대부분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

허 생원과 나귀가 보여주는 정서적 융합은 물론이고 작품을 보고있으면 인간과 자연이 하나됨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단편 중 하나인 「산」 또한 그렇다.

중실은 첩을 건드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 때 갈 곳 없는 그가 향한 곳이 바로 산이었다.

그리곤 그는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식민지 시대에서 문학적 정체성을 고뇌했던 사람으로, 그의 작품을 보고있으면 이런 단어들이 연관지어 생각날 것이다. 고향, 이방인, 생활 문화, 자연, 사회주의 등등.

이른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보다 더 오래,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중학교 때, 도서관에서 책으로 처음 접했고 대학교 때 책을 구입해 한 번 더 읽었는데 이번이 꼭 세 번째다.

좋아하는 작품인만큼 중간에 짤막짤막하게 생각날 때마다 읽긴 했는데 특별하게 새 책으로 읽은 것으로 세어보자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각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어린 왕자」도 모아 소장하고 있는데, 「메밀꽃 필 무렵」도 이제 두 권째이니 모아봐야겠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노트에 따로 적었을 만큼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예쁘게, 의미있게 표현한 구절들이 많은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작가 이효석의 소설들을 보고있으면 꼭 '시'같다.

구절 하나하나 괜스레 더 곱씹게 할 만큼 묘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꼭 시 읽는 기분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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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10-16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우선 사진 넘 예뻐요 ㅜㅜ
☺️☺️☺️

하나의책장 2021-10-19 22:32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졌죠!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