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9월 2일 흐림 19도~26도


2주 전쯤 끝낸 4차 풀베기 작업 후 4차 때 처음에 풀을 벴던 곳은 벌써 풀이 허리높이까지 올라왔다. 이제 처서가 지나갔으니 풀이 자라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5차 풀베기가 올해 마지막 풀베기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풀 중에 특히 한(환?)삼덩굴이 극성이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더미와 같이 지저분한 환경에서 많이 자란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밭 상태가 그렇게 지저분한가 고개가 갸웃거린다. 꼭 지저분한 곳에서만 자라는 것은 아니겠지 ^^;;; 최근 계속된 비 탓에 한 번 베었던 풀들이 썩어가면서 한삼덩굴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삼덩굴은 맥주 호프의 원조이지만, 호프 향이 약하고 수정이 되면 향이 거의 사라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전초가 약제로 쓰였으며, 혈압강하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꽃가루병을 일으키기도 해서 위해 식물로 분류하기도 한다. 


농부 입장에서는 거친 가시와 다른 나무를 꽁꽁 감아안는 특성으로 인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에 최대한 빨리 없애는 것이 상책이다. 예취기를 쓰다가 날이 멈춰서는 경우 열에 아홉은 이 한삼덩굴 탓이다. 서로 뒤엉켜 자라있는 한삼덩굴은 낫으로도 베는게 쉽지 않다. 뒤엉킬 정도로 자라기 전에 미리 뿌리를 뽑아버리든가 베어야 한결 손이 많이 가지않아 편하다. 아무튼 이번 5차 풀베기는 한삼덩굴과의 싸움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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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가 끝났다. 직장 내 애환을 담은 이 드라마는 신입사원의 적응기가 아니라 N년차 직장인의 생존기였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한 직장인들의 눈물겨운 사투기였다. 


드라마의 결말은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환상을 담아냈다. 결국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내 사업을 차려서 멋지게 성공함으로써 나를 쫓아낸 직장에 복수하는 짜릿한 상상말이다. 드라마니까,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쾌감을 준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해피엔딩이 결코 해피하게 보이지 않는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주인공은 그렇게 일에 매달리는 것일까. 미쳐야 미친다고 했지만, 주인공이 코피 쏟아가며 야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를 넘어, 자신의 사업을 차리고 나서도 그는 일에 매진한다. 집에 홀어머니와 어린 딸아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일에 매달리도록 만들었을까. 정말 일이 즐거워서? 하루종일 매달리고 싶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있어서 일이 전부인 것일까. 


자기사업, 쫓겨난 회사에 대한 통쾌한 복수, 성공...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구는 이것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근면, 성실, 자기 희생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지만, 정녕 그 덕목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글을 썼다. 말 그대로 게으름을 피우라는 것이 아니라 여가를 충분히 갖는 삶에 대한 찬양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여가는 왜 우리로부터 도망갔는지, '미치지 말고'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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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8월 26일 흐림 20도~28도


미니사과나무에 열린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하지만 병충해에 시달려 모양과 색깔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맛이나 볼려고 한 개 따 보았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던 나비들이 나무가 흔들리자 십여마리가 날아간다. 아~ 이러니 사과나무가 남아날리가 있나... 이 나비들이 알을 낳아 애벌레가 태어나면 잎과 가지를 엄청 갉아먹을 테고, 여기서 생긴 상처로 인해 병에도 쉽게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애당초 이런 나비나 나방과 같은 것들이 나무에 오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지만, 약을 치지 않고 놔두다보니 쉽지가 않다. 



아이들 주먹만한 크기의 사과가 검붉게 익었다. 약을 치면서 관리가 됐다면 반짝반짝 예뻤을 것 같다. 하지만 벌레나 균의 시달림을 받으면서도 자라난 사과의 생명력은 클 것이라 여긴다. 



껍질 채 먹으면 좋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상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껍질을 깎아봤다. 중간중간 상한 흔적이 보인다.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먹어보니... 사과맛이다. ㅋ 약간 덜 익은듯하다. 꼭 아오리사과를 먹는 듯한 맛이 난다. 조금 더 놔두었다 먹을만한 것들을 몇 개 정도는 딸 수 있을듯하다. 이렇게 풀 관리만 하면서 놔두어도 수확이 가능할지는 1~2년 더 두고 볼 생각이지만, 친환경농자재를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겠다. 사과의 빨간맛! 머지않아 맘껏 느껴볼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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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이 끝났다. 김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그 탓인지 시청률이 그만큼 나오지는 못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였다. 젊은이들의 사랑을 담은 멜로적 측면과 살인 사건을 다룬 형사물의 냄새를 잘 버무려, 세상은 살 만하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것은 어릴적 상처다. 마지막회 전인 15화에서 피투성이가 된 발로 길을 걷는 세 명의 아이 이야기를 전했다.

그 아이들이 서로 다른 어른을 만났는데 한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주었고, 또 한 아이는 남을 위해 더는 자신에게 상처를 내지 않도록 숨겨졌지만, 다른 아이는 신발이나 위로 대신 비난이나 학대를 받았다. 세상에는 발이 없는 아이도 있는데 너는 신발이 없다고 징징댄다고. 그날의 일은 세 명의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주인공인 주영도는 엄마의 신을 신었던 아이와 형에게 신을 벗어주지 못했던 아이는 타인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힘겨울 수 있겠지만 끝내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건 죄책감일 뿐 죄가 아니니까. 하지만 다른 한 아이는 아무도 약한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는 좌절이 분노가 되는 발화의 순간이 올 수 있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생겨나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트라우마는 어른이 되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갉아먹어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거나, 극단적으론 목숨마저 앗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타인에게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 이런 불행을 막아주는 것은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시 마주치되, 그를 응원해줄 사람이 곁에 있어, 함께 극복해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받았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목구멍에 걸린 칼날을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세상은 분노를 유발하는 현실에서 잔잔한 위로가 된다.


하지만 이럴 때면 항상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오 헨리의 단편 [마녀의 빵]이다. 누군가의 선의가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섬뜩하다. 다만 우리는 재앙이라는 결과만을 보지않고 선의라는 그 의도를 보는 마음도 함께 가졌다는 것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그 누구라도 [너는 나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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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몰입 - 나를 넘어서는 힘
짐 퀵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따금 매너리즘에 빠지곤 한다.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진다. 이럴 땐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읽다보면 뻔하다고 느껴지는데, 그 뻔한 것을 하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기계발서는 이런 나에게 자극을 준다. 자동차 시동을 걸 때 점화플러그가 작동해야 앞으로 나아가듯, 점화플러그의 불꽃을 튀게 해주는 것이다. 


이책 <마지막 몰입>은 세계 유수의 기업과 뛰어난 경영자들이 두뇌 개발을 위한 코치로 부르는 짐 퀵이라는 사람이 쓴 잠재력 향상법이라 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의 대부분이 그렇듯 여러 책과 연구들을 통합해서 자기 안에 갇혀있는 잠재력을 극복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몰입을 방해하는 디지털 정보의 홍수 시대에서 어떻게 집중하면서 뇌의 기능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실제 다른 자기계발서와의 차이점을 크게 느끼진 못하겠다. 다만 속독의 방법과 이름을 기억하는 법과 같은 기억력 향상법 등 실제 유용한 방법론이 담겨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짐 퀵이 말하는 두뇌향상법은 어떻게 보면 이미지화 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의 방법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해보면 책을 읽는 것은 읽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낭송이 아니라(반면 고미숙은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에서 낭송을 중요시한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중요한가, 뼈에 사무치는 것이 중요한가,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에 처방도 다르다) - 우리는 낭송하지 않을 때도 속으로 읽고 있다 - 글의 이미지를 그대로 머리에 집어넣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 연습을 통해 글읽기의 속도는 몇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 짐 퀵의 설명이다. 


암기 또한 이미지화 작업이 필요하다. 암기는 반복을 거쳐 뇌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화를 통해 능동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암기는 수동적 흡수가 아니라 능동적 재배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책 내용을 참조- 


하지만 이런 구체적 방법론 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메시지는 

재밌는 일도 이유가 없으면 하지 않게 된다

는 것이다. 즉 동기부여가 없이는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 할 지라도 집중과 몰입이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행할 수 없다. 반대로 괴롭고 힘든 일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다. 즉 내가 행하는 일에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답을 긍정할 수 있을 때만이 우리는 최상의 몰입으로 일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가끔 매너리즘이 찾아올 때는 자기계발서를 찾기보다는 왜? 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하려나(아니, 그러고보면 이런 해답을 찾은 것은 이책 <마지막 몰입> 덕분이니 그래도 간혹 자기계발서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인간의 뇌나 심리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들을 통섭하는 책이 나온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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