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 범죄집단의 보이스피싱과 사기범죄로 인한 사건으로 한국이 들썩였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돈의 유혹에 이끌리거나 속아서, 일부는 자발적으로 이 범죄에 엮이면서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 이런 범죄집단이 동남아 국가 사이에서 권력과 연계해 매우 조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죄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범죄에 가담한 이들 사이에서도 인권 유린과 고문 등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이런 보이스피싱을 다룬 한국 영화도 있다. 2024년 개봉한 <시민덕희>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고, 2021년 <보이스>는 보이스피싱의 범죄집단과 본거지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범죄의 배경이 된 곳은 모두 중국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오픈한 <회혼계>는 대만에서 만들어진 9부작 시리즈 물로 서기, 리신제가 주연으로 나온다. 벤카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이 범죄조직이 이번 캄보디아 사건과 닮아 있어 관심을 끈다. 


시리즈 <회혼계>는 벤카의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에 감금되었다 결국 목숨을 잃거나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두 어린 소녀의 엄마가 벌이는 복수극이다. 두 엄마는 기어코 이 범죄집단의 두목을 기소해 결국 사형까지 이끌어낸다. 하지만 막상 사형이 집행되고 나니, 복수를 했다는 통쾌함보다는 허무함이 더 크다. 그냥 이렇게 사형으로 끝내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마저 든다. 두 엄마는 목숨을 빼앗는 것이 복수의 끝이 아니라 딸들이 당했던 고통을 고스란히 똑같이 안겨줘야 만이 복수라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작전을 꾸민다.


실은 여기서 이 시리즈물의 진입장벽이 생긴다. 현실적인 미스터리물이자 복수극이 이어지기 위해 죽었던 사형수를 살려내는 판타지적 요소가 끼어든다. 온전한 시체가 있다면 단 일주인 간 되살려낼 수 있는 주술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인정하고 시리즈물을 지켜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진입장벽을 뛰어넘어, 즉 이 전제를 인정하고 시리즈를 지켜본다면 이 일주인간의 환생이라는 제약이 극의 전개에 긴장감을 더하고, 반전에 반전을 기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극의 재미는 배가 된다. 


<회혼계>의 재미는 사건의 반전이 이어진다는 점과 함께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다루고 있다는 부분에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엮이게 된 소녀들은 자신의 부모 또는 경찰들이 자신의 소식이 알려지면 분명 찾아와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들을 꺼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범죄집단은 이들이 찍은 영상을 부모에게 또는 외부에 보내는 것처럼 속여 놓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는, 즉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절망감을 안긴다. 여기에 더해 피싱범죄의 목표치를 정해 이를 달성하면 내보내주겠다는 희망을 전하며, 실제 목표달성을 한 소녀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게 만든다. 물론 이것도 모두 가짜다. 소녀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육체적 고문뿐만이 아니라 이런 희망고문이다. 


여기에 더해 소녀들이 범죄조직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 실패의 원인을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만듬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더욱 가한다. 친구들 간의 이 불신은 다시 이들 부모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믿음이 흔들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극을 더욱 긴장 속으로 몰아간다. 


<회혼계>에서는 이들 범죄조직은 다시 이교도 집단과 맞물려 있고, 이교도 집단은 권력층과 엮이며, 사회 곳곳에 깊숙이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범죄집단의 견고함과 일상성이 얼마나 우리에게 위협적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범죄조직의 실체와 반전으로 이루어진 사건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흔들리는 심리 <회혼계>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다만 마지막의 반전은 조금 과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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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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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5 경주 APEC에서는 트럼프가 촉발시킨 자유무역에 대한 위협과 새로운 화두로 AI와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이 눈에 띈다. 이런 새로운 논제와 더불어 경주 선언 전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속적인 글로벌 도전과제로 에너지, 식량안보, 환경, 극한 기상 및 자연재해를 들고 있다. 


이 도전과제를 언급하면 퍼뜩 떠오르는 것이 탄소제로를 통한 기후 온난화의 억제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강령을 제시했으며, 실은 그 이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협약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를 찾기 힘들며, 과연 앞으로도 이런 실천을 제대로 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렇게 이상 또는 목표만 존재하고 그 실천이 요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 전문가인 바츨라프 스밀은 이 책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통해 탄소 제로라는 목표가 조금은 허황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재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근원은 화석연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에너지로서의 화석연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해 화석연료를 줄여나가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또 이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꼭 에너지 분야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세계를 움직이는 네 가지 요소로 암모니아, 강철, 콘크리트(시멘트), 플라스틱을 들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네 가지가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현대 문명은 존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지금 당장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을 둘러보라. 사무실이든 집이든 거리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콘크리트와 강철로 둘러싸여 있으며, 우리가 사용하는 것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게다가 우리가 하루 세 끼 먹고 있는 식량을 생산하는데 암모니아(요소 비료)가 없다면 현재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네 가지 모두 화석연료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즉 우리가 아무리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킨다 해도 우리 문명을 이루는 네 가지 축을 바꾸지 못하는 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기후온난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재 양 극단에 치우쳐 있다. 지금 이대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다가는 머지않아 지구가 멸망 또는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멸망론과 과학의 발달로 탄소포집 등을 비롯해 첨단 기술로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 것이라는 희망론이 그것이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의 저자 스밀은 실제 우리 현실은 이 두 극단 사이의 어디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0으로 향하도록 하자는 이상론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머지않아 첨단기술로 극복할 수 있으니 마음껏 써도 괜찮다는 낙관론에 젖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 극단의 처치가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한 탄소배출을 줄여가는 방식을 찾아 이를 실천해 나갈 약속을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암모니아를 줄이기 위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기 위한 재활용,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단열재의 사용 등등. 작지만 실현가능한 것으로부터 우리는 어두운 미래로 향하는 길을 조금은 밝은 곳으로 옮겨갈 수 있으리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 세상이 지속가능하게 돌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책장을 펼쳐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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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아메리카기 - 지구를 살리고 나를 지키는 탈문명, 탈소비, 탈경쟁의 여정
마사키 다카시 지음, 김동준 옮김 / 정신세계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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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 장바구니에 클릭하여 물건을 담는 순간, 행복감은 궁극에 달한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든, 이어지지 않든, 그 물건이 집에 도착해서 사용되어질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진다. 소위 '지름신'이 강림하면 이 장바구니 속 물건이 실제 꼭 필요한 것인지 조차 따져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 행복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짧게는 장바구니 속에 담는 찰나의 순간을 지나면서부터, 길게는 실제 집에 물건이 도착해 언박싱을 하는 순간이 지나면 행복감의 정도는 급속히 떨어진다. 그래서 다시 손가락은 장바구니에 담을 물건은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소비하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 더불어 이런 행복의 추구가 지속가능할까. 지구는 80억이 넘는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만큼 넉넉할까. 만약 이 행복이 마치 중독마냥 자신의 몸을 죽여가는 쾌감이라면 어떡해야 하나. 


이책 <출아메리카기>는 아메리카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비문명>이라는 책을 쓴 마사키 다카시가 자신이 인도에서 영성을 얻게 된 과정과 함께 자급자족적인 삶을 이행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모습까지를 담고 있다. 


그는 인간이란 동물성과 인간성, 신성을 함께 지닌 존재로 보고, 신성의 획득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인간의 만족이란 욕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과 욕망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카로 대변되는 자본주의는 욕망과 소유에 집착하며, 이 욕망의 크기를 계속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탈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욕망으로 이루어진 풍족한 문명은 오히려 인간에게 무능과 무기력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일안으로서 그는 월급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그리고 실제 이를 위해 자급자족을 꿈꾸며 시골로 향해 차밭을 가꾸고 나무를 심으며 숲을 일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소비주의적 삶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말뿐이 아닌 실제 삶으로 그 대안적 삶을 실천하고 있는 마사키 다카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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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막을 걷어내고 햇빛을 온전하게 받게 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하지만 이 한 달 동안 해가 난 날보다는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묘목에 일부러 물을 준 경우는 딱 하루 밖에 없을 정도다. 

이젠 제법 아침 저녁으로 10도 중반의 꽤 쌀쌀한 날도 찾아온다. 지금 보니 성장의 차이가 확연해진다. 예닐곱 개의 묘목은 꽤 풍성하게 자랐고, 10여 개 정도는 죽지 않고 잘 버텨준다는 느낌. 그리고 나머지는 영 신통치 않다. 풍성하게 자란 묘목의 경우엔 병이 들었다기 보다는 낙엽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직도 어린 묘목임에도 자연 상태로 거의 방치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몇 그루가 제대로 커 갈지 흥미롭다. 

이 상태로 올 겨울을 나고 내년 봄까지 생명을 유지한다면, 내년엔 분갈이를 통해 더 잘 자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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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집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면서 수확한 것들이다. 봄에 심었던 참외 모종은 8월초부터 9월말까지 꾸준히 참외를 제공하고 있다. 약을 치지 않아서 껍질 이곳저곳이 벌레나 달팽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모습이 그대로지만, 잘 깍아서 먹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아직도 참외가 달려 있고, 익어가는 중이라 다음주까지는 하루에 한 개 꼴로 꾸준히 먹을 수 있을 듯하다. 


오미자는 2주 전에 한 바구니 수확해서 청을 담가 두었는데, 당시 살짝 덜 익은 것들을 마저 수확했다. 지난해보다 살짝 적은 양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오미자 또한 약 한 번 치지 않고 거둔 것들이라는 점에서 대견스럽다. 


빨갛게 익은 고추도 몇 개 땄다. 고추는 약을 치지 않으니 노린재 등의 피해가 크다. 그럼에도 풋고추로 따 먹고, 지금은 빨간 고추로 찌개 등 양념에 쓴다.


올해 가장 큰 수확은 밤이다. 집 뒤쪽에 밤나무가 있었다는 걸 여태 모르고 있었다. 아니다. 그전까지는 워낙 밤나무가 작아서 눈치를 못 채다가 이제 제법 나무가 커지면서 열매도 달리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땅에 떨어진 것들을 주우니 바구니 한 가득이다. 물에 담가서 벌레 먹은 것들을 골라내려 했지만,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일단 수확한 것들은 모두 삶아내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1주 후 한 번 더 수확할 거리가 있을 것 같은데, 생으로 먹든가 삶아서 냉동보관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상은 약 없이도 수확이 나름 가능했지만, 배나 사과는 처참하다. 벌레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나름 괜찮다 싶은 것들은 모두 새가 쪼아 먹었다.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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