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드라마 <사임당>에서 주인공들의 운명을 가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운평사 난민 학살사건이다. 이 학살사건은 민치형이 난민을 몰살했다는 사실로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달리 읽힌다. 사임당은 자신의 그림과 싯구 때문이라 여기고, 난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이 고려지 제작의 비밀을 넘겨준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해석하는 시각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2. 우리는 현재 사건을 해석하는 상반된 시각으로 심각한 갈등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실상 문제는 사건의 해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사임당>의 운평사 학살 사건처럼 대통령이 저지른 명확한 사실이 있음에도 그것마저 부정되고 있다. 즉 사실을 바라보는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그 자체가 애시당초 다르다는 것이다.
3. 사실이 뒤바뀌는 현실. 아마 그건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거짓뉴스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라는 것 자체가 의문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젠 우리에게 들리는 모든 이야기들을 먼저 의심해보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이 되는 사실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눈부터 길러야 되는 현실이 버겁다. 명확한 사실마저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언론이 안타깝다. 사실이 숨바꼭질 하는 시대, 우리는 술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