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이 불덩이입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차도가 별로 없네요. 자꾸자꾸 못된 생각만 듭니다. 아이가 일어나는대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고 하네요. 주사를 맞히려 했지만 아이가 "싫어 싫어" 고개를 젓습니다. 갓난아이였을 때 정말 주사를 잘 맞았었는데 말이죠. 주위 사람들이 보면 놀랄 정도로 "앵~" 한번 하고는 뚝 그쳤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주사를 무서워합니다. 할 수 없이 약을 좀 강하게 쓰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서부터 잘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왔더니 고작 한 조각 먹고는 밀어냅니다.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싸 왔더니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약이 쓰고 독하다고 하니 잘 먹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날마다 아이를 몇번씩 안아줍니다. 오늘은 아이 무게가 가볍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안고 걸을 때마다 '아이고, 몸무게가 늘어서 힘드네, 언제쯤 저 혼자 걸으려나'하며 푸념을 했었는데. 마치 아이 몸 속에서 마음 한 구석이 떨어져나간듯 가벼워졌습니다. 그 영혼의 무게가 참 무거웠나 봅니다. 또다시 미안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죄인이 된 듯합니다. 아이가 번쩍 들어올려집니다. 그 가벼움이 저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아주 무겁게.
아이는 연신 잠만 자려 합니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간지럽히기도 하고, 장난을 건넵니다. 가끔씩 웃어주는 아이는 정말 천사입니다. 제겐 천사가 있습니다. 결코 저의 곁을 떠나지 않을 천사가 있습니다. 오늘도 그 천사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