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이 불덩이입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차도가 별로 없네요. 자꾸자꾸 못된 생각만 듭니다. 아이가 일어나는대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고 하네요. 주사를 맞히려 했지만 아이가 "싫어 싫어" 고개를 젓습니다. 갓난아이였을 때 정말 주사를 잘 맞았었는데 말이죠. 주위 사람들이 보면 놀랄 정도로 "앵~" 한번 하고는 뚝 그쳤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주사를 무서워합니다. 할 수 없이 약을 좀 강하게 쓰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서부터 잘 먹으려 하지 않습니다. 수박이 먹고 싶다고 해서 사 왔더니 고작 한 조각 먹고는 밀어냅니다.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싸 왔더니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약이 쓰고 독하다고 하니 잘 먹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날마다 아이를 몇번씩 안아줍니다. 오늘은 아이 무게가 가볍게 느껴집니다. 아이를 안고 걸을 때마다 '아이고, 몸무게가 늘어서 힘드네, 언제쯤 저 혼자 걸으려나'하며 푸념을 했었는데. 마치 아이 몸 속에서 마음 한 구석이 떨어져나간듯 가벼워졌습니다. 그 영혼의 무게가 참 무거웠나 봅니다. 또다시 미안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죄인이 된 듯합니다. 아이가 번쩍 들어올려집니다. 그 가벼움이 저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아주 무겁게.

 

아이는 연신 잠만 자려 합니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간지럽히기도 하고, 장난을 건넵니다. 가끔씩 웃어주는 아이는 정말 천사입니다. 제겐 천사가 있습니다. 결코 저의 곁을 떠나지 않을 천사가 있습니다. 오늘도 그 천사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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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8-29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아프면 밥을 못 먹'습니다.
아이가 하는 말은 '평소에 먹고 싶던 것'을 줄줄이 댈 뿐이에요.
그걸 고스란히 사다 줄 수는 없고,
"네가 다 나으면 다 사 줄게." 하고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아프면 아무것도 못 먹는단다. 깨끗하게 낫고 모두 즐겁게 먹자." 하는
말을 아이한테 들려주셔요.

아이한테 "네가 튼튼하고 씩씩하게 크려고 아프단다." 하는 말도
잊지 마시고요...

크리스마스 2013-08-2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때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못받아 성인이 된 지금도 불안해하고 았습니다. 따님께선 먼 훗날에 오늘을 어렴풋이 기억할테고 아빠의 따뜻한 사랑으로 예쁜 마음의 성인이되겠지요. 힘내시길 활기차게!!

하루살이 2013-08-30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약을 먹이려다 보니 자꾸 욕심이 가네요.
건강하게 키우는 게 제일 큰 목표랍니다.
응원을 힘삼아 기운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