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역사 - 켄 윌버 시리즈 2
켄 윌버 지음, 조효남 옮김 / 대원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600쪽이 넘는 책. 솔직히 읽기가 겁난다. 잠깐 훑어보고 끝까지 읽을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읽어본 40쪽 가량.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으면서도 상당히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마음먹고 읽어보기로 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진화적 관점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본다. 그 관점은 또한 초인격심리학(트랜스퍼스널심리학)이라는 독특한 입장이다. 초인격심리학은 얼핏보면 신비주의적 색채를 띤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격을 넘어서 혼과 영(sprit)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신비적이라거나 말도 안된다고 치부하기에는 그것이 기존의 종교를 모두 다 담아내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외시하기 힘들다.

먼저 저자인 윌버는 세상을 온수준(all level)과 온상한(all quadrant)으로 나눈다. (나중에 그의 사상적 발달로 온계통이 추가된다) 온수준이라함은 물질-실체-마음-혼-영의 진화를 말하며,  온상한은 세상을 네가지로 분류한다. 그 기준은 내면과 외면, 개체와 공동체의 짝으로 이루어진다. 내면은 해석을 필요로 하는 맥락지향적, 즉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하는 것이묘, 외면은 그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개체의 내면은 개인의 의지를 다루는 것으로 주관적 진실성을 담보로 해야한다. 개체의 외면은 객관적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뇌의 작용과 같은 것이 되겠다. 공동체적 내면은 문화 현상등이 속하는 것으로 상호주관적 상호이해를 바탕으로한 정당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공동체적 외면은 사회조직, 시스템 등을 말하며 기능적 적합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네가지 분류는 다시 뭉뚱그려 나와 우리와 그것들(개체적 공동체적 외면)로 표현되어지는데, 이것은 미, 선, 진으로, 또는 미학 도덕 과학으로, 또는 불 승 법으로 표현되어질 수 있다. 이 각 분야는 그 분야별로 진화를 이뤄가는데 개체의 내면을 예로 들면 감각 지각 충동 감성 상징 개념 구체적 조작 형식적 조작 비전 논리 등으로 진화하고, 공동체적 외면은 은하계 행성계 가이아계 생태계 노동 분업사회 집단 부녹 촌락 초기 국가 국가 지구촌 등의 진화를 이룬다. 물론 이 네분야의 진화는 각각 진행되기보다는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이루어진다. 즉 사회적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인간의 내적 성숙또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관계성에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관계를 떠나 홀로 발전되어진 것들은 잠시만의 경험으로 남을뿐 그것의 의미를 알 수 있다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정립할 수 있는 것은 어렵다.

이들 진화의 기본요소는 홀론이라고 표현되어지는 기본 구조를 갖는데 홀론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전체이면서 동시에 다른 전체의 부분이 되는 것을 말한다. 즉 분자는 분자로서의 전체이면서 동시에 세포의 부분이며 원자는 원자로서 전체이면서 분자의 부분인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홀론적 구조는 계층을 형성하는데 이것을 홀라키적이라고 부른다. 이 홀라키는 역으로 발생할수는 없는데 이것은 분자가 파괴되면 그 윗부분인 세포는 없어지지만 원자는 그대로 존속하지만, 반대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 홀론은 4가지 인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이것은 작인, 즉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특성, 그리고 공존적 교섭, 초월과 소멸로 나타난다. 여기서 초월은 홀라키적 창발이라고 해서 창조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 창조성을 영이나 空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물질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이나 영장류에서 인간이 탄생하는 과정등은 모두 이 창조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신과학등에서 설명의 방식으로 도입했던 우연이라는 것을 피하고, 또 띠의 요동으로 인한 갈래치기로부터도 벗어난다. 그리고 이 공이나 영은 개체의 내면분야의 마지막 진화점임과 동시에 네 분야의 기저에서부터 진화의 끝까지 언제나 존재하는 근본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바로 이부분에서 직선사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홀론들은 각자의 단계에서 한계점에 부딪혔을 때 비로소 창조적 비약을 맞이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데, 어떤 한 부분의 홀론이 위계를 찬탈하여 전체를 지배하고자 할때 병폐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바로 이런 지배자적 계층구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막강한 권력과 돈 위주의 사고, 이익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문화 등등이 서로 얽혀 독재를 하고 있는 꼴인 것이다.

진화란 한마디로 자아중심에서 벗어나는 방식이라고 표현된다.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인간 인지의 발달을 보더라도 마법적 신화적 합리적  등으로 발전하는데 이것은 나를 버리고 전체를 향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사顫湧?혼동하는 것은 전단계와 초단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똑같이 바라본다는 것이다. 즉 아이가 맨 처음 태어나 생명과 물질을 구분못하다가 그것을 구분한 후 나와 세상의 움직임을 구분 못하게 된다. 즉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해 하늘이 화를 낸 것이라는 생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것이 점차 나와 세계를 구별하고 다시 나 중심으로 바라보다 가족이나 국가와 같은 공동체로 다시 지구촌 그리고 모든 생명과의 합일로 나아간다. 그런데 이런 합일이 인간이 맨 처음 태어났을때 생명과 물질을 구분못했던 상태와 동일시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홀라키가 역으로는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구분의 모호함이 현재의 생택학이 처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즉 생태학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진화적 발달 상태로 치유하지 못하고 퇴행으로 치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원적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국 인간의 정신적 발달을 저해하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관점을 내비친다.

 존엄성이란 다름 아닌 차별화였지만 재앙은 바로 분열이었습니다(225쪽)

즉 나와 너를 구분할 수 있을때 존엄성을 획득할 수 있지만 그것을 포함하면서도 초월했을 때 비로소 진화의 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이 차별적 처우로 진행된다면 그것은 재앙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현재 우리의 삶이 나나 가족 국가 민족 중심의 사고로부터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데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생태적 접근과 함께 정신과 마음에 대한 접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명상이나 요가 참선 등(서구사회에서는 이미 현실 속에 상당히 파고들어가 있다)이 단순히 개인적 평온을 뛰어넘어 참된 아름다움을 깨침으로써 진과 선, 즉 그 아름다움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문화적 도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상 등의 방법적 측면들로 인한 空이나 靈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어지고 상호 주관적으로 교류되어진다면 미래의 변화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색즉시공 공즉시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인해 자아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진화는 물론 홀론의 창발적 진화가 그렇듯이 분명 한계상황과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뛰어넘는 순간 새로운 홀론을 맞이할 것이라는 황홀한 상상이 우리를 이것으로 이끌 수 있는 자극이 되어줄련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들에 대한 인문학적 관점의 진화라는 측면으로 소화해낸 이 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성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논리적 해법의 가능성을 엿보게 만든다. 세상은 제도만으로 또는 마음만으로 결코 바뀌어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결국 모든 것은 하나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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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3-1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이 쓴 건 뭐였죠...모든 것의 역사...아하..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구나...

하루살이 2005-03-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도 만만치 않은 두께라 주저주저. 읽고 싶은 목록에는 버젓이 올라있지만 말이죠. 정말 책 제목이 <거의>비슷하죠^^

개미 2005-06-14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다... 이 책은 이 저자(켄 윌버)의 사상에 대한 거의 개론입니다. 좀 더 깊이 알려면 꼭  <Sex, Ecology, Spirituality> 이나 < A Theory of Everything>를 읽어보심이 ... 물론 번역도 안된 영어 원문 1000페이지 쯤 됩니다만, 이 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이는 있습니다.
 

하루살이 2005-06-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